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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부터 레벨업-227화 (227/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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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부. 카르마 클랜의 헌터들

아키라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지 레이카를 바라보았다. 레이카는 고개를 저었다.

“받아들인 괴수의 차크라에 따라서 차이가 났어요. 어떤 괴수의 차크라는 바로 자기 힘을 과시하면서 저한테서 드러났고 다른 것들은 시간이 걸리기도 했어요. 그걸 능숙하게 통제하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렸고요.”

레이카가 말했다.

“만약에 우리한테 괴수 차크라가 주입됐다면 말입니다. 그런 후로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괴수 차크라가 밖으로 드러난 일이 없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이익헌이 물었다.

아키라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괴수의 차크라가 숙주를 이용해서 싸움에 나서는 건, 자신의 공격 방법으로 나서는 것만 있는 게 아닙니다. 차크라를 빌려주기도 하죠. 나는 대부분, 괴수의 차크라가 나를 조종하거나 내 형체를 바꿔가면서 나오게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아키라가 말했다.

“나는 빨리 강해지고 싶었기 때문에 내가 먼저 원했어요. 괴수의 차크라는 그걸 알아요. 헌터가 자기를 원하는지. 자기가 가진 힘을 빌리고 싶어하는지요.”

레이카가 말했다.

괴수 차크라를 가진 헌터들은 서로 바라보았다. 특히 레오니드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레오니드도 어느 정도 그 말이 수긍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괴수 차크라를 가진 헌터한테는, 언젠가는 그 능력이 나타나게 되는 겁니까? 헌터가 원하기만 하면요? 아키라도. 만약에 아키라가 그 힘을 쓰고 싶다고 원한다면 아키라의 안에 있는 괴수의 차크라가 아키라에게 힘을 빌려줄 거라고 생각하나요?”

이익헌이 다시 물었다.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키라가 말했다.

레이카도 그 말을 거들었다.

이익헌이 야로슬라프와 미하일을 바라보았다. 언젠가 그들에게서 또 한 번의 대격변을 기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익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야로슬라프가 멋쩍게 웃었다.

“너무 기대하지는 마세요.”

“기대는 많이 안 해. 야로의 괴력이 그건지도 모르잖아.”

익헌이 말했다.

지우는 조용히 임정에게 귓속말을 했다.

“자기는. 내가 만약에 이상한 괴수로 변하면 어떻게 할 거야?”

임정은 그 말에 대충 대답할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레이카의 몸을 보면서, 몸 안에서 벌레가 꿈틀대는 것처럼 그렇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충분히 역겨움을 느꼈고, 이 일이 레이카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걱정이 됐던 것이다.

“그러게 말이예요. 누나. 지우 형이 징그러운 도마뱀이나 그것보다, 아니, 뱀 같은 걸로 변해서 침대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서 누나를 보고 있으면 어떻게 할 거예요? 징그럽겠다.”

강현은 매맞을 말을 겁 없이 잘도 해댔고. 임정은 진심을 담아서 강현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본격적으로 강현의 머리 위에 머리만한 혹이 하나 더 생길만큼 대단한 타격이었다.

“강현씨도 배우긴 해야 됩니다. 말을 거르는 법을 말입니다.”

서규태가 강현에게 말하자 강현이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아키라는 레이카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고 레이카는 임정의 눈치를 살폈다. 이제는 일어나도 될 것 같은데 계속 이렇게 있어야 하는지 묻고 싶은 표정이었다. 임정은 잊고 있었다는 듯이, 이제 일어나서 천천히 움직여도 될 거라고 말해주었다.

“당분간은 과격한 성관계는 안 됩니다.”

임정이 말했다.

“정말요?”

레이카가 놀라면서 묻자 임정이 웃음을 터뜨렸다. 지우는 임정이 월권을 한 거라고 생각했다.

뒤에서 그들을 보고 있던 야로슬라프가 임정에게 다가갔다.

“누나. 누나 타투가 언제 이렇게 됐어요? 누나도 A급이 됐어요?”

“무슨 소리야? 내가 왜 A급이야?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A급이…….”

임정은 자기 팔을 보았다. A급이 되어 있었다. 이건 고맙다기보다 깊은 빡침이 느껴졌다. 그렇게 쓸 캐츠 아이 스톤이 있었으면 차라리 아꼈다가 시현이를 위해 쓰고 싶었다. 그게 진심이었다. 그러나 이익헌을 노려보려고 해도 이익헌이 눈을 마주쳐주질 않으니 소용이 없었다.

괴수 차크라를 가진 헌터들에게서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츠 아이 스톤은 알차게도 사라져 있었다. 이익헌과 아키라의 눈이 마주치자 두 사람은 공모자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아니었다면 레이카의 몸 안에 둥지를 틀고 앉아있던 괴수의 차크라들이 폭주하는 것을 막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컸지만 아키라는 특히 임정과 지우에게 고마웠다.

임정이 지속적으로 순수하고 강한 헌터의 차크라를 주입하면서 레이카를 붙들어주지 않았다면 레이카가 끝까지 견디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정에게 캐츠 아이 스톤 하나를 쓴 것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남은 시간동안 아키라와 레이카도 캐츠 아이 스톤을 모으기 위해서 레이드를 해야겠지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키라가 이익헌에게 다가갔다.

“왜요?”

“네 개를 썼으니까 두 개는 남았잖아요.”

아키라가 말했다.

“그건 수고비죠.”

“…….”

“알았어요. 알았어요.”

그러면서도 이익헌은 캐츠 아이 스톤을 선뜻 꺼내 주지 않았다. 아키라가 됐다고 말할 줄 알았던 모양이었다.

“우리도 두 개는 갖고 있습시다. 만약의 경우라는 것도 있잖아요. 우리한테도.”

아키라도 웬만해서는 비굴하게 그런 말을 하는 성격이 아니었고 살아오면서 남한테 단 한 번도 그런 식으로 부탁을 해 본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제법 급했다. 만약에 레이카와 둘이 있는동안 네머티나가 폭주하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자기가 그 캐츠 아이 스톤을 사용해서 레이카의 차크라를 눌러야 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익헌은 졌다는 듯이 캐츠 아이 스톤을 그에게 건넸다. 레이카는 일어서서 아키라의 곁에 섰고, 두 사람은 클랜원들에게 깊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제 어디로 갈 생각입니까? 혹시 카르마 클랜으로 돌아갈 생각인가요?”

지우가 물었다.

“아뇨. 카르마 클랜과의 인연은 거기까지였습니다. 다시 얽힐 일은 없을 겁니다.”

아키라가 말했다.

“레이카랑 같이 여기 저기 떠돌면서, 늪을 발견하면 레이드를 하고 캐츠 아이 스톤을 모아야겠죠. 그게 모아지면 한 번씩 여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오늘 진 빚은 그렇게 오랜 시간을 두고 갚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키라가 말했다.

“카르마 클랜 마스터였던 분이 그렇게 힘든 일을 자처하기로 했다는 게 참……. 그런데 지금의 표정이 훨씬 더 행복해 보입니다.”

이익헌이 말하자 아키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만요. 이렇게 합시다. 전에 값을 덜 치른 게 있었는데. 채준형 무기 마스터님을 만나고 싶다고 하셨었죠?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두 분한테 적당한 무기를 추천해 줄 수도 있을 겁니다. 먼 길을 떠나려면 준비는 단단히 해야 되는 거니까요.”

이익헌이 말했다.

아키라와 레이카는 크게 고마워하면서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다.

***

레이카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아키라가 잠에서 깼다. 아키라는 혹시 레이카의 괴수 차크라가 레이카를 괴롭히는 건가 해서 재빨리 불을 켰다. 레이카는 웃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 꿈에서 아래로 뛰어내리고 있었거든요. 그러는 바람에 몸이 들썩였어요.”

레이카는 별 것도 아닌 걸로 아키라의 잠을 깨운 것을 미안하게 생각하며 말했다.

“아프지 않으면 된 거다.”

자기가 잠에서 깬 건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듯이 아키라가 말했다.

아키라는 레이카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레이카의 얼굴에서는 이전의 비현실적인 아름다움 대신 세월에 순응하고 삶속에서 지혜를 배운 여자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레이카는 아키라의 입술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나한테 상처줄 수 있는 사람을 다시는 만들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러면 상처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은 그게 너다. 나한테 유일하게 상처줄 수 있는 사람. 사라지지 마라.”

레이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촘촘하게, 아키라가 레이카의 몸을 안았다.

***

현신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헌터 테스트를 받는 날이었다.

헌터 테스트를 받는 일과 전혀 관계가 없는, 현신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안시현은 아침에 늦게까지 이불 속에서 버텼다. 용하 삼촌이 와서 시현이 아프냐고 물었을 때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아무래도 큰 병에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 그 큰 병이 꾀병은 아니고?”

용하가 웃으면서 물었다.

“아니야, 삼촌. 정말로 아프거든. 밥맛도 없고 열도 있는 것 같아.”

“밥맛은, 시현아. 밥을 두 그릇을 먹고 나면 누구든 밥맛이 없어져. 그럴 때는 밥맛이 없다는 말 대신에 배가 부르다고 해야 되는 거고.”

“아니야, 삼촌. 정말로 아픈 것 같다니까? 열 있어. 만져봐.”

용하 삼촌의 손이 머리에 얹어졌지만 삼촌의 손이 더 뜨거웠다. 하지만 시현은 포기할 수가 없었다. 헌터 테스트를 꼭 구경하고 싶었던 것이다.

“어떻게 하면 나을 것 같은데?”

삼촌이 물었다.

“삼촌이랑 병원에 갈까? 병원에 가서 주사 맞을까?”

“응? 아니. 그건 아주 나쁜 생각이고. 나 그냥 혼자서 집에서 쉴게. 그러면 나을 것 같아.”

“그래? 그럼 삼촌도 집에 있을게. 시현이 혼자 아파서 누워있는데 삼촌 손에 일이 잡힐 것 같지도 않고.”

“안 되지, 삼촌. 그래도 손으로 일을 잡아야지. 잡아서 일해야지. 그래야 시현이랑 삼촌이랑 안 굶어죽고 밥을 먹지. 시현이가 헌터가 되면 삼촌을 살려주고 지금은 삼촌이 시현이를 살려주기로 했잖아.”

시현의 머릿속 생각이 다 보여서 용하는 혼자서 웃음을 참았다.

“삼촌. 먼저 가. 나도 괜찮아지면 학교에 갈게.”

시현이 한껏 아픈 척을 하면서 말했다.

"오늘 새우 튀김 나오는 날인데. 괜찮겠어?"

그 날들어 시현이의 시름이 가장 깊어졌다.

"오늘 그거 나와?"

"응. 급식표에 써 있잖아."

학교에서 나눠주는 다른 어떤 안내문보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면서 책상 앞에 붙여 놓은 급식표에, 주황색 동그라미 세 개에 별 다섯 개가 붙어 있었다.

그 날 새우 튀김이 나올 거라고 반가워하면서 그걸 전부 그려놨는데.

새우 튀김을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갑자기 가슴이 아파져서, 그때부터는 따로 연기를 할 필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아픈 표정이 지어졌다.

"우리 시현이. 정말 많이 아픈가 보네."

용하가 웃음을 감추면서 말했다.

"어떡할래? 아픈 거 조금만 참고 학교에 가서 새우 튀김 먹을래? 먹고 싶은만큼 다 먹을 수 있잖아."

용하가 옆에서 부추겼지만 시현은 결연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안 갈래."

“우리 시현이 많이 아픈가 보네."

"응. 좀 그래."

"그래, 그럼. 쉬었다가 괜찮아지면 나와. 삼촌이 자주 전화할 테니까 무슨 일 생기면 말하고.”

"응. 집 전화로는 하지 마. 못 받을 수도 있으니까."

"집 전화를 왜 못받아? 여기에 있을 거잖아."

"자다가 귀가 눌리면 안 들리거든."

"그래서 그런 거지? 삼촌한테 거짓말 하고 혼자서 밖에 나갈 생각은 없는 거지?"

"삼촌은 안 늦었어? 지금 안 가면 안 될 텐데?"

"알았다. 그럼 먼저 갈 테니까 시현이도 얼른 나아야 돼."

“응!”

용하가 나가자마자 시현은 탈출을 시도했다.

팔을 걷어 올리고 헌터 타투도 직접 그려 넣었다.

헌터 등급 - A

경엄치 : 3000/300

공격녁 : 1000

방어력 : 1000

차크라 등급 - 1

차크라 숙련도 : 10000%

능력치 증폭률 : 10000%

자기가 봐도 뭔가 있어보이고 굉장히 흐뭇했다.

능력치 증폭률에 0을 더 쓸 걸 그랬나 싶었지만 퍼센트(%) 표시 때문에 0을 더 쓸 틈이 없었다. 결국 시현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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