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급부터 레벨업-243화 (24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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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부. 꼬꼬마 헌터

“뭐래. 병신이.”

길무영을 향해 한 마디를 해놓고 시현은 스마트폰에 저장해 두었던 동영상을 찾아서 길무영에게 다가갔다.

“너 이 동영상 알지?”

갑자기 스마트폰을 확 들이미는 바람에 맞는 줄 알고 저도 모르게 움찔한 길무영은 괜히 화가 나서 발로 시현을 차 버리려고 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멈췄다. 안시현을 때렸다가 오히려 자기들이 당하고 병원에서 뼈조각을 맞추고 깁스를 했다는 놈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그런데다 어느날부터 이자식이 갑자기 너클을 하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게 익스트림 헌터의 무기 마스터가 만든 특수 무기라는 소문이 전해졌다.

그 소문을 널리 퍼뜨려주신 분은 민효재님이었다. 민효재는 시현으로부터 그 얘기를 듣고 거의 광분할 정도로 놀랐고 정말이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해댔다. 이게 진짜 익스트림 헌터의 무기냐, 정말로 거기 무기 마스터님이 너를 위해서 특별히 만들어 준 게 맞다는 거냐 라는 질문을, 옆에 누가 있든지 상관하지 않고 물어댄 덕에 마침 지나가면서 들은 놈이 그 얘기를 전하고 전하고 전해서 결국 길무영의 귀에까지 들어오게 된 것이다.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체육대회때 단체사진을 찍은 걸 보고 아버지가 했던 질문이었다. 아버지는 다른 애들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갖지도 않고 사진 속의 안시현만을 가리켰다. 그러면서 얘가 누구냐고 물었다. 길무영이 대답을 하자 묘하게 웃더니 좋은 경쟁자가 될 것 같다고 말했던 것이다. 안시현을 아시냐고 했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답도 나오지 않았다.

이사장이 대하는 걸 봐도 그렇고 헌터 아카데미의 레오니드 교수가 대하는 걸 봐도 그렇고 안시현한테는 분명히 뭔가 있기는 한 것 같은데 그 뭔가가 뭔지를 몰라서 골이 빠개질 지경이었다.

“옥상에 있는 남자. 누군지 아냐?”

시현이 묻자 길무영이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애기 안고 있는 남자 말이야.”

시현이 조급증을 드러내며 다시 물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사람들이 그걸 알아내려고 난리를 쳤어도 못 알아냈는데.”

역시 이 자식한테 기대하는 게 아니었다고 생각하면서 시현은 레오니드를 찾아 헌터 아카데미로 향했다.

“야, 인마! 어디가!”

“조퇴했다고 해.”

“하이, 저 개새끼. 내가 너 데려다주기로 한 거잖아!”

그렇게 말하고 길무영은 시현을 쫓아서 같이 뛰었다. 말을 해 놓고 저도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뭐.

데려다주고 저는 돌아왔다고 하면 되는 거지, 왜 쫓아가고 있다는 말인가.

사실, 안시현의 인맥을 얻어타고 레오니드 교수에게 얼굴 도장을 한 번 찍어놓고 싶은 거였지만 솔직하게 말을 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안시현. 그 남자랑 아기 빼고는 내가 알려줄 수 있는데.”

길무영이 던진 말이 시현을 세웠다. 시현은 저벅저벅 길무영에게 돌아왔다.

시현은 익헌 삼촌이랑 비슷해 보이는 남자를 가리켰다.

“이 사람 알아?”

“이익헌 헌터님이고. 바디 펌 사장이야.”

“바디…펌?”

“그래. 설마 바디 펌도 모르냐?”

“그게 아니라……. 거기 사장이 왜?”

“질문이 뭔 병신이냐? 거기 사장이 왜냐니? 다른 일들을 겸하다가 클랜 A가 된 사람들이 많아. 여기 이 분은.”

길무영의 손가락이 임정을 가리키는 것을 보고 시현의 심장이 바깥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이 분은 치안대장님이잖아.”

“뭐?”

“이 새끼봐라. 진짜 아무 것도 모르고 있나보네.”

시현이 처음부터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용하 삼촌이 그것을 싫어하고 적극적으로 말려서 삼촌이 싫어하는 것은 웬만하면 하지 말자고 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길무영은 아주 당당해진 채로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이 분은 김강현 헌터님, 이 분이 이태인 헌터님. 안지우 헌터님이랑 세 분이 사체 운반 헌터때 같은 팀이었잖아. 여기 이 분이 서규태 헌터님. 서규태 헌터님이 그 때 같은 팀의 써전이었고. 써전이 뭔지는 아냐?”

“어?”

“이 새끼봐. 진짜 아무 것도 모르네. 하긴. 너같은 천민이 이쪽 세계에 관심을 가져서 뭐하겠냐? 그래도 좀 어이없긴 하네. 다른 천민 새끼들은 헌터 세계에 좆나 관심 많던데. 헌터가 되지도 못할 것들이.”

길무영의 말에 시현이 갑자기 또 화가 나서 노려보자 길무영은 재빨리 또 하던 얘기를 이어나갔다.

“써전은. 있어. 그런 거."

“뭐야, 이 새끼. 저도 제대로 모르는 게 아는 척이었어?”

길무영은 안시현이 정말로 아무 것도 모르는 건가 하다가 안시현 같은 놈이 이유없이 제 앞에서 아는 걸 모르는 척 할 리는 없겠다는 생각에 자기가 아는 것을 전부 말해주었다.

시현은 감당할 수 없는 정보로 충격을 받아서 이제는 스스로 서 있는 것조차 어려워보였다.

"안시현."

기절이라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길무영이 부르자 시현은 그대로 뒤로 돌아 헌터 아카데미를 향해 달렸다. 당장 레오니드와 미하일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

“야, 인마. 같이 가.”

길무영도 그 뒤를 같이 뛰었다.

때마침 헌터 아카데미 본관에서 나오던 레오니드는 멀리에서 시현이 아예 꼬리까지 달고 뛰어오는 것을 보고 가던 길을 그대로 돌아갔다. 하지만 시현이 뛰어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미하일이 레오니드를 찾아서 나오다가 그대로 같이 시현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었다.

“미하일 교수님!”

미하일이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려는 것을 보고 시현이 미하일을 불렀다.

“여쭤볼 게 있어요. 꼭 대답해 주세요. 부탁드려요.”

시현의 목소리에는 거절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시현이 그동안 아빠와 엄마를 그리워하면서, 제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어가면서 얼마나 긴 긴 시간을 어둠 속에서 보냈을지 그들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 아니었다. 레오니드는 시현의 머릿속에 커다란 폭풍을 만들어놓은 책임을 자기가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얘는 뭐냐.”

레오니드가 길무영을 고갯짓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기숙사 룸멘데. 갈 거예요.”

“어, 야!”

길무영은 자기가 S등급 헌터들을 마주 보고 서 있다는 사실에 정신이 없다가 그제야 두 사람에게 인사를 했다.

“저희 부모님 모두 헌터세요. 저도 내년에 헌터가 될 거고요.”

“헌터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헌터가 되는 건가보지?”

미하일이 말했다.

길무영은 두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예의바른 학생처럼 똑바로 서고 단정한 미소까지 지었지만 결국 미하일의 신경질적인 눈빛을 마주하고 기가 죽어서 고개를 숙였다.

“너는 그냥 가라.”

결국 레오니드의 입에서 그 말이 나왔다.

길무영이 기운을 잃은 채로 돌아갔지만 길무영의 감정에 신경 써 줄 여력을 가진 사람은 셋 중 아무도 없었다.

시현은 레오니드에게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클랜 A가 미노타우로스를 상대로 레이드를 하는 동영상이었다.

“여기. 옥상에 계신 분이 혹시 저희 용하 삼촌이예요?”

시현이 레오니드에게 묻자 레오니드가 미하일을 바라보았다.

“너는 인마! 애한테 말을 해 줄 거면 그냥 다 해 줄 것이지 뭔 하고 뭔 안 하고! 그러면 애만 더 헷갈릴 것 아냐!”

미하일이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 이 새끼가 미쳤나! 안 그래도 머리 복잡해죽겠구만 왜 너까지 나한테 신경질이야?”

레오니드도 지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시현은 자기가 두 사람 사이를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며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간절한 눈빛으로 미하일을 바라보았다. 미하일은 한숨을 쉬더니 시현에게 다가와서 시현의 스마트폰을 같이 바라보았다.

“이 사람이 신용하. 네 삼촌이고. 네 삼촌이라고는 해도 네 친척은 아니야. 네 아빠한테 거의 하나밖에 없는 친구야. 너희 아빠가 이 형 말고 다른 친구를 만나는 건 본 적이 없어.”

“그럼 삼촌한테 안겨있는 이 아기는요? 얘는 누구예요?”

시현이 다시 물었다.

“너야. 여기는 쿠퍼티노야. 굉장했었지. 미노타우로스한테는 머리가 두 개였고 당연히 입도 두 개였는데 두 개의 입에서 끝도 없이 검은 재가 쏟아져나왔어. 거기에 맞으면 조직이 썩어들어갔고. 클랜원들도 부상을 입고 레이드를 제대로 풀어가지 못했는데 그때 차크라가 뻗어나왔어. 그건.”

미하일이 시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레오니드를 바라보았다. 이 얘기까지 하면 다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한 얘기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변명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 하는 얘기에 대해서는 정말로 큰 책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미하일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미하일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너한테서 나온 거야. 용하 형은 헌터가 아니야. 일반인이고 차크라가 없어.용하 형한테서는 이런 차크라가 나올 수가 없지. S급 헌터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강한 차크라를 뿜어내지도 못하고, 차크라만으로 괴수를 공격하지도 못해. 용하 형이 너를 데리고 있었던 건 용하 형이 네 차크라를 통제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서였어. 우리한테는 통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너랑 지우 형한테는 통하는 것 같았어. 두 사람의 차크라가 폭주하려고 할 때 용하 형이 두 사람을 설득하고 부탁하면 차크라가 가라앉았어.”

“……!”

“너는 네 차크라가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몰라. 아마 지우 형의 차크라보다도 네 차크라가 더 막강할 거야.”

“그게 무슨……!”

시현은 미하일이 장난을 하는 건가 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말들의 연속이었다.

"두 분도 이때 여기에 같이 계셨어요? 쿠퍼티노에요?"

시현이 물었다.

"아냐. 우리는 그때 거기에 없었어. 에이, 씨발. 생각 안 하려고 했는데 또 생각나게 하네. 우리는 그때 어떤 미친 새끼들한테 잡혀가서 고문당하는 중이었어. 차크라를 뺏기고 있었다고."

"네?"

시현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도 못했다.

"누가요? 무슨 이유로, 아니, 대체 어떻게요? 누가 교수님들 같은 분들한테 그런 짓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시현이 쉬지도 않고 물었다.

"미국 A급 헌터 두 놈이 있었는데 그 놈들이 허버트라는 돼지새끼랑 같이 연합을 해서. 아짐이 안 왔으면 우리는 거기에서 그대로 죽었을 거야. 이익헌 사장님 말이야."

"네? 익헌 삼촌이요?"

“잘들어. 안시현. 네 차크라는 너를 보호하기 위해서 스스로 움직여. 너를 공격하는 상대가 괴수가 됐든 사람이 됐든 상관하지 않고 죽이는 거야. 한꺼번에 여러 조각으로 절단을 내서 죽이기도 하고 얼려서 죽이기도 해. 너하고 같이 있으면 네가 계속해서 누군가를 죽일 거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지우 형은 너를 용하 형한테 맡길 수밖에 없었을 거야. 너를 공격하려고 미국 치안대에서 계속해서 헌터들을 보낸 것도 이유중에 하나였을 거고. 지우 형은 너하고 클랜 A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으면 네가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기대했던 것 같았어.”

“…….”

“시현아.”

미하일이 시현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고 했지만 시현은 뒤로 물러났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시현도 알 수가 없었다.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화가 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누구에게 화가 난 건지도 정확하지 않았다.

“아빠가……. 미국 대통령을 죽였어요?”

시현이 물었다.

“그건 아빠 잘못이 아니야. 미국 대통령이 너를 이용해서 클랜 A를 복속시키려고 해서 그런 거였어. 미국 대통령이 너를 해치겠다고 협박을 하는 바람에 너희 아빠의 차크라가 폭주했어. 그리고 순식간에 대통령과 스무 명의 경호 헌터를 죽였지.”

“……!”

“그 일로 아빠를 비난해서는 안 돼. 다른 사람이 전부 다 아빠를 비난한다고 하더라도 너는 그러면 안 돼. 나는 지우 형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탐욕을 부리는 사람들은 당연히 그 대가를 받아야 하는 거지.”

미하일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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