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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242화 (24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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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부. 꼬꼬마 헌터

미키 위도의 회사 홈페이지에 미키 위도가 올린 글이 올라와 있었다. 강현이 암호를 풀었다.

“9일 후, 11월 8일이래요.”

올라온 기사는 최근 미국의 늪에 자주 나타나는 괴수 카카포에 대한 거였지만 그들이 미리 정해 놓은 위치에 있는 글자들을 조합해 보면 미국 치안대의 캐츠 아이에서 언제 몇 명의 사람들이 들어오게 될지 정보가 나와 있었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클랜 A는 그들에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지우가 이익헌을 바라보자 이익헌은 고개를 끄덕였다. 접수했다는 의미였다.

정보를 파악한 후, 그들은 기사에 나온 카카포 괴수에 대해 제대로 읽기 시작했다.

카카포 괴수는 눈 주위와 깃털의 반복되는 패턴 문양, 그리고 맵으로 헌터들을 최면에 빠지게 한다고 했다. 기사에 따르면 카카포 괴수는 독으로 최면에 빠진 헌터들을 마비시키고 헌터들은 독의 효과로 호흡 장애를 일으켜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는 거였다. 늪 아래에서 죽은 헌터들이 많아지면서 늪의 성장은 폭발적으로 이루어졌고, 카카포 괴수의 경우에 늪 밖으로 출몰하는 일이 잦다는 소식이었다.

그런 가운데 헌터들 중 일부의 사람들이 카카포 괴수의 최면 공격에 저항을 보였고 그 헌터들로 이루어진 공격대가 카카포 괴수를 전담해서 공략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저 사람들은 왜 카카포 괴수의 최면에 걸리지 않는 걸까요?”

지우가 서규태에게 물었다.

“그건 헌터들을 직접 만나서 알아보는 게 더 빠를 거예요. 국내에 있는 헌터들 중에도 그런 사람이 몇 몇 있기는 해요. 가지고 있는 차크라 양이랑 숙련도가 높지 않아서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긴 한데. 그 사람들이랑 같이 레이드를 해 본 적이 있어요. 내 또래 정도 되고. 형제예요. 그 사람들 조카가 현신 고등학교에 다닌다고 하던데.”

질문을 받은 서규태 대신 이익헌이 말했다. 현신 고등학교라는 말에 지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지우는 시현과 관계되는 거의 모든 단어에 그런 반응을 보였다.

“그럼 우리 시현이랑 알 수도 있겠네요? 몇 학년이래요?”

시현을 세상에 탄생시키는데 가장 직접적인 공헌을 한 임정이 말했다. 손에는 갓 쪄낸 만두가 담긴 접시가 들려있었고 임정은 각 사람에게 그것을 권했지만 모두가 그것을 외면했다. 임정을 아주아주 사랑하는 지우조차도 아직 제 아내의 요리에게까지는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까지는 모르는데. 민씨 성을 가진 애 중에 아는 애가 있냐고 나중에 시현이 만나면 한 번 물어보긴 해야겠네요. 그런 건 훈련되는 것보다는 타고난 재능과 관련되는 게 더 많은 것 같으니까. 만약에 그 애가 헌터 테스트에서 헌터 타투가 나타나기만 한다면 그 애는 괴수들의 정신 공격에 특화된 애로 키울 수 있을 거예요.”

익헌이 말했다.

“시현이랑 친한 애면 좋겠다.”

임정이 말했지만 지우는 부정적이었다. 시현에게 지금까지 친구라고 할 만한 녀석이 있는 것 같지 않다는 용하의 말이 떠올라서였다.

“카카포 괴수의 맵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네요. 카카포 괴수가 맵으로 헌터들을 최면에 빠지게 한다는 말이 무슨 말일까요?”

신세진이 물었다.

세진은 역시나 맵에 가장 관심을 보였다.

“맵도 반복적인 패턴을 보이는 모양이지? 그런 게 움직이려나? 자료가 더 없나?”

강현이 검색을 해서 사진을 찾는 동안 지우는 이익헌을 찾았다.

"생각해 두신 게 있으세요?"

지우가 조용히 물었다.

“이 일은 그냥 우리한테 맡겨요. 미국에서 오는 손님들을 맞이하는 일은 우리끼리 하는 게 편하니까.”

이익헌이 지우에게 말했다. 캐츠 아이를 두고 하는 말에 지우도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이번에도 미하일이랑 하실 거죠?"

"미하일이 편합니다."

이익헌은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익헌과 미하일은 얼굴을 바꿀 수 있었다. 클랜 A의 클랜원들 얼굴을 알고 공격해오는 사람들을 상대할 때 두 사람이 자주 나서는 것은 그 기술 때문이었다.

"이제는 미하일도 제법 잘 합니다. 처음에는 자기 얼굴을 젤리 피쉬같이 만들어서 정말 재능이 없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제법 포유류 근처까지는 왔어요."

이익헌의 말에 지우는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번번이 죄송합니다."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죠. 나도 내가 못하는 일에는 안 나서잖아요."

이익헌은 인사를 주고받는 일에 아직까지 서툴러서 얼굴을 붉히더니 자리를 떴다.

“사진이 있네요. 그 팀 이름이 몽구스래요.”

강현이 말했다.

“블랙 맘바를 잡는 몽구스라는 건가봐요. 처음에는 코브라 종류 괴수들에 특화해서 만들었던 공격댄데 그 중에 카카포 괴수의 최면에 강한 헌터들을 다시 추려서 새로 편성을 한 거래요. 이게 맵 사진이고요.”

화면에는 여러 장의 맵 사진이 있었다. 붉은 모래 위에 뱀이 지나간 것처럼 반복되는 문양이 펼쳐져 있었다.

“설명에 나오기로는. 늪 아래에서 계속해서 바람이 분대요. 그리고 그 바람이 모래 위에 저런 문양을 만들고 그 문양이 계속해서 움직인대요. 그걸 보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순간에 자기 의식을 잃게 된대요.”

강현의 말에 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맵이 협동하고 있어. 맵의 협조를 받아서 공격하는 괴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지우가 말했다.

그 말이 맞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까다로운 정신 공격을 감행하는 괴수의 숫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정신 공격으로 헌터들을 무력화시키면 아무리 공격력이 높고 공격 증폭률이 높은 무기를 들었다고 하더라도 공격의 기회도 잡지 못한 채 도망쳐나와야 하는 일도 생겼다. 진화하는 것은 헌터와 무기뿐만이 아니었다. 괴수와 그들의 맵이야말로 더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

책상 앞에 앉아 있기는 했지만 시현의 귀에는 어떤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레오니드에게서 들었던 말이 지금도 귀에 어른거렸다. 시현은 스마트폰을 꺼내서 자기가 동영상을 보면서 캡쳐해 두었던 지우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임정의 사진도 있었다.

레오니드는 그 두 사람이 자신의 부모라고 했다.

레오니드는 한 번 큰 충격을 받았을 때 아예 충격적인 소식들을 한꺼번에 다 들어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지 시현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전부 들려 주었다.

시현의 몸에 있는 차크라는 다른 헌터들이 가지고 있는 차크라와는 다른 괴수 차크라라는 얘기도 들었고, 그 괴수 차크라를 가진 사람들은 헌터 등급을 매년 올리지 못하면 괴수 차크라가 폭주해서 헌터들에게 레이드를 당해 죽는다는 말도 들었다.

괴수 차크라를 가진 사람들이 죽으면 그들의 몸에서 캐츠 아이 스톤이 나오고 약 40조의 가치가 있는 캐츠 아이 스톤을 노린 사람들이 괴수 차크라를 가진 헌터들의 목숨을 노리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레오니드는 '그럴 수도 있다'고만 말했지만 이야기를 들은 시현은, 어쩐지 그런 일이 이미 시도된 적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일들이었다. 그런 세계와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그리고 죽은 줄 알았던 엄마와 아빠가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그 두 사람이 클랜 A의 헌터들이라는 것도.

시현은 그들이 시현을 두고 떠나서 레이드를 하는 것이 자신을 위한 캐츠 아이 스톤을 구하기 위한 거라는 말을 듣고 슬픔을 느꼈다. 그 캐츠 아이 스톤 하나 하나가 시현의 목숨을 1년씩 연장해 줄 거라는 말에 시현은, 시현을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엄마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레오니드는 그들이 시현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시현도 알 거라고 말했다.

시현은 저도 모르게 신음 소리를 냈다.

“허으으, 이게 뭐야!”

시현은 주먹을 쥔 채 충격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다. 시현의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마침 수학 시간이었는데 수학 선생은 시현을 보고 주의를 주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시현은 평소에는 순하고 예의바른 학생이긴 하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 같다는 인상을 자주 받았던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시현의 상황이 아주아주 심각해 보였다.

“안시현. 몸이 안 좋은 거면 보건실에 가 봐라.”

수학 선생은 결국 그렇게 말했다. 수업에 집중할 생각은 아닌 것 같은데 앞에서 엄청 신경이 쓰이게 하고 있어서 시현을 처리를 하기는 해야 할 것 같았다.

“누가 같이 가서 안시현 보건실에 데려다 주고 와.”

아무도 일어나는 녀석이 없었다. 시현도 특별히 아픈 것은 아니라서 혼자 일어섰다. 시현이 몇 걸음쯤 걸었을 때 의자가 드르륵 밀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길무영이 일어섰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쉬어야 한다고 하면 기숙사까지 데려다 주고 오겠습니다.”

수학 선생은 그 말이 아주 고마웠다. 수업 시간에 문제를 풀라고 해도 문제는 풀지도 않고 팔짱을 낀 채 자기를 노려보기만 하는 길무영은 정말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늘 바라왔던 것이다.

그렇다고 공부를 못하는 놈이면 그걸 핑계로 혼을 내겠는데 이 자식은 어떻게 된 게 묻는 족족 다 알았다. 자기가 생각하지 못한 접근 방식으로 문제를 풀기도 했고, 수학 선생이 내준 문제를 풀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기습적으로 하기도 했는데 그런 질문을 받고 싶지 않으면 애초에 길무영에게 질문을 하지 않는 게 좋았다.

상대방이 하는 질문을 보면 실력이 파악되는 때가 종종 있는데 이 자식은 질문의 수준이 보통이 아니었다. 타고난 수학자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쪽으로 진로를 권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길무영은 헌터 집안의 아이였고 헌터 테스트에서 헌터로 각성되기만 하면 헌터가 될 거라는 얘기를 듣고는 계획을 접었다.

한 놈은 수업에 집중을 못해서 내보내는 거고, 한 놈은 그 수업 시간에 배울 게 없어서 내보내는 거였지만 일단 두 놈이 나가고 나니 숨을 쉴 수 있을 것처럼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시현은 복도로 나오고도 한동안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그대로 서 있었다.

“보건실은 저쪽이다. 기숙사는 저쪽이고. 멍청아.”

그래놓고 길무영은 혼자서 걸어가 버렸다. 기숙사로 데려다준다는 핑계까지 댔으니 이참에 기숙사에 가서 농땡이를 부리려는 모양이었다. 시현도 터덜터덜 기숙사로 걸음을 옮겼다. 아픈 것도 아닌데 보건 선생이랑 할 얘기도 없었던 것이다.

기숙사에 돌아가자 길무영이 시현의 침대를 차지하고 누워있었다. 길무영은 시현이 정말로 올 줄은 모르고 있었는지 시현을 노려보고 귀찮게 끝까지 따라왔다면서 구시렁거렸다.

시현은 발가락을 세워서 방바닥을 한 번 문지르고 길무영에게 말했다.

“네 자리로 가, 개새끼야. 남의 베개에다 대가리 자국 내 놓지 말고.”

“하! 개새끼!”

길무영은 그러면서도 몸을 굴려서 침대에서 내려왔다. 바닥으로 내려가지는 않고 민효재의 침대로 올라갔지만 드러눕는 대신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힐끔힐끔 시현의 눈치를 살폈다. 시현은 벽을 보고 누운 채로 다시 생각에 잠겼다.

말이 나온 김에 레오니드 교수에게 익헌 삼촌이랑 용하 삼촌에 대해서도 더 물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영상 속에서 옥상에 서 있던 남자가 용하 삼촌일 리는 없을 것 같지만 클랜 A의 안지우 헌터가 자기 아버지라는 말을 듣고 나니 이제는 세상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현이 스마트폰 사진을 보다가 일어섰을 때 길무영과 눈이 마주쳤다. 시현은 길무영이 클랜 A에 대해서 이것 저것 제법 잘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나서 길무영을 바라보았다.

“뭐, 또. 새끼야. 내가 뭘 어쨌다고! 너 쳐다본 거 아니야, 씨발놈아. 네 눈 앞에 있는 공기 쳐다보고 있었는데 네가 일어나서 너를 본 것처럼 보이는 거야.”

길무영이 되지도 않는 소리로 변명을 늘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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