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00화 (80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800화>

‘앵커를 박기 전에 처치한다!’

의견 일치를 이루고 조심스레 다가가자 곧 스카라베 관리의 모습이 보였다.

뱃머리에서 빙글빙글- 회전하는 황금색 풍뎅이!

반짝이와 사슴이는 재빨리 움직임을 멈추고 관찰했다.

흐릿한 황금색 갑각에 담긴 스카라베의 힘, 금력(金力). 여기에 몸 주위에서 반짝이는 고유 마법 패턴을 더하면?

스카라베 출입국 관리소 직원!

다행히 반짝이와 사슴이가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는 직원이다!

털 뭉치 밖으로 튀어나온 더듬이가 맞닿는 순간.

사슴이와 반짝이는 뱃머리를 향해 은밀하나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데굴, 데굴, 데구르-

바람에 굴러 가는 털 뭉치처럼 자연스럽게 구르면서!

파슥, 파스슥-

털 뭉치 속에 숨긴 톱날 집게와 더듬이에 힘을 모았다!

이 순간 깊은 고심에 빠진 출입국 관리는 마침내 결정했다.

대박을 노리다가 한 방에 훅 간 선배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당장 공과금 낼 돈도 간당간당한 데, 괜히 엉뚱한 일에 끼어들면 안 된다!

‘그냥 이 배에 앵커만 박고 돌아가자!’

출입국 관리는 고속 갤리선에 박을 앵커 마법을 펼쳤다!

파슥, 파스슷 -

더듬이에 마력광이 맺히고 출입국 관리의 황금빛 갑각에 마력 회로가 떠올랐다.

스카라베 고유 마법, 앵커!

반짝이는 깨닫는 즉시 외쳤다.

띠디디딛-!

‘안 돼! 당장 막아야 해!’

구으으응-!

사슴이는 톱날 집게를 펼치고 번개같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모든 일이 벌어졌다.

-톱날 집게를 세우고 돌진하는 사슴이.

-깜짝 놀라서 반사적으로 앵커 마법을 쏘아 보낸 출입국 관리.

-쏘아진 앵커 마법을 막기 위해 반전 결계를 펼친 반짝이.

부우웅-

톱날 집게가 허공을 가르고!

파아앗-

고유 마법 앵커가 쏘아지고!

파스슥-

반전 결계가 뱃머리에 펼쳐졌다!

늦지 않았다!

탱탱, 탱탱탱-

앵커 마법은 뱃머리를 덮은 반전 결계에 막혀 그 안에서 탱탱볼처럼 튕겼다.

이때 출입국 관리의 경악한 외침이 터졌다!

띠디디딛디딛딛디디딛띧디디디-!?

‘이 털뭉치들은 뭐야!? 으앗! 톱날 집게, 반전 결계! 채권 추심원! 납부일 아직 남았는데! 왜 벌써!?’

외침을 듣는 순간 전 스카라베 채권 추심원 사슴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털 뭉치로 완벽하게 위장했는데 정체가 들켰다!

본사에서 알게 되면 바로잡혀간다!

띧디디디딛디-!

‘나 채권 추심원 아냐!’

깜짝 놀란 사슴이는 출입국 관리의 외침을 막기 위해 톱날 집게를 번쩍 들어 내려쳤다!

띠디디디딛-!

‘안 돼! 멈춰!’

반짝이가 다급히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부우우웅-

초진동하는 톱날 집게는 뱃머리를 덮은 반전 결계를 단숨에 찢어발겼고.

파아아앙-

반전 결계 안에서 미친 듯이 튕기던 앵커 마법은 휙- 하늘로 튕겨 올랐다!

구으으-!

띠디딛-!

띠디딛-!

‘안 돼!’

사슴이, 반짝이, 출입국 관리 셋은 앵커 마법을 막기 위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딱, 딱, 따닥-

펄쩍 뛰어 톱날 집게를 오므리고.

파슥, 파슥, 파스슥-

허공 곳곳에 반전 결계가 펼쳐지더니.

궁, 궁, 궁-

마력장이 앵커 마법을 향해 쏘아졌다.

그러나 셋이 동시에 움직인 게 오히려 마이너스 시너지를 냈다.

마력장에 밀려난 톱날 집게.

톱날 집게에 맞아 바스러진 반전 결계

탁 트인 허공을 지나 멀리 날아가는 앵커 마법.

파아아아앙-

앵커 마법은 은폐 마력장에 걸쳐진 채 끌려가는 성탑을 향해 날아갔다!

반짝이, 사슴이, 출입국 관리는 멍하니 날아가는 앵커 마법을 봤다.

통-

성탑을 때리고 크게 튀어 올라.

통, 통, 통, 통-

성탑 위를 튕겨 성벽에 떨어지더니.

데굴, 데굴, 데구르-

성벽을 굴러 은폐 마력장 안으로 쏙 들어갔다.

그리고 팟- 터졌다!

출입국 관리의 마력장을 수십 번이나 맞아도 은폐 마력장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그러나 밖이 아닌 안에서 스카라베 고유 마법, ‘앵커’가 터지는 순간 물거품이 꺼지듯 바로 구멍이 뚫렸다!

이렇게 뚫린 구멍으로 은폐 마력장 속 모습이 드러났다.

거대한 기둥 같은 다리와 산맥을 닮은 등껍질, 초거대 악어거북이!

초거대 악어거북이 등껍질 위에 세워진 모든 게 하나로 얽힌 거대한 도시!

전 채권 추심원, 사슴이와 반짝이.

현 출입국 관리, 황금 풍뎅이.

셋은 초거대 악어 거북이와 도시의 정체를 한 눈에 알아봤다!

학교, 직장, 방송에서 수없이 보고 들었던.

천 년 전, 강철 도시의 지하 미궁에서 사라진 말년 병장과 기동 병참 도시!

특급 수배가 걸린 말년 병장과 기동 병참 도시가 나타났다.

이 둘에는 막대한 양의 스카라베 금력이 보상으로 걸려 있었다!

사슴이와 반짝이가 채권 추심에 실패하면서 진 빚을 모조리 갚고.

출입국 관리, 황금 풍뎅이의 대출금과 밀린 공과금을 모두 낼 수 있다!

그러고도 존재의 격이 몇 단계는 오를 정도로, 이 둘에게 걸린 금력은 엄청났다!

하지만 이 순간 사슴이와 반짝이, 출입국 관리는 기뻐하지 않았다.

오히려 돌처럼 굳어진 몸으로 더듬이를 파르르 떨며 겹눈을 깜빡여 보고 또 봤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깜빡여도 초거대 악어 거북이와 기동 병참 도시는 사라지지 않았다!

‘진짜다!’

저게 왜 여기서 나와!?’

‘정말로 말년 병장, 기동 병참 도시가 나타났다고?’

순간 셋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스카라베 왕국 수배 전단 최상단에 있는 사람!

천 년 전 강제 노역 중 지하 미궁에 잠든 말년 병장과 기동 병참 도시를 가지고 튄 노움!

처음에는 다른 노움처럼 우연한 사고로 떨어진 평범한 노움인 줄 알았다.

그러나 초유의 도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자 강철 도시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이 노움은 그냥 노움이 아니었다.

마도 황제의 전능 옥좌를 떨어뜨려 마도 제국에 막타를 때리고.

검은 대지의 만 년설을 녹인 홍수로 흑룡 제국의 수도를 수몰시키고.

판타나우 대습지에 가뭄을 일으켜 카이만 제국을 궤멸 직전까지 몰아넣었다.

단 하나로도 대륙이 뒤집힐 사고를 수없이 터트리고!

마도 제국, 흑룡 제국, 카이만 제국!

마도왕, 제국 군단, 마룡, 허신, 악신, 마신……!

셀 수도 없이 많은 초월자의 머리통을 깨고 다닌 차원 수배자!

마도 제국 일곱 재앙의 보스, 워커 실트!

말년 병장과 기동 병참 도시는 ‘워커 실트’가 가지고 튀었다!

즉, 지금 눈앞에 기동 병참 도시가 나타났다는 건.

이름만 불러도 재수가 없어진다는 ‘워커 실트’가 나타났다는 의미다!

‘워커 실트라니!’

사슴이와 반짝이, 출입국 관리는 전율했다.

스카라베 왕궁은 워커 실트에게도 엄청난 금력을 현상금을 걸었다!

하지만 그건 요식 행위!

처음 직장에 출근하면 선배들에게 받는 비공식 매뉴얼에는 절대 ‘워커 실트’와 얽혀서는 안 된다고 몇 번이나 강조 돼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세계의 나무뿌리에 존재하는 스카라베 왕국에는 ‘천공의 탑’과 ‘차원 통신망’으로 주요 차원들과 연결돼 있다.

차원 수배자 ‘워커 실트’를 찾았다는 게 차원 통신망으로 알려지는 순간 워커 실트에게 이를 가는 초월자들이 몰려 온다.

마도 제국의 유랑민들!

흑룡 제국과 흑룡이 움직이면 따라올 강철 폭풍!

아무데나 통로를 뚫어 대는 카이만 제국!

은근슬쩍 끼어들어 모든 걸 난장판으로 만드는 케페니안 차원 깡패!

게다가 보여 주기 위해서라도 스카라베 왕국도 압류팀을 출동시켜야 한다!

가뜩이나 차원 준위가 낮은 열사의 사막이 난장판이 된다.

열사의 사막이 난장판이 되면 당연히 강철 도시도 엉망이 되고.

강철 도시가 엉망이 되면 지하 미궁, 강제 노역장도 난리가 난다!

당연히 조사할 테고 누가 이 모든 문제를 시작했는지 밝혀질 거다!

자신들 셋!

그 후에 일어날 일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철저한 자본 주의 사회 스카라베 왕국은 난장판이 된 열사의 사막, 강철 도시, 지하 미궁을 복구하는데 드는 엄청난 비용을 청구하리라!

…… -

…… -

…… -

사슴이, 반짝이, 출입국 관리 셋은 서로를 바라봤다.

미래의 강제 노역장 동기들을.

이 순간 셋의 더듬이가 동시에 움직였다.

‘이거 덮자.’

‘그래 덮자!’

‘맞아! 덮자!’

띧디디디디딛-!

구으으으으응-!

띠디디디딛디-!

가장 먼저 할 일은 뚫린 은폐 마력장을 막는 것!

‘빨리! 당장 저기 구멍 난 은폐 마력장부터 막아야 해!’

파아아아앙-

반짝이, 사슴이, 출입국 관리 셋은 화살처럼 쏘아져 은폐 마력장이 뚫린 성벽에 내려서는 순간 바로 움직였다.

콰드드드득-

톱날 집게를 성벽에 박아넣고 달리는 사슴이!

바스러진 돌이 벽처럼 솟아 올라 구멍을 막는 순간.

반짝이와 출입국 관리는 막힌 구멍 위에서 마력장을 쏟아 냈다!

파슥, 파슥, 파스슥-

올올이 풀려나온 마력장은 가로세로, 씨줄 날줄이 되어 번개같이 은폐 마력장 위를 덮어 버렸다!

구멍이 뚫리고 1초!

그야말로 찰나에 구멍이 다시 막혔다!

띠디딛-!

구으으-!

띠딛디-!

안도의 탄성을 터트릴 때.

들려서는 안 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태애애앵-

번쩍 고개를 들자 긴급 보수한 마력장 너머로 보였다.

벽, 창문, 다리, 도로, 옥상.

온갖 건물, 구조물과 충돌해 탱탱볼처럼 높게 솟아오르는 앵커 마법!

지하 병참 도시에 고정된 앵커가 하늘! 강철 도시를 향해 튀어 오르고 있다!

그러나 도시 주위는 은폐 마력장으로 완전히 막혀 있는 상황.

탱탱, 탱탱탱-

그래서 앵커 마법은 빛나는 탱탱볼이 되어.

파삭, 파삭, 파사삭-

은폐 마력장 곳곳에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앵커 마법이 구멍 밖으로 튀어나와 강철 도시와 연결되는 건 시간문제!

띠디디디딛-!

딛디디딛딛-!

구으으으응-!

경악한 셋은 번개같이 날아올라 은폐 마력장에 뻥 뚫린 구멍을 막았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탱, 파슥, 파스슥-

뚫리고, 막고!

탱, 탱, 파슥, 파스슥-

다시 뚫리고, 막고!

스카라베 전현직 직원 셋은 은폐 마력장 위를 미친 듯이 달리며 계속계속 뚫리는 구멍을 막았다!

그리고 반짝이는 깨달았다.

앵커 마법이 은폐 마력장과 충돌할 때마다 마력을 흡수해 강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결국 시간문제일 뿐 앵커 마법이 강철 도시와 연결된다!

그렇게 되면 자신들에게 남는 것은 파멸뿐!

이걸 막을 방법은 하나!

반짝이는 마력광을 쏘아보내며 외쳤다.

띧디디디디딛-!

‘사슴이 안으로! 도시 안으로 들어가서 앵커 마법을 붙잡아!’

팟-

반짝이가 쏘아 보낸 마력광이 사슴이의 등에서 날개가 되어 펼쳐지는 순간.

구으으으으-!

사슴이는 뻥 뚫린 구멍으로 들어가 날아올랐다.

정신없이 충돌하는 앵커 마법을 향해서!

하지만 앵커 마법은 하늘을 덮은 은폐 마력장과 충돌할 때마다 마력을 흡수해 빨라졌다.

탱탱, 탱탱탱-

앵커 마법은 하나로 뒤엉킨 도시 안에서 정신없이 튕겼다!

그러나 스카라베 셋은 포기하지 않았다.

부우우우우웅-

사슴이는 전력을 다해 앵커 마법을 추적했고.

파슥, 파슥 파스슥-

반짝이와 출입국 관리는 쉴 새 없이 구멍 뚫린 은폐 마력장을 막았다.

출입국 관리는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매일매일 쪼아대는 과장.

어깨를 짓누르는 대출금과 공과금.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외근 중에 잠깐 잠들었을 뿐인데!

띧디디디디디딛-!?

‘뭐지!?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출입국 관리가 혼미해진 정신으로 외치는 순간.

반짝이는 다급히 외쳤다.

띠디디띠딛디디-!

‘빨리 움직여! 저 앵커! 강철 도시랑 연결되면 우리 모두 강제 노역장 행이야!’

출입국 관리는 번쩍 정신이 들었다!

그렇다!

대출금, 공과금, 쪼아대는 과장은 이제 걱정거리도 아니다!

악명 높은 강제 노역장에 끌려가면 힘겨웠던 일상이 그리워지리라!

파스스스슥-

출입국 관리는 미친 듯이 마력장을 뽑아내 뻥, 뻥 뚫리는 구멍을 막았다!

이 순간 반짝이는 모두를 향해 외쳤다.

띠딛디디딛딛-!

‘힘을 내! 앵커 마법을 못 막아도! 잠시 후면 이상을 느낀 ‘노움’이 나타날 거야!’

사슴이와 출입국 관리는 반짝이의 말을 바로 알아챘다.

노움, 워커 실트!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아챈 워커 실트가 나타날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워커 실트가 나타나면 순식간에 이 모든 게 복구된다! 그때 바로 튀면 된다!

스카라베 3인조는 희망을 품고 앵커 마법이 은폐 마력장을 뚫고 강철 도시로 날아가는 걸 온 힘을 다해 막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지금 도시는 정상이 아니었다.

거대한 성채 도시 견인이라는 초대박을 터트린 렉카, 자해공갈단, 강매상인들로 도시 전체가 들썩이고 있었다.

하늘에선 폭죽이 연이어 터지고, 거리마다 술 취한 사람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폭죽의 불빛과 커다란 노랫소리가 도시를 튕기는 앵커 마법의 빛과 은폐 마력장에 뚫리는 구멍을 가렸다.

그리고 이걸 눈치챌만한 위치, 능력을 사람들 모두가 저마다의 일로 바빴다.

천문석과 특급 헌터 일행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 후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호텔에서 쿨쿨 잠들었고.

여량위와 최설 일행은 악을 쓰며 노를 젓고 바람을 불러 기동 병참 도시를 정신없이 쫓았다.

실질적인 도시 관리자 엘프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길드 마스터들을 불러 마하바나행 퀘스트를 주면서 앞으로 도시에 일어날 변화를 넌지시 알렸고.

육체를 만들어 낸 인공 정령 아수라 비서는 호텔 방에 틀어박혀 미친 듯이 딱지치기 연습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카라베 3인조가 희망을 건 노움!

워커 실트7은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설계도를 바라보며, 변조된 기계음이 아닌 스스로의 목소리로 외쳤다.

“바퀴 넷!”

“터보 부스터!”

“이중 마력석 엔진!”

“미스릴 합금 프레임과 별철 강판!”

“완벽해! 이거야말로 완벽한 자동마차다!”

워커 실트7은 번쩍 고개를 들고 선언했다!

“기다려라! 꼬맹이! 상상도 하지 못한 ‘신 우레 폭풍’호를 가지고 갈 테니까!”

크카카카카캌-

워커 실트7은 기동 병참 도시의 동력원, 초거대 마도 엔진에 시동을 건다는 임무는 완전히 잊은 채 보글보글 구슬과 바꿀 자동마차 제작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렇게 밤이 깊어 갔다.

그리고 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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