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85화 (886/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85화>

“빨리! 알바 더 빨리빨리!”

“화이팅! 힘을 내! 친구!”

“크크큽- 아, 미치겠네!”

특급 헌터의 환호!

한경석의 격려!

류세연의 웃음!

이야아아압-

여기에 천문석의 기합이 더해지는 순간.

그르르르르-

특급 쌩쌩이 3호는 광화문 광장을 가로질렀다!

동력부가 봉인된 특급 쌩쌩이 3호는 새로운 엔진을 얻었다.

양손을 뻗어트렁크를 잡고, 내력이 담긴 몸으로 땅을 박차고 달리는 신기록 각성자!

인간 엔진, 천문석!

이야아아압

천문석은 기합을 지르며 특급 쌩쌩이 3호를 밀고 달렸다!

특급 헌터, 류세연, 한경석을 태운 채로!

헌터 배송 업체에서 이곳 광화문 광장까지!

그르르르륵-

어린이 자동차가 광화문 광장에 가득한 인파를 뚫고 나아가자 사방에서 탄성이 터졌다.

“어린이 자동차?”

“부가티 헌터 미니!”

“와 저게 한국에 있었네!”

“어, 저걸 왜 밀고 달려?”

“미는 사람 육체 각성잔가?”

“아니, 육체 각성자여도 저걸 왜 밀고 달려?”

……

한경석과 류세연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외쳤다.

“친구! 내려서 도와줄까!?”

“삼촌 같이 밀까!?”

“됐다! 그냥 타고 있어!”

“알바! 힘들지 않아? 교대할까!? 내가 내려서 밀까! 나 지금 엄청난 힘이 솟구치고 있어!”

각성 실패와 시동이 걸리진 않는 특급 쌩쌩이 3호!

연이은 실패에 좌절했던 특급 헌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운을 되찾았다!

그러나 특급 쌩쌩이 3호를 밀고 달리는 건 자신의 원죄 때문!

천문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찮아! 저기 목적지가 보인다! 내가 밀고 달릴게! 넌 운전에 집중해 줘!”

“알았어! 알바! 부스터! 부스터 가속해야 해!”

“경석아! 부스터 가속할 게! 길 열어 줘!”

천문석이 내력을 끌어올리며 외치는 순간.

한경석은 후드를 뒤집어쓰고 휙 뛰어올라 보닛에 내려섰다.

그리고 단검으로 저글링을 시작했다!

구경하던 헌터들은 흠칫 놀랐다.

츠츠츠츠측-

잔상을 일으키며 회전하는 단검 일곱 자루!

빛을 받아 오색으로 빛나는 카멜레온 은신 망토!

광화문 광장에서 은신 망토를 뒤집어쓰고 단검을 꺼내 저글링 할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암살검!”

비명 같은 외침과 함께 길이 뻥 뚫리는 순간.

특급 헌터는 외쳤다.

“부스터 가속!”

“부아아아아앙-!”

천문석은 입으로 엔진음을 외치며 단숨에 가속했다!

그르르르르륵-

특급 쌩쌩이 3호는 순식간에 광화문 광장, 횡단보도, 넓은 인도를 지나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재금 빌딩!

정말 오랜만에 돌아온 것 같은 김철수 사무실이 있는 성채 빌딩에!

* * *

특급 쌩쌩이를 지하 주차장에 주차하고 올라온 로비.

천문석은 묵직한 안전 상자를 게이트 보안 검색대에 올려놨다.

삐삑-

안전 상자에 부착된 전자 봉인을 스캔하자 바로 보안 확인증이 화면에 떴다.

“확인되셨습니다. 가지고 들어가시면 됩니다. 무거워 보이는데 캐리어를 가져다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천문석은 112.5kg이 훌쩍 넘어가는 안전 상자를 번쩍 들어 어깨에 올렸다.

그리고 성큼성큼 걸어 기다리던 일행에게 다가갔다.

“확인 끝났어. 얼른 올라가자.”

“출동!”

“친구 빨리 와!”

특급 헌터와 한경석이 신난 꼬맹이처럼 달려가고.

천문석과 류세연이 그 뒤를 따라 로비를 걸었다.

대리석 바닥과 벽.

환한 조명과 탁 트인 시야.

게다가 로비 곳곳에 놓인 소파에 자리한 각성 헌터들과 중개인들.

주위를 돌아본 류세연은 황당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진짜 성채 빌딩이잖아? 여기 임대료 엄청 비쌀 텐데!? 진짜로 여기다가 사무실을 낸 거야!?”

“맞아. 내가 성채 빌딩에 사무실 냈다고 말 안 했어?”

“당연히 구란줄 알았지!”

“야! 그런 거로 누가 구라를 쳐!”

“…….”

말없이 바라보는 세연의 눈빛에는 수많은 말이 담겨 있었다.

‘그랬지…… 내가 그런 거로 구라를 치는 사람이지…….’

“흠, 흠- 하여튼 환영한다! 우리 사무실 보면 깜짝 놀랄 거다!”

헛기침과 함께 말을 돌리자 앞서 걷는 특급 헌터와 한경석이 바로 말을 받았다.

“알바 사무실 엄청 좋아! 나 저번에 왔을 때는 알바랑 같이 혼령 퇴치하고 취직했어! 앗! 그리고 드래곤 형이 사주는 한우 먹었어!”

“맞아! 내 공방에 있는 혼령 친구가 퇴치해 줬어! 나도 그때 취직했어! 그리고 드래곤 아저씨가 사주는 한우같이 먹었어!”

“혼령 퇴치? 취직? 특급 헌터하고 언니가 삼촌 사무실에 취직했다고? 드래곤 아저씨는 또 누구야?”

혼령 퇴치!

생각만으로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기억!

“야, 됐어. 그 이야기는 그만…….”

재빨리 말을 끊으려는 순간 특급 헌터와 한경석은 몸을 부르르 떨며 외쳤다!

“경석형 방에 혼령이 깃들었어! 혼령 퇴치할 때 완전 무서웠어! 우우우- 하면서 막 천장이랑 벽이 떨렸다니까!”

“맞아! 벽이랑 천장이 지진 난 것처럼 막 떨리고! 혼령이 우우우- 소리쳤어! 나 기절할 뻔했잖아!”

“잠깐 그 이야기는 그만…….”

“그런데 그때! 알바가 혼령의 정체를 알아냈어!”

“맞아 친구가 정체를 알아냈어!”

“게이트 맥!”

“게이트 맥!”

동시에 외치고 동시에 존경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두 사람.

“삼촌이 혼령을 퇴치했다고?”

“그렇다니까! 친구 고마워 그날 이후로 혼령 안 나와!”

당연히 혼령이 나올 리 없었다.

한경석 공방에 나타난 혼령의 정체는 바로 옆 창고에 자리한 김철수 사무실의…….

최설 대리였으니까!

“혼령이 안 나와서 다행이네…… 하, 하하-.”

천문석이 어색하게 웃는 순간.

류세연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 잠깐 이거 들었던 이야기 같은데? 앗!”

탄성과 함께 알겠다는 듯 손가락을 딱- 튕기는 류세연!

“아! 전에 장민 언니랑 들었던 그거구나! 혼령 퇴치 사건! 천문석 법사님이 활약했던 그 사건 맞지!?”

천문석 법사님!

손발이 오그라드는 호칭을 듣는 순간 이 뒤에 이어질 말과 상황이 보였다!

“세연! 그만……!”

재빨리 외쳤으나 이미 세 꼬맹이게는 불이 붙었다.

“맞아! 그거야! 천 법사님! 출동!”

“앗! 퇴마 부적! 천 법사님한테! 퇴마 부적 받기로 한 거 깜빡했어!”

“앗 그렇지! 천 법사님께 퇴마 부적 받아야지!”

“삼촌! 오늘 퇴마 부적이랑 그것도 볼 수 있는 거야?”

“……그거라고?”

불길한 느낌에 묻는 순간 돌연 진지한 얼굴로 주먹을 내뻗으며 기합을 지르는 류세연!

“얍- 퇴마 주먹!”

뒤이어 들려오는 특급 헌터와 한경석의 기합 소리!

“이얍- 퇴마 박치기!”

“이야압- 퇴마 발차기!”

……

“여기 로비야! 그만해! 멈추라고!”

그러나 세 꼬맹이는 멈추지 않았다.

기합과 주먹을 내지르고 박치기를 하고 발차기를 날렸다!

사방에서 시선이 모이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의 얼굴에 떠오른 황당함과 어이없음!

“…….”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이 짧은 시간이 너무나 길었다.

그러나 이 또한 자신의 원죄였다!

“하, 인생…….”

천문석과 세 꼬맹이는 수군거리는 헌터들의 시선을 받으며 로비를 지나 화물 엘리베이터를 탔다.

* * *

재금 빌딩 13층 복도.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강화 철문이 나타났다.

[김철수 사무실]

익숙한 A4지 명패가 붙은 사무실,

“저기가 우리 사무실이다.”

류세연은 고개를 갸웃했다.

“저기가 삼촌이랑 철수 오빠가 차린 사무실이라고? 뭔가 좀 이상한데…… 복도에 무슨 상자가 이렇게 많아? 성채 빌딩이 아니라 꼭 창고 같은데?”

“창고 맞아. 철수형 아는 분 소개로 오리온 길드 창고에 끼어 살고 있어.”

“창고형 사무실?”

“아니, 그게 아니라…….”

이때 특급 헌터의 외침이 들려왔다.

“1등! 나 먼저 들어갈게! 빨리 와!”

“빨리 와 친구!”

강화 철문이 소리 없이 열리고 특급 헌터와 한경석이 문 안으로 들어가는 동시에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으앗- 이게 뭐야!”

“……!”

재빨리 세연의 손을 달려가자 사무실 안의 모습이 드러났다!

선반과 박스, 비품에 포위당한 익숙한 공간!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은 책상과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뭐야! 너 휴가 중 아니었어?”

“부사장님! 오셨습니까! 휴가 중에도 회사에 출근하시는 이 애사심! 저 게릭…….”

“여기에 앉으시면 됩니다! 부사장님!”

“엇! 제가 바로 차를 준비하겠습니다.”

얼굴이 확 밝아진 엠마, 게릭, 클릭스 폴리머 대리 4인조는 재빨리 일어나 부산하게 움직였다.

이때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품질검사증 팩스로 보내 주시면 됩니다! 네, 네! 12박스 맞습니다! 잠시만 제품번호 불러 드리겠습니다!”

전화기를 목에 끼운 채 정신없이 타이핑하는 최설.

“……오셨군요,.”

높게 쌓인 서류에 몸이 가려진 채 슬픈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진교은.

최설과 진교은은 얼굴이 환해진 대리 4인조와 달리 피곤에 찌들어 있었다!

“신입. 할 만해?”

“……하아.”

짧은 침묵 후 내뱉는 한숨에 담긴 수십 가지 감정이 느껴졌다!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는 순간.

특급 헌터의 다급한 외침이 터졌다.

“알바! 알바! 여기 봐! 큰일 났어! 여기 좀 보라니까!”

“야, 왜? 뭘 보라고? 사무실 전이랑 똑같잖아?”

“책상! 부사장 책상 보란 말야!”

“부사장 책상? 내 책상?”

시선을 돌리자 철수형 책상 앞 자신의 책상이 보였다.

빙글빙글빙글-

암살검 한경석이 의자에 앉아 빙글빙글 회전하는 자신의 책상이.

책상을 보는 순간 무엇이 변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책상 위 부사장 명판이 사라지고 종이 명판이 놓여 있었다.

[특급 사원 2 - 한경석]

“으아앗- 경석형! 나도 그 자리 노렸단 말야! 없을 때 막 앉으면 안 돼! 반칙이잖아!”

“……야, 그거 내 자리……!”

크크크크킄-

돌연 울려 퍼진 웃음소리가 천문석의 말을 끊었다.

한경석은 악당처럼 웃으며 품에서 명함을 꺼내 내밀었다.

[김철수 헌터업 사무실]

[특급 사원 2 - 암살검 한경석]

“나도 명함 있어!”

[김철수 헌터업 사무실]

[특급 사원 1 - 특급 헌터]

두꺼운 종이를 잘라 크레파스로 글자를 쓴 명함. 둘 다 특급 헌터가 만든 명함이었다.

한경석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특급 헌터! 내 명함은 달라! 이 뒷면을 봐!”

빙글 돌아간 명함에 줄줄이 찍혀 있는 도장!

“도장?”

“이건 그냥 도장이 아냐! 김철수 사장님이 만든 출근 도장 제도야! 출근하면 도장을 이렇게 쾅- 찍을 수 있어!”

“앗! 아앗! 출근 도장! 그런 거였어!?”

특급 헌터가 이해할 수 없는 외침을 터트리는 순간.

한경석은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도장이 많으면 자리를 선택할 수 있어! 여기 이 부사장 책상은 이제 내 거야! 특급 헌터 네 자리는 거기다! 크크킄-.”

“내 자리……?”

쭉 뻗은 한경석의 손을 따라 특급 헌터와 모두의 시선이 움직였다.

사무실 중앙 익숙한 귤 박스 위에 놓인 종이 명판.

[특급 사원 1 - 특급 헌터]

“…….”

특급 헌터는 힘없이 감귤 박스로 걸어가 신문지 방석에 앉았다.

이때 류세연이 작게 속삭였다.

“특급 헌터 삼촌이랑 출장 갔던 거 아냐?”

“……!”

번쩍 고개를 드는 순간 웃으며 진교은을 가리키는 류세연!

특급 헌터는 벌떡 일어나 번개같이 달리며 외쳤다!

“교은 누나! 출근 도장!”

휙-

진교은이 반사적으로 던지고!

탁-

특급 헌터가 낚아채 도장을 찍었다!

타타타타타타타-

순식간에 명함 가득히 찍히는 출석 도장!

“휴- 다행이야! 경석형! 내가 이겼어!”

특급 헌터는 도장이 가득 찍힌 명함과 자신의 종이 명판을 들고 당당히 걸어가 외쳤다.

“이제 부사장 책상은 내 자리야! 보이지? 내가 출석 도장이 더 많아!”

“내 자리라니까…….”

돌연한 사태에 얼어붙었던 한경석은 바로 반박했다.

“그렇게 출근 도장 막 찍으면 안 돼! 하루에 한 번 출근 할 때만 찍는 거야!”

“나 알바랑 같이 던전으로 출장 갔었어! 누나들이 증인이야!”

특급 헌터는 최설과 진교은 가리켰다.

“저희랑 같이 출장 갔었습니다.”

“네. 맞아요. 같이 던전에 갔었어요.”

“…….”

말문이 막혀 얼어붙은 한경석.

특급 헌터는 당당히 걸어가 부사장 책상 위에 종이 명판을 내려놓고 선언했다.

“이제 이 책상은 내 거야! 카캬카카캌-!”

[특급 사원 1 - 특급 헌터]

“축하드립니다! 도련님!”

“대단하세요! 도련님!”

……

사무실 안에 환호성이 터지는 순간 작은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그러니까. 그 책상 내 거라고…….”

탁-

어깨에 손길이 느껴졌다.

“……?”

문득 고개를 돌리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 보였다.

“세연?”

“부사장님. 책상에 앉으셔야죠?”

류세연은 환하게 미소 지으며 귤 박스 위에 명판을 내려놨다.

[부사장 – 천문석]

명판 아래 귤 박스에 인쇄된 익숙한 상호가 보였다.

‘임옥분 농업 법인’

류세연의 눈에 의미심장한 빛이 스치고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거 꼭 미래를 예언하는 징조 같지 않아?”

“예언?”

문득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글자들.

[부사장 – 천문석]

‘임옥분 농업 법인’

순간 의미심장한! 너무나 의미심장한 문장이 쾅- 벼락 치듯 떠올랐다.

임옥분 농업 법인, 부사장 천문석!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