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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16화 (16/308)

16화

신장 5미터의 이족보행 몬스터.

그것은 하나의 몸에 흉악한 거대한 얼굴이 무려 두 개나 붙어 있었다.

“트, 트윈 헤드 오우거?!”

너무 놀라 그대로 멈춰버린 조광철을 트윈 헤드 오우거가 거칠게 발로 걷어찼다.

우지끈 콰앙!

방패가 단숨에 찌그러지면서 조광철과 함께 통째로 날아갔다.

“커, 커헉!”

몇 그루의 나무를 넘어트리고 난 후에야 간신히 자리에 멈춘 조광철은 동공에 빛을 잃고 파르르 몸을 떨었다.

피융!

하지만 완전히 정신을 잃진 않았는지, 곧바로 허리춤에서 비상용 폭죽을 꺼내 하늘로 쏘아 올랐다.

“……저 바보.”

서유라는 모든 능력을 사용해 재빠르게 트윈 헤드 오우거의 주변을 맴돌며 발목을 찔렀다.

쇄액! 서걱!

오우거는 발목의 살점이 상당히 잘려 나가며 피가 흘러내렸다.

콰앙!

트윈 헤드 오우거의 중심이 무너지며 몸이 기우뚱 기울었지만…….

스르륵!

상처 부위는 재빨리 회복이 이루어졌다.

“재, 재생 능력?!”

다시 몸의 균형을 되찾은 트윈 헤드 오우거는 정확히 서유라를 내려다보며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앙!

거대한 오우거의 주먹에 지면이 붕괴됐다.

아슬아슬하게 타격 범위에서 벗어난 서유라는 오우거의 팔뚝에 재차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오우거의 두꺼운 가죽과 근육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5성급이다.’

서유라는 아연실색했다.

5성급부터는 A급 파티, 혹은 S급 단독이 사냥해야 할 정도의 위험등급이기 때문이다.

콰앙!

그녀를 내려다보며 트윈 헤드 오우거가 연이어 주먹을 내질렀다.

“……!”

균열이 드러난 지반 때문에 한 박자 늦게 움직인 서유라는 레이피어를 들어 오우거의 공격을 흘려보냈다.

콰지지지지지직!

오우거의 주먹은 살점이 일부 갈려 나가며 서유라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빗겨나갔다.

“크윽!”

오우거의 공격을 흘려보낸 서유라가 인상을 확 찌푸렸다.

주르륵.

레이피어를 쥐고 있는 그녀의 양손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애초부터 그녀의 힘으로는 오우거의 근력을 견딜 수 없었다.

히죽!

서유라의 손에서 흘러내리는 피 냄새가 달콤했는지 트윈 헤드 오우거는 히죽 웃으며 다시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앙!

이번에도 주먹은 지면을 강타했다.

털썩!

직격은 피했지만 서유라는 권압과 지면을 강타한 충격의 여파에 휘말려 힘없이 날아갔다.

군침을 흘리던 트윈 헤드 오우거는 그대로 손을 뻗어 서유라를 집으려고 했다.

“크윽! 도망가세요! 누님!”

힘없이 날아가는 서유라를 보며 조광철은 어떻게든 몸을 버둥거리며 달려오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모든 게 늦었다.

후웅! 서걱!

바로 그 순간, 서유라와 트윈 헤드 오우거 사이로 한차례 날카로운 강풍이 스쳐 지나갔다.

서걱!

바람은 단숨에 오우거의 손가락을 뭉텅 잘라 버렸다.

크어어어어어억!

예상치 못한 상황에 트윈 헤드 오우거가 고통스런 비명을 내질렀다.

“……?!”

조광철은 모습을 드러낸 인물을 목격하고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녹색 후드티에 등에 짊어진 거대한 아공간 배낭. 그는 비행기에 마주친 F등급의 짐꾼, 최건우였다.

“혀, 형님.”

건우는 어느새 힘없이 날아가던 서유라를 안은 채, 조광철 옆에 서 있었다.

“다, 당신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서유라는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눈을 깜빡거렸다.

건우는 조광철을 쳐다보며 말했다.

“움직일 수 있지?”

“예, 예.”

“그럼 내 짐이랑 이 여자 보호하고 있어.”

건우는 그렇게 말하며 배낭이랑 서유라를 내려 두었다.

“혀, 형님 그, 그게 무슨 빨리 도망쳐야 된다고요.”

건우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네? 그, 그야 위험하니까.”

“괜찮은 사냥감이 있는데, 도망칠 이유가 어디 있어?”

건우는 씨익 웃으며 배낭에서 리자드맨의 도를 꺼내 들고는 트윈 헤드 오우거에게 다가갔다.

***

그르르르.

꿈틀.

윈드 커터에 잘린 손가락 절단면에서 뼈가 새로 생성되더니, 이내 살점이 다닥 달라붙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손가락을 재생한 트윈 헤드 오우거는 손을 쥐었다 펴 보이며 적의가 섞인 눈빛으로 건우를 바라보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짓밟아 깔아뭉개고 싶은 지 오우거의 목 근육에는 핏대가 잔뜩 올라와 있었다.

반면, 건우는 냉소적인 표정으로 트윈 헤드 오우거를 관찰했다.

<트윈 헤드 오우거>

-등급: ★★★★★

-설명: 명도의 상위 포식자, 트롤, 리자드맨 등을 섭취하고 변형된 변종 오우거.

발산하는 에너지양이 엄청나 늘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능력치

체력: 3080 공격력: 950 방어력: 1020 마력: 880

등급을 확인한 건우는 살짝 김이 샌 표정을 지었다.

“같은 5성급이어도 아라크네보다는 훨씬 약하네.”

그렇다고 방심하지는 않았다.

아라크네를 이긴 것은 어디까지나 기지를 발휘한 결과였을 뿐, 결코 실력의 차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살짝 불안해하는 세이비어 음성이 반지에서 흘러나왔다.

-어째, 도와주랴?

“지켜만 봐주세요.”

잠깐 동안 건우와 오우거의 눈이 공중에서 서로 맞부딪쳤다.

그러던 도중 트윈 헤드 오우거가 먼저 행동을 시작했다.

그워어어어어!

트윈 헤드 오우거의 주먹이 건우를 노리고 수직으로 내리 꽂혔다.

콰아앙!

쇄액! 서걱!

헤이스트를 시전해 단숨에 회피한 건우는 도를 들어 그대로 휘둘렀다.

니제르 제 일식, 암전.

검은 오러로 뒤덮인 건우의 도가 오우거의 팔에 한 바퀴 궤적을 그리며 파고들었다.

파지지직! 파앙!

하지만 오우거의 팔은 절반 정도만 베였을 뿐, 얼마 안가 상처가 회복되었다.

건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실전에선 아직은 무르나보네.”

니제르의 검은 오러를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마력을 올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깨달음까지 필요했다.

그워어어어!

트윈 헤드 오우거가 다시 포효를 토해 냈다.

우지지지직!

그러고는 곧장 엄청난 크기의 나무를 뿌리째 뽑아 건우를 향해 휘둘렀다.

콰콰콰콰콰쾅!

오우거의 엄청난 힘에 주변 지대가 초토화가 되기 시작했다.

“크으윽!”

오우거가 나무를 휘두르는 게 얼마나 요란했던지 건우는 5미터 남짓 날아가서 나무에 부딪쳤다.

“몸집만큼 힘도 어지간히 세네.”

건우는 찢어진 입가에서 흘러나온 피를 스윽 닦아내며 그동안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던졌다.

그런 건우에게 조광철이 소리쳤다.

“형님! 괜찮아요! 얼른 도망치시는 게!”

“네 몸이나 먼저 챙겨.”

건우는 조광철을 향해 피식 웃으며 다시 걸어 나갔다.

-저 오우거 녀석이 더 난동 부리면 여기는 진짜 작살날 것 같은데, 내가 나서서 헬파이어라도 날려 주랴? 지금의 너로는 좀 버겁다.

“왜요? 내가 이기는 게 불가능해 보여요?”

-쯧쯧, 괜한 객기 부리다가는 몸뚱이가 아작 날 수 있다.

세이비어의 대답에 건우가 입꼬리를 스윽 올렸다.

“하아, 편법이라서 이 방법은 굳이 쓰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네요.”

-뭐? 뭘?

건우는 세이비어의 물음을 뒤로 한 채 그대로 앞으로 걸어 나가며 중얼거렸다.

“헤이스트.”

우웅!

건우의 발끝으로 금빛의 마나가 모여들었다.

[헤이스트를 시전하셨습니다. 민첩이 70퍼센트 상승됩니다.]

“칭호 변경.”

[칭호가 ‘독의 여왕’으로 변경됩니다.]

<칭호: 독의 여왕>

-치명적인 독을 내포하고 있는 여왕을 잡는 데 공훈을 이룬 자에게 주어지는 업적입니다.

*무기에 치사율 98퍼센트 독(인간 기준)이 자동으로 인챈트 됩니다.

*주의! 인챈트 된 노멀 등급 무기는 내구도 0으로 하락됩니다. 레어 등급부터는 내구도가 반 토막이 됩니다.

리자드맨의 도에서 뽀글뽀글 보랏빛의 독기가 피어올랐다.

그워어어어어!

멀쩡하게 서있는 건우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트윈 헤드 오우거는 재차 큰 포효를 쏟아내며 건우에게 돌진했다.

[초감각을 시전했습니다.]

건우가 초감각 스킬을 발동하기가 무섭게 트윈 헤드 오우거의 몸이 급격히 느려졌다.

그리고 순간 건우의 몸은 바람이 되었다.

푸욱!

건우가 가장 먼저 노린 곳은 트윈 헤드 오우거의 발등이었다.

검이 꽂히기가 무섭게 오우거의 피부로 살벌한 독기가 파고들었다.

그워어어어!

콰앙!

그러나 피부로 파고드는 독기의 조짐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는지, 트윈 헤드 오우거는 건우를 향해 나무를 뽑아 집어던지더니 그를 잡으려고 했다.

챙강!

일부러 검신을 부러뜨린 건우는 이번에는 오우거의 대퇴부를 향해 부러진 검을 찔러 들어갔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금빛에 둘러싸인 검신에 철가루가 붙으며 검이 원래 형태로 복원됐다.

그리고 다시금 독기에 물든 검이 오우거의 대퇴부에 그대로 꽂혔다.

푸욱! 푸욱! 푸욱! 푸욱!

그렇게 건우는 트윈 헤드 오우거의 몸에다 같은 행위를 반복했다.

초감각을 이용해 질풍처럼 쏘다니는 건우의 움직임을 트윈 헤드 오우거는 잡을 수가 없었다.

그아아아아아앙!

그렇게 계속해서 부러졌다 복원되는 검이 트윈 헤드 오우거의 팔부터 시작해, 다리, 가슴, 복부 가릴 것 없이 꽂혔다.

건우는 그래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계속해서 오우거의 몸을 들쑤셨다.

멀리서 둘의 전투를 지켜보던 서유라와 조광철의 눈에는 여기저기 빛줄기가 반짝이는 걸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말도 안 돼. 저게 어떻게 F급의 짐꾼이야?”

“짐꾼이라고?”

조광철이 중얼거리는 말에 서유라는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저건 누가 봐도 S급이잖아.”

“하, 하지만 기내에서 F급이라고 신촌 싸이코 형제들이 말했잖아요.”

조광철과 서유라가 한창 건우의 정체에 대해서 떠들 때, 건우 역시 슬슬 몸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정말 대책 없는 오우거네. 검을 14개나 꽂았는데도 아직도 독이 안 듣는단 말이지.”

그러나 건우의 말과는 달리 독은 충분히 트윈 헤드 오우거의 몸을 파고들어 괴롭히고 있었다.

지금까지 흉포하기만 하던 오우거의 기세가 점점 사라지면서 몸이 둔해진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쾅! 쾅! 쾅!

그래도 오우거의 몸부림은 여전히 주위의 지형에 영향을 줄 정도로 막강했다.

‘그렇다면?’

휘익!

건우는 방법을 바꿔 오우거의 팔을 타고 발을 굴렸다.

그의 목표는 오우거의 두 얼굴 중 하나였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

우웅!

건우는 들고 있던 부러진 검신을 다시 예리하게 복원하며 이번에는 검은 오러까지 뒤덮었다.

그워어어어!

트윈 헤드 오우거는 자신의 얼굴을 향해 달려오는 건우를 떼어 내기 위해 팔을 힘껏 휘둘렀다.

타앗!

건우는 그대로 오우거의 팔을 지지대로 삼아 발을 박차 단숨에 오우거의 얼굴까지 도약했다.

그러고는 아주 자연스럽게 검을 휘둘렀다.

니제르 이식, 사편.

뱀처럼 굽이굽이 움직이는 검이 단숨에 오우거의 한쪽 눈을 갈라버렸다.

크아아아아앙!

거센 울부짖음과 함께 오우거의 눈에서 피가 철철 흘러넘쳤다.

눈에 입은 상처에 단단히 겁을 먹었는지 오우거가 두 손으로 상처가 난 얼굴을 가렸다.

“한쪽 얼굴은 못 가리지.”

건우는 피식 웃으며 검을 던져 버렸다.

파직!

어느새 그의 두 손에서는 강렬한 벼락이 맺혀 있었다.

[더블 체인 라이트닝을 발동했습니다.]

콰르르릉!

그렇게 생성된 두 줄기의 벼락이 남은 한쪽 얼굴의 두 눈동자에 그대로 적중됐다.

크어어어어엉!

벼락에 직격된 오우거의 두 눈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새까맣게 타 버리자 오우거는 끔찍한 고통을 토하며 도망치려고 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저릿저릿!

오우거는 팔과 다리 할 것 없이 온몸이 마비되어 그대로 한쪽 무릎을 풀썩 꿇었다.

그워워워워!

전신으로 스며드는 독으로 인해 핏줄이 검게 변하면서 팽팽해지자, 오우거는 뒤늦게 자신의 몸에 꽂힌 검신을 제거하기 위해 검신에 손을 갖다 댔다.

파지직!

하지만 검신에 형성된 결계는 오우거의 손을 뿌리쳤고, 검은 더욱 깊이 파고들며 고통을 줬다.

건우는 느긋한 표정을 지으며 읊조렸다.

“한 백 개쯤 꽂아주려 했는데 아깝네, 생각보다 중독이 빠르네.”

쿠쿠콰앙!

그워어어!

건우의 시니컬한 목소리를 들은 건지, 트윈 헤드 오우거는 몸을 버둥거리며 어떻게든 건우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저, 저럴 수가 모, 몬스터가 사람한테 도망을 간다고? 그것도 트윈 헤드 오우거가?”

조광철은 경악했다.

오우거 같은 대형 몬스터들은 투지가 강해서, 죽더라도 맹렬하게 전투 끝에 죽는 것이 특징이었다.

한데, 결코 후퇴를 모르는 오우거 몬스터가 고양이 앞의 쥐처럼 덜덜 떨고 있다.

“…….”

서유라 또한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건우는 땅에 떨어뜨린 리자드맨의 도를 다시 손에 쥐며 오우거의 앞에 섰다.

주륵!

트윈 헤드 오우거.

그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양쪽 눈을 잃은 오우거의 얼굴은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오우거는 남은 한쪽 얼굴의 왼쪽 눈으로 건우를 살펴보며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었다.

건우가 쓰러져있는 오우거의 얼굴로 다가가 나지막하게 한마디 말했다.

“잘 가.”

……두근두근 뚝.

그와 동시에 오우거의 심장이 그대로 멈췄다.

도저히 인간이라 생각되지 않는 건우의 전투력과 잘 가라는 한마디에서 나오는 죽음보다 더한 극도의 공포, 그리고 함께 몸에 침투한 독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 잘 가라니 이 냉정한 녀석아, 오죽하면 그대로 심장이 멎겠냐?

세이비어는 건우와의 내기는 꿈에도 잊은 채 핀잔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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