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리커버리 마도사-37화 (37/308)

37화

아이스 에이지.

이 방대한 마법진이 개방된 순간, 세상은 혹한으로 물들 것이다.

건우는 마법진을 해독하면서 세이비어에게 물었다.

“이거 해체할 수 있을까요?”

-아니. 마력만 충당되면 바로 발동할 게다.

“크윽.”

건우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7성급 몬스터가 4등급으로 강등될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 온 마법.

막는 방법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게다가 게이트가 완전히 닫히려면,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다.

아이스 에이지는 그 안에 틀림없이 발동된다.

‘강제로 게이트를 닫을 수는 없다. 그러면…….’

건우는 이그너스의 반지를 살펴보다 눈을 번뜩 떴다.

“할아버지.”

-응?

“저 마법진을 제 던전에 집어넣는 방법은 어떨까요?”

-가능은 하다. 하지만 저 크기의 마법이라면 게이트마저 뚫고 세상에 영향을 끼칠 게다.

“아이스 에이지를 그대로 고정시킨다면요?”

-그러니까 그걸 무슨 수로…… 너 설마?

씨익.

건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아이스 에이지를 쳐다봤다.

다양한 마력패턴과 글귀들이 머릿속을 가득 메워졌다.

건우는 그대로 손아귀를 뻗어 스킬을 전개했다.

[회귀의 링을 시전했습니다.]

우웅!

마법진 주변으로 거대한 회귀의 링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며 빙그르 회전했다.

끼긱!

그러자 아이스 에이지를 구축하던 획이 그 자리에서 멈췄다.

본래라면, 마법진 자체가 서서히 지워져야 될 판국이지만, 아이스 에이지에 실린 힘이 그것을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다.

타이머는 아주 느리게지만 움직이고 있었다.

이 상태면 42분에 벌어질 일이 3시간 뒤로 미루는 거랑 별다를 바 없었다.

[00:39:01]

“으윽.”

건우는 체내의 마력이 빠르게 탕진되는 것에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회귀의 링에 마력을 불어넣어 줄 술식 가지고 있으시죠?”

-시간이 좀 걸릴 게다. 네 권능이랑 아이스 에이지를 엮어서 연산해야 되거든.

“부탁드릴게요.”

-최대한 빨리 해 보마.

[마력공유를 시전했습니다.]

마법을 발휘할 수 있게 된 세이비어는 빠르게 술식을 구현하기 시작했다.

우웅!

아이스 에이지 주변으로 황금빛의 파문이 획을 그려 나갔다.

-천 년 만에 엄청 짱구 굴리게 해 주는군. 망할 손자 같으니.

세이비어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초조함을 대변했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이 방대한 연산 작업에는 반나절은 소요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가 준비하고 있는 마법은 뱀프릭(vampiric)

흑마법의 일종으로 제물에게서 마력을 탈취하는 마법이었다.

마력을 탈취하는 대상은 당연 아이스 에이지 그 자체.

아이스 에이지에서 탈취한 마력으로 회귀의 링을 유지시킨다.

실패할 가능성은 없다.

마법을 구성하고 있는 이가 바로 세이비어였기 때문이다.

다만 마력의 근원인 건우가 버텨줘야 한다.

그렇게 시간으로 대략 2시간이 지날 쯤.

주륵.

급격한 마력 고갈로 건우의 코에서 코피가 흘렀다.

덜덜.

건우의 다리가 점차 떨려왔다.

우우웅!

그 사이, 아이스 에이지도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쿨럭!”

건우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피를 토했다.

동시에 세이비어가 외쳤다.

-다 됐다.

우웅.

허공에서 빙그르 회전하던 아이스 에이지가 멈췄다.

그 주변으로는 회귀의 링이 회전하며 지금 현상을 유지해 주고 있었다.

[발동까지 : 00:00:40]

시간을 겨우 40초를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아, 피곤해.”

건우는 소매로 얼굴에 묻은 피를 닦으며 뿌듯해하며 웃었다.

“겨우 막았나.”

전생에 이룩하지 못한 일을 지금에서야 해냈다.

-수고했다.

“고생은 할아버지가 하셨죠.”

건우는 이그너스의 반지를 발동했다.

[게이트를 형성했습니다.]

허공에 떠오른 게이트가 천천히 아이스 에이지를 빨아들였다.

건우가 회귀의 링을 풀지 않는 이상, 평생 저 상태를 유지를 할 것이다.

그러다 회귀의 링을 풀면, 아이스 에이지가 발동될 것이다.

‘졸지에 핵무기를 손에 넣은 꼴이네.’

건우는 피식 웃다가 곧 휴식을 취했다.

휴식을 취한지 대략 2시간이 흘렀다.

마나스킨과 이그너스의 마나연공식.

이 두 가지 스킬로 인해 건우는 완전히 제 컨디션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럼.”

건우는 인벤토리에 저장해 둔 얼음미궁의 코어를 꺼내 들었다.

과정은 이전과 같았다.

건우는 먼저 코어에 소유권과 복원 스킬을 전개했다.

[얼음미궁의 던전 코어가 최건우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쿠직!

얼음미궁에서 부서졌던 잔해들이 일제히 원상태로 수복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우아한 여성의 동상이 건우의 앞에서 복구되었다.

창빙의 군주, 세피아.

갈라지고 균열이 갔던 이음새가 완전히 복원되자, 그녀는 건우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얼음미궁의 코어를 복원했습니다.]

[얼음미궁과 이그너스의 영지가 결합됩니다.]

[3계층 던전의 보스가 되었습니다.]

[던전 결합의 밸런스 조정으로 던전 보스, 세피아의 등급이 한 단계 다운됩니다.]

등급이 한 단계 떨어져서 그런지 그녀의 신장은 많이 작아졌다.

이전에는 170cm나 되던 장신의 우아한 여성이었다면, 지금은 150cm 정도의 체격으로 아담해 보였다.

건우는 이마를 매만지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저 괴물을 귀엽다고 생각하는 날이 올 줄이야.”

움찔.

세피아의 청광색 눈에 일순간 분노가 실렸다.

“흐음.”

기이한 현상의 이유는 시스템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세피아의 충성도 42퍼센트]

*충성도가 50퍼센트 이하로 떨어지면 지배권에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 그렇지. 귀여워졌다고 그 성질 어디 갔겠어?”

건우는 예상했는지 코웃음을 쳤다.

그녀는 본래 4성을 훨씬 웃도는 7성급 몬스터에다 인간을 우습게 여기는 재앙이었다.

건우는 지금까지 얻은 스텟 포인트를 카리스마에 몰아넣었다.

[카리스마 50->71]

툭!

그 순간, 세피아가 주먹에 힘을 풀고 양쪽 무릎을 꿇었다.

[위엄이 격상됐습니다. 세피아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복종합니다.]

[세피아의 충성도 52퍼센트]

변경된 충성도를 확인한 건우는 인상을 왈칵 찌푸렸다.

“대체 자존심이 얼마나 센 거야.”

건우는 세피아를 보며 입을 열었다.

“뭐 됐어. 세피아, 이리 와.”

허리를 곧게 핀 세피아가 곧 건우 앞에 섰다.

얼음으로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그 우아함은 인간의 미와 비견될 정도였다.

이런 존재가 어째서 인간을 멸망시키려고 할까?

지금부터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건우는 그녀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메모리 리딩을 시전했습니다.]

그 순간, 건우의 눈앞에 거대한 성안의 광경이 연출됐다.

***

치직!

머릿속으로 노이즈가 탔다.

그 덕분에 재생된 세피아의 기억 속에 있는 남자는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는 왕좌 위에서 거만하게 등을 기대고 있었다.

-오늘은 또 무슨 일로 찾아왔냐?

기억 속에 나온 인영은 한 명이 아니었다.

또박또박.

어린아이 체구의 남자도 성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는 왕좌의 남자에게 물었다.

-이건 뭐야?

-아, 그거 이번에 새로 만든 인형이야. 모양 죽이지?

눈앞에는 거대한 거미와 여인의 상반신이 결합된 몬스터가 있었다.

-완전 징그럽게 생겼어.

-이래서 어린 녀석들은 예술을 모른다니까.

-이걸로 뭐하게? !@#@

-아, 이제부터 그렇게 부르지 마. ‘똬리를 튼 뱀’이라고 불러.

-으웩, 유치. 왕유치.

-죽인다. 이건 탑에서 모든 신들한테 네가 제안한 놀이잖아.

-그런가. 아, 근데 이 녀석들 왜 만드는 거야?

-굳이 이유를 말하자면, 재미와 청소를 위해서야.

입가에 비틀린 웃음이 가슴을 무척 서늘하게 만들었다.

-오오, 좋은 취진데.

-그나저나 너는 이름 뭐라고 지칭할 거야?

똬리를 튼 뱀의 물음에 어린 체구의 남자는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럼 난 어릿광대라고 불러줘.

-어릿광대?

똬리를 틈 뱀이 황당하다는 듯 입을 벌리며 반문했다.

치지지지지지지직!

바로 그 순간, 머릿속에 아까보다 심한 노이즈가 유입됐다.

“젠장!”

더 이상 메모리 리딩을 유지할 수 없었던 건우는 세피아에게 손을 뗐다.

지끈!

건우는 두통을 호소하며 머리를 매만졌다.

너무 많은 정보가 유입된 터라 뇌가 받아들이지 못한 결과였다.

-뭘 본 거냐?

세이비어의 물음에 건우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했다.

“차이트가 있었어요.”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그 장난스런 성격과 말투는 틀림없이 차이트였다.

-차이트가 뭘 하고 있었지?

“아라크네를 만든 녀석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분명 똬리를 튼 뱀이라고.”

-흐음. 생각보다 많이 알아냈군.

세이비어는 안타까운 듯 혀를 찼다.

“그 자식이 우리의 원수죠? 똬리를 튼 뱀.”

-글쎄다.

그는 아직까지 건우에게 진실을 말해 줄 생각은 없는 듯 보였다.

꽈악!

건우는 주먹을 쥐었다 피며 세피아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너의 주인은 뱀이 아니라 나다. 세피아. 무조건 내 명령에 복종해.”

척!

세피아가 각인했다는 듯 한쪽 무릎을 꿇어 보였다.

명령에 의한 복종이었지만, 건우는 만족한 건지 입꼬리를 올렸다.

***

우웅.

화성 시의 게이트가 완전히 공략되어 자취를 감췄다.

“뭐, 뭐야? 이건…….”

게이트를 빠져나온 건우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넋을 놓았다.

거기에는 백석 길드 전원이 나란히 모여 일렬로 서 있었다.

짝짝짝짝짝!

“호오!”

“영웅이 귀환했다!”

백석 길드원들은 일제히 환호성과 박수를 내질렀다.

“최건우 이사님! 오늘 회식은 꼭 나와 주셔야 됩니다.”

백석 길드 일동이 건우를 보며 일제히 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사님!”

“이사님!”

“이, 이사?”

갑자기 뭔 놈의 이사?

건우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저 게이트를 공략하고 나온 것뿐인데, 그사이 대체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단 말인가.

건우를 마중 나온 마동혁이 면목이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동혁 헌터님 이게 무슨 말이죠?”

“죄송합니다. 아직 최건우 헌터님의 의견도 안 물었는데, 자기들끼리 신나는 바람에 이렇게 됐습니다.”

“저 백석 길드 들어간다고 말 안 했는데요?”

마동혁은 피식 웃었다.

“그런 건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명예 이사님으로 추진하자는 말이 나와서 말이죠.”

“며, 명예 이사요?”

말하자면 실권은 없는, 이름뿐인 타이틀이었다.

“그래도 제가 부담돼서 하기 싫은 건데…….”

건우의 명확한 의사 표시에 마동혁이 말했다.

“저희들을 구해 주신 영웅을 이런 식으로 외면하면, 저희 길드원들이 저를 죽이려고 들 겁니다. 저놈들 등짝 스매시는 저도 무지 아픕니다.”

S급 헌터이자 한국 최강 탱커의 말도 안 되는 변명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앞으로 저희 백석 길드가 2년 동안 달마다 1억씩 최건우 헌터님을 지원하겠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어떤 대가도 없습니다.”

‘사람을 뭐로 보고?’

건우는 인상을 홱 찌푸렸다.

“그러니까 돈 때문에 그런 게…….”

마동혁은 못 들은 척, 건우와 나란히 어깨동무를 했다.

“자, 자, 남은 이야기는 오늘 저녁에 회식에 마저 합시다. 얘들아 뭐 하냐? 이사님 헹가래 해 줘야지.”

“자, 잠깐만요.”

“우와아아아아!”

우글우글

백석 길드원들이 떼거리로 건우에게 몰려왔다.

건우는 하늘 높이 헹가래를 당해야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언론을 통해 건우의 영웅담이 쏟아져 나왔다.

38.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