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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328화 (328/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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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부. 괴수의 왕

레오니드의 몸에서 뻗어나간 나뭇가지로 직접 공격을 해서 괴수를 그 자리에서 바로 죽이기도 했다.

야로슬라프는 덩치가 적은 녀석들 몇을 허공에서 낚아채서 그대로 제 품에 꽉 끌어안았다.

야로슬라프의 몸 안에 갇혀있던 괴수들이 육즙을 흘리면서 으스러지는 모습은 꽤나 역겨웠지만 남의 싸움에 시선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곧 괴수들이 고양이 섬에 내려앉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순간 지우가 차크라를 뻗어 선두에 있던 녀석들을 관통해 척살했다.

한 번에 삼, 사십 마리가 죽는데도 감탄할 틈도 없었고 잠시라도 안심을 할 틈이 없었다.

헌터에 의해서 사라진 괴수의 자리는 곧바로 다른 괴수에 의해서 채워졌다.

끝이 없었다.

태인이 괴수를 공격하던 중, 멀리 하늘에서 변함없는 속도로 괴수들이 날아오는 것을 보다가 잠시 괴수의 움직임을 놓쳤다.

괴수는 태인이 방심한 순간을 놓치지 않았고 한꺼번에 세 마리가 태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미하일이 몸을 날려 그 녀석들을 빨아들이지 않았다면 태인은 몸뚱아리가 갈가리 찢겨져 나갔을 것이다.

고맙다는 말을 나눌 정신도, 미안하다는 말을 할 정신도 없었다.

아키라와 레이카의 몸 속에서는 그들이 봉인해 두었던 모든 괴수가 전부 나와서 싸우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히 그들에게 무리가 되는 행동이었다.

한꺼번에 여러 마리의 괴수를 나오게 해서 싸운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날은 모두가 자신의 틀을 깨고 나와야만 했다.

라쿠조차도 용기를 냈다.

라쿠는 눈이 없는 괴수였지만 저를 잔뜩 둘러싼 엄청난 괴수의 기운을 느꼈다.

라쿠가 입을 벌린 것은 꼭 겁을 먹고 턱을 떨어뜨린 것처럼 보였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벌어진 입 속으로 괴수들이 들어갔다.

라쿠의 혀가 부지런히 움직였다.

날지 못하는 괴수들은 바다를 헤엄치는 괴수나 하늘을 나는 괴수에 의해서 운반되는 중이었고 하늘을 나는 괴수들이 날지 못하는 괴수들을 고양이 섬으로 떨어뜨리면 라쿠는 파리를 잡아먹는 개구리처럼 혀로 낼름낼름 가져다 먹었다.

아키라의 몸 속에서 나온 다른 괴수도 자기가 괴수 한 마리를 끝까지 처리하려고 노력할 것 없이 쓰레기 처리장 같은 라쿠의 입 속으로 집어넣어 버리면 되겠다고 생각을 하고 괴수들을 대충 기절을 시키거나 크게 몇 갈래로 절단만 해서 라쿠의 입 속으로 던졌다.

괴수끼리의 싸움에서는 체력을 고갈시킬 필요도 없었고 괴수가 괴수에게 입은 상처는 회복되지도 않았기에 아키라와 레이카의 괴수들이 큰 역할을 수행해 주었다.

서규태와 이익헌은 괴수를 공격하는 한편 다른 헌터들의 차크라가 심각하게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계속해서 살폈다.

그리고 결국 서규태가 신호를 보냈고 시현이 한 번 더 나서기로 했다.

시현의 차크라에 다시 한 번 하늘과 바다가 깨끗한 색을 되찾았지만 그 후에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더 많은 괴수가 한꺼번에 덤벼들었다.

“보빗이예요. 보빗이 와요!”

시현이 소리쳤다.

시현은 그동안 괴수의 위치를 탐지하는 것은 거의 되지 않았지만 보빗의 위치를 알아볼 수 있을까 해서 시도했다가 그것이 성공한 것이다.

“그 비열한 놈이 이제 오기로 했다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걸 거다.”

이익헌이 소리쳤다.

“콜로니 몇 백 개 분량의 괴수들이 왔으니까 이제는 보빗도 총알이 떨어질 때가 됐지.”

서규태가 말했다.

“그럼 이제부터는 하던대로만 하면 되는 거죠?”

시현은 자기가 한 번 더 차크라로 쓸어버리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차크라가 모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 빠른 시간동안 과도한 공격을 감행해서 그런 것 같다고 효재가 말했다.

“너도 셸터로 들어가 있어.”

무영이 말하자 야나가 달려왔다.

“그래. 야나가 너 하나 정도는 지켜주겠지. 수고했어. 안시현. 지금부터는 이 형님이 하시는 걸 구경이나 하라고.”

무영이 지껄여댔지만 야나는 시현만 태워가지고 잽싸게 달아나버렸다. 그래서 시현은 무영이 한 말을 아예 듣지도 못했다.

차크라가 응집되지 않은 것은 시현을 보호하려는 괴수 차크라의 대응책이었다.

시현이 하는대로 놔두면 시현은 아낌없이 저를 희생해서 제 동료와 클랜 A를 구할 거라는 생각에 시현의 차크라가 스스로 제동을 걸어버린 것이다.

치맛바람 일으키는 엄마 본성이 다시 발동한 것인데 그것 때문에 시현은 답답해서 죽을 것 같았다.

그리고 보빗이 나타났다.

보빗은 바다를 헤엄쳐오는 괴수의 등에 올라타 섬으로 접근했다.

그때까지도 하늘과 바다에는 헌터들이 해치우지 못한 괴수들이 800마리도 넘게 있었고 슬슬 섬으로 올라온 괴수들의 수가 점점 많아졌다.

헌터들이 끝없이 그 수를 줄여가고 있기는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라쿠는 그 크기를 불려가면서 괴수들을 잡아먹다가 보빗이 나타난 것을 알고 아키라의 차크라 회오리를 만들어 아키라에게 도망쳐버렸다.

잘 싸워주던 라쿠까지 사라지고나니 아키라와 레이카의 괴수들이 그런 식으로 도망쳤다.

라쿠처럼 스스로 차크라 회오리를 조종하지 못하는 괴수들은 아키라와 레이카의 몸을 퉁퉁 건들면서 빨리 다시 봉인을 시키라고 재촉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아키라와 레이카가 그 녀석들의 말을 순순히 들어줄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아예 두 사람이 싸우지도 못하게 막아서면서 계속 건들어대는 통에 나중에는 어쩔 수 없이 괴수들을 회수했다.

시현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을 깨닫고 다시 차크라 기둥을 쏘아 올리려고 했지만 시현의 안에 있는 괴수 차크라가 완강히 협조를 거부했다.

시현은 모르고 있었지만 시현이 그 괴수들을 향해서 사용한 차크라는 콜로니에서 썼던 것보다 열 세 배는 더 많은 양이었다.

이제 거의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 즈음이었다.

언덕 쪽에서 땅이 치솟아 올랐다.

순식간에 지형이 바뀔 수도 있을만한 수준이었다.

땅이 치솟으면서 흙이 큐브를 만들었다.

큐브가 괴수를 가둔 채 공중에서 폭파되고 다시 새로운 괴수를 향해 큐브를 만들었다.

공중에 만들어지는 괴수의 무덤이었다.

그 일이 얼마나 빠르게 이루어지는지, 한꺼번에 공중에 떠오르는 큐브가 수 십 개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큐브는 오래 유지되지도 않고 그대로 터졌다.

큐브가 터지면 흙무더기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러프 스톤이 같이 떨어졌다.

언덕 위에서만 만들어지던 큐브가 점차 해안가 쪽으로 내려왔다.

헌터들은 그것이 자기들까지 공격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서로 모여들었다.

“레오니드! 벽을 만들어줘. 헌터들을 위한 셸터를 만들어줘. 그 위는 내 차크라로 덮을 테니까.”

지우가 소리쳤다.

그러나 흙이 솟구치면서 만들어지는 큐브는 괴수들만을 노렸다.

괴수들이 갑자기 나타난 큐브 공격에 시선을 뺏기고 있는 동안 땅이 움직였다.

어딘가에서 빠른 속도로 괴수가 땅을 파면서 그 아래에서 이동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보빗과도 비슷한 움직임이어서 헌터들은 보빗이 땅 밑에서 공격을 해온다고 생각했지만 갑자기 땅 위로 가느다란 촉수가 뻗어올라와서 괴수들의 발을 채서 믿을 수 없는 힘으로 바닥으로 끌고 내려갔다.

괴수들의 분열을 이해하지 못해 두리번거리던 헌터들의 눈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타난 말 안 듣는 괴수가 있었다.

붉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주비였다.

“주군의 신하들입니다. 수는 적어도 쓸만할 겁니다. 이 주비가 보증할 수 있어요.”

주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절벽에서는 몇 마리의 괴수가 계속해서 더 나오고 있었다.

마치 콜로니가 오픈된 것과도 비슷한 모습이었지만 그 안에서 나오는 괴수들은 헌터들의 아군이었다.

그 중에 헌터들이 잊지 못할 녀석들이 있었다.

라이어 버드였다.

“우리를 보니까 반갑나봐요.”

“말을 못하네.”

“말도 못하게 고마운 거죠.”

공중에서 임정과 지우의 목소리가 번갈아가면서 들렸다.

콜로니에서 그들을 공격했던 라이어 버드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헌터들은 그 녀석들을 보면서 뒷골이 당겨왔지만 라이어 버드가 보빗의 수하들을 상대로 싸우는 것을 보고 자신들도 싸움을 다시 시작했다.

라이어 버드는 괴수들 사이를 날아다니면서 괴수들이 내는 소리를 외우고 그 소리를 내고 돌아다니면서 괴수들에게 혼란을 일으켰다.

동족이 섬의 먼 곳에서 부르는 것 같아 달려가다가 함정에 빠져 죽게 되는 괴수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러나 라이어 버드의 진짜 실력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잔머리를 쓰는 것으로만 너무 알려져서 그렇지 라이어 버드도 그 괴력의 수준이 상당했다.

라이어 버드는 실력 발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질 때는 완력을 행사했다.

가령 헌터들이 위험에 빠진 것을 봤을 때는 곧바로 날아가서 그들을 구해냈다. 그렇지만 그 방법을 오래 사용하지는 않았다. 라이어 버드는 어떤 게 더 효율적인지를 생각할 줄 아는 괴수들이었다.

라이어 버드는 섬의 이쪽 저쪽으로 날아다니면서 보빗의 소리를 냈다.

퇴각하라는 명령과, 퇴각하는 자들은 모두 죽이라는 명령을 같이 내려서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게 했다.

진짜 괴수의 왕은 보빗이라는 소리를, 보빗의 최측근인 괴수들의 소리로 내고 다니기도 했다.

라이어 버드의 심리전은 효과를 보았다. 헌터들은 라이어 버드가 자기들을 상대로 그런 짓을 하고 다니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라이어 버드가 만들어낸 혼란으로 싸움은 새로운 양상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보빗은 라이어 버드에게 현혹돼서 분란을 일으키는 녀석들을 가차없이 쓸어버렸다. 보빗의 커다란 턱이 라이어 버드에게 조종당해 혼미해진 상태의 괴수들을 부수었다.

보빗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다른 명령은 없다. 끝까지 싸워라.

괴수들은 다시 정신을 차렸다.

시현도 다시 싸우려고 헌터들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리려고 했을 때 시현은 제 몸이 제 의지와 다르게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 아래에 보빗이 있었다.

시현은 자기가 지금 보빗의 머리 위에 올라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빗의 몸은 순식간에 커져서 고양이 섬의 절벽으로 올라갔다.

헌터들이 시현을 바라보았다.

시현이 보빗에게 붙잡힌 것을 보고 지우와 익헌이 보빗을 향해 달려왔지만 보빗의 주위에 순식간에 괴수로 만들어진 거대한 성벽이 생겨났다.

“시현아!”

지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우의 차크라가 한번에 수십 개의 줄기로 갈라지면서 괴수들을 죽였지만 괴수들은 보빗의 주위를 둘러싸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듯이 그곳을 향해 달려들어 자리를 채웠다.

주비조차 방법을 찾지 못하고 쩔쩔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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