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잔. 이걸 누가.
1.
딸랑.
“오셨군요.”
문을 열며 들어서는 큰 그림자에 정환이 반가움을 표한다. 남들보다 조금 큰 키의 사내가 이전과는 달리 멀끔한 모습으로 아실 안으로 들어섰다.
경기도 구석에 있는 한 공장에서 마주쳤던 믹솔로지스트, 신주용이었다.
“잘…지내셨죠? 오라고 하셔서 오긴 했는데…”
“들어오시죠. 아직 영업 전이라서 널널합니다.”
“여기로 오세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어색해하는 그를 아실의 바텐더들이 친근하게 맞이한다. 윤수는 바 밖으로 튀어 나가 그를 끌고는 자리를 안내했다.
“여기 수건이랑 체이서! 아직 영업은 전이지만 먼저 받아두세요.”
“아. 감사합니다. 편하게 해주셔도…”
“이게 제일 편해요! 손님처럼 편하게 즐기시면 됩니다!”
“그럼….”
대접할 때는 이렇게 부담스러운 건지 알지 못했다. 그저 자신이 편한 대로 주기만 하는 거기에 부담스럽지 않았던 주용.
반대로 받는 사람이 되어보니, 이것 역시 제법 난감하기 그지없다.
“좋은 가게네요. 오면서 봤더니 골목도 고즈넉하고 한옥이 멋들어졌습니다.”
“그런가요? 아직 어색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셔서요.”
“아뇨. 전 정말 좋았습니다. 공부하던 곳이 떠오를 정도였으니까요.”
“공부하던 곳이라면, 파리 말씀이군요.”
“그렇죠.”
호르르륵.
“파리는 오래된 건물이 많아서요. ‘바’라는 곳도 역사가 깊은 곳도 많죠. 100년, 많게는 120년까지. 마치, 이곳도 그렇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물을 한잔 들이킨 주용은 제법 구체적인 극찬을 들려준다. 역사 짧은 한국의 바 문화를 파리에 빗대어 이곳이 유서 깊은 곳 같다는 말.
정환은 그 말이 싫지 않아 웃을 뿐이다.
“아까 말씀으로는 영업 전이시라고?”
“네. 7시부터가 원래 영업시간입니다.”
“30분이나 일찍 왔군요. 아니, 일찍 부르신 건가요?”
주용은 슬쩍 왼팔을 돌려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은 7시까지 남은 6시 반쯤.
자신이 일찍 오려 이 시간에 온 건 아니다. 그저 초대한 사람이 부른 시간이 이 시간일 뿐.
“대화를 나누기에는 이때가 좋아서요. 오늘은 미리, 드리고 싶은 말씀도 있구요.”
“아. 네. 영업 전이 그런 면에서는 좋긴 하죠.”
“여기, 동네는 둘러보셨나요?”
“간단하게, 네. 둘러봤습니다. 한옥이 많아서 좋더군요. 바도 있고. 여기 앞에는 다른 가게도 하나 있던데요?”
“‘숲’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맞습니다. ‘바’고 좋은 가게입니다. 형제처럼 지내는 가게죠.”
“음. 여기보다 규모가 커 보여서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 숲? 그곳도 상당히 좋아 보였습니다.”
도착이 조금 일러서였을까. 주용은 제법 자세히 종로의 골목을 돌아보고 오는 길로 보였다.
한식집이 가득해 구수한 밥 짓는 향이 나는 이 골목을, 그는 가볍게 지나쳐 오지 않은 모양이다.
“좋은 곳입니다. 클래식한 아실과는 다르게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곳이라서요.”
“그래요? 새로운 시도라면?”
“크래프트 칵테일. 창작 칵테일을 메인으로 하는 곳입니다.”
“오.”
믹솔로지스트라서일까. 주용은 창작 칵테일이란 말에 흥미를 느끼며 눈빛을 빛냈다.
그런 모습이 딱 원하던 반응이라, 정환은 나름 만족하는 눈치였다.
“우선, 주문부터 하실까요? 오늘은 편하게 드시죠.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대화가 더 깊어지기 전에 정환은 먼저 잔을 권한다. 깊은 이야기는 잔이 나간 후에 해도 될 터.
우선은 잔이, 손님과 바텐더 사이에 남았을지도 모를 어색함이라는 벽을 무너트려 줄지도 모른다.
“음, 주문이라면…. 늘 전통주 주변에서만 살다 보니 브라운 스피릿이 오늘은 끌리는군요. 위스키를 베이스로 하나 만들어 주시겠습니까?”
“위스키라면, 어떤 쪽으로?”
“버번. 버번이 좋겠군요. 산미는 없는 게 좋고 당도는 높아도 괜찮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구체적인 주문이 나오자 정환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정환은 버번 한 병과 캄파리, 그리고 감초와 같은 스위트 베르무트를 한 병 테이블 위로 올렸다.
“불바디에인가요?”
“네. 불바디에, 괜찮으신가요?”
“좋죠. 네그로니보다는 불바디에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다행이네요. 버번은 놉 크릭으로.”
“더할 나위 없죠.”
역시 말이 잘 통하는 사내다. 주용은 그런 생각을 하며 잔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런 기대에 부응하듯 조심히 술을 계량하는 바텐더.
정환은 얼음이 든 믹싱 글라스에 하나씩 재료를 넣은 후 바 스푼을 가져와 자세를 잡았다.
잘 잡힌 믹싱 글라스와 스푼을 잡은 손, 그리고 정환의 턱 끝이 정확히 수직선을 만들어 보기에도 좋은 자세가 펼쳐졌다.
그리고 이내.
달그라아아악. 달그라아아아악.
들려오는 편안한 소리.
바 스푼은 정확히 등을 믹싱 글라스 벽에 대고는 편-안하게 미끄러져만 갔다.
‘자세가…’
말도 안 되게 깔끔하다.
이를 지켜보던 주용은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홀린 듯 정환의 스터를 관찰했다.
촤아아아아악!
거침없는 소리와 함께 기대감을 잔뜩 품은 술이 아래로 떨어졌다.
취이익.
오렌지 껍질로 오일을 더 해 완성되는 잔. 진득한 향이 야릇하게 도는 잔이 루비 빛 색을 뽐냈다.
스윽.
“불바디에. 나왔습니다.”
정환은 완성된 잔을 살포시 밀어내 주용의 앞으로 가져갔다.
“감사합니다. 향이…엄청나군요.”
“오렌지 껍질로 향을 더해 봤습니다. 캄파리랑 오렌지 껍질 향이 잘 어울리는 편이라서요.”
“음. 확실히 그런 면이 있죠. 캄파리 자체가 귤류 과일향을 품고 있으니까요. 좋은 선택이십니다.”
“잘 어울릴 겁니다.”
믹솔로지스트답게 이어져 오는 답에 정환은 미소 지으며 잔을 권한다.
이를 받아 향을 맡아본 주용은.
‘…!’
치고 오르는 버번의 진득한 풍미에 눈을 크게 뜨고 만다.
은은하게 풍기는 버번의 투박함이 나쁘지 않다. 버번 특유의 타격감을 향으로 잘 풀어냈고 제스트로 더한 오렌지 껍질의 향도 그대로 잔 속에 녹아 있다.
말 그대로, 잘 풀어냈다는 말이 어울리는 노즈였다.
놀람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호르르륵.
입술을 타고 불바디에가 혀에 닿자, 또 다른 놀람을 불러오는 불바디에의 타격감.
버번의 타격감을 이렇게 풀어줄 수도 있나. 라고 그가 오판하기도 전에 진하게 캄파리의 특유의 씁쓸함이 밀고 온다.
이건, 버번만의 타격감도, 또 캄파리만의 씁쓸함도 아닌 둘의 조화로 풀어낸 맛임이 분명했다.
“후우.”
잔향을 뱉자 이내 베르무트가 올라와 그를 배웅한다.
재료 본연의 향을 살리며 조화를 끌어낸 최고의 맛이라고. 주용은 방금 자신이 받은 불바디에를 감히 그런 말로 포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말도 안 되는 맛이군요. 정말 맛있습니다.”
“입에 맞으시다니, 다행입니다.”
“불바디에라. 저도 만들 줄은 압니다만, 이런 맛을 낼 자신은 도저히 서지 않는군요. 정말, 이럴 때면 후회가 되긴 합니다. 주변에 바 하나 없는 곳에 자리를 잡은 게요. 하하.”
“자주 오셔서 드시고 가시면 되죠.”
“그럴…수 있다면 참 좋겠죠. 하지만, 거리가 너무 머니까요. 허허. 어쩔 수 있습니까. 아쉽지만, 어쩌다 한번. 이렇게 만족해야겠죠.”
거리가 멀다며 너스레를 떠는 주용을 보고는 정환이 야릇하게 입꼬리를 올린다.
어떠한 의미심장함도 또 거창한 포장도 없이 그대로 속에 든 말을 뱉어보는 정환.
“아예, 서울로 옮겨오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
정환은 제법 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툭. 하고는 던져 버렸다.
“어, 갑자기요…?”
“그냥 여쭤보는 겁니다. 계속 거기 계실 예정이신가, 해서요.”
“딱히 이주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지금 술을 만드는 일도 하고 있고…”
“레시피 개발도 하고 계시죠.”
!
“…그쪽은 이제 취미라서요.”
“원래 본업은 레시피 쪽이 아니신가요?”
“아시겠지만, 한국에서는 믹솔로지스트만으로 먹고 살기가 힘듭니다. 또, 전통주로 만든 레시피라니요. 그걸 사갈 사람이 어디…”
있겠냐. 그런 말을 하려다 정환과 눈을 마주친 순간 그의 생각이 바뀐다.
이런 레시피를 찾던 사람. 또 사려고 할 사람.
그런 사람의 눈빛이 주용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런 거였습니까?”
이제야 모든 걸 알겠다는 듯 주용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렇게 자신을 초대한 이유도, 또 자신에게 이주를 물어온 이유도, 모두. 이제는 알 거 같은 그였다.
“레시피를 사고 싶은 거셨군요. 전통주 칵테일이라…. 연구로만 끝낼 생각은 없으신 모양이군요.”
“상품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다르게 생각하시는 거군요.”
“저도 처음 전통주를 연구하며 서울의 여러 바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시장 조사…. 라는 것도 했었죠. 물론, 지금은 직접 빚어서 팔고도 있고. 하지만, 전통주에 대한 인식은…”
“처참했겠죠.”
정환은 덤덤히 지난날을 회상하는 주용의 말을 차분히 받아 자신이 마무리 지었다.
일전에 공장에서 마주했을 때, 그가 전했던 ‘쉽지 않을’ 거란 말속에는 이런 의미 역시 들어있었던 듯했다.
“그래서 더 정환 씨가 반가웠던 걸지도 모릅니다. 전통주의 맛을 알아주는 사람이고, 또 젊은 바텐더인데도 이렇게 전통주를 찾아오셨던 분이니까요. 쉽지 않을 거라 경고도 드렸었고….”
“맛 자체로만 본다면, 딱히 전통주가 문제가 될 건 없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요.”
“맛이…문제가 아닌 걸 아시지 않습니까?”
애써 전통주를 감싸 안으려는 정환의 말에도 주용은 고개를 절레 저었다.
믹솔로지스트기에 맛이 아닌 다른 것에서 오는 문제에 더 회의감이 들었을 주용.
정환 역시 그가 가진 생각이 무엇일지 모르지 않아, 더욱 안쓰러움이 드는 와중이다.
‘스노비즘(snobbism)….’
제법 복잡한 단어가 하나 정환의 머리를 스친다. 복잡하지만, ‘바’라는 곳과는 뗄 수 없는 그 단어가 바로 스노비즘.
간단히 말해, 젠체하는 이들의 모습이 딱 이 스노비즘이란 말에 어울릴 것이다.
바에는 수많은 양주가 있고 이들의 이름은 전부 멋들어진 외국어로 장식되어 있다.
외관에서 전해지는 화려함과 또 이런 언어의 복잡성, 거기에 제법 나가는 가격과 고풍스러운 분위기까지 합쳐지니.
누군가에게는 이게 자신을 꾸미며 아는 척하기에는 딱 좋은 대상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런 이들은 언제고 자신이 정한 기준 외의 것들을 보면 반감을 표하곤 한다.
즉, 자신을 꾸미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이를 자신이 있는 곳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는 것.
이는 때로는 ‘바’라는 공간을 막아서는 높은 허들이 되어, 이쪽 업계에서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큰 걸림돌이 되곤 했다.
즉, 스노브라는 이들은 양주라 불리는 멋스러운 술병이 가득한 술장에 전통주란 구수한 이름의 술병이 들어오는 걸 감히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인식도 정환이 알기로는 몇 년 후면 사라지고는 만다. 이들을 반대로 공략하는 고급화 전략이 전통주에서 터지며, 이들의 관계가 반대로 역전되기 때문이다.
그게 지금으로부터 약 4, 5년 후의 이야기.
조금만 견디면 곧 살길이 보일 것처럼 여겨지는 시간이지만. 반대로 주변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이 4, 5년 동안 여전히 암담한 상황이 계속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무슨 뜻인지는 잘 알겠습니다.”
“안 팔릴 칵테일의 레시피를 이렇게 팔고 싶진 않습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게 나을 거 같군요.”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는 듯한 말을 정환이 전하자 주용이 반대로 감사를 전한다.
같은 업계에서 이해가 굵은 이들은 이렇게도 통하는 거라. 주용이 그렇게 여기며 잘 마무리하려 할 때.
“헌데, 오해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전 레시피를 사려고 했던 건 아닙니다.”
!
정환이 주제를 틀며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내온다.
“예? 방금까지는 분명…”
“전 그저 주용 씨께서 서울로 오실 생각이 있는지를 물었었죠.”
“그 말을 물은 게…, 레시피 때문이 아니었다는 말씀입니까?”
“네. 아닙니다.”
“그럼 왜?”
주용은 얼굴에 모든 의문을 끌어 올리고는 진심으로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제가 가지고 싶은 건 레시피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그 레시피를 만든 사람. 전 그 사람이 이곳 종로에 있었으면 했을 뿐입니다.”
직접적인 말이, 그대로 주용을 향해 되돌아왔다.
!!
“그, 그게 무슨…?”
“보셔서 아시겠지만, 종로에는 새로운 바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여기 아실부터 숲. 그리고 앞으로는 더 늘어나겠죠. 하나의 새로운 상권을 만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 그리고 그런 바의 상권 속에는 전통주를 테마로 한 바도 있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주용 씨께 그런 질문을 남긴 거였습니다.”
“…….”
전해지는 말이 커서일까. 듣는 순간 얼은 상태로 주용이 반응하길 멈췄다.
그는 전해지는 말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보였다.
“그 말은 저보고 바를 열라는 말씀입니까? 여기 종로에…?”
“정확합니다. 직접 레시피를 만든 사람이 직접 바를 연다. 그게 저는 베스트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레시피만을 받는 것보다는 그게 훨씬 최선일 겁니다.”
“미치셨군요….”
미쳤다. 제법 과격한 말이 주용의 입에서 나왔다. 이는 깊은 생각이나 계산이 들어가지 않은 솔직한 감상.
이제 두 번째 보는 사람에, 또 어떤 과거를 가졌는지도 알지 못하는 이에게.
자신이 꿈이라 부를 골목의 일각을 맡기겠다니. 이건 미쳤다는 말 외에는 떠오르지 않지 않겠나.
주용은 그런 생각에 조금의 순화도 없이 떠오른 말을 그대로 뱉어 버렸다.
“미쳤다고 봐도 좋습니다. 다만, 제가 드린 제안은 진지하게 고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말씀드렸지만 아무도 안 올 겁니다. 누가 ‘바’에서 전통주를 찾는다고…”
“그런 바가 없다면, 직접 만들면 그만인 겁니다. 거기에 주가 되는 건 다른 게 아닌 ‘전통주’ 그 자체. 만약, 원하신다면. 다른 메뉴 없이 전통주만으로 구성하는 것도 저는 찬성입니다.”
“…….”
그냥 미친놈인 줄 알았는데 제대로 미친놈이다. 주용은 침을 한번 꿀꺽 삼키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뭐, 지금만 살아가는 이의 눈에는 5년, 7년 후의 일이 보이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다.
몇 년 후면 이런 움직임이 보편화되는 걸 아는 정환과 달리, 주용은 전통주 업계의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을 뿐이다.
“쉽게 결정하시길 바라며 여쭌 질문은 아닙니다. 진지하게, 또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고민해 주시죠.”
“아뇨. 답하기는 쉬운 질문입니다. 여전히 제 생각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미친 짓이고, 가망이 없다고 보입니다만.”
“저랑은 생각이 다르시군요. 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애초에…이건 답이 나올 수 없는 논쟁입니다. 생각이 다르다고는 해도, 결과야 모르는 일이 아닙니까? 이럴 때는 실패를 대비하는 게 현명한 일입니다. 안 될 일입니다.”
그의 생각이 제법 확고해 정환의 말이 전혀 먹히질 않는다. 그러자, 정환은.
“그럼, 오늘 한번 확인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건 또 무슨…?”
무언가를 테이블 위로 꺼내며 준비해온 오늘의 본론을 꺼내온다.
그가 테이블 위로 올린 건.
“문배술에 감홍로, 고구마 소주에 두견주…?”
주용의 공장에서 봤던 그 전통주들이다.
그리고.
“오늘 하루, 아실에서 주용 씨가 만든 레시피로 칵테일을 만들어 팔아보겠습니다. 손님들의 반응을 지켜봐 주시죠. 그리고 진지하게 제가 드렸던 제안을 다시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또 하나 올라온 건 정환의 본론.
정환은 마치 이걸 위해 오늘을 준비했다는 듯 유려하게 본론을 뱉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