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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22화 (82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22화>

부산 해운대 백사장.

반팔, 반바지에 슬리퍼를 주머니에 꽂은 전신이 모래로 엉망인 꼬맹이.

워커 실트는 부르르 진동하는 스마트폰과 게임패드를 들고 돌처럼 굳어 있었다!

게임패드로 위장한 마도구에 뜬 코드!

[0010001101001011010000110101001100101101001100000011000000110111]

스카라베의 언어체계를 참고해 오래전 마도 제국 시절 자신이 만든 기계어다!

“아니, 이게 왜 여기서 나와!?”

워커 실트는 경악한 얼굴로 진동하는 스마트폰을 봤다.

모르는 번호로 계속 걸려 온 전화!

당연히 매일매일 지긋지긋하게 걸려 오는 도박, 대출, 보이스피싱 전화라고 생각했다!

계속 받지 않다가 한국 탈출을 결심하는 순간 마지막 선물로 용역 헌터, 리클레 최루 폭탄을 보내 주려 위치를 역추적했다!

그러나 이 전화는 스팸도 보이스피싱도 아니었다!

자신이 만든 기계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고!?

“누가 보낸 거야!?”

워커 실트는 재빨리 게임패드를 조작해 코드가 전해진 곳을 역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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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맨드를 입력하는 순간 촤르르- 쏟아지는 정보들!

“……!”

워커 실트는 경악했다.

샌프란시스코 본사 인근 게이트 안정화 장치에 몰래 박아 놓은 백도어!

그 백도어에서 수신한 정보를 본사의 변환 장치가 자동으로 변환해 자신에게 보냈다!

[스마트폰 -> 무선 통신망 -> 본사 -> 백도어 -> 게이트 안정화 장치 -> 게이트 -> ?]

스마트폰에서 시작해 경로를 거슬러 올라가면 마지막으로 나오는……?!

이 전화는 지구에서 걸려 온 전화가 아니라 게이트를 전해진 차원 통신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세계에서 자신에게 차원 통신으로 연락할 곳은 한 곳뿐!

오랜 세월 거래했지만, 이름도 모르는 이세계 도시다!

순간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지구, 이 세계의 나뭇가지에 떨어진 초기.

어떻게든 돌아가기 위해 온갖 방법을 구조신호를 보냈다.

그때 우연히 접촉한 도시가 있었다.

차원 준위가 낮은 마경에 있는 이세계 도시.

차원 준위가 낮은 곳은 강 하류의 퇴적지처럼 온갖 차원의 물건들이 흘러들어와 쌓이는 장소!

지구에 떨어진 자신에게 최고의 거래 상대였다!

이세계 도시에서 마석, 부유석, 마법 광물, 마수, 몬스터 부산물과 흘러들어온 온갖 유물을 보내 주면.

자신은 시멘트, 철근, 강판 같은 지구의 원자재와 펜과 종이에서 에어컨, 전화기까지 온갖 제품을 건네줬다.

10년이 훌쩍 넘는 긴 시간 동안 거래하며 마이너 타이탄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정체를 감추기 위해 단 한 번도 먼저 연락하지 않은 이세계 도시에서 먼저 연락했다!

그것도 자신이 만든 기계어를 사용해서!

이세계 도시에서 먼저 연락하는 순간 드러난 고유 마력 패턴! 이 고유 마력 패턴 사이사이에 너무나 눈에 익은 코드들이 보였다!

‘내가 만든 보안 코드다!’

워커 실트는 기계어를 입으로 말하는 동시에 슬리퍼로 모래사장에 보안 코드를 적어 내려가며 해석했다.

“띠디딛딛디딛디디-.”

쓱, 쓱, 쓰쓰스슥-

더미 코드를 날려 버리고, 보안 코드를 풀어내자 툭 튀어나온 고유 일련번호!

[#KCS-007]

“……!”

워커 실트는 슬리퍼를 뚝 떨어뜨렸다!

#KCS 시리즈! 마도 황제가 직접 만든 통합 관제용 인공정령이다!

이 인공정령이 설치된 곳은 부유 요새, 부유 함대 모항, 이동 성채 도시 같은 제국의 전략 거점들!

“007번! 007번이 설치된 도시가 어디였지!?”

기억을 더듬는 순간 기억에서 튀어나오는 이미지들!

부유 함대, 타이탄 조병창, 역장 방어막!

독립 마탑, 초대형 마도 엔진, 영수 병사 말년 병장!

차원 방벽을 뚫고 도망친 허신, 악신, 고대신을 찾아 아작내는 마도 제국 군단의 기동 거점도시!

기동 병참 도시다!

“지금까지 나랑 거래했던 도시가 ‘기동 병참 도시’였다고!?”

충격과 혼돈, 경악으로 부르르- 몸이 떨리는 순간 분노한 외침이 들려왔다.

“저기다! 저 꼬맹이!”

“모래사장에 쪼그려 앉은 꼬맹이! 저기다!”

“저기 바지에 슬리퍼 꽂은 꼬맹이가 범인이다!”

……

‘아차! 도망치는 중이었지!’

파파파파팟-

워커 실트는 반사적으로 백사장을 달리며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순간 스마트폰에서 터져 나오는 변조된 목소리!

-[야! 이 정신 나간 놈! 왜 이제야 받아! 얼마나 연락을…….]

“뭐? 정신 나간 놈! 너 내 별명을 어떻게 아는 거야!? 잠깐 이 변조된 목소리 말투…… 귀에 익은데!? 이름! 너 이름이 뭐야!?”

[어, 어어…….]

당황하는 상대!

정곡을 제대로 찔렀구나!

강하게 추궁하려는 순간 변조된 음성이 뚝 끊기고 돌연 기계음이 들려왔다.

-[긴급 상황 발생. 차원 방벽을 뚫고 게이트를 열어야 합니다. 바로 차원 좌표 유도 부탁드립니다! 이쪽 좌표와 제원 보내겠습니다!]

띧디디디딛디디디딛-

기계음과 함께 스마트폰 화면에 쏟아지는 차원 좌표와 제원!

그러나 워커 실트는 화면은 보지도 않았다.

기계음을 듣는 순간 바로 알아챘으니까!

‘이런 미친! 이 기계음! KCS 시리즈! 제대로 작동하는 인공정령이잖아!?’

긴급 코드를 사용하면 제한된 통제권을 얻을 수 있다!

“인공정령! 긴급 코드 발동한다! 사용자 #777…….”

긴급 코드를 외치는 순간 뚝 끊겨 버린 전화!

“긴급 코드 발동 중에 인공정령이 전화를 끊었다고!? 이게 말이 되는 거야!?”

반사적으로 전화를 걸려는 순간 전율이 일었다!

스마트폰 화면에 떠 있는 차원 좌표와 제원!

기동 병참 도시의 차원 도약 장치를 설계한 건 워커 실트 자신!

그렇기에 차원 좌표와 제원을 보는 순간 바로 현재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와, 이 인공정령이랑 도시 주인 완전 돌았네! 대응 마법회로도 없이 차원 좌표 고정하고 차원 방벽을 뚫어 게이트를 연다고!?”

약간의 오차만 발생해도 게이트가 어디로 이어질지 모른다.

혹시나 심해, 성층권에 떨어지면 대참사가 일어난다!

‘잠깐! 아니지!?’

기동 병참 도시면 허신을 쫓아 차원을 넘어 추적하는 마도 제국 군단의 도시!

심해, 성층권에 떨어져도 무사히 착륙할 수 있는 역장 방어막이…….

“앗!”

제원을 읽어 내려가던 중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잠깐! 차원 방벽을 뚫고 게이트를 연다고!”

지금까지 거래할 때마다 W. S. 인더스트리 본사에서 게이트를 열었다!

마이너 타이탄 엔진 12개를 병렬로 연결해도 게이트를 여는 시간은 단지 7초!

레일 위로 컨테이너를 던져 넣기 바빴다!

“그런데 뭐!? 게이트를 얼마나 열겠다고!?”

워커 실트는 재빨리 제원을 다시 살폈다!

게이트 크기는 직경 10미터!

게이트 유지 시간은…… 10분!?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쾅- 벼락이 머리에 떨어진 듯 충격이 왔다!

‘말이 되는 상황이 있다!’

대응 마법진 없이 좌표를 고정하고, 차원 방벽을 뚫어 게이트를 10분 동안 유지할 방법.

기동 병참 도시의 주 엔진, 초대형 마도 엔진에 시동을 걸었으면 가능하다!

“마도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고!?”

스스로 말하고도 믿기지 않았다!

모든 지성체의 약속, 대협약이 깨지고 마탑이 빛을 잃었을 때!

마도 황제가 생명을 불어넣은 타이탄의 심장, 모든 마도 엔진의 시동도 꺼졌다!

마도 엔진에 다시 시동을 거는 건 자신도 실패한 일!

오래전 스카라베 왕국에 떨어져 개고생한 것도 마도 엔진에 시동을 걸다 터진 사고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냥 엔진도 아니고 기동 병참 도시의 주 엔진, 초대형 마도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고!?’

“어떻게!?”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순간 워커 실트는 깨달았다.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시동이 걸린 마도 엔진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시동이 걸린 마도 엔진!

그것도 기동 병참 도시에 설치된 초대형 마도 엔진이다!

마도 엔진과 마탑은 한 묶음!

초대형 마도 엔진이 살아났다면, 당연히 마탑의 빛 ‘머릿돌’도 빛을 찾았을 거다!

순간 눈앞에 그려졌다.

대응 마법진 없이도 차원 방벽을 뚫고 게이트를 열 수 있는 엄청난 출력!

심해, 성층권에 떨어져도 멀쩡한 역장 방어막!

혼돈에 물든 허신의 사념파를 막아 낼 정도로 강력한 은폐 마력장!

차원 통신망과 직접 연결이 가능한 차원망 통신기!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결전 병기!

마도 제국의 기동 병참 도시가 살아났다!

기동 병참 도시만 있으면 상상만 하던 것들을 모두 현실로 이룰 수 있다.

대마법!

마탑의 힘이면 단숨에 에코와 무겐다흐를 찾을 대마법을 펼칠 수 있다!

타이탄!

마이너 타이탄이 아닌 초월자들을 박살 낸 강철의 기사, 제식 타이탄을 기동할 수 있다!

인과율 조율기!

던전, 균열, 게이트가 열려 엉망이 된 이 세계를 순식간에 정리하고 친구들이 있는 ‘배’로 돌아갈 수 있다!

정체불명의 마도왕!

전능 옥좌에 도사린 정체불명의 마도왕을 더는 피하지 않아도 된다!

복수!

자신에게 쓰라린 패배의 고통을 안긴 이세기를 찾아 다시 한번 ‘정정당당’하게 겨룰 수 있다!

주 엔진에 시동이 걸렸고 마탑의 빛이 밝혀진 기동 병참 도시만 있으면 이 모든 게 가능하다!

“……!”

워커 실트는 격동으로 전신을 부르르 떨며 차원 좌표와 제원을 살폈다.

사기, 기만, 구라, 협잡의 달인!

수많은 허신과 악신, 마도왕의 뚝배기를 깨고 다닌 마도 제국 일곱 재앙의 보스!

워커 실트의 사악한 지혜가 번뜩였다!

-긴급 코드를 말하자마자 다급히 통신을 끊은 인공정령의 반응! -> 긴급 코드가 먹힌다!

-그동안 단 한 번도 먼저 연락하지 않은 도시! -> 엔진에 시동이 걸린 지 얼마 안 됐다!

느껴진다.

상대의 다급함과 어수룩함이!

지금이라면 가능하다!

차원 방벽을 뚫고 게이트를 여는 10분!

그 10분 안에 인공정령을 제압하고, 중앙 통제실로 돌입 기동 병참 도시의 통제권을 먹는다!

워커 실트는 목표가 세워지는 순간 스스로에게 물었다.

‘지금 해야 하는 일은?’

기동 병참 도시가 여는 게이트 좌표를 최적의 위치로 유도하는 것!

‘적당한 위치가 어디지?’

고개를 돌리자마자 보이는 해운대 백사장 너머 바다! 저기다!

‘어떻게 중앙 통제실까지 뚫을 거지?’

더럽게 끈질긴 마도 제국 기사와 타이탄을 상대하기 위해 만든 미궁 악어 13호가 이미 부산에 도착했다!

도시는 시동을 건지 얼마 안 된 상태!

거대 괴수 무리도 상대할 수 있는 미궁 악어 13호라면 도시의 방어 시스템을 뚫을 수 있다!

계획은 모두 섰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가 남았다!

사후 처리!

힘없는 사람이 보물을 가지면 그 자체로 죄가 되는 법!

이곳은 다른 곳도 아닌 대한민국 부산이다!

부산 앞바다에 열린 게이트를 넘어가 기동 병참 도시 날름 집어삼키고 돌아오기 위해서는 엄청난 영향력이 필요하다!

‘초거대 기업 W. S. 인더스트리의 오너 같은 영향력 말이다!’

카카카카카캌-

워커 실트, W. S. 인더스트리의 오너는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리며 외쳤다!

“이렇게 재수가 좋다니! 전화위복! 새옹지마구나!”

이 순간 성난 외침이 들려왔다!

“헉, 허헉- 꼬맹이 거기 안 서!”

“저 꼬맹이 녀석 뭐가 이렇게 빨라!”

뒤를 쫓던 분노한 사람들 대부분이 나가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죽기 살기로 쫓아오는 대여섯 명의 사람이 있었다!

워커 실트는 바로 가속했다!

파파팟, 촤촤촤악-

모래사장과 밀려 오는 파도 위를 번갈아 달리고!

쏙, 쏙쏘소속-

가득 몰려든 인파 사이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왔다!

어느새 숨을 헉헉거리며 모조리 낙오하는 추적자들!

역시 내 실력은 죽지 않았다!

이 실력으로 반드시 기동 병참 도시를 먹는다!

혹시 모를 변수를 막기 위해서는 머릿수가 필요하다!

워커 실트는 스마트폰을 조작해 미궁 악어 13호를 호출하고 주위를 돌아보며 눈을 번뜩였다!

백사장, 제방 위, 건물, 도로 어디를 봐도 보이는 헌터, 헌터, 헌터들!

부산 전체에 헌터들이 가득했다!

이 헌터 모두는 하늘에 생겨난 화살표, 대마법 추적을 쫓아온 헌터들이다!

하늘에 갑자기 화살표가 떠오르자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헌터들이 모여든 것이다!

‘이 헌터들을 모두 고용해 머릿수를 채운다!’

“이렇게 재수가 좋다니!”

카카카카캌-

워커 실트는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리며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 띠리리리-

두 번 송신음이 울리고 전화가 연결되는 순간 말을 쏟아 냈다.

“로롤로! 야, 로롤로! 긴급! 아니 초대박 사건이 터졌다! 본사! 지사! 협력 업체! 7함대! 이사, 직원, 군인, 헌터! 마이너 타이탄 모조리 동원해서 부산 해운대 앞바다로 모여라! 긴급 소집이다! 시간은…… 20분! 그래 20분 안에 모든 전개가 끝나야 한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한국에 온 거 비밀이라면서요!? 게다가 지금 이사 전원! 오너가 맡긴 그 명령 수행하고 있습니다! 20분 안에 어떻게…….

워커 실트는 로롤로 이사의 말을 끊고 단호히 명령했다.

“선착순이다. 가장 늦게 도착한 이사 5명 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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