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16화>
“…….”
“…….”
대답 없이 서로 시선을 교환하는 남중국 헌터들.
천문석은 비명 소리가 들려오는 광장을 가리켰다.
“야, 빨리빨리 결정해! 소리 들리지? 곧 국가 헌병대 체포조 들이닥친다!”
남중국 헌터 전원은 흠칫 놀랐다.
비명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곧 결심을 굳히고 앞에 나선 헌터가 대답했다.
“좋다! 대신 맹세 해라! 제대로 싸우겠다고! 여기서 ‘깃발’을 꽂는 거다!”
깃발전!
헌터 관습 대부분은 한국에서 시작된 것!
남중국 헌터의 입에서 깃발을 꽂자는 이야기가 나와도 이상할 것은 없다.
이거야말로 자신이 바라던 바다!
천문석은 한 손을 들어 올리고 외쳤다.
“그래 깃발전이다!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 됐지? 빨리 시작하자!”
와르르르-
꽁꽁 묶인 팀장 옆에 무장 상자가 쌓이고.
천문석과 31인의 남중국 헌터들이 마주 섰다.
“항복 그런 거 없다. 한쪽이 박살 날 때까지! 깃발전 조건에 동의하나?”
“딜!”
천문석이 대답하는 순간 31인의 남중국 헌터는 그물처럼 펼쳐져 포위망을 만들었다.
난장판이 된 광장 한가운데 갑자기 대치한 헌터들!
태성 빌딩으로 도망치던 헌터들의 황당한 눈길 어이없어하는 외침이 쏟아졌다.
“깃발전? 지금 쟤들 깃발 꽂은 거야!?”
“국가 헌병대가 출동했는데 깃발전이라고!?”
“와 나도 헌터지만 헌터들은 제정신이 아니라니까!”
“야! 던전 노역장 끌려가! 얼른 도망쳐!”
……
싸움 구경에 진심인 헌터들조차 도망치는 중!
국가 헌병대 체포조가 들이닥칠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5분 안에 마무리한다!’
천문석은 내력을 끌어올리며 사방으로 기감으로 뻗었다.
파스스슥-
원을 그리며 자신을 포위한 31인의 남중국 헌터들에게서 전해지는 끓어오르는 분노와 터질듯한 기세!
따끔따끔-
각성력에 실린 짙은 살기가 날아와 전신에 소름이 돋는 순간.
천문석은 무릎을 가볍게 구부리고 양손을 앞으로 뻗으며 외쳤다!
“와라!”
순간 남중국 헌터들의 살벌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박살 낸다!”
“살아만 있으면 된다!”
“다리부터 아작내라! 여기서 결판을 낸다!”
으아아아악-
31명의 남중국 헌터들은 기합을 지르며 일제히 돌격했다!
상대는 강화 전투복도 무기도 갖추지 않은 맨손에 혼자!
반면 자신들은 강화 전투복과 방검조끼까지 착용한 31명이다!
마탄을 사용하지 않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숨에 밀고 들어가 박살 낸다!
각성력의 폭풍이 쏟아지는 순간.
천문석은 가볍게 뻗은 양손으로 원을 그렸다!
공원에서 흔히 보이는 건강 체조!
노인이 펼친 듯 아무 힘도 느껴지지 않는 태극권이 펼쳐졌다!
“하! 미친놈!”
“태극권으로 각성 헌터를 상대한다고!”
비웃음과 동시에 강화 시멘트조차 바스러트릴 공격이 쏟아졌다!
빠아아아앙-
천문석은 공격을 피하지 않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폭풍에 휘어지는 갈대처럼 무릎을 굽혀 주먹을 피하고!
무릎을 굽힌 탄력으로 단숨에 다가가 몸을 타고 흐른다!
“어, 어어!”
주먹을 휘두른 헌터가 자신의 힘에 제풀에 비틀거리는 순간.
빙글-
부드럽게 원을 그리는 손이 상대의 어깨를 밀고 다리가 오금을 툭 걷어찬다!
으어어엇-
장난처럼 바닥에 나뒹굴어 데굴데굴 구르는 헌터!
이게 시작이었다.
천문석은 갈대처럼 낭창낭창 휘어지며 몰아치는 남중국 헌터 31인을 휘저었다!
바람이 전신을 타고 흐르듯!
밀고, 당기고, 때리고, 두들긴다!
“저 녀석 방어구가 없다!”
“한 방! 딱 한 방만 때리면 된다!”
“붙잡고 늘어져!”
“움직일 공간을 없애라니까!”
으아악-
악을 쓰며 돌진해 필사적으로 엉겨 붙는 헌터들!
그러나 빙글빙글 원을 그리는 양손에 닿는 순간.
고속으로 회전하는 팽이에 닿은 것처럼 제멋대로 팔다리가 튕겨 나간다!
“하하하- 너희 뭐하냐? 제대로 쫓아와라!”
양손으로는 유려한 원을 그려내고 두 발로는 삼각형을 그리며 빠르게 물러선다!
천문석은 31명의 남중국 헌터들의 공격을 흘리며 원을 그렸다!
처음 깃발을 꽂은 장소!
무장 상자와 꽁꽁 묶인 팀장을 중심으로!
어느새 주위에 가득했던 헌터들은 모두 사라진 상황.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는 텅 빈 광장!
31명의 남중국 헌터들은 탱커에게 도발된 몬스터처럼 맹목적으로 돌진하고 있다!
‘거의 다 됐다!’
감이 오는 순간 발로 내력을 움직였다.
쓰스스스슥-
빙판 위를 미끄러지듯 단숨에 광장을 미끄러져 거리를 벌린다.
“야, 도망치지 마라!”
“잡아! 붙잡고 늘어져!”
“잡기만 하면 우리가 이긴다!”
우뚝 멈춰 선 순간 보였다.
으아아아악-
목이 터져라 악을 쓰며 돌진하는 남중국 헌터들!
한 명 예외 없이 31명 전원의 시선이 자신에게 꽂혀 있다!
‘지금이다!’
이 순간 부드러운 원을 그리던 양손이 하늘에서 충돌했다.
굉천수!
콰아아아앙-
모든 소리를 지워 버리는 굉음에 청각이 마비되고!
거대한 섬광이 모두의 시선을 하얗게 물들였다!
탁 트인 광장, 게다가 난전 상황에서 터진 굉천수!
원래라면 큰 효과를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남중국 헌터들은 바짝 독이 올라 맹목적으로 돌진하던 중.
바로 앞에서 터진 굉천수에 제대로 직격당했다!
청각과 시각이 날아가며 균형감각이 단숨에 무너졌다!
길어야 1분 남짓한 시간.
그러나 1분이면 충분했다!
퉁-
튀어 오른 용수철처럼 전진하며 가볍게 움켜쥔 손에 경력을 담아 철퇴처럼 뿌린다!
노리는 곳은 귀!
손에 담긴 경력은 구인창!
파팟, 파파파팟-
구인창의 경력이 담긴 주먹에 닿는 순간 허수아비처럼 픽픽 쓰러져 버둥거리는 31인의 헌터들!
완전히 무력화시킬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광화문 광장에서 굉천수를 쓰지 않은 이유!
위이이이잉-
사이렌 소리와 다급한 고함이 사방에서 들려왔으니까!
“마력 섬광탄!?”
“어떤 미친놈이야!”
“저놈들부터 잡는다!”
……
굉천수의 섬광과 굉음에 깜짝 놀란 국가 헌병대가 기겁해서 달려 오고 있다.
천문석은 재빨리 내력이 실린 발로 무장 상자를 걷어차고 내려찍었다.
콰직, 콰지직-
눈만 가리기 위한 허술한 상자는 단숨에 부서지고 소총, 권총, 섬광탄, 탄창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즉시 내력이 실린 손으로 총구를 움켜쥐고 힘을 쏟았다!
꽈드드득-
총구가 휘어지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초!
모든 총기류를 고물로 만드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제 튀면 된다!’
바로 몸을 일으켜 달리려는 순간 눈에 밟히는 게 있었다.
재금 공업 정품 마탄이 채워진 수백 개의 탄창!
‘챙길까!?’
지금 이곳은 국가 헌병대가 쫙 깔린 전장!
여기서 마탄을 챙기는 건 스스로 국가 헌병대의 타겟이 되는 것이다!
타겟이 되는 건 눈앞의 저 녀석들이면 충분했다.
굉천수에 구인창의 경력을 연이어 얻어맞고 감각이 완전히 무너진 남중국 헌터들!
남중국 헌터들은 바닥을 더듬으며 악을 썼다.
“비겁하다!”
“최후식! 어디냐!?”
“정정당당하게 싸우자며!?”
……
천문석은 씩- 웃으며 남중국 헌터들을 봤다.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헌터의 손이 품 안에 들어가 있었다.
저 손에 잡힌 게 총이라는 것에 4등 당첨된 로또를 걸 수도 있었다!
무장 상자 안의 마탄 총기가 전부가 아니다.
남중국 헌터 놈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뒤통수를 치려 했던 거다!
“하, 새끼들!”
당장이라도 쥐어박고 싶지만, 기척이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
3인, 5인 1조!
국가 헌병대 체포조가 각성력을 갈무리하고 은밀하게 포위망을 좁히고 있다!
지문이 찍힌 총기류!
자신이 터트린 굉천수의 섬광!
남중국 헌터 31인 주위에 가득한 마탄!
이제 자신이 뭘 더 할 필요도 없었다.
천문석은 꽁꽁 묶인 팀장을 어깨에 둘러메고 섬광탄을 하나 던지며 외쳤다.
“그럼 모두 노역장에서 수고해라! 우리 다시는 보지 말자!”
몸을 돌리는 즉시 날 듯이 달리는 천문석.
“멈춰라!”
“멈추라고!”
“안 멈추면 쏜다!”
분통을 터트리며 리볼버를 빼내는 동시에 섬광탄이 떨어져 폭발했다.
빠아아아아앙-
섬광탄이 터지는 순간 은밀히 포위망을 조이던 국가 헌병대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돌진했다!
“이 미친놈들이 다시 섬광탄을 터트려!?”
“저놈들부터 체포한다!”
“전원 일제 돌진한다!”
두두두두두-
국가 헌병대가 달리는 순간 천문석은 쓰러진 가로수에 맞고 뒤집힌 매대 아래 납작 엎드렸다!
그리고 내력에 심플하고 직관적인 외침을 실어 던졌다.
굉천수, 구인창, 섬광탄! 3연타를 맞고 무력화된 남중국 헌터들이 있는 곳으로!
보이지 않는 기탄이 소리 없이 날아가 터지는 순간 울려 퍼지는 외침.
[마탄! 위험해! 이 미친놈들이 마탄을 사람한테 겨눴다!]
“마탄!”
“미친! 마탄이라고!?”
국가 헌병대가 반사적으로 바닥에 납작 엎드리는 순간.
천문석은 장총신 리볼버를 꺼내 하늘을 향해 쐈다!
타아아앙-
총성에 반사적으로 움츠러들었다가 번쩍 고개를 드는 순간 보였다!
오렌지빛 마력광이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다!
최정예 헌터 부대, 광화문 게이트 수비대가 지키는 광화문 광장에서 마탄을 쐈다!
그것도 국가 헌병대의 공권력 집행에 저항해서!
마탄은 섬광탄, 패싸움, 각성력과는 차원이 다르다!
분노한 국가 헌병대 고참들은 납작 엎드린 채로 미끄러지듯 돌진했다!
겁 없이 마탄을 발사한 헌터들을 향해서!
그리고 봤다!
리볼버를 손에 쥔 헌터!
바닥에 엎드려 은폐한 헌터들!
그 주위에 가득한 탄창과 소총, 섬광탄!
“미친놈들!”
“이 녀석들 전원 마탄으로 무장했다!”
“민간인 피해 가능성이 있다!”
“바로 무장해제 시킨다!”
“전원 일제 돌격!”
마탄 범죄를 추적하기에 마탄이 얼마나 지독한 물건인지 너무나 잘 알았다.
혹시 오발 사고가 나서 각성력이 없는 민간인이 마탄에 맞기라도 하면 즉사한다!
한두 발 맞더라도 최대한 빨리 제압해야 한다!
납작 엎드렸던 국가 헌병대 전원은 각성력을 폭발시키며 방패를 앞세워 일제 돌격했다.
“잠깐! 잠깐만……!”
“저희가 아닙니다!”
“방금 그 마탄은…….”
남중국 헌터들이 다급히 외치는 순간 무자비한 응징이 시작됐다!
방패로 내리찍고 체중을 실어 거칠게 깔아뭉갰다!
“사선 확인! 새끼들아! 사선 확인 몰라!?”
“미친놈들이 광화문에서 마탄을 발사해!?”
“이 새끼 뭐야? 이 리볼버 재금 공업 정품 마탄이잖아!”
“재금 공업 정품 마탄!”
“야, 이 씹! 재금 공업 마탄을 같은 헌터한테 쏴!”
“밟아! 이 새끼들 전부 밟아! 또라이 새끼들!”
“너희는 전원 얼음 미궁 행이다! 1년 12 달 얼어붙은 곰고기만 먹게 해 주마!”
“끄어억-.”
“으아악- 잠깐!”
“잠시만 외교관…… 커억-!”
천문석은 다급한 비명을 뒤로하고 뒤집힌 매대, 불타는 자동차, 쓰러진 가로수 사이를 날듯이 달렸다!
국가 헌병대라는 소나기를 피할 우산 태성 빌딩을 향해서!
태성 빌딩에서 이태성 길드장을 만나면 광화문 광장의 난장판은 깔끔하게 끝난다.
다음 할 일은 남중국 푸젠성에 간 한경석을 찾아서 데려오는 것!
하지만 그것도 문제없다!
천문석은 씩 웃으며 어깨를 봤다.
꽁꽁 묶여 있는 남중국 헌터들의 리더 팀장!
이태성, 최후식.
헌터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두 사람이라면 ‘팀장’에게서 필요한 정보를 순식간에 얻어 낼 거다!
‘경석아! 조금만 기다려라! 곧 도와주러 갈게!’
타다다다닷-
천문석은 이태성 길드장과 최후식 이사가 있을 태성 빌딩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 * *
광화문 광장 북쪽 국가 헌병대 지휘 장갑차.
국가 헌병대 지휘관은 환희에 찬 얼굴로 외쳤다.
“그게 사실이냐!? 이태성이 어디에 있다고!?”
부관은 절도 있는 자세로 대답했다.
“이태성 길드장 낙동강 전선 지하 터널에 있는 것 확인됐습니다! 박찬석 준장님 부관과 051 헌터 부대! 두 번 확인했습니다!”
부관이 보고하는 순간 지휘관과 참모들의 시선이 일제히 광화문 광장 서쪽으로 움직였다.
PC방, 찜질방, 뷔페, 컴퓨터 부품, 콘솔 상점 간판!
다른 성채 빌딩과는 전혀 다른 간판이 붙은 성채 빌딩!
태성 빌딩!
태성 빌딩의 주인 태성 길드, 이태성 길드장이 자리를 비웠다!
“연대장님! 기회입니다!”
“지금 당장 밀고 들어가야 합니다!”
“태성 빌딩에 숨은 놈들은 잡아들일 기회가 왔습니다!”
“이태성에게 이를 가는 특임대 장교 하나둘이 아닙니다.”
“헌터 부대 특임대 바로 부를 수 있습니다!”
“광화문 게이트 수비대도 협조해 줄 겁니다!”
……
정신없는 외침이 쏟아졌다.
그 명성에 비해 얼굴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이태성 길드장!
이태성 길드장의 태성 빌딩에 수배자가 있다는 심증과 정황 증거는 차고 넘쳤다!
태성 빌딩 뷔페에서 먹고, 찜질방에서 자고, PC방에서 노는 모습을 SNS에 올린 멍청한 수배자들이 하나둘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이태성 길드장이 버티고 있는 태성 빌딩에 쳐들어갈 수는 없었다!
국가 헌병대는 공포로 거친 헌터들을 제어했다.
이태성 길드장과 부딪쳤다가 웃음거리가 되면 득보다 실이 컸다.
그런데 행적을 종잡을 수 없던 이태성 길드장이 자리를 비운 게 확인이 됐다!
게다가 갑자기 재계와 정치권에서 들어온 압력에 역으로 국가 헌병대와 죄수부대까지 광화문 광장으로 출동시켰다.
이태성 길드장이 사라져 무방비 상태가 된 지금, 병력까지 준비된 거다!
완벽한 기회! 태성 빌딩을 털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왔다!
지휘관은 바로 명령했다.
“태성 길드 로비력 엄청나다! 절대 들켜서는 안 된다!”
“은밀하게! 태성 빌딩의 놈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태성 빌딩으로 이동한다!”
“준비가 끝나는 순간 전광석화처럼 들이친다!”
“오늘 우리는 법의 사각지대 태성 빌딩에 숨은 수배자들을 모조리 잡아들인다!”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소리 없는 경례가 이어지고.
국가 헌병대 장교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은밀히 병력을 이동시켰다.
다음 타깃은 태성 빌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