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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부. 카르마 클랜의 헌터들
헌터 등급 - A
경엄치 : 3000/300
공격녁 : 1000
방어력 : 1000
차크라 등급 - 1
차크라 숙련도 : 90000%
능력치 증폭률 : 90000%
차크라 숙련도와 능력치 증폭률의 맨 앞자리 숫자 1에 머리를 달아서 9로 만들어놓고 시현은 더 고칠 게 없을지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래. 우선은 이 정도만 하자. 그래야 나중에 등급을 올리지. 팔이 가늘면 안 되겠네. 그럼 헌터 타투에 이게 다 들어가질 않겠네.”
시현은 이제 그 걱정까지 했다.
헌터 타투를 써 넣었을 뿐이었는데 자연스럽게 그쪽 손은 주먹이 쥐어지고 팔은 자꾸 허공에 띄우게 됐다. 이게 헌터 팔이라고 생각하니 다른 수족 대하듯이 대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신 초등학교 교복을 입을 뻔 하다가, 오늘은 변신을 하고 헌터 테스트를 구경하러 가는 거니까 학교 빠진 초등학생처럼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다른 옷을 골랐다.
초등학교 1학년짜리가 교복 입으나 사복 입으나 거기서 거기기는 했지만 시현이는 일단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완벽하게 자기 신분을 감출 생각이었다.
시현이, 헌터 테스트가 이루어지는 곳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헌터 테스트를 받으러 온 학생들 뿐만 아니라 그 학생들의 부모와 헌터 테스트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도 많았다.
헌터 테스트 자체가 워낙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일이고, 그 많은 사람들이 헌터 테스트를 받는다고 해도 헌터가 되는 사람의 수는 고작 다섯명 안팎으로 나올까말까 하다보니 그 대단한 행운의 주인공이 누군지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늪 가까이로는 갈 수도 없었다. 좋은 자리는 사람들이 이미 차지하고 있어서였다.
그래도 시현은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다. 시현은 삼촌을 완벽하게 따돌리고 왔다고 생각하고 아주 상쾌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는 엄마의 손에 붙들려온 아이가 있었다. 시현이 또래 정도나 돼 보였는데 아이의 손을 잡은 엄마의 팔에도 헌터 타투가 있었다. 하지만 아이의 손에 그려진 타투에 비하면 보잘것이 없었다.
아이의 헌터 등급은 무려 AAAAAAAAA등급이었다.
'AAAAAAAAA등급이라니! 나는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그런 걸 써 온 애나, 그걸 부러워하는 애나.
시현은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하다못해 싸인펜을 가지고 오기라도 했으면 화장실에 가서 더 쓸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왜 그 생각을 못했는지 아쉬워서 제 머리를 몇 번이나 쥐어박았다.
그 녀석도 팔이 가늘었지만 두 줄로 쓰니 문제가 없었다.
'등급을 한 줄에 다 써야 한다는 생각은 버릴 걸!'
다른 헌터 타투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 녀석의 헌터 타투에는 특별히 헌터의 이름까지 들어가 있었다.
[클랜 a 길무영 헌터님]
시현은, 자기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낸 녀석에게 질투심을 느꼈다.
모두가 구경하는 동안 헌터 테스트가 이루어졌지만 160명이 지나도록 헌터 타투가 나타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올해는 헌터 타투가 나타나는 애가 아무도 없으려나?”
여기저기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했던 것이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시현은 동료를 얻지 못한 채 쓸쓸히 돌아섰다. AAAAAAAAA등급의 길무영이 그 옆을 위풍당당하게 지나갔다. 그날 새로 생긴 헌터는 그 사기 헌터 둘뿐이었다.
집으로 돌아갔을 때 시현은 열쇠가 들어가는 느낌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어! 내가 문 안 잠그고 나갔나?”
시현이 안으로 들어가자 안에서 새우 튀김 냄새가 고소하게 나고 있었다. 주방에 용하가 있었고 그 뒤에는 잘 튀겨진 새우가 나란히 누워서 기름을 빼고 있었다.
“삼촌. 벌써 왔어?”
시현이 주방으로 쪼르르 달려가서 물었다.
“응. 시현이는 아프다더니 어디에 갔다 왔어? 학교?”
“응. 삼촌은 왜 이렇게 빨리 왔어? 나 걱정돼서?”
“응.”
“아아. 안 그래도 됐는데.”
시현은 슬그머니 식탁 앞으로 가서 앉았다.
“이번 헌터 테스트에서는 헌터가 몇 명이나 됐대? 헌터 타투 직접 봤어?”
“아니. 하나도 안 나왔어. 신기하더라. 삼촌. 헌터가 잘 안 나오는다는 건 알았지만 진짜 하나도 안 나오기도 하는 줄은 몰랐어. 그러면 큰일 나는 거 아니야? 괴수는 계속 나오는데 헌터는 한 명도 안 생기면 안 되잖아.”
“현신 고등학교 애들 중에는 안 나왔지만 다른 학교에서는 나왔겠지.”
“아. 그런가?”
“그런데 그 얘기는 어디에서 들으셨을까? 꽤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어어. 학교에 소문이 다 났지.”
“시현아.”
용하가 시현을 향해 돌아섰다. 시현은 눈을 똑바로 마주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삼촌한테 할 말 없냐?”
“죄송해요.”
“왜 그랬어?”
“……. 꼭 가고 싶었어요.”
“그러면 삼촌한테 솔직히 얘기해야 돼. 나중에 시현이가 큰 다음에는 거짓말을 해도 뭐라고 안 하겠지만 지금은 시현이가 어리잖아. 삼촌이 시현이 안전을 책임져야 되고. 그러려면 시현이가 어디에 있는지 삼촌이 알아야 하잖아. 그렇지?”
“잘못했어요.”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 응?‘
“응.”
“그래. 튀김 먹어.”
“아 뜨거. 아 뜨거.”
시현은 입을 모아서 후후 불어가면서 튀김을 먹었다. 그러면서 자기가 본 아이에 대해서 말을 해 주면서 그 애는 무려 AAAAAAAAAA급 헌터였다고 말했다.
자기는 그냥 A급이라고만 썼는데 아쉬웠다는 말도 했고, 입에 튀김을 마구 집어 넣고 씹을 시간도 못 가진 채로 계속해서 떠들어댔다.
그래도 헌터 타투는 자기 타투가 더 멋있었던 것 같다고 하면서 자기가 그려넣은 타투를 보여 주었다.
용하가 그런 시현을 보고 웃었다. 가끔 시현이 어떤 표정을 지으면 그 얼굴이 지우와 꼭 닮아서 저절로 웃음이 나오곤 했다. 시현이 어린애답지 않게 생각에 잠기는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는 영락없는 지우였다.
“맛있냐?”
“응. 맛있어.”
“너희 아빠도 헌터가 되고 싶어했는데.”
“정말?”
“응. 헌터가 되면 좋겠다고 노래를 불러댔지.”
“그래서? 헌터가 됐어?”
“응. 익스트림 헌터가 됐지.”
“……. 삼촌.”
“응?”
“익스트림 헌터는 회사야.”
“그래. 회사지. 그 회사 이름이 가진 뜻이 궁극의 헌터라는 거잖아. 그런데 너희 아빠는 그런, 궁극의 헌터였다고. 세상에 있는 다른 어떤 헌터들보다 뛰어난 사람이 됐다고. 그런 익스트림 헌터가 됐다고.”
시현이 쉽게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아서, 설명하는 말이 구차하게 길어졌다. 그래도 시현의 표정은 그다지 시원해지지 않았다.
“삼촌.”
“응?”
“그런데 익스트림 헌터는 회사야. 사람은 익스트림 헌터가 아니지.”
“……. 그래.”
'선아영 대표는 왜 하필 이름을 그렇게 지어서!'
용하는 선아영이 잘못 한 거라고 생각하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아무리 설명을 해 봤자 시현의 머리로는 아빠가 대형 매장이 되어버렸다는 말로밖에 이해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 많이 먹어라. 아픈 건 확실히 다 나은 거지?”
“응.”
용하가 시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시현은 씨익 웃었다.
그대로 시간이 지나서 시현이 헌터 테스트를 받는 날이 오면.
용하는 시현을 보면서 웃음을 지었다.
"시현이가 그렇게 예뻐? 그래서 시현이만 보면 웃음이 나와?"
시현이 말했다.
"못생겨서 웃은 건데? 어떻게 저렇게 못 생길 수가 있는 건가 해서 신기해서."
"치이. 그래도 시현이는 삼촌이 좋아."
"삼촌도 시현이 좋아."
용하는 알아차리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시간을 같이하다보니 어느덧 두 사람의 웃음도 닮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