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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二章 무공입문(武功入門) (2/43)

第二章 무공입문(武功入門)

  무공입문(武功入門)

  -무공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다

  단비가 황후가 된지 석 달여가 지나는 동안 황후 책봉의 정통성을 두고 황실은 시끄러웠지만 송현은 무극무해에만 매달렸다. 어쩔 수 없이 책장을 펼쳤지만 지금에 와서는 과거시험 때보다 더 열심이었다.

  오늘도 변함없이 무극무해를 가지고 씨름을 하는 송현의 얼굴은 까칠하기 그지없었다. 두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관복 역시 다리지 않아 보기 흉했지만 송현의 두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었다.

  “이처럼 인간에 대해 깊이 고찰한 책이 있을 줄은 알지 못했다. 내가 배운 학문이 제일이라 알았건만 이런 세계가 존재할 줄은 몰랐다.”

  처음에 무시했던 마음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책은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손때로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그러나 이미 책의 모든 내용이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었기에 더 이상 책을 보는 것은 무의미했지만 습관처럼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수백 번 넘게 읽은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실로 통탄할 일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명문정파라 자처하는 이들도 근본이 되는 인간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무공비급과 영약에 의존하는 무예는 답보하거나 결국에는 퇴보하고 말 것이다. 무를 펼치는 것은 도, 검이 아니라 바로 인간임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실로 충격적인 말이었다. 송현이 비록 무예에 관해 문외한이었지만 책에서 다루고 있는 전반적인 내용은 양명학에서 다루는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었다.

  아니, 지루할 정도로 책의 절반이나 되는 분량을 그런 부분에 할애하고 있었다. 사실 송현이나 되니까 그 부분을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지 중원 무림인이었다면 벌써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후, 겨우 책을 쓴 이의 의도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럼 이제 실전이 남은 셈인가?”

  손때가 묻은 책의 절반 뒤 부분에는 동작을 나타내는 그림들과 그에 대한 주석이 달려 있었다.

  “과연 인간의 잠재된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시험해 보고 싶다.”

  처음과 달리 두려워하는 마음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송현은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디딘다는 기대감으로 들떠 있었다.

  쿠다당!

  “크흑!”

  두 다리가 꼬이며 형편없는 모습으로 바닥을 구른 송현은 넘어져서 다친 상처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수련이 더 분한지 바닥을 내리쳤다.

  “왜 안 되는 거지?”

  수재라는 소리만 듣고 자란 송현에게 무극무해는 자괴감을 안겨 주었다. 비록 글공부는 아니지만 배우고 익히는데 재주가 모자라지 않다고 자부하던 송현은 스스로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런 자신감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이었는지 깨닫게 되자 부끄러워졌다.

  “후, 하지만 이 정도에서 물러나면 나 송현이 아니지. 좋아, 처음부터 다시 하자!”

  손바닥을 턴 송현이 심호흡을 한 뒤 다시 자세를 취했다. 양팔을 앞으로 내밀어 손바닥을 세우고 두 다리는 기마 자세를 취하니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이 엷어진다.

  ‘무극무해의 길에 들어서는 첫 번째 길은 자연에 동화되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을 쫓으라고 했다. 이 백팔 개의 발자국을 떼지 않고 걷는다면 자연의 걸음걸이를 배우게 된다.’

  송현은 무극무해의 입문에 해당하는 걷는 법을 익히기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는 중이었다.

  무극무해는 일반 무공비급과 달리 다리를 제대로 사용하여 바르게 걷는 법, 올바르게 숨쉬는 법, 손과 발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법, 도인법부터 가르치고 있었다.

  그래서 송현은 지금까지도 무극무해가 무공비급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저 신체를 단련하는 수련서라고 여겼다.

  이날도 송현은 무려 천여 번이 넘는 시도를 하였고 그중 구백 번이 넘게 나뒹굴어야 했다. 하지만 지칠 줄 모르는 끈기를 타고난 송현은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바닥에 굴러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풍보(風步).

  무극무해의 입문이자 첫 관문인 풍보는 무공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송현에게는 정말 어려운 난제였다. 간식을 싸 와서 매일 지켜보는 왕백도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자 연일 하품만 해댔다.

  쿠다당!

  “아함~”

  기지개를 펴며 지루한 눈으로 하품을 하던 왕백은 바닥에 뭔가를 그렸다.

  “칠백아흔아홉입니다.”

  “하아, 하아! 뭐냐 그게?”

  “송 학사께서 넘어진 횟수지요.”

  “큭!”

  나뭇가지로 송현이 풍보 수련 중 넘어진 숫자를 세고 있던 왕백은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일어섰다.

  “그놈의 수련 때문에 좋지 않은 소문이 나돌고 있는 거 아시기나 합니까?”

  “좋지 않은 소문이라니?”

  “송현 학사님께서 살짝 맛이 갔다고 수근거립니다.”

  “흥, 그러거나 말거나!”

  송현은 별 상관없다는 듯 다시 발자국을 그려놓은 땅 위에 서서 자세를 잡았다.

  ‘지독한 인간!’

  왕백은 흙투성이의 송현이 또 다시 뒤뚱거리는 우스꽝스러운 걸음걸이가 다시 시작되자 한숨을 쉬며 나뭇가지를 들어 숫자를 세었다.

  묵묵히 지켜보던 왕백은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 저녁놀이 황궁을 황금빛으로 물들일 무렵, 정확히는 오늘도 천 번의 넘어짐을 채우려는 송현이 막 비틀거리는 찰나였다.

  “송현 학사님, 아무리 봐도 도인법 같은 수련서가 아닌 거 같은데요?”

  “하아, 하아,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이거 말이에요, 무극도해!”

  바닥에 펼쳐진 무극도해를 나뭇가지로 가리킨 왕백은 눈을 찡그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거 혹시 무공비급 아닐까요?”

  “뭐? 으악!”

  왕백의 뚱딴지같은 소리에 깜짝 놀라 다리가 꼬여 또다시 땅바닥과 인사를 해야만 했다.

  큰소리를 내며 넘어진 송현은 재빨리 일어섰다.

  “무림인들의 책이란 말이냐?”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요. 금군 교위들이 훈련하는 모습하고 비슷한 거 같아요.”

  “그걸 왜 이제야 말하는 거야?”

  “물어 보지도 않으셨잖아요.”

  천진난만하게 대답하는 왕백의 얼굴에 응징의 주먹이 가차 없이 날아들었다.

  금의위들의 연무장 가까이 이르니 진한 땀내음이 바람결을 타고 흘러나왔다.

  “복명! 복창!”

  누군지 우렁찬 목서리가 듣는 이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금의위의 훈련 모습은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 정도로 장관이었다.

  하나같이 단단한 체격들을 가진 사내들이 구릿빛 피부를 드러내고 창과 검을 휘두르는 모습은 어린아이 뿐 아니라 나이든 남자들의 가슴을 들뜨게 만들었다.

  “좋구나!”

  송현이 저도 모르게 손뼉을 치며 환호하자 금의위 위사들을 훈련시키던 교두 하나가 뒤를 돌아보았다.

  오늘 훈련 교관인 영호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젊은 학사가 그보다 나이 어린 내관을 데리고 나와 구경하는 모습은 마치 저자거리에서 광대놀이를 보며 흥겨워하는 모습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어흠! 이곳은 금의위 위사들의 훈련장이오. 관계자 이외에는 출입을 금하고 있으니 썩 물러가시오!”

  카랑카랑한 목소리에는 명백히 축객령을 담고 있었지만 송현은 누군가 아는 체 해준 것이 기뻤다.

  “아, 미안합니다. 본의 아니게 실례를 했군요. 하지만 황궁을 수호하는 금의위의 늠름한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발길이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두 손을 마주하고 공손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에 금의위 교관 영호인이 오히려 무색해졌다.

  “아니, 뭐 그다지 잘못이라고 하지는 않았소이다. 어쨌든 금군의 훈련은 황상과 관계자 이외에는 보지 못하니 나를 무정하다 하지 마시오.”

  상당히 누그러진 영호인의 말에 송현이 그의 손을 붙잡고 웃었다.

  “관계자라고 하시면......?”

  타인의 손을 함부로 그것도 금의위 훈련교관의 손을 덥석 잡는 사람이 황궁 그 어디에 있을까? 

  영호인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는 젊은 학사의 난입으로 아침부터 혼란스러웠다.

  “그, 그야 경력사(經歷司)나 진무사(鎭撫司) 중 한 곳의 관리이어야 한다는 뜻이오.”

  “호오, 그런 뜻이었군요.”

  젊은 학사의 얼굴에 왠지 사악해 보이는 미소가 흐르자 영호인의 등 뒤로 진땀이 흘러 내렸다.

  “좋은 충고 감사드립니다.”

  예의에 한 치의 어긋남이 없는 행동거지에 영호인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다만 훈련교장에서 물러나는 젊은 학사 곁에 있던 어린 내관의 연신 키득거리는 모습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뭐지 이 정체모를 불안감은?”

  몸에 달라붙은 송충이를 털어내려는 듯 영호인은 몸을 떨었다.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다시 훈련장을 향하는 그의 귓가로 천둥번개 같은 소리가 들렸다.

  “아니 송현 학사께서 이런 곳에 무슨 일이지?”

  “송현......? 설마 소마(小魔) 송현 학사!”

  몸이 얼어붙듯이 돌아선 영호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리는 금의위 위사 수장 임 교두를 보며 비명을 질렀다.

  “설마, 아닐 거야! 그래 아니겠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부정해 보았지만 자신의 손을 잡고 미소 짓던 송현의 얼굴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 여느 때와 다름없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교위 영호인도 평정을 되찾고 맡은바 소임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따라 까마귀가 아침부터 훈련교장에서 요란하게 울어댔다.

  “귀인이 찾아오려나...... 저놈이 왜 저리 울어대나?”

  영호인은 햇살을 등지고 울어대는 까마귀들을 손을 들어 바라보았다. 그 뒤로 관복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자 얼른 손을 내리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아, 마침 영호인 자네가 있었군.”

  넉넉한 풍채에 수염이 멋들어진 중년인이 영호인을 반가워했다.

  “천호 어르신이 어인 일이십니까?”

  금의위 천호 마태윤이 훈련교장을 찾는 일은 거의 없는 일이기에 영호인은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하하하, 새로 경력사 창대사로 오신 송현 학사님이네. 자네가 알아서 잘 모시도록 하게나.”

  산처럼 커다란 덩치 뒤에 숨어 있던 송현이 생글거리며 나타나자 영호인은 귀신을 본 사람처럼 놀랐다.

  “으헉!”

  얼굴이 창백해진 영호인의 손을 또 잡으며 송현은 지인이라도 만난 듯이 반가워했다.

  “하하하, 이거 또 이렇게 뵙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인연인 게지요?”

  물론 영호인은 전혀 반갑지 않았다. 황궁에서 악명을 떨치는 소마 송현이 자신의 근무지로 온다는데 반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건 꿈이겠지?’

  볼이라도 꼬집어보고 싶지만 송현의 뒤에서 키득거리고 있는 어린 관리를 보자 그 날의 악몽이 끝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제길, 이게 무슨 날벼락이람!’

  장날 놀러 나온 이처럼 즐거워하는 송현과 반대로 영호인은 사형장에 끌려나온 사형수 같은 심정이었다. 게다가 천호 마태윤이 한 술 더 뜨자 상황은 더 좋지 않게 변했다.

  “하하하, 이 친구가 이래보여도 말입니다. 그 유명한 무당파 아시죠? 그 무당파의 속가제자로 제법 이름깨나 알려진 무인입니다.”

  “오호!”

  마태윤의 설명에 송현의 눈빛은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렵게 변했다.

  그러나 그 눈빛을 받은 영호인은 비수로 심장을 찔린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 중요했다.

  “하하하, 어쩐지 저는 영호인 교두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왠지 정이 가는 듯했습니다.”

  송현의 웃음소리가 영호인에게는 저승사자의 그것처럼 들렸다. 떨떠름해하는 영호인의 귓가에 마태윤이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황후마마께서 천거한 사람이다. 괜히 기분 상하게 하는 언행은 조심하는 것이 좋아.”

  “큭!”

  이건 협박 중에서도 최고의 협박이었다. 송현의 뒷배가 누구라는 것을 알았으니 영호인은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송현은 들떠 있었다.

  “하하하, 우리 앞으로 잘해 봅시다.”

  영호인은 대답 대신 고개를 푹 숙였다. 보이지 않게 내쉬는 한숨 소리를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전부였다.

  송현과 왕백이 금의위에 부임하자 황궁의 호사가들은 금의위에서 그가 또 무슨 기행으로 소동을 일으킬지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의 기대와 달리 송현은 금의위 경력사에서 아주 조신하게 근무를 했다. 다른 부서에서와 너무나 다르게 지각도 하지 않았고 근무 중에 자리를 비우는 일도 없이 아주 열심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호사가들이 송현이 죽을 날이 멀지 않았나 보다고 떠들어댔다. 원래 사람이 죽기 전에 착해진다는 미신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소문도 송현이 금의위에서 조용히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자 입방아 찧기 좋아하는 이들도 지쳐 갔고 점점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졌다. 황궁에는 워낙 많은 사건과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인지라 어느 특정인에게 오래 관심을 가질 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곰방대의 재를 털어내는 주름살 가득한 손이 다시 가루담배를 뭉쳐 꾹꾹 곰방대에 눌러 담자 어린 소환이 부싯돌로 불씨를 당겼다. 늘어진 볼 살이 부풀었다가 줄기를 몇 번 하자 곰방대의 담뱃잎에도 불이 붙었다.

  “후우!”

  하얀 담배 연기가 방 안 천정을 향해 올라가자 곰방대를 입에 물고 있던 노환관은 만족스러운지 고개를 끄덕이며 황금보료 위에 몸을 기대고 담배 피우는 일에 열중했다.

  “건청궁 호태감이 만나 뵙기를 청하고 있사옵니다.”

  손님의 출현을 알리는 소리에 담배를 즐기던 사례감 왕유의 표정이 좋지 않게 변했다.

  “들라 해라!”

  사내도 여자의 것도 아닌 목소리에는 짜증스러움이 잔뜩 섞여 있었다.

  방 안에 들어선 이도 그것을 눈치 챘는지 곧바로 머리를 조아리며 눈치를 살폈다.

  “자네가 새벽 댓바람부터 무슨 일인가?”

  환대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불청객을 대하는 듯 하는 태도에는 다소 실망스러웠는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황상께서 연왕 때문에 불안해하시고 있습니다.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호태감은 사뭇 진지한 태도로 일관했지만 사례감 왕유는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조치는 무슨. 우리는 그저 황상을 보필만 하면 되는 거야. 우리 같은 환관 나부랭이들이 국정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무에 있나?”

  “네?”

  갑자기 사례감 왕유가 개과천선이라도 했는지 아니면 그가 미쳐서 머리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른다고 호태감은 생각했다. 결코 그의 입에서 나올 종류의 말들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사례감 왕유가 어떤 인물이던가? 현 대명 황실의 보이지 않는 실세이며 황제의 최측근으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탐관이었다.

  그런 그가 마치 충신들이나 하는 말을 저처럼 뻔뻔스럽게 입 밖으로 내니 호태감으로서는 당황스럽기만 했다. 그가 얼마나 탐욕스럽고 잔인한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훌훌훌! 내가 이런 말을 하니 영 어색하구나.”

  곰방대를 내려놓은 사례감 왕유는 제 말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우스웠는지 낄낄 댔다.

  “이보게 호태감 자네 황궁생활이 올해로 몇 해지?”

  잠시 손꼽아 보던 호태감이 입을 열었다.

  “벌써 삼십 년이옵니다.”

  “삼십 년이라 그만 하면 이제 세상 돌아가는 이치도 알 만큼 알 나이지 않나.”

  “무슨 뜻이옵니까?”

  곰방대의 재를 손바닥에 털어낸 왕유가 혀를 찼다.

  “쯧쯧쯧, 어찌 그리 세상 물정을 모르나? 누가 황제가 되던 황궁은 환관들의 것이야. 그러나 누가 황제가 되는가는 하늘의 뜻이지. 천하의 주인이 누가 되든지 간에 우리 환관은 항상 필요한 존재고 황제에게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손이며 발이다. 내 말 뜻 알겠나?”

  사례감 왕유의 지나가는 말투에 담긴 속뜻을 알아차린 호태감은 몸을 떨었다.

  그는 이 구석진 방에 있으면서도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모두 손에 꿰차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무서움을 새삼 깨달은 호태감은 그저 머리를 조아리며 섣부르게 나선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고 있었다.

  재떨이에 담뱃재를 떨어낸 사례감 왕유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보다는 말이지 우리 발아래 숨어 있는 쥐새끼들을 처리하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야.”

  “쥐새끼라면......?”

  호태감이 의아한 눈으로 고개를 들자 왕유가 구부정한 허리를 펴고 고개를 좌우로 꺾었다. 우드득! 거리는 소리가 듣기 불편했다.

  “예를 들어...... 송현 같은 녀석이지.”

  “송현이라면 그 소마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왕유를 보며 호태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애송이를 왜 경계하시는지 소신은 이해가 가지 않사옵니다.”

  “쯧쯧쯧, 그 머리를 가지고 어떻게 그리 오래 황실에 버텼는지 신기하군.”

  사례감 왕유는 호태감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애꿎은 재떨이만 곰방대로 두드렸다.

  “그놈은 보통내기가 아니야. 내가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함정을 팠는데도 녀석은 보란 듯이 빠져나갔어. 나도 눈치 채지 못했는데 녀석은 후궁 단비가 황후로 책봉될 거라는 걸 미리 예견했단 말이다.”

  꽤나 분해하는 왕유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더구나 녀석은 황후의 모든 제안을 거절하고 금의위 창대사로 자리를 옮겼다.”

  “창대사라면 금의위 경력사의 종9품 한직이지 않습니까?”

  호태감은 그런 한직으로 간 것이 무에 그리 대수냐고 생각했지만 왕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품계가 높고 낮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야. 하필이면 녀석이 금의위에 들어갔다는 것이 거슬려. 더구나 요즘은 총교두 임충과 어울린다고 들었다.”

  임충이라는 말에 호태감의 표정도 일그러졌다. 워낙에 심지가 굳고 강직하여 뇌물이나 그 어쩐 회유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강군이었다. 그래서 도찰원(都察院)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고 있는 인물이다.

  중상 모략하여 그를 끌어내려고 몇 번이나 음모를 꾸몄지만 황제의 총애가 워낙에 두터워 번번이 실패하였다.

  “하필이면 임충과 교분이 두텁다니 의외로군요.”

  호태감도 일이 가볍지 않음을 깨달았는지 왕유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자네도 잊지 않았겠지. 녀석의 애비 병부시랑 송시현의 목을 친 일을 말이야.”

  속삭이듯 중얼거리는 목소리였지만 호태감은 아주 또렷하게 알아들었다.

  “어찌 잊겠습니까? 사례감 영감과 소신이 주도한 일입니다. 그때 병부시랑을 찍어내지 않았다면 저희들은 큰 낭패를 보았을 것입니다.”

  “훌훌훌, 그렇다고는 하지만 송시현 그자는 우국충신이었다. 그게 문제란 말이지! 그때의 일을 가슴에 담고 있는 자들이 꽤 될 거란 말이다. 더구나 그자의 아들을 황제는 불쌍히 여기고 있으니 일이 쉽지 않다.”

  사례감 왕유의 고충을 이해한 호태감이 고개를 숙였다.

  “도찰원의 아이들을 풀어 송현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이미 애들을 몇 붙여 놓았지만 이젠 녀석의 주변 인물들까지 감시를 해야겠다. 언제 하늘이 뒤바뀔지 모르는 혼란한 시기에는 조심 또 조심하는 것이 좋아.”

  할 말을 마친 사례감 왕유가 다시 곰방대에 담뱃가루 재우는 일에 몰두하자 호태감은 조용히 방을 빠져 나왔다.

  금의위의 경력사는 문서의 이동을 관장하는 일을 맡는다. 여러 가지 문서들 중 보안을 요하는 문서와 그렇지 않은 문서, 그리고 시중에 나도는 문서들 중 황실의 위엄이 손상이 가는 것은 있는지 검열을 해야 한다. 그래서 아침부터 퇴청할 때까지 업무가 쌓여 있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중 창대사가 할 일은 그러한 문서들을 모두 읽어보고 추리는 일이다. 송현의 주요 업무 또한 이것이지만 그는 다른 데 더 관심이 있었다.

  오와 열을 갖추고 검술을 수련하는 금의위 위사들 머리 위로 우렁찬 목소리가 호령했다.

  “태아도타세(太阿到拖勢), 여선참사세(呂仙斬蛇勢), 양각조천세(羊角弔千勢),금강보운세(金剛步蕓勢)!”

  품새를 외칠 때마다 수백 명의 금의위 위사들의 검이 춤을 추었다. 거기에 수백의 구령이 보태어지니 그야말로 태산도 무너뜨릴 기세였다.

  “금강파천......”

  금일 훈련교관인 영호인의 구령과 구령 사이에 잡음이 끼어들었다.

  “이상하다. 이상해!”

  영호인은 뜻하지 않은 방해에 사래가 들린 듯 헛기침을 하고 말았다.

  “콜록! 콜록!”

  배에 잔뜩 힘을 주고 목소리를 돋우어 긴장하고 있는 상태에서 난데없이 누군가 훼방을 놓자 말이 꼬여버렸다.

  훈련교장의 위사들은 대놓고 웃지 못했지만 고개를 숙인 그들의 어깨가 들썩이는 것으로 보아 영호인의 낭패한 모습이 꽤나 재미있는 듯했다.

  언제 그들이 단정하기만 한 영호인의 그런 망가진 모습을 보았겠는가?

  무림명가의 속가제자에다가 그의 가문 역시 명문가로서 출세는 이미 기정사실인 기재였기 때문에 위사들은 영호인의 실수를 재미있어 하며 숨죽여 웃었다.

  “으...... 송현 학사!”

  어찌나 목소리가 크던지 송현의 옆에서 졸고 있던 왕백이 깜짝 놀라 난간에서 형편없이 떨어졌다.

  “하하하, 교두께서는 화통을 삶아드셨나? 어찌 그리 목소리가 크시오?”

  넉살이 좋아도 너무 좋은 송현을 보자 더 울화통이 터지는 영호인이었다. 

  “지금 황군의 훈련을 방해하고 있다는 걸 모른단 말이오? 이는 대역죄와도 같소이다.”

  훈련봉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으로 보아 오늘 영호인이 단단히 화가 났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송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딴청을 피웠다.

  “대역죄인지는 모르겠고 말이외다. 내 하도 궁금하여 나도 모르게 속내가 입 밖으로 튀어나온 모양이외다.”

  “무엇이 그리 궁금하여 금군의 훈련을 방해할 정도였소?”

  영호인이 말상대를 해주자 송현은 화색이 도는 얼굴로 얼른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걸음걸이 말이외다. 검을 휘두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가만히 지켜보니 걸음걸이 또한 규칙이 있는 듯한데, 내가 제대로 본 거요?”

  엉뚱해도 도가 지나쳤지만 송현은 그런 것은 모른다는 천진난만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결국 영호인은 이 찰거머리 같은 인간을 떼어내려면 그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줘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삼위, 육삼위 앞으로 나서게!”

  영호인의 호명에 두 명의 위사가 검을 두 손으로 마주하고 앞으로 나섰다.

  “한 번만 설명하겠소.”

  “세이 경청하리다!”

  ‘큭! 뻔뻔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구나!’

  속에서 뭔가가 욱하고 치밀어 올라왔지만 영호인은 꾹 참았다.

  “보법이란 권, 창, 검, 무엇을 사용하든지 간에 가장 중요한 기초인 동시에 가장 중요한 무예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소.”

  영호인이 두 명의 위사에게 시범을 보이라고 명을 내리자 오삼위와 육삼위는 검을 마주하고 섰다.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검을 휘둘러 적을 베어야 하지만 그전에 공격하기 좋은 위치를 잡거나 혹은 적의 예봉을 미리 막을 수 있는 기선제압을 보법이라는 수단을 통해 이룰 수 있소. 거합하라!”

  명이 떨어지자 육삼위가 다리를 크게 내딛으며 몸을 앞으로 당기니 육삼위를 베려던 오삼위는 눈 깜짝할 사이에 코앞으로 다가온 육삼위를 벨 수가 없었고 어느새 목 부위에 육삼위의 검이 얹혀 있었다.

  “호오!”

  송현은 단지 발을 내뻗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제압하는 광경을 보며 크게 감탄했다.

  “다음은 보법으로 적의 공세를 피하는 예를 보여주겠소. 거합하라!”

  이번에는 순서를 바꿔서 오삼위가 크게 발을 내뻗으며 검을 머리 위에서 아래로 크게 베었다. 그 기세가 소름끼치도록 살벌하여 송현과 왕백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육삼위는 왼발을 빙글 돌려 세우는 것만으로 무시무시한 검세를 피해냈다. 육삼위의 쾌검은 그만 허탕을 치고 만 것이다.

  “우와! 대단해요!”

  “신기다. 신기!”

  송현과 왕백이 박수를 치며 환호를 하자 영호인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저자거리의 놀이패로 전락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을 감내하고 빨리 불청객을 내쫓는 것이 급선무였다. 영호인은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야만 했다.

  “보법은 검사에게 있어서 생명과도 같은 걸음걸이라고 할 수 있소. 게다가...... 지금 뭐하는 거요?”

  영호인은 어이가 없었다.

  송현의 작태가 황당하기만 했다.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던 것이다.

  “좀 천천히, 천천히 어디까지 적었더라...... 그러니까 보법은 검사에게 있어서......”

  그는 아예 자리를 펴고 앉아 자신의 구술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

  결국 참다못한 영호인이 폭발하려는 순간 송현이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말입니다. 혹시 걸을수록 힘이 나고 병이 치유되는 그런 보법도 있소이까?”

  “뭐요? 당장 나가!”

  “에? 뭐라고요?”

  “여기서 나가란 말이외다!”

  멍해있는 송현의 옷자락을 왕백이 잡아 당겼다. 송현은 영호인의 상태가 어떤지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왕백은 눈칫밥으로 황궁에서 지금까지 버텨온 내공이 있었다.

  “흠, 뭐 주인이 나가라면 나가야지.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요. 그럼 내일 또 부탁하겠소이다.”

  생글거리며 주섬주섬 물건들을 챙긴 송현이 보퉁이를 들고 일어섰다.

  영호인은 위사들의 손에서 검을 뺏어 베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억눌렀다.

  위사들에게 손까지 흔들어 보이며 여유작작하게 훈련교장을 떠나는 송현과 달리 영호인은 요즘 들어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십 년씩 늙어가는 느낌이었다.

  “하하하, 자네 얼굴에 주름이 많이 늘었군.”

  등 뒤에서 들려오는 굵직한 목소리에 영호인은 그동안 쌓인 불만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그런 고충을 십분 이해한다며 등을 두드려주는 사내에게 영호인은 감격해했다. 그러나 뒤이어 들려오는 소리에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자네가 힘들겠지만 송 학사께서 궁금해 하시는 건 그것이 무엇이 되든지 간에 소소하게 알려드리도록 하게.”

  “네에? 임 교두님 지금 농이란 걸 하시는 거겠죠?”

  그는 임충 교두였다. 송 학사에게 깊은 호감을 가지고 있는 임충이 송현을 두둔하자 영호인은 아주 난감했다.

  “하, 하오나. 저자는 공공연히 금군의 훈련을 방해하고 있단 말입니다. 오늘도 저자 때문에 오후 훈련을 벌써 한시진이나 허비했습니다.”

  영호인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씩씩거리자 임충은 껄껄껄 웃어 보였다.

  “정, 뭐하다면 자네가 직접 따로 시간을 내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

  “그건 죽어도 못합니다.”

  정색을 하는 영호인을 보며 임충은 웃음을 터뜨렸다.

  “참 내, 젊은 친구가 무슨 고집이 그리 센가? 잔말 말고 내 말대로 하게나!”

  “하, 하지만!”

  다급해진 영호인이 임충을 불렀지만 그는 자신의 할 말만 다하고 사라졌다.

  “이런 개 같은 일이 벌어지다니!”

  영호인은 정말이지 죽을 맛이었다.

  그러나 그에겐 십만 금의위 위사들의 수장인 임충의 명을 거절할 명분도, 용기도 없었다.

  “제기랄! 올해는 삼재가 낀다고 하더니 정말인가 보네.”

  영호인은 언젠가 들렸던 점집 노파의 점괘를 떠올리며 씁쓸하게 웃었다.

  “학사 제자라니 누가 들으면 아주 좋아라 하며 웃어대겠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영호인이 다시 훈련에 나서자 금세 금의위 훈련교장에는 짙은 단내가 퍼져 나왔다.

  

  영호인을 괴롭혀가며 얻은 소득이 꽤 대단했다. 송현은 그동안 들은 내용을 구술해 놓은 책을 걸으면서 읽었다. 왕백이 앞을 보아 주었기에 넘어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미친 사람 보듯이 하는 이들이 많아서 곤란하기는 했다.

  “흠, 무극무해를 보면 올바른 걷기란, 사람의 상한 기운을 치유하고 자연과 가까워지는 걸음걸이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걸음걸이를 보법이란 무공으로 만들어 살상에 필요한 도구로 만들었구나.”

  무언가 잘못 되었음을 느낀 송현은 무극무해의 풍보에 대한 정의를 다시 떠올렸다.

  자연에 순응하고 바람에 몸을 맡기면 의식하지 않아도 이미 육체는 그곳에 도달해 있을 것이다.

  ‘음, 자연에 순응한다?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 풍보를 익히는 방법인가?’

  자신이 아는 것과 실제로 사용되는 보법의 개념과 응용이 달라 송현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숙소로 돌아와 낮에 보았던 위사들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깊은 생각에 빠져든 송현은 잠시 후 벌떡 일어나 크게 소리쳤다.

  “108개의 걸음! 108개의 번뇌!”

  위대한 발견이라도 한 사람처럼 송현은 미친 듯이 숙소 밖으로 뛰쳐나갔다.

  잠옷차림을 한 채, 뒤뜰로 나온 송현은 왕백이 정성들여 파놓은 108개의 발자국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첫발을 올려놓았다. 어디선가 한줄기 바람이 불어와 송현의 볼을 간질였다.

  “괴로움도, 즐거움도, 과거도, 불투명한 미래도......”

  다른 때와 달리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걸음걸이에 주저함이 없었다.

  “인간의 오욕칠정, 번뇌가 제아무리 많아도 그 근원은 하나이다.”

  평소라면 발이 꼬여 넘어졌어도 벌써 수십 번 넘어졌어야 했지만 이미 절반의 걸음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것은 모두 자신의 일심(一心)을 잃는데서 오는 것이므로, 모든 번뇌를 끊어버리고 바람이 흐르듯 세상이치에 따라 걸어보자꾸나!”

  사박사박 거리는 발자국소리가 점점 엷어졌다. 신명나는 동작으로 108개의 걸음을 춤추듯 반복하는 송현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로워 보였다.

  “그것이 바로 풍보(風步)로다!”

  순식간에 108개의 걸음을 108번 왕복한 송현은 온몸에 전율을 느끼며 한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 그것은 학문의 성취와는 또 다른 감동이었고 기쁨이었다.

  “이것이 바로 무공이라는 거구나.”

  송현은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감동을 밤새도록 즐겼다. 그것은 처음 천자문을 떼었을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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