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84화>
무공, 육체, 오러, 마탄, 마력, 초능력.
6계통의 각성 능력에 똑같이 적힌 숫자 0.9!
“임계점이 1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황 비서가 질문하는 순간 질식할 것 같은 침묵이 흘렀다.
“…….”
“…….”
“그래 맞아.”
박찬호 검사관은 화이트 보드를 가리키며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어느 한쪽이 명백한 우열이 없는 여섯 계통 각성은 맞다. 그런데 여섯 계통 모두 임계점 1을 넘지 못했어.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잠깐! 지금 임계점을 넘지 못했다는 그 말은……!?”
“각성력이 발현하기 위한 최소 임계치 1을 넘지 못했다! 첫 번째 검사 기억하지?”
순간 박찬호 검사관의 시선이 류세연에게 향했다.
“저기 처음 각성 검사받은 후보…….”
“세연 누나! 류세연이야!”
“어, 그래. 류세연 후보는 마력 채널 수치가 임계점에 근처에도 오지 못했어. 대략 0.01 정도? 이 정도면 그냥 측정 오차로 보고 비각성으로 판정한다. 그런데 여기 이 청년.”
“알바! 특급 알바야!”
“어, 알바 후보는 분명 각성은 했어. 0.9! 이 수치는 각성하지 않으면 나올 수가 없는 수치거든. 그런데 임계점을 넘지는 못했다.”
“그래서 알바 각성자야? 아니야!? 그게 중요하잖아!”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는 외침에.
박찬호 검사관은 고개를 저었다.
“분명 각성은 했어! 그런데 각성력과 이능력은 사용 못한다.”
“그게 무슨 말이야! 각성했는데 힘을 못 쓴다고!?”
“지금 알바 후보는 물이 담긴 주전자를 미지근한 난로에 올린 거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물이 90도에 멈춘 상태다. 100도가 되고 물이 끓어야 수증기가 나는데, 90도라 물이 안 끓고 있어. 여섯 계통 동시 각성은 맞는데 여섯 계통 전부 임계점 아래 등급외다! 여섯 계통 능력 모두 사용 불가야.”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정신이 어찔했다!
각성했다.
그것도 지금까지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6계통 동시 각성의 위업을 이뤘다!
그런데 각성 등급이 모조리 등급외! 임계점을 넘지 못해 각성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이다!
“뭐, 이런 황당한 경우가 있어!”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주위에서 탄식이 이어졌다.
“앗, 아아앗- 이럴 수가!”
“각성했는데! 각성력을 쓰지 못한다고!?”
“걱정 마! 각성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살릴 게!”
……
이때 특급 헌터가 번쩍 손을 들고 항의했다.
“의사 할아버지! 알바 신기록이랬잖아! 신기록!”
“맞아. 신기록. 이건 학계에 보고 감이다. 여섯 계통 각성을 했는데 전부 임계점을 넘지 못해서 각성력을 쓰지 못하다니!”
“…….”
“차라리 하나, 아니 다섯 계통만 각성했어도 5개 모두 임계점을 넘어 5중 각성자가 되는 건 데……! 하필이면 완벽한 정육면체를 그렸어! 전부 꽝이다! 꽝!”
박찬호 각성 검사관은 깊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알바 후보. 너 뭐가 이렇게 재수가 없냐? 하아아-.”
* * *
“…….”
천문석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광화문 게이트 방벽을 나왔다.
“그럼 전 먼저 사무실로 복귀 하겠습니다.”
“네 고생하셨습니다.”
힘없는 대답과 함께 광화문 광장을 걷는 천문석.
그 뒤를 특급 헌터, 류세연, 한경석 세 사람은 눈빛으로 대화하며 따라갔다.
‘알바! 힘내라고 말해야 하는 거 아냐?’
‘지금은 기다리는 게 좋지 않을까!?’
‘아냐! 이럴 때일수록 파이팅 해야 해! 내가 나서겠어!’
류세연은 슬쩍 천문석의 팔짱을 끼며 나긋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
문득 느껴지는 냉기에 류세연은 재빨리 말을 바꿨다.
“삼촌! 언제나 말했잖아? 긍정적으로 생각해!”
“……여기에 긍정적으로 생각할 게 있냐?”
각성 헌터 업계에 유례없는 6계통 동시 각성을 이룬 상황!
그러나 완벽한 정육면체! 6계통 모두 임계점을 넘지 못해 단 하나의 이능력도 사용하지 못한다!
류세연은 씩 웃으며 천문석의 재킷을 툭- 건드렸다.
“웰컴 기프트 받았잖아?”
“아!”
천문석이 탄성을 터트리는 순간.
조마조마하게 바라보던 특급 헌터와 한경석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맞아! 의사 할아버지 완전완전 캐부자야! 나 저번에 할아버지 부인 만났을 때 500원 동전을 주머니에 가득 채워 줬어! 선물도 대박 넣어 줬을 거야!”
“앗! 맞아 나도 아까 봉투 받았어! 봉투 묵직한 게 장난 아니었어!”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손아귀에 들어왔다고 생각했던 게 사라졌다.
아쉬운 건 당연했다!
그러나 각성 없어도 수많은 것들을 이뤘다!
급성장하는 김철수 사무실의 지분!
절정에 달한 내공과 외공!
1등이 예정된 로또!
112.5kg의 금괴!
……
각성은 있으면 좋은 거지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었다!
놓친 사냥감에 정신이 팔려 손에 쥔 보물을 잃어버린다면 그것이야말로 본말전도!
게다가 류세연, 특급 헌터, 한경석의 말대로 캐부자 각성 검사관의 웰컴 기프트까지 받았다!
천문석은 재킷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들었다 ,
“이 봉투를 얻었어! 운이 나쁜 게 절대 아냐! 카캬카-.”
“맞아 알바! 나도 배낭에 주스 잔뜩 받았잖아! 카카캌-.”
“맞아맞아! 나도 이 봉투 받았어! 엄청 재수 좋아! 크크킄-.”
“당연히 운이 좋지! 내 비원! 내 꿈도 끝나지 않았어! 하하하-.”
헌터가 가득한 광화문 광장에 천문석, 특급 헌터, 한경석, 류세연 네 사람의 통쾌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헌터들이 미친놈 보듯 바라보며 재빨리 좌우로 피해갈 때.
천문석은 웃음을 뚝- 그치고 두꺼운 봉투를 열었다!
“이 웰컴 기프트로 내가 한턱낸다!”
봉투 안에서는 예상대로 두툼한 종이 뭉치가 튀어나왔다.
다운로드 상품권, 웹툰 무료 이용권 수십 장…….
그리고 1만원권 문화상품권 1장.
“…….”
“…….”
“…….”
천문석, 특급 헌터, 류세연. 세 사람의 시선이 한경석의 손에 들린 봉투에 모였다.
찌이익-
웹하드 이용권, 웹툰 무료 이용권 수십 장…….
그리고 1만원권 문화상품권 9장.
“…….”
“…….”
“…….”
“박찬호 검사관님 완전 캐부자라고?”
“이상하네…… 할아버지네 할머니 만났을 때 주머니에 500원 동전 가득 채워 줬는데…….”
천문석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각성에 실패했다고 손해 본 것은 없다!
아니, 오히려 이득을 봤다!
손에 쥔 문화상품권 1만원!
특급 헌터의 배낭에 들어 있는 당근 주스 50병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가는 곳에는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최고의 대박이 기다리고 있었다!
5관 금괴 6개, 30관!
112.5kg의 금괴!
그리고 지금 자신의 옆에는 그 금괴를 현금화, 유통 가능하게 제련해 줄 특급 대장장이 한경석이 있었다!
심기일전!
천문석은 열정을 담아 외쳤다!
“우리는 운이 좋다! 자 그럼 특급 쌩쌩이 인수하러 가자!”
“내 특급 쌩쌩이 3호! 모두 빨리빨리 움직여!”
* * *
헌터 배송 업체 창고.
“저기 철제 파레트 위 봉인된 상자가 부산에서 올라온 물품입니다. 전자 봉인 확인…… 아, 벌써 확인하셨네요. 신분 확인도 끝났으니 바로 열고 가져가시면 됩니다.”
직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특급 헌터는 달렸다.
“특급 쌩쌩이 3호!”
“야, 잠깐 기다려! 상자 열어야지!”
“빠루! 알바! 이런 건 빠루로 때려야 해! 빠루 좀 빌려 주세요! 지금 엄청 급해요!”
“빠루는 또 어떻게 아는 거야? 야, 잠깐 기다려 내가 열 수 있어!”
천문석은 가볍게 한걸음 걸으며 돌팔매질하듯 빙글 주먹을 회전시켜 던졌다.
가볍게 날아간 주먹이 판자에 닿는 순간.
부르르르르-
쏟아진 경력에 판자가 진동하고 깊게 박힌 못이 저절로 뽑혀 나왔다!
후드드득-
곳곳에 박힌 못이 모조리 뽑혀 나오고 고정된 판자가 쓰러지는 순간.
한경석이 재빨리 앞으로 나서 쓰러지는 판자를 잡았다.
그리고 특급 헌터의 돌아온 친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사태 때 박살 난 특급 쌩쌩이 1호.
제주도 사건 때 나이트 아머가 들고 간 특급 쌩쌩이 2호.
그 뒤를 잇는 특급 쌩쌩이 3호 부가티 헌터 미니!
기동 병참 도시의 워커 실트7이 만들어 낸 신 우레 폭풍호!
특급 쌩쌩이 3호가 철제 파레트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급 쌩쌩이 3호 무사했구나!”
특급 헌터는 한달음에 달려가 보닛을 껴안고 외쳤다!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악당 로봇이 찾아낼까 봐 엄청엄청 걱정했어!”
“특급 헌터 축하해!”
“우와! 멋진대! 제주도에서 봤을 때보다 더 멋있어진 거 같아!”
“당연하지! 노움 형이 완전 열심히 만들었어! 트렁크에 세발자전거도 있고! 변신도 한다니까! 앗! 이걸로 김밥 배달하고 집에 가면 되겠다! 내가 모두 태워 줄게!”
한경석과 류세연이 감탄하고.
특급 헌터는 티 하나 없이 환한 얼굴로 자랑했다.
좋아하는 마음이 표정과 목소리, 작은 몸짓 하나에까지 묻어났다!
그러나 이 모습을 곧 180도 반전된다!
“…….”
천문석은 마음으로 말했다.
‘미안하다. 특급 헌터!’
그리고 곧 특급 헌터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알바! 시동! 특급 쌩쌩이 3호! 시동이 안 걸려!”
“…….”
천문석은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감이 왔다.
‘장민 대표님…….’
시동이 걸리지 않는 특급 쌩쌩이 3호.
이건 한발 먼저 이곳에 도착해 인수 사인을 한 장민 대표의 작품이었다!
“이상하네…… 왜 시동이 안 걸리지?”
고개를 갸웃하던 특급 헌터는 곧 깨달았다.
“앗! 연료! 연료가 다 됐나 봐!”
“…….”
“괜찮아! 트렁크에 세발자전거 우레 폭풍호가 있거든! 카카캌-.”
트렁크를 여는 순간 5관 금괴 궤짝과 세발자전거, 우레 폭풍호가 나타났다!
“우레 폭풍호! 네가 출동할 시간이야!”
특급 헌터는 세발자전거를 꺼내 외쳤다.
“보이지? 이게 우레 폭풍호야! 원래는 두발자전거가 더 빨라야 하는데! 우레 폭풍호는 달라! 세발 인데도 엄청 완전 빠르잖아!”
특급 헌터가 자랑하는 순간.
류세연과 한경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 그 자전거 뭔가 이상한데?”
“나도 뭔가 이상한 거 같은데?”
“우레 폭풍호가 이상하다고? 아닌데. 마지막에 봤을 때랑 똑같은데?”
“이상해…….”
“뭔가가 뭔가뭔가 이상해…….”
특급 헌터, 류세연, 한경석 셋은 세발자전거 우레 폭풍호를 가운데 두고 연신 고개를 갸웃갸웃했다.
“…….”
천문석은 말했다.
“특급 헌터. 그 세발자전거 타고 특급 쌩쌩이 3호 주위 돌아 봐.”
“응? 타보라고?”
특급 헌터는 세발자전거에 올라 페달에 발을 올렸다.
휙, 휙-
그리고 특급 헌터의 힘찬 발은 허공을 지났다!
[@ㅁ@!]
경악한 특급 헌터는 반사적으로 시선을 내렸고 마침내 발견했다.
“없어!”
“없다고!”
“어디로 간 거야!?
“왜 페달이 없는 거야!?”
그렇다.
우레 폭풍호의 페달이 사라졌다!
-시동이 걸리지 않는 특급 쌩쌩이 3호, 부가티 헌터 미니!
-페달이 사라진 우레 폭풍호, 세발자전거!
워커 실트7이 만들어 특급 헌터에게 전해 준 두 마도구의 동력부가 봉인되어 있었다!
세발자전거와 부가티 헌터 미니는 이제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
둘은 자전거, 어린이 자동차 모양을 한 누군가 밀고 끌어야 움직이는 수레가 됐다!
참혹한 현실에 특급 헌터는 절규했다.
“으아앗! 악당 로봇! 악당 로봇이야! 이거 분명 악당 로봇이 한 거야! 특급 쌩쌩이 3호! 우레 폭풍호!’
“악당 로봇? 제주도에 나타난 나이트 아머?”
“그럴 리가……!?”
류세연과 한경석이 고개를 젓는 순간.
특급 헌터는 확신을 담아 외쳤다!
“내 촉이 움직이고 있어! 이런 짓을 할 사람은 악당 로봇밖에 없어! 악당 로봇이 나보다 먼저 이곳에 온 거야! 분명해!”
특급 헌터는 확신을 담아 외쳤지만, 류세연과 한경석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천문석은 내심 깜짝 놀랐다.
‘뭐야! 이 녀석 어떻게 알았지!?’
특급 헌터의 촉은 정확했다.
[악당 로봇 = 나이트 아머 = 장민 대표]
이번 일의 배후에는 나이트 아머 파일럿 장민 대표, 특급 헌터의 분노한 엄마가 있었다!
그리고 분노한 엄마에게 정보를 넘긴 사람은…….
“알바! 알바 생각은 어때! 분명 이거 악당 로봇 짓이야! 알바도 그렇게 생각하지!?”
진실을 관통해 정곡을 찌르는 외침!
천문석은 쿵쿵 울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조심스레 대답했다.
“글쎄? 난 잘 모르겠는데……?”
‘미안하다! 특급 헌터! 그 당근 주스 내가 다 마셔 줄게!’
byebye 특급 쌩쌩이 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