소설리스트

SSS급 리커버리 마도사-58화 (58/308)

58화

치짓!

마법진에 마력이 들끓기 시작했다.

발동원인 마나스톤은 백열하며 마법진 전체에 마력을 흩뿌렸다.

[성역을 발동했습니다.]

성역으로 변모한 체육관은 하얀빛이 쏟아지며 창문을 투과했다.

꽈악!

“으읏!”

성역의 중심에 있는 권정아는 옷깃을 꽉 붙들었다.

스멀스멀.

그녀의 몸에는 곧 검은빛 사기가 피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권정아의 이빨이 날카롭게 변형됐다.

천진난만했던 동공은 흉흉한 살기가 감도는 진홍빛으로 변색됐다.

그녀는 힘겨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멈……춰!”

생소한 말에 건우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 현상을 지켜본 세이비어가 설명을 덧붙였다.

-빙의하면서 아직 자기 의사를 제대로 전달 못하는 거다.

‘흐음. 역시 말을 할 수 있구나.’

건우는 옆에서 벌벌 떨고 있는 춘삼을 쳐다보고 말했다.

“춘삼아.”

“네?”

“떨어져라.”

“넵!”

춘삼은 지체 없이 문밖으로 토꼈다.

“…….”

망설임 없는 그 태도가 살짝 심기가 거슬렸지만 방해는 되지 않아 좋았다.

콰앙!

권정아는 곧 달려들어 건우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건우는 어렵지 않게 그녀의 주먹을 잡아챘다.

꽈아아악!

“멈춰! 멈춰! 이 개자식아!! 으아아아악!!”

권정아는 힘껏 주먹과 발길질을 가했지만, 건우는 어렵지 않게 막아 냈다.

“피곤하게 하지 말고 그냥 튀어나와라.”

건우는 한숨을 쉬며 두 번째 마법을 전개했다.

마법진 밖에 있던 또 다른 마법진이 중첩되며 발동했다.

[성역2를 발동했습니다.]

더욱 세차게 쏟아지는 빛에 권정아의 몸에서 사기가 빠져나왔다.

그것은 3미터 크기의 피막의 날개를 가진 악마였다.

악마는 모락모락 증기를 뿜어내며 건우를 노려보았다.

건우는 눈에 힘을 주었다.

<제파르>

-등급: ??

-설명: 정신 감염체, 상대의 몸을 가로채야 힘을 본격적으로 발휘한다.

-능력치

체력: 74/150 공격력: 100

등급부터 시작해 설명이 생각보다 부실했다.

“뭐 나쁘지 않겠지.”

건우는 인벤토리에서 크로엘의 마검을 꺼내 들었다.

-뭐, 뭐 하려는 짓이냐?!

서걱!

건우는 망설임 없이 제파르의 팔을 잘라 냈다.

-크아아아아악!

제파르의 팔은 성역의 신성력에 휘말려 그대로 증발됐다.

-이 개자식이! 그 빌어먹을 놈이랑 똑같은 냄새가 나!

“그 빌어먹을 놈은 누구지?”

-광대! 광대! 그 빌어먹을 꼬맹이랑 아주 똑같은 냄새가 나!

건우는 눈매를 좁혔다.

“광대는 어디에 있지?”

-크하하하하하. 그 빌어먹을 놈. 뱀한테 잡아먹혀 버렸어! 위선 떨더니, 크크크크.

‘신들의 사연을 알고 있다!’

건우는 초조함을 드러내지 않고 다음 질문을 건넸다.

“너는 왜 여기에 온 거지?”

-크하하하. 몰라. 몰라. 이거 당장 풀어! 이 빌어먹을 인간!

제파르의 정신 상태는 온전치 않았다.

건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질문했다.

“너희는 왜 인간을 멸망시키려는 거지?”

-부수는 맛이 있잖아. 바보야!

말을 끝마친 제파르는 갑자기 흉악하게 웃으며 문밖으로 향했다.

“……?!”

그곳에는 지금의 광경을 쳐다보고 있는 춘삼이 있었다.

춘삼은 얼어붙은 표정으로 경직됐고, 건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 잡귀 하나 잡자고 이게 뭐 하자는 짓인지 원.”

움찔!

말을 끝마치기가 무섭게 제파르는 춘삼의 발치에서 멈췄다.

아니 정확히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언제 검을 휘두른 건지, 몸에는 수많은 검흔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서걱! 서걱! 서걱!

니제르 오식, 혈화.

제파르의 몸은 일제히 토막이 나며 신성력에 묻혀 사라졌다.

-크아아아아악! 광대! 광대! 이 증오스런 광대 자식!! 가만 안 두겠어!

제파르는 사라지기 전에 건우에 대해 절규를 쏟아 냈다.

건우는 냉소적인 표정으로 한마디를 내뱉었다.

“꺼져!”

화아아아악!

이내 제파르의 얼굴은 신성력에 묻혀 사라졌다.

파지지지직!

그와 동시에 마법진의 발동원인 마나 스톤이 깨져나갔다.

“혀, 형님. 이건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몰라. 인마. 생각할 게 많으니까 질문하지 마.”

건우는 기절한 권정아를 품에 안고 의무실로 향했다.

“여기는 네가 좀 치워라.”

“네? 이걸 다요?”

춘삼은 황당한 표정으로 엉망진창이 된 체육관을 바라보았다.

“크레이지 처키들 붙여 줄까?”

“제가 청소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합니다.”

춘삼은 후다닥 뛰어 대걸레를 가지러 갔다.

건우는 피식 웃다가 세이비어에게 중얼거렸다.

“이걸로 한 가지는 확실하겠네요.”

-그래. 차이트는 모종의 음모로 봉인 당했을 가능성이 높겠구나.

“지금 당장 움직여야 될지도 모르겠네요.”

탑을 등반해야 될 목표가 아무래도 한 가지 더 생긴 듯했다.

-나는 반대다.

“왜요?”

-신에게는 시간은 무한하다. 그리 급한 게 아니야. 또 차이트 성격상 봉인 당했다고 절망할 성격도 아니고.

“하긴. 오히려 웃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차이트의 성격을 떠올리며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크흠, 그건 그렇고 제법 검술이 늘었구나.

세이비어는 쑥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동안 자신의 후손이 마법에 매진하기는커녕, 검술에 비중을 높여 온 것에 쭉 불만이었지만 오늘을 계기로 생각이 바뀐 것 같았다.

건우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봉황 길드에서 열심히 단련했잖아요.”

-크흠. 네가 여기서 우선해야 될 건, 강해지는 거다. 더욱 매진해 보거라.

세이비어의 응원에 건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할 예정이에요.”

***

선우유정이 행방불명된 지 열흘이 되어 갈쯤.

아크 길드의 대표인 선우혁의 고뇌는 깊어졌다.

S급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단 열흘 만에 아크 길드는 알게 모르게 크게 휘청거렸다.

선우혁은 전신을 파르르 떨며 비서에게 물었다.

“아직 그 녀석은 찾지 못했나?”

“완전히 자취를 감췄습니다.”

“진이 녀석이랑 면회 일정은 언제로 맞춰졌나?”

“내일모레입니다.”

감방에 간 선우진을 만나러 가는 건 결코 부정 때문이 아니었다.

선우유정의 행방에 대해서 선우진이 실마리를 가지고 있나 싶은 마음에서였다.

선우혁은 차분히 냉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시간은 가면 갈수록 아크 길드에 불리해진다.

여론은 이미 충분히 악화됐다.

협회에서 그나마 용인해 주었던 이유는 게이트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데, 선우유정이 행방불명됐다는 걸 알고서도 협회가 잠자코 있어 줄까?

이 질문에 대해 선우혁은 자연 고개를 저었다.

헌터 협회장, 구자혁은 늙은 사자다.

겉으로 보면, 이빨이나 발톱이 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저 감추고 있을 뿐이다.

만일 아크 길드가 목덜미를 드러내면 지체 없이 물어뜯을 준비가 돼 있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해.’

그는 초조한 기색을 감추며 비서에게 물었다.

“유지호는 상태가 어떤가?”

“아무리 그라고 해도 현 상태를 개선시킬 수 없습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구자혁은 주먹을 몇 번 쥐었다 폈다 하다가 무심코 한마디를 중얼거렸다.

“……최건우.”

흠칫!

비서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선우혁의 생각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섭외할 수 있을까?”

꿀꺽.

비서는 목에 고인 침을 삼켰다.

아크 길드는 국내 3대 길드다.

다른 헌터들이라면 죽자 살자 입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최건우는 예외였다.

그는 어디에서든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S급 헌터다.

무엇보다 아크 길드에 대한 악감정이 너무 강했다.

평소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가능하다고 했겠지만, 그는 어렵게 말문을 뗐다.

“……히, 힘들 것 같습니다.”

“패기 없기는.”

선우혁은 쯧쯧 혀를 차며 말했다.

“준비해.”

“네?”

“내가 직접 만나 보지.”

“그, 그건…….”

“잔말 말고 준비해.”

비서는 허리를 숙이며 명을 받아들였다.

“최건우 헌터의 동태부터 파악하고 바로 보고드리겠습니다.”

비서가 잠시 사무실에 자리를 비우자, 선우혁은 양손에 깍지를 끼며 생각했다.

도대체 어떤 놈이기에 아크 길드에 뾰족하게 날을 세우는 걸까?

그는 한쪽 입꼬리를 비틀었다.

“제까짓 게 바늘 세워 받자지. 자, 고슴도치는 어떻게 해야 말을 들으려나.”

그는 벌써부터 최건우와 만남이 기대됐는지 음산하게 웃어 보였다.

***

제파르와 충돌 이후 이틀이 흘렀다.

건우는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와악!”

그런 건우의 어깨로 누군가 잽싸게 손을 올리고 소리쳤다.

“귀 따갑습니다.”

건우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등을 돌렸다.

그곳에는 청바지에 캐주얼한 자켓을 걸쳐 입은 권정아가 있었다.

핏이 좋아서 그런지 그 모습은 세련되고 건강미가 돋보였다.

“재미없는 놈. 너 모든 여자한테 그렇게 대하냐?”

“아니요. 여동생한테는 엄청 살갑게 대하는데요.”

“……시스터 콤플렉스?”

“그런 거 아닙니다.”

-웃기고 자빠졌네.

대화를 듣던 세이비어는 저도 모르게 속내를 토로했다.

그러자 건우는 슬쩍 반지를 빼 들어 분수 근처로 던지려고 했다.

-알았다. 알았다. 알았다. 미안하다. 미안해.

세이비어의 구슬픈 호소에 건우는 반지를 다시 손에 꼈다.

그 모습을 보며 권정아가 물었다.

“뭐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보다 무슨 일이에요?”

“별 건 없고, 고맙다고 인사나 하려고 불렀어.”

“아, 그래요?”

굳이 불러낼 필요까지 있나?

권정아는 피식 웃으며 건우의 얼굴에 바나나 우유를 갖다 댔다.

“마셔.”

“감사히 마실게요.”

건우는 바나나 우유에 빨대를 꽂아 쭉쭉 들이켰다.

그 모습을 보며 권정아가 씨익 웃으며 농을 건넸다.

“그거 다 마시면 앞으로 나랑 사귀는 거다.”

“푸훕!!”

깜짝 놀란 건우는 입에 머금고 있던 바나나 우유를 내뱉었다.

“쿨럭, 쿨럭. 갑자기 뭔 농담입니까?”

“푸하하하, 생각보다 쑥맥이네. 안심했어.”

‘안심하긴 뭘 안심해.’

건우는 소매로 입술을 닦으며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권정아를 바라보았다.

“야, 앞으로 누님 말고 누나라고 불러라.”

“그렇게 할게요.”

“…….”

권정아는 고양이 같은 표정으로 건우를 지켜봤다.

왠지 쑥스러워진 건우는 간신히 한 마디를 덧붙였다.

“……누나.”

“그래야지. 귀여운 녀석.”

그녀는 건우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도움 필요하면 꼭 불러. 서슴없이 도와줄게.”

왠지 모르게 그녀의 얼굴은 살짝 상기돼 있었다.

권정아는 한마디 말을 남긴 뒤, 분주히 자리를 벗어났다.

“아, 그리고 그거 다 마셔라. 원기충전에 좋아.”

빨대를 입에 물고 있던 건우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원기충전은 개뿔.’

원기충전만 되면 가릴 것 없이 먹는 한국 남자 특성상, 이미 편의점은 싹 다 털렸으리라.

그렇게 마지막 한 모금까지 쭉쭉 빨며 텅텅 비는 소리가 나자,

우웅.

체내의 마력이 급진적으로 차올랐다.

“엥?”

보기 드물게 당황한 건우가 바나나 우유병과 자신의 배를 살폈다.

세이비어가 건우의 당혹스런 심정을 대변해 주었다.

-원기 충전됐네. 인마.

“…….”

잠시 침묵.

그러다가 건우가 싱긋 입꼬리를 올렸다.

“비석 복원이 끝났네요.”

***

이그너스 제 3계층, 슬리핑 포레스트.

쿠구구구구

신전 허공에 떠돌고 있는 거대한 비석의 파편이 모였다.

우웅.

이윽고 이음새는 점차 사라지고 과거의 모습을 되찾았다.

복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변에 두르고 있던 회귀의 링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비석에는 자동적으로 글귀가 새겨졌다.

[죽음과 절망의 군대, 디아도스의 강림. 도래 예정 시간, 약 102일]

59.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