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047화 (1,04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1047화>

몬스터가 나오는 문?

게이트다!

문을 닫는 열쇠?

당연히 게이트 안정화 장치다!

‘지금 게이트 안정화 장치를 만들었다는 거야?!’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경악하기도 잠시, 내심 웃음이 터졌다.

철수 형이 아니다.

게이트 안정화 장치를 철수 형이 개발했을 리 없으니까!

그리고 보육원 꼬맹이가 게이트 안정화 장치를 발명했을 리도 없었다.

게이트 안정화 장치를 만든 건 마탄을 발명한 초거대 기업 재금 그룹이니까!

힐끗 비밀을 말해 준 꼬맹이를 보자 발갛게 상기된 얼굴이 보였다.

이 상기된 얼굴을 보자 어떻게 된 일인지 짐작이 갔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 게이트가 열려 낙동강 전선까지 밀린 힘겨운 시대.

누구에게나 희망은 필요했다.

그래서 창원, 김해를 지나며 만난 헌터들과 군인들이 작은 일에도 환호하고 크게 웃었는지 몰랐다.

서울대성당의 꼬맹이들과 자신의 목말을 탄 아이도 마찬가지로 마음을 기댈 희망이 필요했다.

철수 형이란 아이는 어린 동생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을 거다.

‘아니, 어쩌면 진짜 철수 형일지도 모르겠는데.’

게이트 안정화 장치 개발이 동생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거짓말이라면, 철수 형이란 꼬맹이가 진짜 철수 형일 가능성도 있었다.

순간 이곳에 올 때까지의 여정이 줄줄이 떠올랐다.

한경석을 쫓아 도착한 남일도.

동전을 던져 결정한 고지대 빛의 기둥.

던전에 떨어져 오게 된 2004년 부산.

우연히 만난 신부님을 따라와 도착한 보육원.

이 모든 우연 끝에 도착한 보육원에 어린 철수 형이 있을 가능성은?

‘없다!’에 류세연의 청약 통장도 걸 수 있었다!

하하하-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는 순간 머리 위에서 기대감이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헌터면 서울도 갔었지?! 서울에 우리 집 그대로 있을까? 있겠지?! 어쩌면 엄마, 아빠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그렇지?!”

뒤통수에 전해지는 햇살 같은 체온과 어깨에 걸린 솜털 같은 무게를 느끼는 순간. 가슴속에서 몽글몽글 따뜻한 솜털이 구르고,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열쇠로 몬스터가 나오는 문을 닫고 서울 집으로 돌아가 엄마, 아빠를 다시 만난다.

아이의 목소리에 담긴 희망과 바람을 느끼는 순간 새삼 깨달았다.

무림, 대한민국, 게이트 전쟁.

세상이 변하고 시대가 달라져도 사람은 그대로였다.

아이들에게 이름을 주는 철수 신부님, 영희 수녀님.

빈 병을 모아 산 보물, 보석 반지 사탕을 건네는 꼬맹이.

희망과 기대를 주기 위해 동생에게 거짓말을 하는 철수 형.

김밥과 사이다에 기뻐하고 염동 대협에 환호하는 보육원의 아이들.

그리고 다시 한번 질문이 들려왔다.

“……엄마, 아빠 서울에 있겠지?”

기대 어린 목소리에 묻어나는 작은 불안감.

자신이 여기서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

아이의 마음에 자라난 작은 불안감을 날려 버릴 희망을 심어 주는 것!

그리고 자신은 이 시대 사람들은 모르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당연하지! 서울에 아파트 많은 거 알지?”

“아파트? 맞아! 서울에 아파트 엄청엄청 많대!”

“그렇지 그 많은 아파트가 전부 요새야!”

“요새? 거기에 사람들 있는 거야?!”

천문석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철벽 이태성, 하얀 번개 추이린, 강철 해머 장철! 1세대 헌터들과 각성자들이 미처 피난 오지 못한 사람들과 서울에서 버티고 있어!”

“앗! 그럼……?!”

기대감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순간.

천문석은 확신을 담아 말했다.

“맞아. 서울에는 아직 남은 사람이 많아!”

“우와아아아아-.”

꼬맹이가 번쩍 손을 들고 환호성을 지르는 순간.

천문석은 크게 외쳤다.

“꽉 잡아! 서울로 날아갈 정도로 빠르게 달릴게!”

머리를 꼭 끌어안고 외치는 아이.

“서울로 출동!”

“출동!!”

부아아아앙-

천문석은 입으로 엔진 소리를 내며 날아갈 듯이 빠르게 비탈길을 달렸다.

* * *

동해안 해안도로.

철판을 덕지덕지 붙인 장갑 버스가 뻥 뚫린 해안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이 장갑 버스에는 강릉 거점에서 부산으로 돌아가는 헌터들과 상인들로 만석. 재금 공업의 김철수 과장도 타고 있었다.

김철수 과장은 창문 너머 뻥 뚫린 해안도로를 보며 안도했다.

“운이 좋았네.”

그렇다. 정말 운이 좋았다.

오너의 갑작스러운 연락이 왔을 땐 강릉 거점에 있었다.

때마침 용용이가 동해안을 훑고 지나가 해안도로가 뚫리지 않았다면, 이렇게 빠르게 부산으로 돌아가 제정신이 돌아온 오너와 만나는 것은 불가능했을 거다.

오너는 부산에 마련한 비밀 연구소에서 대기 중, 강릉 거점까지 간 목적인 마석과 부산물 준비도 끝났다.

‘돌과 철은 여전히 찾지 못했지만…….’

하아-

김철수 과장은 좌석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벌써 4년이 지났구나.’

2000년 1월 1일 게이트가 열리고 돌아온 아파트는 아내와 아이와 길이 엇갈려텅 비어 있었다.

그때 현관 벨이 울렸고, 문 앞에 놓인 상자에서 ‘가죽 수첩과 회중시계’를 찾으며 모든 일이 시작됐다.

가죽 수첩으로 아내와 아이를 찾아 외가가 있는 제주도로 보내고, 난장판이 된 서울을 헤매며 ‘아이’를 찾았다.

몇 달 동안 수많은 아이와 가족을 구해 서울 밖으로 빼내고 마력 각성을 각성했을 때 마침내 찾았다.

검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폐허가 된 서울을 놀이터처럼 달리던 아이를!

그 아이를 잡는 데 걸린 시간이 무려 한 달이었다.

그것도 도망치던 아이가 갑자기 멈추지 않았다면 잡지 못했을 거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했다.

폐허가 된 도시의 간판, 가로수, 난간을 타고 달려 도망치던 그 모습!

뒤로 길게 마수를 끌고 달리다가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고 픽 주저앉으며 외치던 그 목소리!

‘돌과 철을 찾아라!’

뜬금없는 외침 뒤 번쩍 고개를 든 아이의 눈에서 타오르던 푸른 광화!

신화 속 거인이 깨어난 듯 하늘이 울고 대지가 요동쳤다.

뒤를 쫓던 몬스터들이 요동치는 대지 위를 구르는 순간, 울부짖는 하늘에서 섬광이 떨어졌다.

이 한 줄기 섬광이 수백의 마수와 몬스터 무리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게 바로 오너와의 첫 만남이었다.

항거 불가능한 재앙. 거대 괴수와 재앙급 마수조차 홀로 압도하는 각성자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힘!

당장이라도 마수와 몬스터를 밀어내고 서울을. 아니, 한반도 전체를 수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오너는 기억 대부분을 잃은 상태였고, 일부나마 정신을 차리는 건 일 년에 3, 4일뿐이었다.

잃어버린 오너의 기억을 완전히 되찾기 위해선 ‘돌과 철’이 필요했다.

그날부터 자신의 임무는 오너의 돌과 철을 찾는 게 됐다.

그리고 지난 4년 많은 것이 변했다.

대 몬스터 전선이 낙동강까지 밀리고 전 국민이 부산으로 피난을 왔다.

돌과 철을 찾아 오너의 기억을 되찾고 게이트 전쟁을 끝장내기 전에 나라가 통째로 망할 판국!

‘화약이 안 터진다고?! 국소 EMP 마력 폭풍?! 이게 원래 이렇게 자주 터지는 게 아닌데?! 뭐가 이따위야!!’

제정신을 차린 오너는 기겁해서 바로 대책을 마련했다.

화약의 연소 문제와 몬스터 반발장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탄환을 개발했다.

마탄!

던전, 균열, 게이트 어디에서 건 화약이 연소하고 모든 마수와 몬스터에게 먹히는 탄환!

마탄의 놀라운 성능에 전황이 빠르게 변했다!

마탄을 개발하기 위해 오너의 힘과 기억 대폭 깎여 나갔지만 괜찮았다!

재금 공업사를 인수해 전 세계에 출원한 마탄 라이선스로 엄청난 재원이 모일 예정이었으니까!

그 엄청난 재원을 쏟아부어 ‘돌과 철’만 찾으면 오너의 기억이 돌아오고, 순식간에 게이트 전쟁을 끝낼 수 있다!

이게 오너의 원래 계획이었다!

그렇다. 원래 계획이었다. 원래…….

하아-

순간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새어 나오고 대각선에 앉은 헌터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마탄 좀 남는 거 있냐?”

“마탄 얼마 하지도 않는 걸 맨날 빌려 가? 꼭 갚아라!”

“아, 미안 깜빡했다. 이걸로 갚을게!”

투덜거리며 탄창을 꺼내는 헌터.

뒷머리를 긁적이며 담배 2갑을 건네는 헌터.

“담배! 2갑이나?! 야, 바쁘면 깜빡할 수도 있지! 탄창 더 받아!”

하나, 둘, 셋, 넷, 다섯.

반색해서 탄창 5개를 넘겨주는 헌터.

담배 2갑 > 마탄이 가득 채워진 탄창 5개.

이게 지금 마탄의 가치였다.

마탄에 매긴 라이선스 비용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교환비!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게이트 전쟁 중인 세계 각국은 마탄의 유용성을 확인한 즉시, 특허를 정지하고 마탄을 말 그대로 찍어 내고 있었으니까!

마탄 라이선스로 받은 돈으로 ‘돌과 철’을 찾는다는 오너의 계획은 실패했다!

그냥 실패한 것도 아니라 완전히 실패했다!

마탄을 개발하기 위해 힘을 깎아 내 이제 1년에 2, 3일 제정신을 차리기도 힘든 상황.

게다가 전 세계의 이목이 마탄을 개발한 재금 공업에 집중됐다.

국정원, 정찰총국, 내각정보실, CIA, 전략지원부대, 정보총국!

온갖 정보기관이 재금 공업을 주목하며 사람을 들여보내고, 직원들에게 꼬리를 붙였다.

자신은 재금 공업의 경력직 영업과장, 오너는 보육원에 있었기에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은 시간문제! 이대로라면 언제 자신과 오너의 정체가 밝혀질지 몰랐다!

오너가 기억을 찾았다면, 아니 하다못해 한두 개 나라만 마탄 라이선스 비용을 줬어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엄청난 재원, 돈은 그 자체로 힘이자 권력!

그 돈의 힘으로 그 누구도 감히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할 벽을 세웠을 테니까!

그러나 미국이 첫 타자로 배를 째고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독일, 인도…… 강대국들이 줄줄이 특허를 정지시킨 채 덤핑 마탄을 무지막지하게 쏟아 내며 계획은 완전히 어그러졌다.

지금 마탄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하는 나라는 딱 하나였다.

일본.

그리고 일본 정부가 마탄 라이선스 비용으로 지급하는 돈은 1,000엔.

발 당 1,000엔이 아니라 1년 동안 1,000엔을 입금하고 있었다!

1,000엔을 입금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0원이면 회계 장부에 기록하는 데 예쁘지 않았으니까!

“하, 미친 새끼들…….”

절로 욕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마탄이라는 게이트 전쟁의 판도를 바꿔 버린 놀라운 발명을 했는데!

자신은 ‘돌과 철’을 찾아 전국을 누비며 발 당 500원짜리 덤핑 마탄을 상대로, 똑같은 기능에 가격만 20배 비싼 발 당 1만 원짜리 정품 마탄을 팔러 다니고 있었다!

당연히 정품 마탄은 안 팔렸고 재금 공업은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휘청이고 있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은 재금 공업의 마탄 라이선스를 호시탐탐 노리고.

한국은 국정원 최 팀장을 앞세워 큰 거 두 장, 2천만 ‘원’에 마탄 라이선스를 날름하려 하고 있었다!

고통을 겪는 건 자신과 재금 공업뿐이 아니었다.

게이트 전쟁의 판도를 바꾼 마탄의 개발자, 오너.

오너는 부산의 보육원에서 꼬맹이들과 지내고 있었다.

오너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려왔다.

손수레에 빈 병을 가득 담아 슈퍼로 나르고 특식으로 김밥이 나왔다고 진심으로 기뻐했다.

정신을 차릴 때마다 보육원에 기름 좀 보내라고 문자를 날리던 짠 내 나는 모습!

이렇게 오너와 자신, 재금 공업이 고난을 겪는 동안 전황은 급변했다.

마탄을 말 그대로 찍어 내면서 인간의 화력 우위가 되살아났다!

한국은 낙동강 너머로 전선을 밀어붙였고 미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도 마수와 몬스터를 갈아 버리며 게이트 사이 도시와 섬을 수복, 해운이 살아났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서해를 반으로 쪼개 놓은 용용이의 바닷물 방벽 때문에 중국과의 해로는 여전히 끊겼지만, 부산과 일본을 잇는 해로가 뚫렸다.

일본은 고정 게이트 없이 던전, 균열만 나타났기에 산업 생산력이 건재했다.

해운이 살아나고 원재료가 공급되자 일본의 공장에서 막대한 물자가 쏟아졌다.

이 엄청난 물자가 일본에서 부산항으로 쏟아지고, 서울에서 버티고 있는 각성자들이 만든 교두보와 서해를 연결되는 한강 수로가 열렸다.

그리고 각성 동물 용용이가 대한민국 근해를 훑으며 바닷길과 해안도로가 뚫렸다.

낙동강 전선의 병력을 서울 교두보로 보낼 길이 열린 것이다.

게다가 낙동강 전선에는 불가능한 승리를 수없이 거둔 최고의 전투 지휘관이 있었다.

전투 예지 능력자 검은 폭풍!

게이트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장 전황이 좋은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영혼까지 끌어모은 한타를 때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울 수복 작전!’

이때 오너에게서 연락이 왔다.

[문을 닫을 열쇠를 만들었다.]

연락을 받는 순간 바로 깨달았다.

마탄으로 재원을 모아 ‘돌과 철’을 찾으면 만들 예정이던 장치, 게이트 안정화 장치가 만들어졌다!

‘서울 수복 작전’이 벌어지는 지금 ‘게이트 안정화 장치’가 발명됐다!

서울 수복 작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게이트에서 끝없이 쏟아지는 마수와 몬스터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서울은 시작일뿐이다!

오너가 만든 게이트 안정화 장치가 있으면 베이징, 파리, 런던, 뉴욕, 워싱턴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열린 게이트를 통제할 수 있었다!

마탄으로 대 몬스터 전 화력 우위를 점했음에도 영토를 수복하지 못한 결정적 이유가 게이트였다!

아무리 화력 우위를 되찾아도 게이트를 없앨 수 없다면 영토 수복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전선을 밀고 올라가도 후방의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는 순간 전선은 붕괴할 테니까!

게이트 안정화 장치가 오너가 말한 것과 같은 성능이라면 게이트 전쟁의 승리는 시간문제!

김철수 과장은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것을 느꼈다.

게이트 안정화 장치는 마탄처럼 특허를 정지하고 카피품을 쏟아 내는 게 불가능했다!

즉, 마탄 특허를 정지시킨 놈들에게 한 방 먹일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서울 수복 작전에 사용할 게이트 안정화 장치는 공짜로 제공한다.

미·중·러·일의 대도시에 설치될 게이트 안정화 장치도 실비만 받고 제공한다.

전 세계의 대도시 게이트 대부분에 안정화 장치가 설치됐을 때가 기회다.

빼도 박도 못하고 물린 그 순간!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전 세계 모든 나라는 밀린 청구서를 받게 되리라!

‘하하하하하-’

김철수 과장을 태운 장갑 버스가 뻥 뚫린 해안도로를 달려 부산으로 향했다.

천문석이 꼬맹이를 목말 태우고 사이다를 사러 달리는 이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모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정신을 차린 오너.

부산으로 내려오는 김철수 과장.

서울 수복 작전을 준비 중인 국군.

언제나처럼 사건·사고가 천문석이 있는 부산으로 찾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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