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第三章 위편삼절(韋編三絶) (3/43)

第三章 위편삼절(韋編三絶)

  위편삼절(韋編三絶)

  -한 권의 책을 몇 십 번이나 되풀이하여 읽어 책을 철(綴)한 곳이 닳아 흩어진 것을 다시 고쳐 매어서 애독을 계속하는 것을 말한다.

  처음 학문에 호기심을 느꼈던 어린 송현은 그의 스승들을 지독하게 괴롭혔다. 쉼없는 질문과 어려운 논제를 가지고 매일 찾아오는 바람에 한동안 한림원에 송현이 나타나면 대학사들이 자리를 황급히 비우곤 했다.

  그것이 이제는 금의위 훈련교관들로 대상이 바뀌었다. 덕분에 피곤해진 것은 교관들의 수장인 교두 임충이었다.

  한찬 수련해야 할 시간이지만 교관들은 모두 임충의 집무실로 몰려와 고충을 토로하는 중이었다.

  “이대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습니다.”

  덩치가 무척 크고 턱에 산적 수염이 듬성듬성 자리 잡은 막여위가 핏발 선 눈으로 임충에게 사정하고 있었다.

  “저는 사내가 그렇게 수다를 떨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습니다.”

  막여위의 불평이 끝나기도 전에 키가 껑충하게 큰 양명이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그렇게 몸서리쳐지는 인간은 보다보다 처음 보았습니다. 훈련교장까지 따라오는 것은 애교에 지나지 않습니다. 해우소까지 쫓아와 질문을 쏟아내는 통에 저는 변비에 걸릴 지졍입니다.”

  양명의 하소연에 다른 교관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럴 상황은 아니었지만 저 큰 키의 양명과 학사 송현이 냄새를 참아가며 해우소에서 밀고 당기는 장면을 상상하니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하하하, 양명 아주 제대로 임자를 만났구나!”

  교두 임충이 무릎을 치며 박장대소하자 양명은 울상이 되었다.

  “천호 마태윤 대감도 나 몰라라 하시니 저희가 믿을 곳은 교두님밖에 없습니다.”

  금의위 교관들의 열망이 담긴 눈빛이 부담스러울 만도 한데 임충은 그저 미소 지으며 수염만 쓰다듬을 뿐이었다.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한데......”

  말끝을 흐리는 임충의 입을 모든 교관들이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모두의 눈이 향했다.

  “아니, 왜 하필 접니까?”

  딴 생각을 하고 있던 영호인은 임충이 자신을 지목하자 펄쩍 뛰었다.

  “우리야 모두 황실무공을 익힌 터라 송학사의 호기심을 채워줄 만한 자질이 부족하지만 그대는 대 무당파의 속가제자 중에서 제일이지 않은가? 그대라면 송현 학사의 무공에 대한 갈증을 충분히 풀어 줄만하다고 여겨지네만......”

  모든 교관들이 임충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의 압력을 가했다.

  “뭐, 뭐야! 왜들 이래?”

  얼굴이 하얗게 질린 영호인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지만 좁은 서재는 금세 등이 벽에 닿게 만들었다.

  “자네가 우리의 희망일세!”

  “이보게 내 한 달 치 녹봉을 자네에게 줌세!”

  “우리 좀 살려주게!”

  이구동성으로 떠드는 내용이 한결 같으니 영호인은 미칠 지경이었다.

  교두 임충을 향해 구원의 눈빛을 보냈지만 그는 팔짱을 낀 채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능구렁이! 일부러 일을 이렇게 만들었구나. 처음부터 나를 그 소마에게 붙여줄 속셈이었어!’

  영호인은 그제서야 자신이 올가미에 걸려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말도 안 돼! 저는 절대 못합니다!”

  영호인은 강력하게 저항했지만 혼자서 수십 명을 상대하기란 벅찬 일이었다. 게다가 조직사회라면 더더욱 그렇다. 조직사회에는 위계와 질서란 것이 존재한다. 그것을 무시하고 조직 내에서 살아남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영호인은 판단이 빠른 인물이었다.

  “후, 좋습니다. 제가 등에 기름통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들죠. 단! 저도 조건이 있습니다.”

  영호인이 정색을 하고 말하자 교관들은 무엇이든 전부 들어주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큭! 그렇게도 싫었단 말인가? 하기야 나 역시 지금 죽을 맛이지 않은가?’

  영호인은 교관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그것은 영호인의 조건을 교관들이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받아들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한 달 치 녹봉을 영호인에게 밀어주고 고단한 밤 근무에서 제외시켜 주는 특별대우에 단 한 사람의 반대도 없었다.

  그러나 교관들이 모르는 사실이 또 하나 있었다. 어차피 빠져 나올 수 없는 함정이라면 혼자 죽지 않는다는 것이 평소 영호인의 소신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영호인이 손가락을 들어 소리치자 교관들은 또 무슨 일인가 싶어 긴장했다.

  “모두 알다시피 송현 학사를 혼자 상대하는 것은 너무 힘겨운 일입니다.”

  영호인의 말에 모두가 공감하는지 자신들도 모르게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하여 도움을 줄 사람이 몇 필요합니다.”

  뜻밖의 말에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누구 마음에 둔 사람이 있는가?”

  교두 임충이 영호인의 의중을 눈치 채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보게나!”

  교관들은 자신들이 지목받을까 봐 바짝 긴장했다.

  “꿀꺽!”

  누군가의 침 삼키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막 교관과 양 교관입니다.”

  영호인이 두 사람을 지목하자 한편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다른 한 쪽에서는 절망과 탄식이 흘러나왔다.

  “헉! 왜?”

  “아니 그대는 나와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나를 끌고 들어가는 거요?”  막여위와 양명이 흥분하여 목소리가 높아지자 교두 임충이 호통을 쳤다.

  “그대들은 영호인이 맡겠다고 나섰을 때 가장 크게 박수 치고 기뻐한 사람들이지 않은가! 동료를 도울 일이 생겼으니 의당 나서야 하거늘 이 무슨 추태인가?”

  어찌나 추상같이 나무라는지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서도......”

  “그 입 다물라!”

  십만 금의위의 교두 임충이 기세를 내뿜자 교관들은 저도 모르게 두려움에 떨어야만했다.

  ‘역시 명불허전이라더니 교두님의 실력은 상상 이상이다.’

  영호인은 새삼 임충의 대단함을 피부로 느꼈다.

  “그럼 금의위의 골칫거리는 모두 해결되었다고 생각하겠다. 막여위와 양명은 성심을 다하라!”

  교두 임충이 선언하듯 결정을 내려버리니 두 사람은 ‘좋다 싫다’ 라는 감정을 입 밖에 내지 못하였다.

  세 사람이야 불만이 있겠지만 다른 교관들은 모두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을 터였다.

  모두가 돌아가고 세 사람만이 남자 임충은 나직하게 세 사람에게 주의를 주었다.

  “도움을 주는 이라 했으니 그대 둘을 영호인의 도우미라고 해야겠군.”

  “도우미?”

  생소한 말에 막여위와 양명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쩐지 어감이 좋지 않습니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나가보게!”

  임충이 축객령을 내리니 세 사람은 떠밀리듯 서재를 빠져나왔다.

  막여위와 양명은 영호인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자, 그럼 가지, 나의 도우미들!”

  영호인의 말에 두 사람은 몸을 움찔거렸다.

  “크, 젠장할!”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지만 임무는 임무였다. 어디론가 향해가는 영호인의 뒤를 쫓아 두 사람은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남루한 학사복의 허리춤을 붙잡고 황급히 뛰어가는 송현을 발견한 영호인은 그 볼썽사나운 모습에 혀를 차면서도 자신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송현을 불러 세웠다.

  그러나 꽤 큰 소리로 여러 차례 목청을 돋우었지만 듣지 못했는지 정신없이 관청의 건물사이로 쏙 들어가 버렸다.

  “아니 저 작자가?”  손을 들고 고함을 지르던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한순간에 바보가 된 영호인은 등 뒤에서 키득거리는 비웃음 소리에 이마에 내 천자(川)가 그려졌다.

  “내 이 인간을 가만 두지 않겠어!”

  막여위와 양명에게 웃음거리가 된 영호인은 그래도 잘해보려던 마음을 지워버렸다. 뜨거운 콧바람을 내며 송현이 사라진 골목으로 걸음을 서둘렀다.

  곧 얼마 지나지 않아 송현을 발견한 영호인. 송현은 지금 의생들을 붙잡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큭! 이번에는 의생들인가? 저 인간은 하루도 남을 괴롭히지 않으면 혀에 가시가 돋칠 위인이로군.”

  영호인은 송현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을 괴롭힌다고 단정해버렸다.

  “어, 어!”

  잠시 쉴 틈을 주었더니 송현은 또 다시 어디론가 부리나케 움직였다. 세 교위의 입에서 동시에 욕설이 튀어나왔다.

  “아니 뭐야, 또 놓친 거야?”

  수염을 파르르 떨며 막여위가 어이없어 하자 껑충한 키만큼 다리도 긴 양명이 뺨을 긁으며 의아해했다.

  “그보다 저 비리비리한 학사의 발걸음을 우리가 못 쫓아가고 있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

  “허, 그러고 보니 송현 학사가 보기보다 몸이 재빠른 걸!”

  막여위가 맞장구를 치자 양명도 그렇다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나 영호인의 표정은 싸늘하게 변했다.

  ‘설마 저자가?’

  한쪽 눈썹을 치켜뜬 영호인의 발걸음이 갑자기 변했다. 뒤에 남겨진 두 사람도 한숨을 내쉬더니 급히 뒤를 따랐다.

  그렇게 급작스럽게 발생한 쫓고 쫓기던 요상한 추격전은 탕약청 앞에서야 끝이 났다.

  송현을 따라잡은 영호인이 사납게 맥문을 낚아챘다.

  “악!”

  영호인의 굵은 팔뚝에 비해 송현의 하얀 팔은 너무나 나약해보였다.

  “아이고, 이러다 사람 잡겠소. 내 팔 부러지오!”

  송현이 비명을 지르며 고통을 호소하자 정신이 들은 영호인이 미안해하며 팔을 놓아주었다. 그러나 송현의 손목은 금세 부어올랐다.

  “허, 이거 어쩌면 좋소?”

  송현이 팔을 얼굴 가까이 들어올려 흔드니 손목이 뼈가 없는 것처럼 이리저리 제멋대로 흔들렸다.

  “미, 미안하게 되었소.”

  영호인은 난처한 표정을 하면서도 송현을 위아래로 살폈다.

  ‘분명히 맥문을 움켜쥐었을 때 내공의 반발력은 없었다. 무공을 익히지 않았음이 틀림없는데 좀 전에 보여준 신위는 뭐지? 내공도 없고 경공도 모르는 나약한 학사의 걸음걸이를 이 영호인이 경공을 운용해서야 겨우 따라 잡았다니...... 믿을 수가 없군. 도대체 이자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고개를 흔들어 자신의 헛된 망상을 떨쳐내면서도 온갖 인상을 쓰고 있는 송현을 보니 영호인은 미안함보다는 짜증이 밀려왔다.

  ‘아무래도 너무 쉽게 생각한 건 아닐까?’

  엄청난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지만 이미 때가 늦은 후회였다.

  “정말이오? 교두께서 그렇게 말했다 이거지요?”

  막여위와 양명이 자기들더러 송현의 무공학습을 도우란 말을 전해들은 송현은 어린아이처럼 깡충깡충 뛰며 좋아했다.

  그 광경을 보는 영호인의 이마에는 평소보다 주름이 배는 늘어났고 아울러 땅이 꺼져라 나오는 한숨도 더해졌다.

  의국 앞에서 소동이 벌어진지라 송현의 다친 손목을 치료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탕약을 달이고 약재를 말리는 의국 안에 들어서니 향기로운 약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것이 왠지 모르게 무거운 몸을 가볍게 만들어 주는 듯했다.

  “아, 아! 살살!”

  의원이 멍든 손목에 침을 놓자 송현은 엄살을 부리는 어린아이처럼 몸을 비틀며 신음을 흘렸다. 나이든 의원은 그 모양이 우스웠던지 껄껄 대며 침통을 챙겨 일어섰다.

  “뼈가 상하지는 않았으니 곧 나을 겁니다. 허나, 당분간은 그 손을 쓰지 마십시오.”

  송현은 그 의원에게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머리를 조아렸다.

  “참 나, 도대체 자각이라는 것이 있는 거요? 그대는 금의위 창대사이자 장원급제한 학사가 아니오? 그간의 사정이 어떻든 간에 품계도 없는 의원에게 그리 고개를 숙이는 추태를 부리시오?”  영호인이 못마땅해 하자 송현은 되레 그를 나무랐다.

  “여하튼 내 몸을 보살펴 준 분이오. 관직의 높고 낮음이 무에 그리 대수요?”

  “그런 억지가 어디 있소?”

  영호인과 송현이 팽팽하게 대치하자 넉살좋은 양명이 중재에 나섰다.

  “하하하, 자자! 여기는 입방아 찧기 좋아하는 의녀들과 의원들에 약국 소환들까지 바글바글하니 괜히 여기서 구경꺼리를 만들어 줄 필요는 없으니 자리를 옮깁시다.”

  양명의 말이 일리가 있었기에 모두들 자리를 털고 일어나 금의위로 걸음을 옮겼다. 처음부터 송현이 마음에 안 들었던 영호인은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고 송현은 맨 뒤로 쳐져서 구시렁거렸다.

  “허, 참. 시작이 아주 좋구만!”

  “그렇게나 말일세!”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고 휘파람을 불던 양명이 뒤를 돌아보며 눈살을 찌푸리자 막여위도 덥수룩한 수염을 긁으며 이 묘한 대치에 헛웃음을 흘렸다.

  한참을 걸어 금의위에 도착한 세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시간만 죽이고 있었다. 막여위와 양명은 괜히 차만 연신 들이켰고 화가 난 영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벽만 바라보고 있었다.

  사락! 사락!

  실내에는 화롯불 위에서 끓는 찻물 소리와 송현의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 들렸다. 누가 학사 아니랄까 봐 송현은 그 틈을 이용하여 책읽기에 열심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화가 어느 정도 가라앉은 영호인이 고개를 돌려보니 막여위와 양명은 입을 벌리고 졸고 있었다.

  ‘어련하시겠어! 이 말썽꾼은 뭘 하고......’

  송현 역시 잠에 빠져있을 거란 예상과 달리 그는 낡은 서책을 끌어안고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안력을 돋우어 자세히 보니 얼마나 오래된 책인지 너덜너덜하여 곧 찢어질 것 같았다.

  “웬만하면 새 책을 사지 구질구질하게 그게 뭐요?”

  영호인이 또 다시 나무라자 화를 낼 법도 한데 송현은 싱긋 웃어보였다.

  “이 책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거라오. 그동안 내가 귀찮게 군 금의위 교관들과 위사들의 소중한 조언들이 담겨 있는 귀한 책이지요.”

  송현의 말에 영호인은 얼마 전 자신의 구술을 기록하던 책을 기억해냈다.

  시간상으로 바로 얼마 전의 일이다. 그렇다면 저 책은 깨끗한 상태여야 했다. 하지만 얼핏 보아도 송현의 손에 들려있는 책은 백 년도 더 넘은 것처럼 낡아보였다.

  ‘세상에 저 책을 얼마나 읽고 또 읽었단 말인가?’

  송현의 손에 들린 낡은 책을 바라보던 영호인은 문득 자신이 이 눈앞의 학사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그저 요 며칠간 금의위에 찾아와 위사들을 귀찮게 하는 일면만을 봤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하하, 그 책에 금의위 교위들의 고통이 담겨 있단 뜻이로군요.”

  호탕한 웃음소리에 졸고 있던 막여위와 양명이 깜짝 놀라서 일어났다.

  “어흠! 흠!”

 겸연쩍어하는 두 사람을 지나쳐 송현의 앞에 자리를 잡은 영호인이 송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왜 그러시오?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당황한 송현이 얼굴을 매만지며 호들갑을 떨자 영호인은 낮고 또렷한 음성으로 물었다.

  “도대체 그대의 의도가 무엇이오?”

  “의도라니? 무슨 뜻인지 모르겠소?”

  두 사람이 또 다시 말다툼을 벌일까 걱정이 든 막여위와 양명이 안절부절했지만 영호인은 이미 머리가 차가워진 상태였다.

  “그대는 한때 천재라는 소리를 듣고 한림원 학사까지 지낸 사람이오. 그런데 그런 당신이 왜 학문을 익히는 사람이라면 천시하는 무공에 관심을 가지는 건지 난 도무지 모르겠소.”

  영호인이 속내를 드러내자 송현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그것 때문에 내내 나한테 차갑게 군 것이라면 생각보다 영 교위는 속이 좁은 사람이구료.”

  한참을 웃던 송현은 책을 덮어 품에 갈무리한 다음 자세를 바로잡았다.

  “처음은 뭐랄까? 아 그래! 살기 위함이었소. 이 구중궁궐은 온갖 음모와 모함이 횡횡하는 터라 이 한 목숨 부지하기 위함이었다고 하면 믿을지 모르겠지만 사실이오. 그런데......”

  “그런데 뭐요?”

  영호인이 대답을 재촉하자 그런 그의 모습이 재미있는지 송현은 애써 웃음을 참았다.

  “그런데 이 세계가 알면 알수록 신비하더이다. 그리고 하나를 알면 둘을 알고 싶고 둘을 알면 열을 알고 싶어지는 것이 무공이라는 것이었소. 허나, 내 쥐뿔도 아는 것이 없으니 그대들을 괴롭힐 수밖에 도리가 없었소이다.”

  영호인은 마침 막여위가 건네주는 차를 고맙게 받아 마셨다. 긴 대화에 마른 목을 찻물로 적신 송현은 잔잔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오해는 아주 사소한 것으로 시작하지만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그 어떤 것으로도 부수기 힘든 두터운 벽이 되어 다시 회복하기 어렵게 만든다. 무력으로도, 재물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오해다. 하지만 이렇듯 진실한 대화로 봄날 눈 녹듯이 쉽게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 오해라는 것이다.

  “하, 향이 좋네요. 내 재미없는 이야기를 들어주느라 고생들이네요.”

  누구 하나 슬픈 사연 하나쯤 가슴에 묻고 사는 이가 없지 않으련만 송현의 인생사를 듣노라니 세 사람은 코끝이 찡해지는 것이 그 동안 그의 등 뒤에서 흉을 보던 일이 부끄러웠다.

  “여하튼 앞으로 세 분이 저를 도와주신다니 이 송현, 힘이 팍팍 납니다.”

  환하게 웃는 송현을 보고 있노라니 세 사람의 얼굴에도 웃음이 묻어났다.

  미치광이, 소마 등 좋지 않은 그의 소문은 이제 그들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느새 황궁의 이런저런 이야기로 화기애애해지니 며칠 전만 해도 쌀쌀맞은 태도로 일관하던 사이였다는 것이 믿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하하하, 하여간 대단하시오, 송 학사. 그래 이번에는 뭐가 또 그리 궁금하여 의생들까지 괴롭힌 게요?”

  생김새만큼이나 호탕한 목소리의 막여위가 궁금해 하자 송현도 기다렸다는 듯이 책을 펼쳤다.

  “이제 걸음걸이, 그러니까 보법에 대한 궁금증은 풀렸는데 아주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였소.”

  “어려운 문제라?”

  세 교위가 탁자에 머리를 맞대며 호기심을 드러냈다.

  “요즘 나를 애먹이는 것은 바로 숨 쉬는 법입니다.”

  “......?”

  세 사람은 송현의 말을 금방 이해하지 못하였는지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느 책에서 이런 구절을 보았는데, 음......”

  

  사람은 매 순간 숨쉬기를 한다. 하지만 올바르게 숨 쉬는 법을 몰라 몸 안에 좋은 숨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니 얕은 숨을 쉬지 말고 깊게 숨을 들이쉬라. 정기를 들이마시고 걱정은 내뱉으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져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할 것이 없노라.

  

  송현이 무극무해의 심상편에 실린 구절을 말하자 세 사람은 침묵에 빠져 들었다.

  팔짱을 끼거나 턱을 괴는 등 꽤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거참 할 일 없는 사람이네.”

  “그렇게나 말이야!”

  역시나 막여위와 양명은 자신들 수준에 딱 맞는 대답을 내놓았다. 송현도 그들에게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지 웃을 뿐이다.

  “음...... 아무래도 내공심법에 관해서 이야기한 듯 싶소.”

  “내공심법?”

  송현은 생소한 말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두 사람과 달리 송현의 구결이 영호인에게는 꽤 깊이 다가왔는지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역시 무림문파의 제자라더니 내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구나!’

  송현은 내심 크게 기뻤다. 그 동안 금의위 교관들에게 손가락질과 모진 구박을 받으면서도 그들에게 배우고자 했지만 대부분 간단한 병장기를 다루는 법만을 배운 이들이라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에는 부족한 점들이 많았다.

  간혹 중원 무림 출신이라고 해서 달려가 보면 배경으로 삼기 위해 달고 다니는 명패에 불과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황제의 직속 감찰기관인 도찰원의 위사들이 무공의 고수들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송현은 그들과 가까이 할 수 없었다. 도찰원의 수장인 도좌어사가 사례감 왕유와 한통속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황궁에서 사심 없이 자신의 스승이 될 만한 이는 오로지 영호인 뿐이었다.

  기뻤다. 자신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송현은 그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얼굴에 그대로 드러냈다.

  “응? 뭐가 그리 좋아서 싱글벙글이오?”  “아, 아닙니다.”

  머쓱해하는 송현과 늘 차가운 영호인이 마주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던 막여위가 양명에게 나직이 속삭였다.

  “한쪽은 학문에 수재이고 한쪽은 무공에 수재이니 저 두 사람이 무공을 공부하면......”

  “하면 뭐?”

  양명이 뚱한 표정을 지으며 귀찮아하자 막여위가 정색을 하며 그의 귀를 잡아당겼다.

  “혹시 중원제일 고수가 탄생하는 거 아닐까?”

  막여위의 말에 양명은 어이없어 하며 막여위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밀었다.

  “자네 요즘 아편이라도 하는 거야? 정신 차리라고! 내가 보기에 성질 괴팍한 두 인간이 만났으니 둘 중 하나가 폐인 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중이니까!”

  “하기야, 딴에는 그렇기도 하군.”

  그 이후로는 둘은 송현과 영호인의 토론을 지켜보다가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또 다시 사이좋게 머리를 맞대고 꿈결 속으로 빠져 들었다.

  풍보를 익히고 난 후 송현은 무림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꾼 지 오래였다.

  이제 송현의 일과는 아침 일찍 눈을 뜨는 것과 동시에 뒤뜰에서 풍보를 연습하는 걸로 시작하여 날이 저물 때까지 영호인과 막여위, 양명을 괴롭히는 것이 전부였다.

  내공심법.

  그저 숨쉬기만으로 초인이 될 수 있다는 황당한 주석을 보고 믿지 못했던 송현은 내공심법이라는 체계적인 호흡법이 무림인들 사이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크게 기뻐했다.

  무극무해를 보면 풍보에 올바른 숨쉬기가 더해지면 그 움직임을 눈으로 쫓을 수 없고, 그것이 바람인지 사람인지 구분할 수 없다고 했다.

  송현은 각 장마다 생소한 문자로 기록된 부분이 그것을 익히는 방법일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 낯선 문자에 대한 해석 방법이 없어서 발만 동동 굴릴 뿐이었다.

  막여위가 시중에 떠도는 잡다한 내공심법서를 구해서 전해주었지만 송현에게 필요한 수준의 고결한 심법은 구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명문정파의 내공심법은 비밀 중에 비밀이며 비전 중에 비전이다. 그것이 외부로 유출된다면 멸문을 각오하고 전쟁이 벌어질 만한 큰일일 것이다.

  영호인도 무당의 내공심법은 무당의 제자에게만 전수하는 것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예전 같으면 막무가내로 떼를 썼겠지만 세 사람과 지내면서 무림의 속성에 대해서 어렴풋이 배웠기에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이미 무공이라는 세계에 빠져든 송현에게 그 정도 어려움은 장애도 아니었다. 그 다음날부터 송현은 농운서고, 만서고 등 황실 서고에서 살다시피 했다.

  덕분에 할 일이 없어진 영호인 등은 오랜만에 시달림에서 벗어나 모처럼 금의위 훈련 교관으로서 업무에 매진할 수 있었다.

  향긋한 차향이 퍼져오자 책 속에 머리를 묻고 있던 송현의 고개가 올라왔다.

  “아, 좋구나!”

  며칠 밤을 새며 책과 씨름한 송현의 모습은 그야말로 볼만했다. 왕백은 그런 송현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간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십니다요.”

  따뜻한 차를 들이키는 송현은 그저 음 하고 감탄사를 내며 차 한 잔의 휴식을 즐겼다.

  “제가 정말 못 산다고요, 그러다 몸이라도 축나시면 어쩌시려고 그럽니까. 뭐에 한 번 빠지시면 도대체 앞뒤를 재지 않고 달려드시니 그러다 언제 크게 일이 나고 말겁니다.”

  목이 아프도록 잔소리를 퍼부었지만 헛일이었다. 왕백의 잔소리는 그저 한쪽 귀로 흘리는 송현이었다.

  “천축에서 서역승려들이 방문하여 황상의 복을 기린다는데 거기에 가보지도 못하고, 송현학사님 때문에 이게 뭡니까?”

  구시렁거리던 왕백은 갑자기 송현이 자신을 잡아채자 깜짝 놀랐다.

  “에구머니나, 왜 그러십니까?”

  어찌나 놀랐는지 왕백은 딸꾹질까지 했다.

  “지금 뭐라고 했느냐?”

  “건강 좀 살피시라고......”

  “그거 말고!”

  왕백은 송현이 왜 이러나 싶어 겁에 질렸다가 자신이 했던 말을 되새겨 보고 머리를 쳤다.

  “아! 천축 사절단 말이군요. 황상의 복을 빌기 위해서 천축에서 아주 유명한 고승들만 왔답니다. 구경가시렵니까?”

  왕백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송현은 낡은 학사모를 머리에 눌러쓰고 능운서고 계단을 나는 듯이 내려갔다.

  “같이 가요. 우씨! 무공에 심취하면서부터 발걸음이 나날이 빨라지니, 이젠 당최 쫓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니까!”

  아예 따라나설 생각을 포기한 왕백은 찻잔을 쟁반에 올려놓고 한숨을 쉬며 계단을 내려갔다. 자신의 후임에게 사정해서 서고 출입을 허락받았지만 송현이 어질러 놓은 참담한 현장은 자신이 수습해야만 하는 것이다.

  

  건청궁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왜 그리 더딘지 송현은 조바심이 났다. 왕백의 입에서 천축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송현은 무극무해의 신비한 문자가 천축의 범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 순간에는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천축의 고승이라면 무극무해의 난해한 문구를 속시원히 해결해 줄 거라는 기대감에 송현은 몇 년 만에 건청궁을 향해 줄달음을 쳤다.

  건청궁.

  황제가 문무대신과 정사를 돌보는 곳이다. 그러나 오늘은 대당서역기에 나오는 신비한 땅, 천축에서 온 고승들이 황제를 위한 제를 올린다니 그런 구경을 놓칠 바보는 없을 것이다. 지위가 낮은 이들은 멀리서나마 신기한 구경꺼리를 보기 위해 자리다툼이 한창이었다.

  송현이 그 틈바구니 사이를 뚫고 들어 가보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몇 번을 치고 들어갔지만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다시 튕겨져 나왔다.

  “어이쿠!”

  볼썽사납게 바닥을 구른 송현은 낭패한 모습으로 허탈하게 주저앉았다.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송현 학사님 아니십니까?”

  그때 왕백 또래의 어린 환관이 송현을 일으켜주며 아는 척을 했다.

  “소강? 너 소강이 맞지?”

  “왜 아니겠습니까?”

  환하게 미소 짓는 소강을 보고 놀란 것이 아니라 그의 옷을 보고 놀란 송현은 그저 눈을 껌벅거리며 어리둥절하였다.

  “놀라셨습니까?”

  “그, 그래 도대체 어찌된 일이냐?”

  예전에 자주 들리던 동해루 주인의 아들 소강이가 환관이 되어 나타났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꼬맹이 시절부터 귀여워했던 터라 송현에게는 각별한 아이였다.

  “이야기하자면  깁니다.”

  씁쓸하게 웃는 미소 속에서 가슴  아픈 사연이 있음을 짐작케 했다.

  “왜 내게 말하지 않았느냐?”

  송현이 다그치자 어린 소강은 인생의 뒤안길에 선 노인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처연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미 한 번 저희 가족을 구해주시지 않았습니까? 염치가 없기도 했지만, 그 당시에는 송현 학사님이라도 어찌할 수 없는 상대였습니다.”

  소강의 입에서 권력자들의 횡포가 흘러나왔다.

  당시, 쓰러져가던 동해루는 송현의 도움으로 인근에서 금세 유명세를 쌓게 되었다. 한림원과 국자감의 학사들에게 송현이 거의 반강제로 동해루를 이용하도록 협박 아닌 협박을 한 덕택에 박식한 학자들이 드나드는 식당이라는 좋은 평판이 이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좋은 일 뒤에는 꼭 나쁜 일이 찾아온다고 번창하던 동해루에 눈독을 들인 무리에 의해서 삶의 터전을 빼앗겼고 아버지마저 화병으로 돌아가시자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스스로 자궁을 하고 환관이 되었다는 소강.

  그런 소강의 이야기에 송현은 눈믈을 흘렸다.

  ‘무엇이 이 어린아이가 스스로 제 소중한 남성을 잘라내도록 만들었단 말인가?’

  편전에 걸려있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이라는 편액의 글자가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다.

  “미안하구나.”

  송현이 소강의 손을 잡고 고개를 들지 못하자 오히려 눈시울이 붉어지던 소강이 크게 당황하였다.

  “송현 학사님이 무에 미안하다고 하십니까? 당치도 않습니다. 그나저나 이곳에는 어인 일이십니까?”

  가라앉은 목소리로 애써 화제를 돌리는 소강이었다.

  “아! 그게 무슨 일인가 하면 천축에서 온 사절단을 보려고 이 고생이지 않느냐?”

  송현은 인간으로 만들어진 벽을 보며 낙담하여 고개를  떨구었다.

  “아, 저도 보았는데 징그럽게 생겨서 가까이 하기 싫었습니다.”

  “아니 네가 어찌 사절단을 볼 수 있었지?”  송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못미더워하자 소강은 잘난 체를 하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런 치기어린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어린 아이였다.

  “제가 누굽니까? 동해루 제일 숙수 아닙니까? 그 재주를 인정받아 소주방 숙수가 되었습니다.”

  슬픔을 감추고 씩씩한 척하는 소강이 너무 대견해 송현은 저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무렴, 너의 만두 빚는 솜씨는 천하제일이지!”

  송현이 맞장구를 쳐주자 울먹이던 소강도 기운을 차리고 환하게 웃었다.

  “하하하, 역시 송현 학사님은 제 진가를 알아주신다니까요. 여하튼 음식을 진상할 때 몇 번 보았습니다.”

  “정말? 그래 어떻게 생겼더냐? 정말로 머리에 뿔이라도 달렸더냐?”

  송현이 두 팔을 벌리며 과장스러운 몸짓을 하자 소강은 입을 가리며 손사래를 쳤다.

  “에이, 어디요! 눈, 코, 귀 우리랑 다 똑 같던데요. 단지 중원 말이 아니었고 피부색이 다를 뿐이었어요.”

  소강이 천축 고승들을 본 것이 사실임을 확인하자 송현은 더욱  애가 탔다.

  “어떻게 만나 볼 방법이 없을까?”

  송현이 소강에게 자신의 속내를 비추었지만 소강은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한림원 전각 학사님에게 부탁해 보시지요. 그럼 가능할 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송현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지 소강이 의아해하자 송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곤란해 했다.

  “그것이 말이다. 내가 워낙에 그쪽 분들 속을 뒤집어놔서 그런 부탁을 할 처지가 못되는구나.”

  한숨을 푹푹 쉬는 송현을 보던 소강은 그가 측은한지 위로했다.

  “저기...... 그럼 먼발치에서 구경이나 하시렵니까?”

  소강이 넌지시 던진 말을 송현은 덥석 물었다.

  “그래도 될까?”  마지못해 하는 말투와 달리 표정은 소강이 무서울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소강은 왠지 자신이 괜한 말을 한 것 같아서 후회가 되었지만 옛정을 생각하니 내치지도 못했다.

  결국 송현의 손에 이끌려 소주방으로 향하는 신세가 되자 소강은 송현이 제발 말썽만 피우지 않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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