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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48화 (48/308)

48화

건우는 명상에 잠겨있었다.

딱히 마나 연공식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순찰에 가까웠다.

순찰하는 곳은 그가 이룩한 던전이었다.

건우는 4계층 짜리 던전을 총괄 관리하는 보스.

따라서 각 층계 보스를 감시할 의무가 있다.

심상 속에 보이는 풍경은 이러했다.

[1계층, 시련계곡]

바포메트는 상처를 수복하기 위해 잠에 취해있었다.

가슴에 송곳으로 뚫은 것 같은 상처는 일전에 케이론에게 당한 거였다.

[2계층, 얼음미궁]

일찌감치 팔을 복원한 세피아는 권좌에 앉아 권태로움을 즐기고 있었다.

힘이 열화 되었어도 위상은 굽힐 기미가 없는 듯했다.

지금은 3성급이지만 과거, 그녀는 한 나라를 멸망시킨 재앙이었으니 말이다.

[3계층, 슬리핑 포레스트]

굳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케이론은 복원 작업에 들어간 종말의 비석을 지키고 있었다.

복원은 어느덧 7일차를 겪고 있지만, 비석은 반도 복원이 되지 않은 상태다.

건우는 눈을 뜨며 중얼거렸다.

“성격이 다들 제각각이구먼.”

하지만 가장 특이한 건 따로 있었다.

놀랍게도 그건 몬스터가 아니었다.

그저 전직 사기꾼일 뿐이다.

“오 쉣! FXXX!”

눈앞에서 춘삼이 자괴감에 영어로 욕을 내뱉었다.세이비어가 은연중 건우에게 물었다.

-저놈 또 왜 광견병 증상 도졌냐??

“글쎄요. 또 사기 치고 있으려나.”

박춘삼이 머리를 북북 긁다 건우를 홱 노려봤다.

“형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뭐가?”

“아티팩트 폐기품이 잔뜩 쌓였는데, 왜 복원된 게 하나도 없습니까? 주문이 이렇게 빗발치는데. 수익이 없다가는 직원들 월급도 못 줍니다.”

“이 자식 언제 직원까지 고용했어!”

건우가 으르렁거리며 묻자, 춘삼은 크흠 헛기침을 했다.

“모두가 윈윈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규모 적당히 하라고 했을 텐데.”

“적당히만큼 애매한 게 어디 있겠습니까?”

“요즘 말대꾸가 늘고 있다. 이번에는 샌프란시스코로 날려주랴?”

“흐끅! 아, 아니요.”

춘삼은 딸꾹질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화내기도 지치네.’

건우는 그냥 참기로 했다.

“에휴, 당분간은 복원을 사용할 수 없어. 힘을 다른 곳에 쓰고 있거든.”

물어볼 필요도 없이 사용처는 종말의 비석이었다.

“그럼 저희 당분간 수익은 어떻게 합니까?”

“왜 갑자기 금전문제가 급하냐? 그렇게 급한 건 아닐 텐데.”

건우는 찌릿 춘삼을 노려봤다.

“벌어들이는 만큼 빠져나가는 돈도 있잖습니까? 형님 이사 갈 집도 공사 진행 중이고, 제가 아주 바쁩니다. 당연 사람을 써야 되는 부분이 생기고요.”

“…….”

당연한 말을 한 터라 건우는 할 말을 잃었다.

“고생이 많네. 요즘 꿈자리는 어떠냐?”

“피곤해서 완전 꿀잠을 자고 있죠. 근데 꿈자리는 왜 묻습니까?”

“아무것도 아니야.”

내심 찔리는 게 있어 건우는 그의 시선을 회피했다.

금기 행동을 벌일 시, 악몽을 선사하는 나이트 메어.

그 주술은 아직 춘삼의 몸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 듯했다.

이 점을 보면, 근래 춘삼은 굉장히 성실한 삶을 사는 것 같다.

“슬슬 일어나 볼까.”

건우는 몸을 일으켜 발을 옮겼다.

“같이 가요. 형님. 어디로 가십니까?”

“아니, 넌 오지 마.”

“혀, 형님. 어, 어디를 가기에 저를 내치십니까?”

“뭐하긴. 돈 벌러 가지.”

“예? 어떻게 벌게요?”

건우는 어이가 없단 표정으로 춘삼에게 되물었다.

“넌 내 직업은 알고 있냐?”

“아!”

건우의 직업은 헌터.

등급은 국내에서 11명밖에 없는 S급이었다.

그들의 돈벌이 수단을 꼽자면 당연 레이드였다.

하지만 춘삼이 잠깐 이 부분을 잊고 있는 것도 어떻게 보면 납득이 갔다.

굳이 레이드를 안 뛰어도 건우가 벌어들이는 돈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질 좋은 아티팩트를 30% 정도 싼값에 내놓는데, 어찌 안 팔릴쏘냐.

그 점 때문에 매물 업자들에게 엄청난 원성을 샀다.

매물 업계에서는 그들을 두고 ‘교란자’로 지칭하기까지 했다.

건우는 춘삼을 보며 말했다.

“어쩔래? 너도 같이 갈래?”

꾸벅.

“수고하십시오.”

당연 레이드에 참가하고 싶지 않던 춘삼은 허리를 숙였다.

“그럴 줄 알았다. 집 잘 지키고 있어라.”

“전 개가 아닙니다. 형님!”

건우는 듣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

헌터협회 안내데스크.

길상미는 눈앞에 있는 건우를 보며 어색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에요.”

“네. 오랜만입니다.”

“그때는 죄송합니다. S급으로 재각성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

지난번, 그녀는 건우가 서바이벌에 참여하려고 할 때, 죽을 수도 있다며 하지 말라고 설득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오지랖이었고 무례한 행동이었다.

건우는 싱긋 웃으며 답했다.

“걱정해서 해준 소리잖아요. 신경 안 써요.”

‘화 많이 안 났나 보네.’

길상미는 미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나요? 최건우 헌터님.”

“아직 책정되지 않은 3성급 이상 게이트를 사들이고 싶은데요.”

“네? 그건 규정상 불가능한데요.”

게이트가 형성되면 협회에서 게이트 등급을 책정하고 헌터시장에 내놓는다.

일방적으로 방치하면, 대형 길드가 모든 게이트를 독점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건우는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서류봉투를 내밀었다.

“여기 허가 서류입니다.”

서류를 확인한 길상미는 눈매를 좁혔다.

‘진짜네.’

서류에는 협회장의 직인이 고스란히 찍혀있었다.

그녀는 즉각 미공략 게이트 리스트를 꺼내 건우에게 건네줬다.

“여기 중에서 선택해 주시면 됩니다.”

“저는 정부 공인 라이센스가 있으니까 절반 값에 사들일 수 있는 게 맞죠.”

“네 맞아요.”

“그럼. 이렇게 해주세요.”

“이, 이건?!”

건우에게 리스트를 받아든 길상미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진심입니까?”

리스트에는 미공략 게이트가 항목 별로 전부 체크돼 있었다.

건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돈은 바로 입금하겠습니다. 그리고 사흘 안에 공략하지 못 하면, 남은 게이트는 반환하겠습니다.”

그녀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면 환불은 불가능하고 페널티도 받을 텐데요.”

“자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잠시 후.

우웅.

건우의 눈앞에는 이번에 매입한 게이트가 형성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세이비어가 말을 걸어왔다.

-어떻게 할 참이냐? 넌 지금 복원 중이라 마법도 못 쓸 텐데.

건우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공략은 제가 아니라 다른 놈들이 합니다. 이 방법이면 딱히 마력을 쓸 일은 없잖아요.”

-쯧, 갈수록 영악해지는 구나.

건우는 싱긋 입꼬리를 올렸다.

“현명하다는 좋은 말이 있잖아요. 할아버지.”

그와 동시에 이그너스의 반지가 빛을 발했다.

[게이트가 형성됩니다.]

스스스.

회색으로 일렁거리는 게이트에서 거대한 산양 악마, 바포메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오오오오오!

흉포하게 비명을 내지른 녀석은 곧장 게이트에 돌격해 진입했다.

“자, 그럼 남은 두 군데도.”

건우는 같은 방법으로 남은 두 개의 게이트에도 세피아와 케이론을 풀었다.

“이제 어떻게 될까나?”

건우는 나무 밑동에 앉아 손깍지를 끼고 기다렸다.

머잖아 건우의 귓가로 시스템 메시지 음이 울려 퍼졌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한국 헌터 협회 본부.

책상에서 최근에 올라온 자료를 읽어보던 구자혁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최근에 높은 등급 게이트가 잇달아 등장하는군.’

전국에 분포된 게이트의 평균 등급은 3성급을 넘기기 어려웠다.

헌데, 근래에는 4성급 이상 게이트가 빈번히 출현했다.

길드 입장에서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협회 입장에서는 전혀 달가울 리가 없었다.

왜냐하면, 4성급부터는 레이드 성공률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뭐 우연이겠지.’

또각.

그때, 그의 곁으로 비서인 김유미가 다가왔다.

“협회장님.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뭔가?”

“최건우 헌터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구자혁은 피식 웃었다.

“그 친구는 생각보다 굼뜨군.”

통상 S급 헌터라면, 레이드를 치르느라 바삐 돌아다닌다.

허나, 최근까지 건우는 구조를 위해 게이트를 공략한 것 외에는 개인적인 활동은 별로 없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건우는 분명 굼뜬 게 맞다.

“그건 태풍 전의 고요함이라고 할까요?”

김유미가 심각한 표정으로 안경을 고쳐 썼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김유미는 말 대신 구자혁에게 공손히 자료를 건넸다.

자료를 받아 읽은 그는 곧 휘둥그레 눈을 떴다.

“이, 이건?!”

자료에 나와 있는 지도에는 게이트 위치가 표시돼 있었다.

헌데, 유독 3성급 이상 던전의 삭제 표시가 많았다.

놀랍게도 그것은 단 한 사람이 이루어낸 성과였다.

주륵.

긴장한 것인지 김유미는 땀을 흘리며 말했다.

“하루 3회씩, 사흘을 거쳐 총 9개 게이트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혹시 그와 파티를 맺은 자들은?”

“조사해봤지만 없었습니다.”

“허허”

구자혁은 기가 막혀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대형 길드에서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일 때문인가?”

“그렇습니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인지라, 뭐라고 할 수 없네.”

구자혁은 일전에 화성 게이트 공략 참가를 두고 건우와 약속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건우는 특정 게이트에 대한 선점을 요청했었다.

건우는 거래를 통해 얻은 게이트를 공략하고 있을 뿐이었다.

“어째서 그런 무모한 약속을 하신 겁니까?”

“내 실수지.”

구자혁은 자신의 오판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 오판에는 나름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기껏해야 하루에 하나 정도라고 생각했다네. 내가 전성기 때도 하루에 두 개를 공략하는 건,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이었으니.”

“…….”

김유미는 무언으로 구자혁의 말에 납득했다.

분명, S급 헌터는 강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들이어도 파티 없이 무모한 레이드를 벌이지는 않았다.

그들의 진가는 보스를 상대할 때 나타나기 때문이다.

헌데 건우는 혼자서 터무니없는 짓을 자행하고 있었다.

“감시원을 파견해볼까요?”

구자혁은 고개를 저었다.

모처럼 얻은 건우와의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버려 둬. 뭐랄까, 이 친구는 지금 무언가를 테스트하는 기분이 드니까.”

“알겠습니다.”

김유미는 고개를 끄덕이다 보고를 마저 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최건우 헌터를 멈춰야 합니다. 안 그러면 그 또라이 자식이 설칠 겁니다.”

“자네 독설이 참 무섭군.”

“전 진지합니다. 협회장님.”

구자혁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또라이라고 하면, 아크 길드의 그 망나니 녀석을 말하는 겐가?”

“그렇습니다.”

김유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크 길드의 망나니.

그는 바로 S급 헌터, 선우유정을 지칭하는 별명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가 망나니의 계보를 잇는 행적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시도 때도 없는 민간인 폭행.

끝도 없는 갑질 만행.

성질은 괴팍하고 도덕심은 결여되어 있다.

얼마 전에는 선우진의 형량 때문에 직접 구자혁과 대면해 거래를 하기도 했다.

달갑지 않았지만 그때 당시 구자혁은 모종의 사정으로 거래에 응했다.

구자혁은 고심하다가 입을 열었다.

“일단 최건우 헌터에게 연락은 해보겠네.”

49.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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