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72화 (673/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672화>

“아니, 뭐가 이렇게 빨라!”

대사형은 바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대적광으로 대낮처럼 환하게 밝혀져 별이 사라진 하늘!

그러나 대사형의 영안(靈眼)에는 보였다!

일기일원문의 상징, 북두칠성과 그 중심에 뜬 불운의 별, 천강성(天罡星)!

그리고 이 천강성이 드리운 사람이 영안에 보였다.

정신없이 난장판을 달리고 있는 개파조사님!

재빨리 인과를 훑으려는 순간.

“당장 사제를 데려 와야 합니다! 사형 제가 데려오겠습니다!”

무사인 카이류가 절벽에서 뛰어내리려 했다.

이 순간 대사형의 손이 품을 스치고 검은 동전이 하늘로 튕겨 올라갔다.

핑그르르르르-

시간이 극도로 느려지고 회전하는 검은 동전에서 풀려나온 업이 천지를 잇는 찰나!

그 누구도 헤아릴 수 없는 하늘의 인과와 운명이 살짝 엿보였다!

개파조사님의 업이 운명을 비틀어 나가대정을 부르고 허공도의 제사장이 예상보다 빨리 풀려나게 했다!

그리고 앞으로 막내 사제에게 일어날 일들이 심상 공간에 스쳐 지나갔다!

엉망으로 뒤엉킨 배.

거대한 모래 산.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사막.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 함정.

휘몰아치는 모래 폭풍 정령.

……

막내 사제, 데이몽 발도가 쌓을 업이 보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지고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어쩐지 경지가 너무 느리다 했더니! 이렇게 된 거구나!’

대사형은 깨닫는 순간 흑전을 낚아채고, 절벽에서 뛰던 모습 그대로 멈춘 무사인 카이류를 가리켰다.

무사인 카이류가 픽- 쓰러지는 순간 저절로 날아와 손에 잡혔다.

대사형은 완전히 잠든 사제를 오두막에 눕히며 말했다.

“걱정할 거 없다. 사제. 한숨 자고 일어나면 막내가 돌아왔을 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강을 바라보며 뒷말을 이었다.

“난장판에서 데굴데굴 굴러 초췌해진 얼굴. 부들거리는 팔다리로 간신히 돌아오겠지만 말야. 크흐흐흐-.”

요새 막내 사제가 부쩍 개겨서 그런 게 절대 아니다!

불운 속에서 미친 듯이 구르는 건 일기일원공에 입문한 사람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빡세게 구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실력이 부쩍 늘어나게 된다!

막내 사제가 개파조사님의 업에 휩쓸려 불운의 폭풍 속에서 구르는 건 기연이다.

사실 막내 사제는 좀 더 열심히 구를 필요가 있었다.

자신과 둘째가 타대륙으로 떠나간 후 홀로 남을 막내 사제, 데이몽 발도는 별이 되어야 하니까.

세계의 나무를 넘나들며 수많은 사람에게 검과 심법을 전하고, 천무의 자질을 가지고 태어나 우론의 여대공이 될 그녀를 천무지희로 이끌 검의 별.

검성(劍星).

이게 일기일원문의 막내 데이몽 발도의 운명이었다.

그러나 뺀질이 데이몽 발도가 검성 위(位)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너무나 멀었다.

그래서 그동안 대사형으로 계속 고민했었다.

‘하- 이 뺀질이 녀석을 어떻게 굴리지!?’

그런 고민이 개파조사님 덕분에 한 방에 해결됐다!

그래서 대사형은 흑전을 튕겨 올리며 감사를 전했다.

핑그르르르르-

“감사합니다! 조사님! 막내 사제 좀 빡세게! 아주 빡세게 굴려 주세요!”

카카카카캌-

크게 웃던 대사형은 숲에서 전해진 인기척에 납작 엎드렸다!

동시에 숲에서 울려 퍼지는 제사장의 외침!

[데이몽 발도! 당장 나와라!]

“어, 뭐야!? 쟤가 막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

순간 머리를 스치는 기억.

나무 기둥에 붓으로 적은 이름, 데이몽 발도.

‘아차! 그걸 봤구나!’

농땡이 치는 막내 사제에게 의욕을 불어 넣기 위해 나무 기둥에 이름을 적었다!

원래대로라면 숯이 되어 흩어져야 하는데 제사장이 너무 빨리 빠져나오며 이름이 남아 있었구나!

파아아아앙-

숲에서 폭음이 치솟고 분노한 외침이 끝없이 울려 퍼졌다.

[데이몽 발도!]

[데이몽 발도!]

허공도의 제사장은 미친 듯이 분노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니 나가대정을 부르며 허공도의 제사장이 치렀을 대가가 짐작이 갔다.

경계석.

주정뱅이를 다시 만나겠다고 모으던 경계석의 상당수를 날렸을 거다.

‘지금 걸리면 끝장이다!’

꿀꺽-

크게 마른침을 삼킨 대사형은 은신 결계에 놓인 나무 인형을 봤다.

환하게 웃는 꼬맹이 조각상은 대적광의 빛, 제사장의 외침에 담긴 힘에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즉, 은신 결계 안에 있는 자신과 무사인 카이류의 정체가 밝혀져 모든 게 엉망진창이 될 우려는 없다!

그렇다면 지금 할 수 있는 건 한가지뿐이었다.

기다리는 것!

이때 분노한 외침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데이몽 발도!]

[데이몽 발도……!]

[데이몽 발도……!]

허공도의 제사장이 숲을 가로질러 움직이고 있다.

개파조사께서 만든 난장판, 데이몽 발도와 적염성의 모두가 하나로 뒤엉켜 구르는 강을 향해서!

개파조사님과 막내 사제의 불운의 폭풍에 허공도의 제사장이 끼어들고 있다!

“와, 이게 또 이렇게 연결되네!”

탄성을 터트린 대사형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소용돌이 가면을 쓴 제사장은 엄격한 율령의 집행자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풍등을 날리고, 맛있는 밥을 차려 주고, 꼬맹이를 간지럽히며 장난스레 웃는 친절한 본질, 아마르가 있었다.

허공도의 제사장은 결국 아마르가 꾸는 꿈!

제사장이 아무리 분노해도 큰 문제는 없을 거다.

아마도…….

대사형은 강 위에 만들어진 인공섬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기원했다.

“조사님 화이팅!”

“막내 사제 힘내라!”

“아마르 조만간 보자!”

“화 안 난 모습으로…….”

* * *

어두워지던 하늘이 갑자기 환해져 낮이 됐을 때.

하류로 도망치는 배 위에서 특급 헌터의 깜짝 놀란 외침이 터졌다.

“으아앗!”

온 천지가 밝아지는 순간, 완전히 잊고 있던 기억이 생각났다!

어젯밤 ‘완전 멋진 돌’을 찾기 위해 갔던 탑!

그 탑에 같이 갔던 친구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사슴이와 반짝이!’

“으아, 으아앗! 퐁퐁이 출동이야! 탑에 친구들 있는 거 깜빡했어!”

다급히 외친 특급 헌터는 바로 퐁퐁이를 타고 탑으로 날아가려 했다!

순간 달려가는 특급 헌터를 꼭 끌어안는 진교은의 손!

“안 돼! 위험하게 어디를 가려고!”

“누나! 큰일 났어! 내 친구들! 사슴이랑 반짝이 저 탑에 있단 말야!”

특급 헌터는 손에 든 퐁퐁검으로 하늘 높이 솟은 탑을 가리켰다.

“당장 탑에 가서 데려 와야 해! 으앗! 맨날맨날 고등어만 먹을 바보! 왜 이걸 까먹었지! 으으, 으으으-.”

특급 헌터는 머리를 잡고 괴로워하다가 외쳤다.

“누나! 나 얼른 가야 해! 친구들 나 기다릴 거란 말야! 퐁퐁이 타면 금방 갔다 와!”

구으, 구으으응-!

퐁퐁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진교은은 오히려 특급 헌터를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줬다.

퐁퐁이를 타고 하늘을 나는 특급 헌터의 그 아찔한 모습을 이미 봤다!

절대 놓아줄 수 없었다!

특급 헌터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같이 배를 탄 사람들에게 외쳤다.

“설이 누나! 교수 아저씨! 허준 누나! 대협 형!”

그러나 모두가 고개를 젓는다.

특급 헌터는 간절한 눈빛으로 마지막 남은 사람을 봤다.

붉은 털이 잔뜩 난 원숭이 형!

특급 헌터는 퐁퐁검을 든 손을 흔들며 외쳤다.

퐁, 퐁, 퐁-

“원숭이 형! 나 좀 도와줘! 친구들 데려 와야 해!”

“크하하하- 꼬맹이 녀석! 이 아카린님이 꼬맹이를 도와줄 리가…….”

아카린은 웃음을 터트리다가 경악했다.

자신도 모르게 타륜을 놓고, 갑판을 달려 꼬맹이 앞에 서 있는 몸!

“어, 어어어어어!? 이게 뭐야!? 나 왜 이래!? 너 어떻게 한 거야!?”

경악한 아카린이 소리칠 때.

특급 헌터는 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외쳤다.

“으아아앗! 뭐야!? 나 완전완전 특급 헌터 된 거야!? 설마! 그냥 말만 하면 되는 거야!?”

“뭐! 말만 하면 된다고!?”

특급 헌터는 재빨리 외쳤다.

“원숭이 형! 점프! 점프해 봐!”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 뭐지!?”

“엇! 왜 안 돼!?

아카린과 특급 헌터가 동시에 외칠 때.

구으으, 구으으응-

퐁퐁이의 가슴지느러미가 특급 헌터의 손을 툭 쳤다.

특급 헌터의 손이 미끄러지고,

퐁, 퐁, 퐁-

손에 들린 퐁퐁검이 아카린의 몸에 닿는 순간!

“……!”

아카린은 감전이라도 된 듯 전신의 털이 곤두섰다!

이 순간 심상을 스치는 장면!

악어의 등 껍질처럼 땅이 갈라진 황무지.

황무지 위에 세워진 커다란 전각.

전각 안 흐릿한 형체 수백이 모인 연회.

연회에 준비된 싱싱한 과일과 달콤한 향기의 음료.

둥, 둥, 두우웅-

귓가에 생생한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타타타타탁-

누군가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려온다!

팟-

순간 심상에 떠오르던 장면은 끊기고 정신이 현실로 돌아왔다.

“……!”

아카린의 시선이 꼬맹이의 손에 들린 막대기에 꽂혔다.

“야, 꼬맹이! 그 막대기로 나 좀 때려 봐!”

“뭣!? 때리라고!?”

깜짝 놀란 특급 헌터가 외치는 순간.

버럭 소리치는 아카린.

“빨리빨리!”

퐁-

반사적으로 아카린을 톡 건드리는 퐁퐁검!

찌릿, 찌리릿-

다시 전율이 전신을 달리고!

타타타탁-

누군가 달려오는 심상이 선명해지려다가 흐려진다!

‘모자라다!’

아카린은 재빨리 외쳤다.

“다시! 더 세게! 계속계속! 때려!”

퐁퐁, 퐁퐁퐁-

찰싹, 찰싹, 찰싹찰싹-

쉴 새 없이 퐁퐁검이 떨어지고.

아카린의 붉은 털이 바짝 곤두선 채로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심상 공간의 장면이 다시금 이어졌다!

타다다다닥-

달려오는 발소리가 바로 앞에서 멈추고 혼백을 떨어 울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필마온!]

듣는 순간 깨달았다.

어떤 방법을 써도 기억나지 않던 잊어버린 이름이다!

마침내 이름을 찾았다!

“필마온! 이게 내 이름이구나!”

아카린이 벅찬 감격에 외치는 순간 심상 속에 나타난 존재가 펄쩍 뛰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려 할 때 팔에 닿는 촉감.

‘아이 이빨?’

재빨리 고개를 내려 팔을 봤으나 그 무엇도 인지할 수가 없었다!

분명 팔에 닿은 이빨이 느껴지지만, 누군지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느껴지지도 않는다.

단지 밤하늘을 올려다보듯 끝없는 아득함만 느껴졌다!

그리고 외침이 들려왔다.

[헤아! 히르혼 흔다고! 흡 하흐지 하해지!]

팔을 문 존재의 분노에 심상 공간이 무너질 듯 요동치고!

다음 순간 영혼육백이 산산이 흩어지는 엄청난 고통이 쏟아졌다!

“……!”

퐁-

이 순간 퐁퐁검이 몸을 때리고 아카린은 그대로 넘어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으앗! 원숭이 형!”

깜짝 놀란 특급 헌터가 아카린의 얼굴에 귀를 가져갔다.

‘숨을 쉬지 않는다!’

“내가, 내가! 이걸로 원숭이 형 죽인 거야!?”

경악한 특급 헌터가 퐁퐁검을 보며 외쳤다.

“…….”

“…….”

타륜을 잡은 이원.

특급 헌터를 꼭 안은 진교은.

돛 줄을 잡은 허준과 최설, 한호석 교수.

모두가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멍하니 있을 때, 퐁퐁이가 찰싹- 아카린의 가슴을 때렸다.

크허억-

기절한 아카린의 입에서 숨통 트이는 소리가 터지고 제대로 호흡하기 시작했다!

“휴- 다행이네!”

가슴을 쓸어내린 특급 헌터가 기회를 노려 재빨리 퐁퐁이를 타려 할 때.

꽈아아악-

전신을 꼭 조이는 진교은의 팔!

“친구들 데리러 가야 하는데…….”

특급 헌터가 힘없이 말하자, 퐁퐁이는 착- 가슴지느러미로 경례하며 외쳤다.

구으, 구으응-!

“뭐!? 너 혼자서 사슴이, 반짝이 데려오겠다고!?”

특급 헌터는 재빨리 멀어지는 탑과 퐁퐁이를 번갈아 봤다.

구으으, 구으으응-!

“훌륭해! 역시 퐁퐁이는 특급 하늘 고래가 될 자질이 있어!”

퐁퐁이를 칭찬한 특급 헌터가 크게 외쳤다!

“퐁퐁이! 발사!”

포아아아앙-

폭음과 거센 바람이 쏟아지고 어린 하늘 고래는 강물 위를 날아갔다!

허공도의 제사장이 데이몽 발도를 찾아 숲을 달릴 때.

어린 하늘 고래 퐁퐁이는 사슴이와 반짝이를 찾아 로켓 비행을 시작했다.

포앙, 포앙, 포아앙-

퐁퐁이의 경로에는 수백척의 배가 뒤엉켜 인공섬이 된 난장판이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