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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리커버리 마도사-8화 (8/308)

8화

귀환 후 사흘.

집 안에서 벌어진 일을 건우는 간단히 수습했다.

이제는 자신의 상태를 헌터 협회에 보고하고 수습하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간단히 처리될 것 같던 일은 예사롭지 않게 흘러갔다.

“소실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죠?”

서울 헌터 협회 본부.

안내 데스크에서 신원 및 신상 정리를 마친 건우에게 안내원, 길상미가 한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 말대로 신원 회복은 모두 마쳤지만 헌터 자격은 소실됐어요.”

“이유가 뭐죠?”

“근래 들어서 법이 바뀌어서 그래요. 기억하시죠?”

“네.”

건우는 작년에 헌터 협회에서 발표했던 뉴스 내용의 일부를 떠올렸다.

-김민준 헌터 민간인 살해 혐의로 긴급 체포.

-잠재성 A급 헌터, 사망! 원인은 실전 경험 부족!

-헌터 자격 기준 실로 미약, 대폭 강화 적극 검토.

“헌터 자격 시험이 강화됐다는 내용이잖아요. 근데 저는 이미 헌터 자격이 있는 각성자인데요?”

“한 가지 더 추가됐어요. 행방불명되고 한 달 이상, 혹은 활동불가 부상을 입은 헌터는 자격 소실이 될 거라고요.”

“하아.”

건우는 절로 한숨이 나오고 말았다.

“재시험은 치를 수 있는 거죠?”

“물론, 가능하죠. 헌터는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측정기에 손 올리는 것 외에도 또 뭐가 추가됐나요?”

“네. 추가적으로 실기시험이 추가됐어요.”

“그럼 시험은 어떻게 치르나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어요.”

길상미는 안내 책자를 건우에게 건네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하나는 양성소에서 교육을 받는 방법이에요.”

건우의 낯빛이 심각해졌다.

“아카데미로 가라는 건가요?”

아카데미에서 수료식까지는 대략 3년.

정부에서 지원을 해 주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저것 비용이 많이 들었다.

건우의 걱정에 길상미가 고개를 저으며 그를 안심시켰다.

“아카데미랑 달라요. 등록 및 교육비 100만 원, 양성소 수료 기간은 2개월이에요. 인원모집 때문에 시작하는 데는 1개월쯤 걸리지 않을까 싶네요.”

‘너무 길어.’

건우가 질색하며 재차 물었다.

“다음 방안은요?”

그러자 길상미가 우려스럽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별로 추천 드리고 싶지는 않은데, 서바이벌 제도가 생겼어요.”

“서바이벌이요?”

생전 처음 듣는 시험 방식에 건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시험 비용은 무료, 어떤 섬에서 일주일간 생존하는 거예요.”

“그게 끝이에요?”

당연히 아니라며 길상미가 고개를 저었다.

“그냥 섬이 아니라 던전 브레이크가 연달아 일어나서 몬스터가 깔려 있는 섬이에요. 섬 이름은 명도예요.”

“명도요?”

“네. 참고로 정부에서도 통제를 포기한 곳이에요. 현재까지 성과라고는 안전구역 하나 만든 게 전부예요.”

건우는 인상을 홱 찌푸렸다.

“그건, 그냥 죽으라는 거네요. 그러면 등급은 어떻게 매기고 혜택은 뭡니까?”

“살아남기만 하면 B급이에요. 강한 몬스터를 잡아 오시면 A급~S급으로 판별될 거고, 혜택으로는 정부 공공시설을 모두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요. A~S급 판정을 받으신 분들은 무료 이용에 헌터 협회에서 정보를 열람하는 것도 포함돼요.”

건우는 길상미의 말에 눈을 반짝 빛냈다.

대형 길드조차 헌터협회에서 정보를 제공받고 움직이는 게 한국 내 상황이다.

평소에는 협회가 길드에 정보를 건네주는 것이 원칙으로 이때는 당연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길드가 협회에 정보를 요청하는 경우, 그 정보열람 이용료의 단위가 억대였다.

길상미는 하던 이야기를 마저 이어 나갔다.

“참고로 A급 이상은 지금까지 2명밖에 배출이 안 됐어요. 오히려 사망자가 더 많이 발생했죠. 제 말 무슨 이야기인 줄 아시겠죠?”

“할게요.”

“네. 포기하시길 정말 잘한 선택…… 네?”

길상미는 눈을 부릅뜨며 자기도 모르게 반문했다.

“F급 헌터에 겨우 살아서 귀환하신 분이 무슨 배짱으로요?”

“……팩폭이 마음이 아픕니다.”

“흐흠,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물을게요, 서바이벌에 참가하시겠다는 거 맞죠?”

“이견은 없습니다. 참가하겠습니다.”

“후우, 그럼 여기 서류에 사인해 주시겠어요?”

건우는 그녀가 건네준 참가 동의서를 훑어본 뒤, 곧바로 사인했다.

“자세히 읽어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다 읽었어요. 별 특별한 내용은 없던데요.”

“역시 대충…….”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죠?”

본인 일인데도 건우는 빙그레 웃으며 여유를 보였다.

길상미는 건우에게서 동의서를 전달 받고 키보드를 두들기며 말했다.

“1주 뒤 오전 11시, 장소는 인천공항. 최건우 씨 이름으로 접수 마쳤습니다.”

“네, 확인했어요.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용무가 있는데요.”

“말씀해 주세요.”

“마정석이랑 무기를 팔고 싶어요. 기존 시세에 40퍼센트 싸게 내드릴 수 있어요.”

“네? 40퍼센트씩이나요?”

“……뭐죠? 그 눈빛은?”

건우의 추궁에 길상미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지하에 있는 감정소로 내려가시면 돼요.”

“감사합니다.”

등록을 마친 건우는 그대로 발길을 옮겼다.

등에는 짐꾼의 상징인 큼지막한 아공간 배낭을 메고 있었다.

길상미는 감정소로 가는 건우를 쳐다보다 다시 한 번 건우의 프로필을 살펴본 뒤, 중얼거렸다.

“흐음, 아무리 봐도……. 뭐 특별한 게 있나?”

***

[협회 본부, 지하 감정소]

자동문이 활짝 열리며 감정 직원, 이상진이 건우를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물건을 팔러 왔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네.”

건우는 메고 온 아공간 배낭에서 무기를 꺼내 들었다.

아이템을 확인하고 있던 이상진은 자기도 모르게 코웃음을 쳤다.

‘뭐야? 그냥 양제철검이잖아.’

탁.

실망하기가 무섭게 다른 종류의 검이 올라왔다.

‘흐음, 이건 바스타드 소드네. 지금 보니까 상태도 좋아 보이고.’

탁탁.

건우는 또 두 자루의 검을 올렸다.

‘어라?’

이상진은 조금 당황했다.

어째 조금씩 늘더니 테이블이 꽉 찼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꺼낸 물건 중에는 팬텀울프의 발톱 같은 다소 희귀한 재료 아이템도 엿보였다.

‘뭐가 이렇게 많아. 어디 길드 심부름이라도 왔나?’

“자, 잠시 아이템 좀 확인해도 되겠습니까?”

“네. 전 아직 다 꺼내야 되니까 확인해 주세요.”

“…….”

스윽.

이상진은 검집에서 검을 슬쩍 뽑았다.

마치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는 듯한 예리함, 그리고 광택이 무척 짱짱했다.

‘이게 말이 돼? 완전 1등급이잖아.’

감정소에 오는 무기들은 팔더라도 약간은 날이 무디기 마련.

한데, 이건 한 번도 쓰지 않은 것 같았다.

탁!

때마침 건우는 그의 앞에 오크 글레이브까지 올려놨다.

‘오, 오크 글레이브?’

이상진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꿈틀거렸다.

분명 노멀 등급이기는 하지만 사용의 편의성과 위력적인 공격력 때문에 선호가 높은 아이템이었다.

오크 블레이브의 가격은 대략 사천만 원.

본래 가격은 팔백만 원 안팎이지만, 시장에서 보기 힘든 희귀성 때문에 가격이 올랐다.

날을 확인해 보니, 역시 상태가 깔끔했다.

“이제 더 없나보다.”

배낭을 탈탈 털던 건우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전부 시세보다 40퍼센트 낮춰서 팔게요.”

“40퍼센트요?”

이상진은 휘둥그레 눈을 뜨며 생각했다.

‘미친놈인가?’

세상에 어떤 놈이 1억 받을 거 4000만 원을 빼고 받는단 말인가.

“괘, 괜찮겠습니까? 시중에 파는 것보다 훨씬 상태가 좋은데요?”

“네. 상관없어요.”

건우의 입장에서는 그냥 주운 무기를 파는 터라 아쉬울 게 전혀 없었지만, 이상진으로서는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어디 범죄에 쓰이는 거 가지고 온 거 아니야?’

“잠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그러세요.”

“금방 오겠습니다.”

이상진이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성큼성큼 사라지자 건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 마디를 남겼다.

“표정이 왜 저래? 화장실 가고 싶나?”

헌터 협회 본부 지하.

그곳은 아이템을 감정하고 제작하며, 연구하는 시설이 구비돼 있었다.

시설 책임자는 미하노프 두로.

그는 과거 탑에서 내려온 드워프로, 협회 사람들 사이에서는 옹고집 영감탱이로 소문이 나 있었다.

“흐음.”

현재, 미하노프는 돋보기안경을 쓰고서 어떤 유물에 대해 감정하고 있었다.

모양은 둥그런 호박을 닮았지만 색은 붉은 목걸이.

지금까지 탑에서 다양하고 진귀한 물건을 만져 본 그로서도 처음 보는 유물이었다.

“여러 가지로 곤란하게 해 주는군.”

그는 옆에 있는 책자를 펼쳐 보며 자료를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았다.

바로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며 이상진이 그를 불렀다.

“본부장님. 급한 일입니다. 지금 한번 내려와 주실 수 있을까요?”

미하노프가 인상을 확 구겼다.

그는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 신경을 거스르는 걸 가장 싫어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협회장이 불러도 방해가 되면 당장 꺼지라며 물건을 집어 던지기 일쑤였다.

“나를 왜 불러? 너희 선에서 처리해.”

“그, 그게 좀 이상해서 자문을 구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머뭇거리며 말하자, 미하노프가 발끈했다.

“너 이름 뭐야?”

“이, 이상진입니다.”

“언제 왔어?”

“방금 왔는데요.”

“나랑 지금 말장난하자는 거야? 일한 지 얼마나 되었느냔 말이다?”

“이, 입사한 지 한 달 됐습니다.”

“내가 한 번만 봐주고 넘어간다. 알았냐? 다음에는 뒤통수 날아갈 줄 알아.”

“네!”

이상진은 등을 꼿꼿이 세우며 생각했다.

‘드워프가 아니라 완전 한국에 있는 진상 상사잖아.’

상진의 속을 알 길이 없던 미하노프가 버럭 화를 냈다.

“아, 뭐해? 문 열어.”

“네!”

잠시 후.

미하노프는 테이블에서 건우가 내놓은 무기를 확인하고 있었다.

“흐음.”

그는 검신을 손으로 스윽 만져 보며 건우를 슬쩍 쳐다봤다.

“보아하니 손질이 잘 돼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사용하지 않은 것 같은데, 무슨 의도로 이렇게 싸게 내놓으신 건지.”

“싸게 팔아야 빨리 팔릴 거 아니에요?”

“…….”

미하노프는 이제야 신입 직원이 왜 자신을 불렀는지 알 것 같았다.

협회 입장에서는 너무나 좋은 조건이다.

한데, 파는 당사자인 건우의 전혀 아쉬울 게 없다는 표정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듣는 드워프 더럽게 찝찝하게 만드는 대답이군.”

“전혀 문제 될 거 없으니까 안심하세요.”

건우는 피식 웃다가 미하노프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를 보며 말했다.

“호오, 기동석이라 진짜 오랜만에 보네.”

미하노프의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

“……고객님, 방금 뭐라고 했습니까?”

“제가 뭐라고 했나요?”

“시치미 떼지 마! 이게 기동석이라고 했잖아!”

“음.”

건우는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모른 척하는 게 답이려나.’

자고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아니 드워프 속은 모른다고 했다.

‘그래. 괜히 아는 척 나섰다가 뭐 되겠어.’

건우가 고개를 저으려는 찰나, 미하노프가 묘한 웃음을 일으키며 이상진에게 말했다.

“이것들 정가 그대로 1억에 구매해.”

“네? 보, 본부장님. 하지만.”

“말대꾸하면 대가리를 모루에다 집어넣어 버린다.”

“히익, 깔끔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이상진은 미하노프의 눈초리에 고개를 푹 숙이고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안 그래도 되는데요.”

건우가 불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자, 미하노프가 답했다.

“신경 꺼. 물건의 가치를 결정하는 건 그 주인이 될 사람이야.”

“아.”

장인 정신이 깃든 미하노프의 한마디에 건우는 내심 감동했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뿐이었다.

곧바로 미하노프가 본심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럼 나 좀 잠깐 볼까? 시간 되지? 고객님.”

탁탁.

그는 손바닥을 망치로 두들기며 건우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러죠.”

도망치면 망치가 날아올 것 같은 예감에 건우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직원이 안내해 줄 테니 내 방으로 먼저 가 있게. 이건 보안카드키야. 난 여기 일 좀 마무리하고 바로 올라가지.”

“그렇게까지 말씀을 하시니 어쩔 수가 없네요. 그럼 먼저 올라가 있을 게요.”

건우는 반강제적으로 본부장실로 향하게 되었다.

그 광경을 보다 못해 반지에서 세이비어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죽고 싶나? 저 싸가지 없는 난쟁이 똥자루가 감히 내 손자를 협박해.

건우는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으로 조용히 말했다.

“……할아버지 욕은 어디서 그렇게 찰지게 배웠어요?”

-크흠, 그 아침마다 하는 ‘막장 마도사의 귀환’ 드라마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구나.

“앞으로 티비 시청은 두 시간으로 제한할게요”

-죽을래?

세이비어의 반협박에도 불구하고 건우는 묵묵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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