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83화>
“제가 각성했다고요!?”
“맞아. 각성했어. 그것도 신기록으로.”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박찬호 검사관.
각성, 신기록, 무덤덤한 표정!
‘아니 신기록이라는데 뭐가 이렇게 무덤덤해!?’
“제가 진짜로……!?”
도저히 믿기지 않아 다시 한 번 확인하려는 순간 외침이 쏟아졌다.
“알바! 역시 특급 알바야! 이제 알바는 특특급 각성 알바가 된 거야! 우리가 승리했어!”
“친구! 난 옛날부터 믿고 있었어! 신기록이래! 각성 신기록이면 바로 테스트받을 수 있어! 친구 랭커 되는 거야!”
“옥탑방 오빠가 각성했다고……!? 나보다 먼저! 이러면 안 되는데! 으으으- 내 계획이…… 망했어! 완전히 망했어!”
특급 헌터, 한경석, 류세연 셋의 환호와 탄식이 교차하는 순간.
문득 까맣게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각성 스팟!
무림 던전의 보스 단혈철검 주호를 꺾고 클리어했을 때의 기억!
무림 던전에서 빠져나와 장철 헌터를 만났을 때 말했었다.
‘무사히 각성해서 다행이다. 축하한다.’
그리고 어리둥절한 자신에게 정보를 전했다.
‘각성 스팟은 밖이랑 각성 메커니즘이 달라. 각성몽을 꾸고 나서 한참이 지나서 신체 변화가 시작된다. 그래도 특유의 기질 변화는 느낄 수 있다. 감이 온다. 너 각성몽 꿨어. 조만간 각성할 거다.’
각성몽!
이 순간 잊었던 기억이 생각났다!
각성 던전의 첫날밤! 현실처럼 생생한 꿈을 꿨다!
전생의 스승님을 따라 서쪽으로 여행하며 ‘사냥, 요리, 수인, 염불, 부적 그리기 등등’을 배우며 개고생하던 꿈!
그 꿈이 각성몽이었다!
나중에 각성 검사를 받겠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없이 터지는 사고에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렇다! 자신은 그때 이미 각성했던 거다!
찰나의 순간 회상이 끝나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 환희가 끌어올랐다!
각성!
각성했다는 것은 지구의 유일한 영맥, 게이트 마력장과 감응해 움직일 수 있다는 뜻!
일반인에게는 엄청난 기회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다.
이미 내공과 외공 모두 절정의 경지에 오르고 심상 공간에는 일기일원공이 휘몰아치고 있다!
내공 심법에 입문하기 위해 한 방울의 마중물이 간절했던 예전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그러나 이건 다른 방향으로 커다란 의미가 있었다!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천문석 무공 교실!]
영약으로 일류 고수를 찍어 내는 학원!
내공 심법의 시작이자 끝은 운기조식, 호흡!
들숨과 날숨, 호흡으로 천지와 소통하여 외기(外氣)를 모으고.
이 외기를 내공심법으로 정제, 기경팔맥에 흐르게 하는 게 내기(內氣), 내공이다!
비각성자는 영맥을 다룰 수 없기에, 영약의 기운으로 영맥을 대신하려 했다!
이상 던전에서 대박을 터트리고 기억 멀리 던져둔 이 계획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이제는 영약도 필요 없다!
각성한 자신이 게이트 마력장을 움직여 그냥 다이렉트로 밀어 넣어 주면 된다!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기회가 손에 쥐어졌다!
[천문석 무공 교실 시즌2]
내공을 익힌 무림인을 찍어 내는 학원!
상위 1% 귀족 마력 각성자!
연봉 수십억의 치유 능력 각성자!
일인 기업 마력 마도 물품 제작자!
……
하-
순간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헌터 업계의 귀족들을 능가하는 귀족중의 귀족, 왕족이 됐다!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 아니 세계 헌터계의 새로운 지평이 열렸다!
각성, 비각성 헌터!
둘로 나뉜 헌터 업계에 새로운 헌터가 더해지게 된 것이다!
내공을 지닌 무림인 헌터!
WIN-WIN!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새로운 판이 짜인다!
하하하-
천문석은 참을 수 없는 희열에 웃음을 터트렸다!
“카카카- 역시 특급 알바야!”
“하하하- 역시 특급 친구야!”
특급 헌터와 한경석이 뒤따라 통쾌한 웃음을 터트릴 때.
류세연이 넋이 나간 얼굴로 입을 열었다.
“검사관님! 오빠…… 어떤 계통! 어떤 계통 각성한 건가요!?”
순간 웃음이 뚝 그치고 모두의 시선이 박찬호 검사관에게 모였다!
“마력 각성! 알바라면 마력 각성을 했을 거야!”
“내가 보기엔 무공 같아! 공방 도시에서 엄청 잘 싸웠어!”
천문석은 피식 웃었다.
무엇이든 상관없다!
어차피 게이트 마력장과 연결될 채널만 열리면 되니까!
“모두 가까이 와봐. 설명이 필요하니까.”
박찬호 검사관은 펜을 들고 화이트 보드에 선을 그렸다.
쓱, 쓱쓱-
중심에서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여섯 개의 선이 그려지고 선마다 이름을 적혔다.
[무공, 육체, 오러, 마탄, 마력, 초능력]
펜으로 화이트 보드에 그어진 선을 가리키는 박찬호 검사관.
“모두 한 번쯤은 들어 봤지? 6개의 주요 각성 계통! 엄밀히 말하면 6개가 아니라 이 안에서도 수십 개로 나뉘긴 하는데…… 이건 중요한 게 아니고.”
“사실 각성은 6개 능력 중 하나만 얻는 게 아니라 채널이 뚫리는 순간 모두를 얻은 다음에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계통이 발현된다.”
“보통 이능력이 발현되는 ‘임계점’을 1로 잡는데 이걸 그림으로 그리면 이런 식이 된다.”
박찬호 검사관은 펜을 들어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선을 이어 육각형을 그렸다.
[무공 5, 육체 0, 오러 1, 마탄 0, 마력 0, 초능력 1]
한 꼭지점만 불쑥 튀어나온 기형적인 육각형이 그려졌다.
“보이지? 임계점 1을 넘은 건 무공, 오러, 초능력 셋이지만. 이렇게 무공 계통이 도드라지면 무공 채널만 발현한다. 임계점을 넘는다고 해도 한쪽 계통이 강하게 발현되면 다른 계통은 억눌려서 발현이 안 되거든. 이해되지?”
“특급 알바는 어떤 계통인데? 빨리빨리! 그것부터 말해 줘!”
“야, 이거 꼭 필요한 설명이야! 이제 금방 나오니까 기다려!”
박찬호 검사관은 소리치고 설명을 이었다.
“가끔 다중 각성자가 나오는데 그때는 이런 식으로 발현되는 거다.”
[무공 0, 육체 6, 오러 1, 마탄 0, 마력 0 초능력 5]
“육체가 6! 초능력이 5! 이렇게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에는 육체와 초능력 이중 각성자가 된다!”
박찬호 검사관은 천문석을 바라봤다.
“지금 자네 경우가 이거야.”
“다중 각성자! 내 친구가 다중 각성자란 가야!?”
“신기록! 방금 말한 신기록이 다중 각성 신기록인가요!?”
한경석과 류세연이 다급히 외치고.
황 비서의 믿을 수 없다는 시선이 날아오는 순간.
특급 헌터는 환호했다.
“다중 각성! 알바! 완전 대단하잖아! 이제 알바는 특특특특특특급 알바야!”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뭐라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영맥만 움직일 수 있어도 충분하다!
그런데 다중 각성이라고!?
무공, 육체, 오러, 마탄, 마력, 초능력!
주요 각성 계통 중 무공을 제외한 모든 계통이 도움이 된다!
“검사관님. 전 계통이 어떻게 되나요?”
천문석이 묻는 순간.
박찬호 검사관은 미소 띤 얼굴로 펜을 들어 화이트 보드에 선을 그었다.
무공에서 육체로!
“무공, 육체! 시너지가 좋아!”
멈추지 않고 오러를 지나 마탄으로!
“친구……! 설마!?”
“앗, 아앗! 알바!”
마탄에서 마력을 향해 그어지며!
“마력 각성까지!?”
마지막 초능력을 지나 처음 시작한 무공으로 돌아왔다!
박찬호 검사관의 펜이 멈추는 순간.
환호성과 탄성은 사라지고 당장이라도 폭발할듯한 아찔한 침묵만이 검사실 안에 감도를 왔다.
“……!”
“……!?”
“……!?
류세연은 멍하니 화이트 보드를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정육면체?”
류세연의 말대로 화이트 보드에는 6개의 선을 관통하는 정육면체가 그려져 있었다!
무공, 육체, 오러, 마탄, 마력, 초능력!
여섯 계통의 각성 능력을 상징하는 직선의 같은 지점을 통과하는 완벽한 정육면체가!
“알바!”
“친구!”
“오빠!”
“……!”
모두의 시선이 모이는 순간.
천문석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검사관님. 그러니까 지금 제 계통이……?”
박찬호 검사관 고개를 끄덕였다.
“짐작하는 대로야. 자네는 각성 헌터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어! 무공, 육체, 오러, 마탄, 초능력, 마력! 주요 각성 계통 여섯! 이 여섯 개 주요 각성 계통의 채널이 전부 뚫렸어!”
“특급! 특특특특특특급 알바야!”
특급 헌터의 비명 같은 외침에.
박찬호 검사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특급이야! 단 한 번도 보고된 적 없는 6 계통 다중 각성을 했다!”
* * *
사방에서 환호와 외침이 터졌으나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각성!
다중 각성!
다중 각성 능력자!?
내가 6 계통 다중 각성 능력자라고!?
……
머릿속에서 끝없이 외침이 울려 퍼지고.
가슴속에서 거대한 희열이 끓어올랐다!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은 금속 타일이 붙은 천장에 막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순간 너무나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늘님의 거대한 계획과 큰 그림이!
5관 금괴 6개, 112.5kg의 금!
스승님이 전해 준 로또 1등 꿈!
이게 끝이 아니었다!
각성!
6 계통 동시 각성이라는 엄청난 선물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주어졌다!
오래전 각성 스팟, 무림 던전에서 나왔을 때 이미 하늘님은 거대한 계획, 큰 그림을 그리셨던 거다!
은자 100만냥을 날렸다고 아쉬워했는데 알고 보니 자신은 그때 이미 각성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받았던 거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건·사고와 불운에 하늘의 저울이 망가졌다고 의심했다!
믿음을 잃고 땅으로 갈아타기까지 했다!
그러나 하늘님은 말없이 공평무사함을 행동으로 보여 주셨다!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기운이 솟아났다.
격동으로 떨리는 몸에서 자신도 모르게 외침이 튀어나왔다.
“하늘님!”
순간 눈이 뜨이고 귀가 열렸다!
팔, 다리, 몸통에 달라붙은 한경석, 특급 헌터, 류세연의 외침.
“친구! 길드 얼른 길드 만들어! 완전히 넘어갈게!”
“잘됐어! 알바! 역시 알바는 특급 알바였어! 나도 알바 길드에 가입할게!”
“내 계획이 완전히 망가졌어! 으으- 어떻게 하지……? 앗! 인턴! 나 인턴으로 채용해 줘!”
……
길드?
자신의 야망은 그 정도가 아니다!
천문석 무공 교실 시즌 2!
‘매달 수백 명의 무림인 헌터를 찍어 내 전 세계 헌터 업계의 판도 자체를 바꾼다!’
카캬카카캌-
천문석은 가슴이 뻥 뚫릴 듯한 통쾌한 웃음과 함께 포부를 밝히려 했다!
이 순간 문득 보이는 게 있었다.
화이트 보드 앞에 서 있는 박찬호 검사관의 얼굴!
“…….”
박찬호 검사관은 여전히 물물교환을 요청받은 편의점 알바 같은 표정이었다!
‘……저 표정!?’
이유를 알 수 없는 소름이 등골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박찬호 검사관은 화이트 보드를 두들기며 크게 외쳤다.
쾅쾅쾅-
“야, 조용! 조용해! 말 다 안 끝났어!”
“앗! 그렇지 등급!”
“맞아! 등급이 남았지!”
“인턴! 오, 삼촌! 나 인턴으로 채용해 달라니까!”
꼬맹이처럼 등에 찰싹 달라붙은 류세연이 끝없이 외쳤다.
천문석은 류세연을 업은 채로 화이트 보드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르륵-
박찬호 검사관은 서랍을 열고 봉투를 꺼내 내밀었다.
한경석의 검사가 끝났을 때 건네준 웰컴 기프트!
“우선 이 봉투 받아. 내가 각성한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돌리는 각성 축하 선물이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등급은?”
박찬호 검사관은 바로 말을 이었다.
“아까 말한 데로 특급이다.”
“……네? 분명 특급은 없다고……!?”
“방금 만들어졌어.”
“특급이면 최상급보다 높은 거야!?”
“알바! 역시 특특특특특특급 헌터 된 거구나!”
박찬호 검사관은 고개를 저었다.
“특급(extra good)이 아니라 특별등급, 등급외(non rated)라고!”
“……네? 등급외, non rated라고요?”
천문석이 반문하는 순간.
특급 헌터는 버럭 외쳤다.
“못 알아 듣겠잖아! 한국 사람이면 한국말로 이야기하란 말야!”
“수치로 표현하면 대략 이렇게 된다.”
박찬호 검사관은 펜을 들어 화이트 보드에 그려진 정육면체의 꼭지점에 숫자를 적었다.
무공 - 0.9
육체 - 0.9
오러 - 0.9
마탄 - 0.9
마력 - 0.9
초능력 -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