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천마-256화 (25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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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새처럼 난다(2)

제이 안가로 돌아온 나는 갈사량을 만났다.

앞서 무림맹에서의 일을 그에게 전해주었다.

우선 가장 중요한 천왕군과의 문제부터 이야기했다.

“이길 자신은 있네. 하지만 확실하게 이긴다는 보장이 없지.”

언제나처럼 솔직하게 말했다. 총군사에게 전할 정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부분만큼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것만 해도 대단하십니다.”

다음으로 천소선과 마철군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갈사량이 깜짝 놀랐다.

“그러니까 여자가 된 천소선과 마철군이 서로…… 맙소사! 맹주님과 함께 온갖 일들을 다 겪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갈사량의 놀람만큼이나 천소선에게 깊은 상처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그가, 혹은 그녀가 악인의 길을 걸어온 이상 그 상처는 내게 있어 기회다.

“이들의 관계를 잘 이용하면 놈들이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을 것 같네.”

“네, 분명 파고들 틈이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추가 조사부터 하겠습니다.”

“맡아주시게.”

그가 방을 나가자 천마가 말을 걸어왔다.

[네가 말한 무공수련 말이야.]

[방법을 찾았나?]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천기심환공이 버텨내지 못하면 다른 마공 역시 버티지 못할 것 같다.]

[역시 그렇군.]

하긴, 비슷한 부류의 마공 중에서도 최고였으니까 천마가 익히고 있었을 것이다.

[한데 전혀 다른 마공이 하나 생각났다. 혹시 기환마공(奇幻魔功)이라고 들어본 적 있나?]

[기환마공? 얼핏 들어본 기억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버지 세대의 본교 장로였던 환마(幻魔)가 익혔던 독문마공이다. 어려서 나를 많이 아껴줬던 분이지. 그때 환마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자신은 꿈속에서 무공을 익힌다고.]

[터무니없는 말이군.]

[한데 사실이다.]

[뭐? 정말 꿈에서 무공을 익힌다고?]

[당시에 어렸던 나는 무공수련을 싫어했지. 그래서 환마에게 자면서 무공을 익히면 좋겠다고 투정부리듯 말했는데, 그때 그 말을 했었지. 몽련비술(夢練?術)이란 마공이었다.]

[그래서 배웠나?]

[배웠다. 실제로 해보기도 했고.]

[구결도 다 기억하고 있고?]

[물론이다. 하지만 난 그때 이후 이 마공을 사용한 적이 없다.]

[왜지? 자면서 무공을 익힐 수 있다면 그야말로 최고일 텐데.]

[심각한 부작용들이 있었으니까.]

[무슨 부작용인데?]

[우선 깨고 나서 엄청난 두통과 환각에 시달리게 된다. 정신력이 강할수록 부작용이 적다고는 하지만, 보통의 경우 머리가 깨어질 듯 아프지.]

[내 정신력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볼 기회군. 다른 부작용은?]

[이게 문제인데, 꿈속에서 심마에 빠져들거나 심지어 몽마(夢魔)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아주 위험한 무공은 아닌 모양이군. 환마가 교의 후계자인 당신에게 알려준 것을 보니.]

[아니, 아주 위험한 무공이다. 실제로 수많은 제자들이 죽었다고 하더군. 내게 알려준 이유는 내가 익힌 혈뢰심법 때문이다. 그가 익힌 마공보다 상위의 마공심법이기 때문에 몽련비술의 부작용이 위협적이지 않았던 거지.]

[혈뢰심법은 나도 익혔잖아?]

[그래서 하는 말이지.]

[꿈에서 수련을 한다?]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것인지 궁금도 했고.

[가르쳐줘.]

[진심인가?]

자신이 제안하고서도 천마는 망설였다. 자신이 깊이 배워본 것이 아니라서 그것이 어떤 마공인지 확실히 알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나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한 망설임이었다.

[난 마신결을 익힌 몸이다. 적어도 마공이라 이름 붙은 것이 내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이 말에 천마도 마음을 굳혔다.

[좋아, 한번 해보자.]

천마가 기환마공 중 몽련비술의 구결을 전수하기 시작했다.

* * *

마철군의 부름에 마령인이 찾아왔다.

두 사람은 모두 내공이 제압당한 채 무림맹 내전에 갇혀 지내고 있었다. 다행히 서로 오갈 수는 있지만 외부로 나갈 수는 없었다.

“어쩐 일로 이 쓸모없는 동생을 찾으시나?”

마령인은 보자마자 이죽거리는 말부터 던졌다. 그는 여전히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돈이 필요하다. 본가에 연락해서 돈을 마련하라고 해라.”

“돈? 어디에 쓰려고?”

마령인의 눈빛이 강해지며 대번에 의문을 제기했다.

“놈들을 상대하는 데 쓰려는 것이니 그렇게 의심스럽게 쳐다보지 않아도 된다.”

마철군이 한옆으로 걸어가서 창가에 기대섰다. 마령인을 마주보고 있기 불편했던 것이다. 뒤에서 들려오는 마령인의 말소리.

“천도문주는 나야. 헛소리 집어 쳐!”

“그냥 달라고 안 한다. 빌려줘.”

“나도 듣는 귀가 있어. 천왕군이 돈독이 올랐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 때문인가?”

“그래. 그가 요구했다. 거절하면 우린 죽을 거다.”

마철군은 천소선과의 관계에 대해 일절 함구했다. 자신의 여자 문제에 마령인이 끼어드는 것은 딱 질색이었다. 놈은 분명 모든 것을 엉망진창으로 만들 테니까.

“무림맹도 털리고, 이제 집에 있는 재산까지 다 털리는 거야? 대체 뭐하는 거야? 그렇게 병신처럼 굴 거면 차라리 죽어!”

마령인의 폭언에 마철군이 인상을 쓰며 홱 돌아보았다.

“이 새끼야! 말이면 다인 줄 아느냐?”

“고작 이런 모습 보이려고 아버지까지…….”

퍽!

마철군의 주먹이 마령인의 얼굴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마령인이 탁자를 무너뜨리며 바닥을 뒹굴었다. 그래봤자 내공이 없는 주먹질이었다.

“빌어먹을!”

꽝!

마철군이 신경질적으로 벽을 주먹으로 쳤다. 내공도 없는 상태에서 마령인과 드잡이해봤자 파락호 싸움밖에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마령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터진 입술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소맷자락으로 닦았다.

“성질 많이 죽었네? 내가 아니라 벽을 치는 것을 보니.”

“나도 답답하니까 그만해라.”

잠시 마철군의 등을 응시하던 마령인이 나직이 물었다.

“얼마나?”

“가능한 많이.”

“다 갖다 바치겠다고?”

“권력만 되찾으면 돈은 언제든 되찾을 수 있다.”

“그건 힘을 되찾을 수 있는 사람 이야기겠지. 그래, 그러지. 어차피 이대로라면 다 빼앗기고 말 테니 차라리 선심이나 쓰지.”

“잘 생각했다.”

마령인이 밖으로 나가기 전에 말했다.

“내게 도움을 구하며 함께 힘을 합치자고 했지? 정말 그럴 생각이면…… 제대로 해.”

마령인이 문을 거칠게 닫으며 밖으로 나왔다.

그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관심은 권력이나 복수가 아니었다. 바로 ‘생존’이었다.

“마지막에 살아남는 놈이 승자지. 그래, 누가 살아남는지 한번 보자고.”

* * *

쪼로롱, 쪼르르르릉.

꿈결에 새소리를 들었다.

눈을 떴을 때, 맑은 하늘이 보였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나는 이곳이 꿈속 세상이란 것을 알았다.

다시 말해 꿈에서 깨어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여전히 꿈속에서, 나는 너른 들판에 서 있었다.

“……여긴?”

분명 언젠가 와봤던 곳 같은데, 어딘지 확실히는 알 수 없었다. 천기심환공처럼 마음대로 꿈의 장소를 정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어쨌든 나는 이곳이 꿈속임을 알 수 있었다. 정말 이렇게 뚜렷한 자각몽(自覺夢)은 처음이었다.

[신기하군.]

[그렇군.]

오랜만의 몽련비술에 천마 역시 신기한 모양이었다. 원래라면 마공에 대해 한껏 자랑을 했을 상황인데, 그 역시 나와 함께 꿈속 세상에 푹 빠져 있었다.

[막 시작해서 그런지 몽마 같은 것은 안 보이네.]

내 말에 천마가 경고했다.

[그래도 방심하지 마라. 언제 어떤 식으로 심마가 찾아올지 모르니까.]

[솔직히 우린 심마에 빠질 나이는 지나지 않았나?]

[심마가 어디 나이를 가린다더냐?]

만약 그렇다면 오히려 궁금했다. 내게는 심마가 어떤 식으로 찾아올지.

[내기할까? 심마가 오는지 안 오는지? 난 안 온다에 건다.]

[이렇게 잔망을 떠는데 안 올 리가 있나? 난 온다에 건다.]

[내기라면 뭘 걸어야지.]

[뭐든 말해.]

천마의 말에 내가 말했다.

[소원 들어주기 어때?]

[뭐?]

천마가 깜짝 놀랐다. 내가 그런 조건을 걸 줄은 생각도 못한 모양이다.

[애냐? 그런 유치한 조건을 걸게?]

[재밌잖아?]

[내가 무슨 소원을 빌 줄 알고?]

[할 거야, 말 거야?]

내 재촉에 천마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에 천마가 대답했다.

[안 한다.]

[하자, 재밌을 것 같은데?]

[됐다. 넌 지독한 놈이라서 심마도 안 올 거다.]

[겁먹었군.]

[마음대로 생각해라.]

내 제안은 지극히 우발적이었고, 동시에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내 속 깊은 진심이 담겨 있었다. 어차피 내 소원이라 해봤자 별것 있겠나마는, 그의 소원이라면 다를 테니까.

하지만 그는 거절했다. 아마 이 거절에도 그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겠지?

나는 더는 그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자, 그럼 수련을 해볼까?]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무공을 사용하자 실제와 느낌이 약간 달랐다. 뭐라고 할까? 살짝 약에 취해서 몽롱하다고 할까?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려고 애썼다. 내 집중력에 따라 수련의 효율이 달라질 테니까.

일초식 환검천폭이 발출되었다. 회전하면서 검기의 검이 연속해서 허공을 날았다. 팔 성에 이른 환검천폭의 위력은 이제 엄청난 속도와 위력을 자랑했다.

꽝! 꽈아앙! 꽝!

땅이 뒤집어졌다.

나는 마신비행으로 허공을 날았다.

이초식 뇌검전격이 발출되면서 사방에서 벼락이 내리치기 시작했고 삼초식 일벌검옥이 바위를 가둔 후 정확히 같은 크기로 잘라냈다.

사초식 진검무성이 저 멀리 있는 거목을 연속해서 베어냈고, 오초식 광속비검이 이 꿈속 세상이 얼마나 큰 곳인지를 확인했다.

육초식 마검혈우가 펼쳐졌다. 무공을 연마할 새로운 공간이 필요한 것이 이 육초식 때문이기도 했다.

주위가 어두워지며 천둥이 쳤다.

꽈르르르르릉!

곧이어 검기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처음 펼쳤을 때와 팔 성에 이른 마신결의 마검혈우는 차원이 달랐다.

주위가 어두워지는 것이 아니라 온 세상이 어두워졌다.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악!

거센 검기의 빗줄기가 쏟아져 내리면서 그곳은 지옥으로 변했다.

대체 이 무공을 이곳이 아니라면 어디에서 연마할 수 있단 말인가?

쪼로롱, 쪼로로로롱.

새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났다. 기분 좋은 아침햇살이 창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몽련비술의 시작과 끝은 항상 이 듣기 좋은 새소리로 시작하고 끝나는 모양이다.

“후우.”

밤새 수련한 것이 생생히 기억났다.

[괜찮나? 머리 안 아파?]

[좀 무겁네. 숙취가 있는 정도?]

[젠장. 정신력이 어마어마하군. 밤새 그 과격한 수련이었다면 한 열흘 침상에 누워 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의외로 괜찮아.]

[넌 미친놈이야!]

[하하하.]

한바탕 크게 웃은 후 천마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고마워.]

[고맙긴. 너도 내 부탁을 들어줬으니 나 역시 마신결과 관련해서는 도와줘야지.]

그때 밖에서 갈사량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침하셨습니까?”

“들어오게.”

갈사량이 안으로 들어왔다. 평소라면 벌써 일어났을 시간에 침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는 갈사량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이렇게 늦게까지 주무신 적은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혹 편찮은 곳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네. 푹 잘 잤다네. 오랜만에 꿈도 꾸고.”

“어떤 꿈입니까?”

내가 그를 보며 싱긋 웃었다.

“아주 좋은 꿈이네.”

갈사량의 표정이 그제야 풀어졌다.

“한데 무슨 일인가?”

“천소선과 관련해서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여러 정황을 살펴본 결과 천소선이 마철군에게 돈을 요구했고, 마철군은 그것을 마령인에게 부탁한 것 같습니다.”

갈사량은 결론을 도출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들의 만남이 있은 후 곧바로 마철군이 마령인을 만났고, 그 이후에 천도문에서 자금 확보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천왕군이 돈을 구하려는 상황에서 모든 조각이 딱 짜 맞춰지는 것이다.

“우리가 천도문의 자금을 봉쇄할 수 있나?”

“아예 틀어막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여러 방법을 통해 어느 정도 시기를 늦출 수는 있을 겁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네.”

자금줄을 틀어막은 후, 그사이에 천소선을 공략할 생각인 것이다.

“네. 곧바로 공총관과 상의해서 시행하겠습니다.”

“고생하시게.”

나는 그대로 벌러덩 침상에 누웠다.

문을 열고 나가려던 갈사량이 다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침상과 나,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 것이다.

“설마 다시 주무시려는 겁니까?”

“갑자기 잠자는 것이 좋아졌네.”

내 말에 갈사량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내 표정이 편안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바깥의 일은 저희에게 맡기고 푹 주무십시오.”

“고맙네.”

난 눈을 감으며 몽련비술의 구결대로 운기하기 시작했다.

[난 잠 안 오는데.]

[시끄러! 어서 자.]

나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천소선의 일도, 무공수련도.

꿈에서 깨어날 때마다 나는 더 강해져 있을 것이다. 그것이 모여서 마신결의 구 성에, 나아가 대성에 이를 것이다.

기회는 날아다니는 새와 같다. 흔히 보이는 것 같지만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고, 절대 어디에나 내려앉지 않는다. 그게 바로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하는 이유다.

쪼로롱, 쪼로로로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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