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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38화 (38/308)

38화

한국 헌터 협회 본부.

건우는 구자혁과 잠시 면담의 시간을 가졌다.

“고맙네. 자네가 아니었다면 정말 화성에 큰일이 날 뻔했어.”

“당연히 해야 될 걸 했을 뿐입니다.”

“허허, 겸손하기도 하지.”

“겸손 아닙니다.”

정말 겸손을 떠는 게 아니었다.

이번 게이트 공략에서 보인 건우가 얻은 것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보상을 나열하며 대충 이러했다.

먼저, 얼음미궁 던전을 통째로 손에 넣었다.

그 덕에 자연히 세피아를 수하로 거들 수 있게 됐다.

두 번째로는 빙창, 글라체스

이것은 등급이 유니크로 크루엘의 마검보다 높았다.

세 번째는 봉인해서 보관 중인 마법, 아이스 에이지.

이건 그냥 일회용 핵무기나 다를 바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전생의 원수이자, 지구에까지 세상에 재앙을 내보내는 자의 내막까지.

정확한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자신을 똬리를 튼 뱀이라고 했다.

언젠가 탑을 오를 때 그 키워드를 들을 날이 올 것 같았다.

“자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

건우는 구자혁의 질문에 답했다.

“네. 얼마든지 물어보셔도 됩니다.”

“최근에 백석 길드의 명예이사가 됐다고 들었는데, 백석 길드로 들어갈 건가?”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명예이사도 되고 싶어서 된 것도 아니다.

어쩌다가 분위기에 휘말리니 이미 명예이사가 돼버렸다.

더군다나 마동혁은 이 부분에 대해 확실하게 매듭까지 지었다.

-절대 저희 길드 들어오지 마십시오. 이건 저뿐만 아니라 저희 길드원 뜻입니다.

참 시대에 맞지 않는 가치관을 가지고 사는 남자다.

좋은 인연을 맺었다.

그렇게 생각한 건우는 백석에서 달마다 지급하기로 한 1억의 지원금은 그냥 기부에 써달라고 했다.

이로써 가장 찜찜했던 부분은 해결됐다.

이 내용을 알고 있던 구자혁은 점잖게 웃으며 말했다.

“가만 보아하니 물욕도 별로 없어 보이는군.”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건우는 쓴웃음을 지었고, 구자혁은 이제야 자신의 본론을 말했다.

“……혹시 협회에서 일해 볼 생각이 있나? 슬슬 후계 자리를 준비해야 하니 말이야. 내 적극적으로 밀어 주지.”

그는 자신의 가슴에 부착된 무궁화 배찌를 가리켰다.

남부럽지 않을 권력을 누릴 수 있는 기회지만 건우는 피식 웃었다.

“좀 바빠서 힘들 것 같습니다.”

예상한 듯 구자혁이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게 됐군.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말해 주게.”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제시했던 조건 말일세. 어떤 게이트를 선점하고 싶은 겐가?”

건우는 잠깐 팔짱을 끼고 고심했다.

화성 시의 게이트를 공략하는 대가로 내걸었던 조건.

특정 게이트의 선점.

게다가 게이트 선점 비용도 라이선스를 활용하면 절반이나 깎을 수 있다.

“서울 지역 중심으로 최소 3성급 이상 선점하고 싶습니다.”

“……자네 개인이서 뛸 건가?”

“네. 그럴 예정입니다.”

발언 직후, 건우는 반지에 깃들어 있는 두 존재를 떠올렸다.

바포메트와 세피아.

이번 게이트 독점의 이유는 하루라도 빨리 이 두 마리의 보스를 승격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등급을 격상시키려면, 어마어마한 마정석을 소모해야 했다.

마정석의 질이 좋으면 효과는 물론 배 이상으로 오른다.

“용감하군. 일단 알겠네. 게이트가 생성되는 대로 일러 주겠네.”

“감사합니다. 그럼…….”

“아, 이건 내가 개인적으로 준비해 둔 선물일세. 사양 말고 받게나.”

스윽.

건우는 그가 내민 봉투를 개봉했다.

안쪽에는 양평 고급리조트의 숙박권이 담겨 있었다.

“……이건.”

“허허, 친한 친구가 놀러 오라고 줬는데, 시간이 있어야 말이지.”

‘여기서 거절하면 사이가 민망하겠지.’

건우는 구자혁을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대화를 마친 건우는 그대로 협회장실을 빠져나갔다.

그제야 구자혁 곁에 있던 비서, 김유미가 말문을 열 수 있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뭐가 말인가?”

구자혁의 반문에 김유미는 앞으로 불어닥칠 후폭풍에 대해 경고했다.

“최건우 헌터에게 상위등급 게이트를 내주다가는 대형 길드에서 반발할 겁니다. 특히 아크 길드에서요.”

최근, 아크 길드는 영향력를 확대하기 위해 상위등급 게이트 공략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협회와 여러 번 충돌을 겪곤 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유명한 헌터 가문인 스코필드와 친분을 이용해 협회를 압박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었다.

S급 헌터인 선우유정이 자주 미국 출장을 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협회장인 구자혁이 정정했기 때문에 대놓고 음모를 드러낼 수 없었다.

구자혁은 염려 섞인 김유미의 얼굴을 보며 싱긋 입꼬리를 올렸다.

“아무리 S급 헌터여도 공략할 수 있는 게이트에는 한계가 있네. 한두 개 우선권을 뺏겼다고 성질을 드러낼 수는 없지.”

김유미는 이마를 매만지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정말 마음에 들었나 보네.’

아무래도 구자혁은 화성 시 게이트 공략 이후로 최건우에게 큰 호감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평소에 공정하기로 소문난 구자혁이 이렇게까지 변하다니.

‘살다 보니 정말 별 해괴한 일을 겪네.’

김유미는 찜찜한 표정으로 가장 우려스런 사항에 대해 물었다.

“만약 최건우 헌터가 본격적으로 파티를 맺고 다수의 게이트를 공략한다면요?”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겠지. 아크 길드도 이참에 정신 차려야지.”

휘청.

김유미는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품었던 생각을 대폭 수정했다.

‘업무 스트레스를 엉뚱한 쪽으로 발산하고 있어!!’

구자혁은 블라인드를 제끼고 협회 밖으로 나서는 최건우를 보며 중얼거렸다.

“여러모로 참 기대가 되는 친구란 말이지.”

***

헌터협회.

이제 막 출구를 빠져나온 건우의 귀로 요란한 클랙슨 소리가 들렸다.

삐익! 삐익!

“형님! 여기입니다!”

“아주 그냥 튀고 싶어서 환장한 놈이구나.”

춘삼이 마중 온 것을 확인한 건우는 인상을 홱 찌푸렸다.

마중 나온 것 자체는 정말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마중 온 차가 새 거라는 걸 자랑하는 듯 너무 번쩍였다.

심지어 오픈카다.

무엇보다 차의 주인이 매우 잘생긴 금발 외국인 미남이니 더욱 눈에 띄었다.

-오오! 저건 포르쉐 911 카레라 카브리올레!!

세이비어는 기쁜 듯 감탄하고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내가 하루 종일 TV밖에 안 보는데 못 알아볼까?

‘나보다 더 현대인 같네.’

건우는 피식 웃고 말았다.

대 마도시대와 달리 요즘 시대는 TV 같은 매체를 통해서 온갖 정보를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선호하는 채널이 달라 얻는 정보도 편향적이었다.

그 증거로 완전기억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건우는 차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반면, 세이비어는 정보를 접하는 데 있어서 가리는 건 없었다.

물론 제일 좋아하는 건, 한국식 막장 드라마다.

건우는 차에 올라타며 춘삼에게 말했다.

“오랜만이네. 돈 많이 벌었나 보다.”

예상 밖의 말을 한 걸까?

춘삼이 화들짝 놀라 건우에게 물었다.

“형님. 아직 통장 확인 안 해 보셨습니까?”

“왜?”

“대한민국의 헌터 업계 돈은 형님이 다 싹쓸이하고 있는데요.”

건우는 피식 웃었다.

“오버한다.”

그래도 얼마나 벌었는지 궁금했던 건우는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확인했다.

“…….”

잠시 침묵.

그러고는 눈을 비볐다.

“0이 너무 많은데. 2, 280억?!”

건우가 고함을 내지르자, 춘삼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건우가 당황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형님 원래 번 돈이 500억을 넘었는데, 이참에 아티팩트 폐기장을 통째로 사들이는 터라 그것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 그러냐?”

그러고도 남은 돈이 이 정도라니.

건우는 믿기지가 않아 볼을 꼭 꼬집었다.

춘삼은 핸들을 능수능란하게 돌리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 추세면 한 1년 뒤에는 형님과 제가 대한민국을 접수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하.”

건우는 그대로 춘삼의 귓불을 잡아당겼다.

꽈악!

“아, 아픕니다. 형님 사고 나요! 사고!”

“내 능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걸 알아라. 까불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유지해. 뒤에서 개수작 부리면 맞는다.”

“……알겠습니다.”

대한민국을 접수하겠다는 춘삼의 야망은 간단히 꺾이고 말았다.

“근데, 너 이런 고급차도 운전 꽤 잘한다.”

“어렸을 때부터 품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뭐든 잘해야 했거든요.”

“사기 치기 위해서?”

“크흠.”

문득 과거가 부끄러웠던지 춘삼이 얼굴을 붉혔다.

“형님 제가 이래 봬도 금수저 출신입니다. 이런 외제차 많이 만졌습니다.”

“어디 전라도 시골 출신 이장님 아들이었냐?”

“그런 거 아닙니다. 차라리 이름처럼 촌스럽게 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습니다.”

춘삼은 드물게 상념이 잠긴 표정이었다.

건우는 코웃음 쳤다.

“사기 치기는.”

“형님! 이제 믿어 주실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춘삼은 원망스러운 듯 건우를 바라보았다.

부아아아앙!

바로 그때, 뒤에서 거대한 엔진 음이 울려 퍼졌다.

건우가 슬쩍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람보르기니가 주변 차를 가로지르며 질주하고 있었다.

끼익!

하마터면 아이가 타고 있는 차까지 칠 뻔했다.

삐빅! 삐빅!

도로에서는 클락슨 소리가 울려 퍼지며 교통이 난잡해졌다.

우우우웅!

그러거나 말거나 람보르기니는 어느새 건우의 차까지 추월했다.

-오오!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세이비어는 뒤태만 보고 정확히 알아맞혔다.

우웅! 우웅!

람보르기니의 차주는 마치 도발하는 듯 건우의 앞에서 살랑거렸다.

건우는 발끈했다.

“저거 추월 못하냐?”

“제대로 붙으면 못 이겨요. 형님.”

그때 세이비어가 슬슬 짜증 났는지 건우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 자꾸 눈앞에서 거들먹거려서 짜증 나네. 날려 버려.

“아,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건우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춘삼에게 말했다.

“춘삼아. 쟤 어디로 여행 보내 줄까?”

“……여행이요? 아!”

춘삼은 문득 건우와 첫 만남을 떠올렸다.

그에게 있어서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이기도 했지만, 그때 치른 곤욕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게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겪는다면 이야기는 달랐다.

“가볍게 LA로 가죠. 형님.”

“콜.”

건우는 즉각 람보르기니를 향해 손아귀를 뻗었다.

[에어 웨이브를 시전했습니다.]

파앙! 후우우우우우웅!

밑에서부터 불어오는 거대한 풍파에 람보르기니는 10m 높이까지 날아갔다.

[역중력 마법을 시전했습니다.]

그러다 천천히 깃털처럼 갓길에 안착했다.

부아앙!

건우는 그대로 람보르기니를 스쳐 지나갔다.

타앙!

그와 동시에 람보르기니에서 한 남자가 내렸다.

키는 180cm에다가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있는 올백머리의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주변을 살피기 바빴다.

“저 새낀가?”

그는 정확히 건우가 타고 있는 차를 노려보고 있었다.

“뒤졌어.”

남자는 즉각 람보르기니에 올라타려고 했다.

하지만.

위잉!

그런 그의 주변으로 순식간에 많은 경찰차가 몰려왔다.

차에서 내린 경찰관이 그에게 다가왔다.

“규정 속도위반에 보복운전 및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신고 당하셨습니다. 저희와 함께 서로 가주시죠.”

쿠구구구구구

거슬린다는 듯 그의 전신에서 투기가 일렁거렸다.

‘가, 각성자다.’

전신에 투기가 일렁거리는 것을 본 경찰관이 침을 꿀꺽 삼켰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권총을 꺼내 들어야 되나?

‘어, 어차피 권총은 소용없겠지?’

고민과 긴장을 하고 있는 찰나.

콰앙!

그는 차문을 닫으며 경찰관에게 말했다.

“빨리 끝내주십시오.”

“이,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선우유정입니다.”

“서, 선우유정?!”

뒤늦게 그의 얼굴을 알아 본 경찰들은 경악했다.

한국 S급 헌터, 서열 8위 선우유정.

아크 길드의 에이스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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