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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15화 (91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15화>

이태성 길드장!

태성 빌딩에는 이태성 길드장이 있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그냥 처음 계획대로 움직이면 됐던 거다!

“이사님! 방법이 있습니다!”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최후식 이사가 반색했다.

“좋은 방법 있냐? 전투 예지를 속이려면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방법! 의표를 찔러야 한다!”

“성채 빌딩으로 피하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젓고 말을 쏟아 내는 최후식 이사!

“야, 성채 빌딩으로 피해도 소용없어! 국가 헌병대 처음 만든 게 검은 폭풍이야! 젠장! 나도 검은 폭풍이랑 인맥을 쌓았어야 했는데! 쓸데없는 유학을 가서는! 국가 헌병대 뒤에 검은 폭풍이 있어서 대형 길드 집행부도 피해 다녀! 저 녀석들 어지간한 성채 빌딩은 영장도 없이 강제 수색하는 놈들이다! 차라리 장갑 버스 차벽을 뚫자!”

최후식 이사는 폭풍같이 말을 쏟아 내고 남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잠시만!”

천문석은 다급히 말을 끊고 성채 빌딩을 가리켰다.

“저 빌딩은 다릅니다!”

“안 된다니……!”

무심코 고개를 돌리던 최후식은 순간적으로 굳어 버렸다.

천문석이 손을 뻗은 곳!

난장판이 된 광화문 광장을 내려다보는 사우나, PC방, 뷔페 간판!

태성 빌딩!

이태성 길드장!

‘이걸 깜박하다니!’

찰나의 순간 최후식 이사의 얼굴이 확 펴지고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태성 길드장! 그렇지! 인간재해 이태성! 그 선배면 가능해! 국가 헌병대 미친놈들도 이태성 길드장은 못 건들지! 검은 폭풍도 선배만 보면 피해 다녔으니까!”

하하하하하-

최후식 이사는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리며 외쳤다.

“저 안은 안전하다! 너희 둘! 뒤로 바짝 붙어라! 우리는 태성 빌딩으로 달린다!”

“네? 태성 빌딩? 태성 길드요!?”

기겁하는 오리온 길드 헌터.

“이사님! 뭔가 좀 이상합니다! 광화문이 난장판이 됐는데 아무도 나오지 않아요! 태성 길드 쟤들 무슨 일 터지면 제일 먼저 나오는…….”

“야! 걱정할 거 없어! 내가 태성이 형이랑 같이 게임 한 1…… 세대 헌터야! 가자!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프리패스다!”

최후식 이사가 앞장서고 잠시 갈등하던 오리온 길드 헌터 둘이 따라붙었다.

“제가 뒤를 맡겠습니다!”

천문석은 어깨에 팀장을 걸친 채 후위에 붙었다.

처음에는 뻥 뚫린 광장을 빠르게 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의 생각은 모두가 비슷한 법!

천문석 일행이 달리기 시작하자 탈출로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던 헌터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정신없이 달리는 헌터 무리가 향하는 장소!

“태성 빌딩!”

누군가 외치는 순간 우왕좌왕하던 헌터 모두는 벼락 치듯 깨달았다!

이태성 길드장!

언터쳐블! 인간재해 이태성!

“그렇지! 이태성 길드장이 있었지!”

“태성 빌딩! 저 빌딩 안으로 도망치자!”

“미쳤냐! 저기 인간재해 이태성 길드장 빌딩이야!”

“이태성한테 쥐어 터지는 게! 던전 노역장에 끌려가는 것보다는 낫다!”

으아아악-

주저하던 수십 수백의 헌터들이 거대한 파도가 되어 태성 빌딩으로 몰아쳤다!

두두두두두둑-

이 순간 발 구름 소리와 함께 빌딩 사이사이 골목길을 막고 있던 진압부대가 움직였다!

“막아! 당장 막아야 한다!”

“우리 감형이 도망치고 있다!”

“모두 달려! 절대 놓치면 안 된다!”

“빌딩 경계 밟지 마! 이태성 나온다!”

“입구! 입구 앞에 방패 벽 쌓아라!”

“빌어먹을 노역형! 남은 형기! 오늘 다 털어 버린다!”

……

태성 빌딩 앞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시작됐다.

던전 노역형을 선고받은 진압부대원들!

vs

잡혀가면 던전 노역장에 처박힐 헌터들!

막으려는 자와 뚫으려는 자!

양쪽 모두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 누구도 무장 박스에 담긴 무기를 꺼내 들지 않았다!

주먹과 진압 방패!

각성력과 각성력이 충돌하고 악에 받친 괴성과 고함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숫자는 헌터들이 몇 배나 많았다.

그러나 던전 노역장에서 개같이 구른 죄수들, 진압부대는 절박함과 조직력에서 월등했다!

“밀어붙여! 한번에 뚫는다!”

헌터들은 거센 파도처럼 몇 번이고 돌진했으나!

단단히 어깨를 걸고 세워진 방패 벽은 단단한 댐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시바! 야! 너희도 같은 헌터잖아!”

“미친! 적당히 하고 좀 열어 줘!”

“하하하- 던전 노역장도 살만하다! 너희도 들어와서 새사람이 돼서 나와라!”

“그렇지! 대한민국 마석 경제를 떠받친다는 자부심을 누릴 수 있다!”

“절대 사라지지 않는 더러운 냄새는 덤이고 말야!”

크카카카카카-

광기 어린 웃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

위이이이이잉-

북쪽 차 벽에서 사이렌이 울리고 확성기 소리가 들려왔다.

[……97, 98, 99, 100!]

[거기 너까지 선착순 100명이다!]

[100명은 약속대로 널널한 노역장 행이다!]

[이제부턴 전원! 하수구 던전, 슬라임 늪지, 폐허 미궁! 4급 이상 노역장이다!]

[체포조! 출동 준비!]

국가 헌병대 장교가 외치는 순간.

위잉, 위잉, 위이잉-

대답하는 듯한 사이렌 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지고!

쿵쿵, 쿵쿵쿵-

칼날 같은 기세가 남쪽 차 벽에서 솟아 올랐다.

흠칫 놀란 헌터들의 시선이 모이는 순간.

피시시식-

차 벽을 세운 장갑 버스 수십 대의 문이 일제히 열리고 하얀 해골이 새겨진 강화 헬멧! 푸른 강화 전투복을 입은 국가 헌병대 각성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3인, 5인 1조로!

빠르게 조를 이뤄 장갑 버스 벽 앞에 넓게 펼쳐지는 국가 헌병대 체포조 수백 명!

순간 확성기에서 명령이 터져 나왔다.

[감이 왔다!]

[이 포위망 안에 거물들이 있다!]

[상급 각성자! 거물 위주로 모조리 잡아 들인다!]

[체포조 전원! 그물질 대형으로!]

명령이 떨어지는 순간.

바닥을 부술 듯 발을 구르며 펼쳐지는 체포조!

쿠웅, 쿠웅, 쿠우웅-

하나로 합쳐진 수백 명의 발 구름에 담긴 각성력에 거대한 광장이 북을 치듯 요동쳤다!

심장이 요동치고 당장이라도 터질 듯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 순간 체포조 곳곳에 자리한 팀장들이 주먹을 치켜들고 외쳤다.

“자잘한 놈들은 신경 쓸 거 없다!”

“중급 이상! 대형 길드 파트장급!”

“네임드! 얼굴을 아는 헌터 위주로 낚아챈다!”

“올해 성과급이 이번 체포 작전에 달렸다!”

하, 핫, 하핫-

순간 기합 소리가 터져 나오고 수백 명의 각성력이 마치 하나인 것처럼 합쳐졌다!

국가 헌병대 체포조의 악명 높은 각성력 동조 현상!

고참 헌터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순간 짧은 사이렌과 함께 체포 명령이 떨어졌다!

위이잉-

[체포조 출동!]

콰아앙, 하아아아-

보도블록이 박살 나는 폭음과 기합성이 터지고 수백의 국가 헌병대 체포조는 돌진했다!

적진을 돌파하는 기병!

물고기 떼에 던져진 그물!

국가 헌병대는 난장판이 된 광장을 가로지르며 헌터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최후식 이사는 반사적으로 각성력을 끌어올리며 외쳤다.

“빌어먹을 체포조! 뒤에 바짝 붙어! 강제로 뚫겠다!”

파스스슥-

전신에서 각성력이 일렁이는 순간 최후식 이사의 기세가 돌변했다!

쿵, 쿠웅, 쿠우웅-

매 걸음 점점 느려지는 속도!

그러나 전신에 실리는 엄청난 힘과 무게!

겹겹이 앞을 막은 헌터들이 팽이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튕겨 나가고 방패 벽이 빠르게 가까워진다!

최후식 이사는 산맥을 깎아내는 거대한 빙하가 되어 뒤엉킨 헌터들을 밀어내고 길을 뚫었다!

과연 레이드 탱커!

천문석은 감탄했다.

이 돌파력이면 죄수 부대의 방패벽을 뚫고 태성 빌딩으로 들어갈 수 있다!

문제는 시간!

마치 산불처럼 대기를 뒤흔드는 거대한 각성력이 느껴진다!

국가 헌병대 체포조가 엄청난 속도로 광화문 광장을 가로지르며 상급 각성 헌터들을 체포하고 있다!

기세를 드러낸 이상 타겟이 되는 건 시간문제!

이대로면 방패 벽에 닿기 전에 체포조에게 꼬리가 잡힌다!

게다가 자신을 찾는 다급한 외침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저기다! 인파를 뚫고 있어!”

“태성 빌딩! 거의 다 도착했어!”

“저지해야 해! 그냥 사용하자!”

“안 돼! 여기서 사용하면 감당이 안 돼!”

“어차피 빌딩 안으로 들어가면 우린 끝장이다!”

……

남중국 헌터들의 외침에 살기가 어리고 있다!

‘이 녀석들 한계다! 이제 곧 폭발한다!’

천문석은 직감하는 순간 바로 움직였다.

“이사님!”

“왜!?”

고개를 돌린 최후식 이사에게 천 조각을 건넸다.

“얼굴 가리세요! 뒤에 두 분도 얼굴 가리세요!”

“아! 그렇지! 야, 너희도 빨리 얼굴 가려! 체포조! 저 사냥개 놈들한테 찍히면 끝장이다! 절대 포기하지 않아!”

재빨리 얼굴을 가리는 세 사람!

천문석은 최후식 이사에게 스마트폰을 건넸다.

“이 스마트폰에 한경석 위치 기록되어 있습니다!”

“뭐? 그게 무슨……!?”

“경석이 남중국 푸젠성에 있습니다!”

“푸젠성! 그걸 어떻게 안 거야!?”

소스라치게 놀라는 최후식 이사.

천문석은 어깨에 걸쳐진 팀장을 툭 쳤다.

“이 녀석이 서버 털어서 위치 추적한 거 같습니다! 그 스마트폰 잠금 풀어 놨습니다. 그 안에 위치 정보 있습니다. 그럼 먼저 가세요!”

“야, 너 뭐 하려고!?”

“뒤에 처리할 놈들이 있습니다.”

“잠깐! 야, 기다려……!”

최후식 이사의 외침을 뒤로하고 몸을 돌려 달렸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무는 법!

장갑 버스 차벽이 남북을, 진압부대가 동서를 막았다.

사방이 막힌 상황에 체포조가 쏟아져 들어와 헌터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들이고 있다.

궁지에 몰린 남중국 헌터들이 패닉에 빠져 마탄을 난사하기라도 하면 대참사가 터진다!

남중국 헌터라는 폭탄을 광화문 광장으로 데려온 건 자신이다!

당연히 해결도 내가 해야 한다!

해결 방법이 어렵지는 않다.

원래 계획대로 이태성 길드장에게 데려갈 필요도 없다!

진압부대가 포위망을 짜고 체포조가 그물처럼 헌터들을 잡아들이는 상황을 역이용한다.

마탄을 사용하지 못하게만 하면 뒷일은 국가 헌병대가 알아서 할 거다.

그리고 남중국 헌터들이 마탄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건 아주 간단했다.

순간 천문석의 눈에 섬광이 번뜩였다.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만에 자신의 세 번째 특기를 사용할 때가 됐다!

팟, 파팟, 파파팟-

천문석은 태성 빌딩으로 밀려 오는 헌터들 사이를 날렵하게 달리며 기세와 내력을 끌어올렸다.

곧 목표로 했던 타겟이 보였다.

하나로 뭉쳐 달려오는 남중국 헌터들!

그리고 시선이 닿는 순간 터져 나온 외침!

“최후식!”

“드디어! 바로 앞에 있다!”

“놓치면 안 돼! 여기서 잡아야 한다!”

엉망이 된 얼굴과 전신에 가득한 흙먼지!

광화문 광장의 난장판에서 구른 남중국 헌터들은 악을 쓰며 돌진했다!

바로 지금이 세 번째 특기를 발휘할 때다!

천문석은 내력을 실어 외쳤다!

[정정당당하게 붙자!]

* * *

“…….”

“…….”

기세를 끌어올리며 돌진하던 남중국 헌터들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황당한 얼굴.

그리고 터져 나온 외침.

“뭐 정정당당!?”

“미친놈아! 지금까지 도망치고는 정정당당!?”

“이제 와서 정정당당히 싸우자고!?”

“저, 저, 저저저! 또라이 새끼!”

……

활화산처럼 분노를 토해 내는 남중국 헌터들!

천문석은 어깨를 으쓱하며 천연덕스럽게 툭, 툭 질문을 던졌다.

“뭐야? 너희 나랑 정정당당히 싸우기 싫어? 그럼 나 계속 도망칠까? 이번에는 저기로 도망칠까?”

천천히 고개를 돌려 북쪽을 바라보는 천문석.

무심결에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얼어붙는 남중국 헌터들!

북쪽 광화문 게이트 앞에 줄줄이 늘어선 차 벽이 가까워졌다!

“저게 왜 움직여!?”

잘못 본 게 아니다!

차 벽, 장갑 진압차가 움직이고 있다!

거대한 그물을 당기듯 포위망이 조여들고 있었다!

촤아아아아-

고압 물대포가 쏘아지고!

으악, 꺼억, 꺄아아-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비명!

[하하하- 훌륭한 일꾼들을 득템 했다! 좋았어!]

물대포를 맞고 데굴데굴 바닥을 구르던 헌터들이 수갑이 채워지고 장갑 버스에 줄줄이 태워지고 있다!

저 헌터들이 갈 곳은 뻔했다.

악명 높은 던전 노역장!

단순 소요에 던전 노역형을 때린다.

마탄을 장전한 총을 지닌 자신들이 잡히면!?

“……!”

“……!”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오한이 든 듯 전신이 파르르 떨렸다.

이 순간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빨리빨리 결정해! 정정당당히 싸울 거야? 아니면 얘 데리고 저기로 도망칠까?”

탁, 탁-

어깨에 걸쳐진 팀장을 두들기며 말도 안 되는 협박을 하는 NTM_CHS!

‘최후식! 이놈은 완전히 미친놈이다!’

배신과 협잡, 뒤통수가 일상인 남중국에서도 겪어 보지 못한 황당한 협박!

이 어이없는 협박이 자신들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르고 있었다!

복면을 쓰고 있어도 생생히 느껴졌다!

복면 뒤에 자리한 얼굴에 지어진 야비한 미소와 그 머릿속에 새겨진 얍삽한 계획이!

‘시바! 개시바 새끼!’

남중국 헌터 전원의 마음속에서 분노가 끓어올랐다.

당장이라도 마탄을 갈기고 싶었다!

그러나 사방에 국가 헌병대 체포조가 날뛰는 상황!

게다가 혼신의 힘을 다해 뒤를 쫓아도 잡지 못했다!

지금 저놈이 다시 도망치면 끝장이다!

줄줄이 국가 헌병대에 끌려가 악명 높은 던전 노역장에 갇히게 된다!

‘어떻게든 여기서 마무리 지어야 한다!’

빠르게 눈빛을 교환하고 결론이 나는 순간 한 헌터가 앞으로 나섰다.

“어떻게 정정당당히 싸우자는 거냐? 설마 일대일로 붙자는 거냐?”

“간단하다!”

천문석은 꽁꽁 묶인 팀장을 바닥에 내려놓고 남중국 헌터들이 메고 있는 무장 상자를 가리켰다.

“여기 너희 팀장이랑 지금 너희들이 메고 있는 마탄 총이랑 바꾸자. 그게 전부다.”

“……뭐? 지금 그 말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반문하는 순간.

천문석은 씩 웃으며 손가락을 까닥였다.

“그래. 시간 없으니까. 너희 전부 한 번에 덤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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