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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17화 (918/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917화>

다다다다닥-

광화문 광장을 가로질러 재금 빌딩으로 달려가는 길.

바람잡이는 생각하고 다시 생각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문득 주위로 고개를 돌렸다.

괴성을 지르며 달리는 헌터들.

깨져나간 보도블록과 불타는 자동차.

부러진 가로등, 박살 나 뒤집힌 매대.

골목골목에선 각성 헌터와 진압부대가 충돌하고.

조를 이룬 국가 헌병대 체포조가 약탈하듯 각성자들을 연행하고 있다!

보기만 해도 숨이 컥 막히는 광경!

이 모든 것에서 익숙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조폭 길드가 시청 공고문을 뗐다는 별것 아닌 이야기에서 시작된 소요가 도시 전체를 집어삼켰던 사건!

이세계 거점도시 신동대문 사건!

도시 전체가 난장판이 되고, 광장은 깃발전에 폐허가 됐으며, 마지막에는 거대 괴수가 광장을 뚫고 나오며 끝났다!

신동대문 때와 똑같다!

작은 눈덩이가 비탈을 구르며 순식간에 몸집을 불리듯 광화문 광장 전체가 순식간에 엉망진창 난장판이 돼버렸다!

“왜 또 이렇게 됐는데? 난 또 왜 말려들고!?”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불현듯 떠오르는 얼굴.

이세기!

“설마! 이번에도 이세기 때문에!?”

바로 고개가 저어졌다.

이번에는 그럴 리가 없었다!

이세기 때문이 아니라는 너무나 분명한 증거가 지금 이 순간에도 들려왔으니까!

위이이이잉-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와 귀를 파고드는 확성기 외침!

[감사합니다! 광화문 광장의 헌터 여러분!]

[이렇게 던전 노역장에 자발적으로 지원해 주시다니!]

[마석 공급 안정화에 이바지하시는 여러분이 바로 애국자십니다! 크하하하하-]

국가 헌병대!

절대 엮여서는 안 되는 국가 헌병대의 외침이 지금 이 순간에도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무리 이세기라고 해도 국가 헌병대를 움직일 수는 없다!

즉, 이번 난장판은 이세기 때문이 아니라 우연히 출동한 국가 헌병대 때문이다!

“뭐가 이렇게 재수가 없냐…… 하아-.”

절로 깊은 한숨이 터졌지만, 이제 와서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건 국가 헌병대가 헌터들을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

국가 헌병대에 잡히는 순간 악명높은 던전 노역장에 끌려 간다!

‘지금이라도 도망칠까?’

반사적으로 건물 사이 골목으로 시선이 돌리는 순간 보이는 광경!

쾅쾅, 콰콰쾅-

쉴 새 없이 터지는 굉음과 함성!

각성력이 폭발하고 마력광이 치솟는다!

광화문 광장을 빠져나갈 수 있는 골목골목마다 뚫으려는 헌터들과 막으려는 진압부대가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헌터들 사이를 통과해 여기까지 오는 것도 간신히 해냈다.

각성 헌터도 뚫지 못하는 진압부대 포위망을 뚫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신이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은 하나뿐이다!

이세기가 준 로또!

이 로또를 가지고 어떻게든 ‘재금’ 빌딩에 가야 한다!

재금 빌딩이 소문대로 재금 그룹과 관련 있다면 국가 헌병대도 강제 진입하지 못할 거다!

바람잡이는 로또 용지를 움켜쥐고 유일한 희망 재금 빌딩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어느새 주위 헌터들도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상황.

이동 속도는 점점 빨라졌고 곧 낯익은 성채 빌딩이 보였다!

이세기에게 말을 걸면서 이 모든 것이 시작된 장소!

마침내 안전지대 재금 빌딩에 도착했다!

순간 주위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저기다! 도착했다!”

“재금 그룹! 재금 빌딩!”

“국가 헌병대도 저기는 못 들어올 거다!”

한달음에 재금 빌딩 입구로 달리는 헌터들.

바람잡이도 헌터들과 함께 입구를 향해 달렸다.

그러나 재금 빌딩 입구는 이미 사방에서 모여든 헌터들과 단단한 바리케이드로 꽉 막힌 상황!

“입주민이 아니면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한 분씩 나와서 아이디 카드 보여 주세요!”

바리케이드 너머 보안 요원들의 외침에 사방에서 모여든 헌터들이 몸으로 밀고 들어가며 외쳤다!

“로비! 로비로만 들여 보내 줘!”

“앞에 비켜! 나 입주민이다!”

“같이 좀 살자! 새끼들아!”

“잠깐 화장실만 쓴다니까! 바로 나올 거야!”

……

수백의 헌터가 입구를 막은 바리케이드를 향해 파도치듯 밀려 갔다.

하지만 보안 요원들은 철저히 신분을 확인하고 한 명씩 안으로 통과시켰다.

그냥은 들어가지 못한다!

직감하는 순간 바로 생각나는 해결책!

‘로또에 적힌 전화번호!’

재빨리 스마트폰을 꺼냈지만, 여전히 통화권 이탈상태다!

“잠시만요! 안으로 들어갈게요! 보안 요원님! 전화! 안에 유선 전화로 연락만 해 주세요!”

악을 쓰며 인파 속으로 밀고 들어갔지만, 절박한 건 모두가 마찬가지!

바람잡이는 채 몇 미터도 파고들지도 못하고 뒤로 튕겨 나왔다!

두두두두두둑-

이때 돌연 광장 바닥이 요동쳤다!

“……!”

불현듯 고개를 돌리자 골목을 막은 방패 벽, 진압부대가 전진하기 시작했다!

삐이, 삐이이이-

뒤이어 들려오는 호루라기 소리와 외침!

“체포조 집결!”

“체포조 전원 집결해라!”

3, 5인 단위로 흩어져 헌터들을 연행하던 국가 헌병대 체포조가 썰물 빠지듯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다!

이 모습을 보는 모두의 머리에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곧 밀고 들어온다! 전면 검거가 시작된다!’

“진압부대 움직였다!”

“체포조 빠지고 있어!”

“한 번에 밀어붙일 생각이다!”

“이제 곧 들이친다! 당장 안으로 들어가야 해!”

으아아악-

바리케이드에 막힌 헌터들은 악을 쓰며 일제히 밀어붙였다!

“밀지 마세요!”

“이대로는 통과 못 시킵니다!”

“이렇게 막 들어오시면 국가 헌병대 수색에 협조해야 합니다!”

“아이디 카드! 입주민 카드 확인시켜 주셔야 합니다!”

바람잡이는 직감했다.

‘입구로는 못 들어간다!’

바로 몸을 빼내 강화 유리 벽에 달라붙어 외쳤다!

“여기요! 여기 좀 봐주세요!”

유리 벽 너머 로비!

무장 중인 보안 요원과 시선이 마주쳤다!

궁궁, 궁궁궁-

유리 벽을 있는 힘껏 두들기며 외쳤다.

“이 번호! 이 번호로 연락해 주세요! 지금 스마트폰이 먹통이에요! 유선 전화로 연락해 주세요!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꼭 좀 전해 주세요!”

이세기에게 받은 로또 용지를 유리 벽에 붙이고 외치는 순간 빠르게 가까워지는 보안 요원!

‘됐다!’

콰아아앙-

이때 빌딩 입구 방향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순간적으로 돌아간 시선에 보이는 광경.

으아아악-

무장 상자에서 해머를 꺼내든 헌터가 각성력을 담아 빌딩 입구를 막은 바리케이드를 내려찍었다!

쾅, 콰아앙-

해머를 내리찍을 때마다 폭발하듯 치솟는 마력광!

“뚫을 수 있다!”

“더 빨리! 진압부대 가까워지고 있다!”

“잡혀가면 어차피 끝장이야! 모두 무기 꺼내라!”

“그래! 같이 뚫고! 같이 들어가자!”

헌터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무장 박스에서 병기를 꺼내 들어 바리케이드를 내려찍었다!

쾅쾅, 콰아앙-

유리 벽 너머 보안 요원은 기겁해서 입구로 달려가고.

바리케이드 앞 보안 요원들은 재빨리 빌딩 안으로 도망쳤다!

그르르르륵-

순간 기계음과 함께 천천히 강화 철판이 내려 오기 시작했다!

성채 빌딩이 봉쇄 절차에 들어갔다!

게이트에서 만 단위 몬스터가 쏟아져도 버틸 수 있는 게 성채 빌딩!

봉쇄 절차가 끝나면 뚫고 들어가는 게 불가능하다!

“봉쇄 절차!”

“지금 당장 들어가야 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힘을 내!”

콰지지지직-

바리케이드가 박살 나고 헌터들이 입구로 밀려 갔다!

아직 강화 철판 외벽이 내려 오기 전!

“바로 뚫고 들어간다!”

으아아악-

성채 빌딩 유리문을 향해 푸르게 빛나는 해머를 풀스윙으로 날리는 각성 헌터!

엄청난 힘이 담긴 해머가 투명한 유리문을 때렸다!

퉁-

예상치 못한 고무가 튕기는 듯한 소리가 울리고 해머에 담긴 충격량과 각성력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파지지지지직-

순간 마치 정전기가 튀듯 유리 벽 위로 각성력이 흐르며 떠오르는 마력회로!

“보안 마력회로!”

“빨리! 모두 무기를 내려쳐!”

비명 같은 외침과 함께 헌터들은 정신없이 무기를 내려찍었다!

퉁퉁, 퉁퉁퉁-

유리가 아닌 탄력 있는 고무를 내려찍듯 무기가 연신 튕겨 올랐다!

바람잡이는 사색이 된 얼굴을 유리 벽에 바짝 붙이고 외쳤다!

“전화! 아무나 여기로 전화 한 통만 걸어 주세요!”

유리 벽 너머 보안 요원들과 헌터들은 정신없이 움직이느라 그 누구도 반응하지 않는 상태!

이때 로비 안쪽에서 다급히 달려오는 직장인으로 보이는 여자와 잠시 눈이 스쳤다!

바람잡이는 하이힐을 벗어 유리 벽을 찍었다.

“여기요! 여기 좀 봐주세요!”

투우웅-

임팩트 순간 돌아온 엄청난 반발력에 멀리 날아가 버리는 하이힐!

“빌어먹을! 왜 이렇게 재수가 없어!”

재빨리 반대쪽 하이힐을 벗어 내리찍으며 외쳤다.

“여기요! 이 번호! 김철수 사무실에 전화 한 통만 해 주세요!”

이 순간 툭- 무언가 등 뒤를 때렸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 동시에 휙- 날아오는 돌멩이!

‘화단?’

무심결에 화단을 바라보자 잘 관리된 화단 수풀 속 새파랗게 번뜩이는 안광이 보였다!

“……!?”

흠칫 놀라 한걸음 물러서는 순간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알바랑 이야기했던 누나 맞지? 앗! 다단계! 맞아 다단계 누나야! 알바! 알바 어디 있어!?”

* * *

“……어린아이?”

생각지도 못한 아이 목소리에 무심결에 튀어나온 말.

순간 무성한 수풀에서 얼굴을 쏙 내미는 아이!

초등학교도 안 들어갔을 법한 어린 얼굴!

난장판이 된 광화문에 이런 어린아이가 있다고!?

“너, 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빨리 이리와!”

“쉿! 조용! 세연한테서 간신히 도망쳤단 말야! 다단계 누나! 급해! 빨리! 알바 어디 있는지 빨리 말해 줘!”

“다단계 누나? 알바? 너 지금 무슨 말을…….”

순간 번쩍 기억이 떠올랐다!

이 아이 이세기에게 말을 걸었을 때 같이 있던 아이다!

“너 왜 여기에 있어!? 위험하잖아! 얼른 나와! 누나랑 같이 빌딩 안으로 들어가자!”

깜짝 놀라 달려가는 순간 외침이 들려왔다.

“거기! 아까 오빠랑 있던 사람 맞죠? 혹시 꼬맹이 한 명 못 봤나요!? 아니지! 우선 타세요! 얼른 이리로 달려와요!”

오른쪽 차도!

어느새 나타난 장갑 SUV 조수석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소녀가 몸을 내밀고 있었다!

대번에 알아봤다.

눈앞의 아이와 함께 이세기와 같이 있던 학생!

“얼른 나와! 누나가 찾고 있어! 같이 가자!”

반사적으로 화단으로 손을 뻗는 순간.

장갑 SUV 조수석에서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설마! 특급 헌터! 너 거기 화단에 숨어 있었구나!?”

파사사삭-

순간 화단 수풀이 갈라지고 새파란 안광의 마수와 아이가 튀어나왔다!

아니, 마수가 아니다!

커다란 고양이와 그 위에 탄 아이!

“이게 고양이라고……!”

1미터가 넘는 길이에 높은 체고!

새하얀 털을 가진 커다란 고양이가 분홍색 혀를 내밀어 앞발을 핥았다!

냠, 냐야암-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굳는 순간 세 방향에서 동시에 외침이 터져 나왔다.

“다단계 누나! 얼른 손잡아! 세연에게 잡히기 전에 알바 찾으러 가야 해! 빨리빨리!”

바로 앞!

대형 고양이를 탄 채로 손을 뻗는 아이!

“특급 헌터 멈춰! 거기! 그 꼬맹이! 특급 헌터 잡아요!”

오른쪽 차도 위!

장갑 SUV에서 몸을 내밀며 외치는 소녀!

“장갑 SUV!”

“멀쩡한 장갑 SUV가 있다!”

“저 차로 방패벽을 뚫자!”

“달려! 놓치면 안 돼!”

왼쪽 재금 빌딩 앞!

광기 어린 외침과 함께 달려오는 헌터들!

바람잡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봉쇄 절차에 들어간 성채 빌딩 앞에 뭉친 헌터 수백 명이 장갑 SUV를 향해 해일처럼 밀려 온다!

그 경로에 고양이를 탄 이상한 꼬맹이가 걸렸다!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위험해!”

바람잡이는 꼬맹이의 손을 잡아당겨 품 안에 끌어안고 몸을 웅크렸다.

“앗! 뭐야! 다단계 누나! 손잡으라니까! 몸 말고 손!”

“괜찮아! 괜찮아! 아무 일도 안 생길 거야!”

“특급 헌터 위험해! 저 위로 바로 인도로 올라가 주세요!”

부아아아앙-

세연의 다급한 외침에 장갑 SUV가 인도로 질주하고.

두두두두둗-

수백 명의 헌터들이 해일처럼 거칠게 밀려 온다!

장갑 SUV와 헌터 사이에 자리한 바람잡이와 특급 헌터!

맹목적으로 달려오는 헌터들에게 휩쓸리기 직전 특급 헌터는 외쳤다.

“냠냠이! 출동!”

“……무슨!?”

번쩍 고개를 드는 순간 들려오는 소리!

냐암, 냠냠-

고양이 울음소리.

피피피피핏-

바람 빠지는 소리.

아찔한 현기증이 밀려 오고 휙휙- 눈앞의 풍경이 빠르게 변한다!

화단, 유리 벽, 성채 빌딩, 놀란 얼굴의 헌터들, 인도로 밀고 들어오는 장갑 SUV.

그리고 거대한 성채 빌딩과 건물, 골목마다 가득한 헌터들과 국가 헌병대…….

광화문 광장이 한눈에 보인다!

아찔한 부유감이 느껴지는 순간 바람잡이는 깨달았다.

하늘!

하늘에서 광화문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어느새 자신은 아이와 커다란 고양이와 하나로 뭉친 채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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