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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80화 (28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80화>

[철수 형! 조심해요!]

거대한 확성기에서 들려오는 듯한 외침!

곤돌라 위의 김철수는 천문석의 외침을 듣는 순간 새삼 감탄했다.

“와- 문석이 저 녀석 진짜 각성했구나. 목소리가 무슨 음파 폭탄 같냐…….”

그리고 잠시 후 호텔 로비에서 나온 천문석이 류세연, 강화영과 함께 스포츠카에 타는 게 보였다.

평소 차에 관심이 많던 김철수는 천문석이 탄 스포츠카의 정체를 한 눈에 알아봤다.

부가티 시론!

천문석이 저런 차를 가졌을 없으니 강화영과 류세연 두 사람 집안의 차일 거다.

역시 천호 그룹!

맞선 상대를 제대로 골랐다.

“괜히 나를 불러서 맞선에 내보낸 게 아니구나!”

감탄하는 순간 김철수의 머리에 번뜩이는 게 있었다.

아니다!

진짜 중요하고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상대였다면, 자신 같은 가짜가 아니라 진짜 재벌 3세인 사촌들을 보냈을 거다.

부가티 시론을 소유할 정도의 재력을 가진 집안을 상대로 자신 같은 가짜를 내세웠다고?

‘이건 좀 이상한데?’

의문을 품는 순간.

김철수는 천호 그룹이 맞선 상대 강화영 집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감을 잡았다.

-재산이 엄청나지만, 사회적 영향력은 낮다.

-가짜 양자를 내세웠지만, 문제가 생겨도 수습할 자신이 있다.

이런 천호 그룹의 태도가 가리키는 건.

강화영의 집안이 땅과 현금성 자산 비중이 높은 부자거나, 혹은 친인척의 힘과 인맥이 약한 졸부라는 뜻이다.

뭐가 됐던 강화영의 집안이 천호 그룹에 만만하게 보인 건 확실했다.

‘하필이면 천호 그룹에 얕보이다니!’

천호 그룹은 상대를 집어삼키는 데 주저함이 없는 80년대식 재벌이다.

“이거 좋게 끝나지는 않겠는데…….”

김철수는 내심 혀를 찼지만, 다음 순간 음흉하게 웃었다.

흐흐흐-

하지만 천호 그룹은 상대를 오판했다.

재벌 기업의 엄청난 정보력!

당연히 천호 그룹은 다각도로 분석하고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해서 강화영의 집안을 건드렸을 거다.

그러나 자신은 천호 그룹이 모르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천호 그룹은 상상도 하지 못할 거다.

강화영의 가문과 이어지는 인맥의 고리에 누가 끼어 있는지!

[강화영 - 류세연 - 천문석 - 특급 헌터]

천문석과 특급 헌터!

두 사람이 강화영의 인맥의 고리에 연결된 것이다!

사촌 동생인 류세연까지는 천호 그룹도 알았을 거다.

그러나 사촌 동생 류세연의 건물 옥탑방에 세 들어 사는 천문석과 그 옥탑방에 매일 놀러 오는 특급 헌터의 정체는 천호 그룹도 알 수 없었을 거다.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했다.

아무리 재벌그룹이라고 해도 세 들어 사는 사람 집에 매일 놀러 오는 아이의 정체를 어떻게? 또 왜? 확인한단 말인가?

그러나 이것이 천호 그룹의 실책이다!

강화영의 사촌 동생 류세연.

류세연의 세입자 천문석.

천문석과 매일 노는 특급 헌터.

여기까지는 인맥이랄 것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특급 헌터의 삼촌과 엄마가 등장하는 순간.

이 인맥의 고리의 가치는 급상승한다.

특급 헌터의 삼촌, 1세대 헌터 장철.

그리고 특급 헌터의 엄마.

흐흐흐-

특급 헌터의 엄마가 누군지 알았다면 천호 그룹은 자신 같은 가짜를 맞선에 내보내는 행동을 할 엄두도 못 냈을 거다.

특급 헌터의 엄마 장민.

장강 유통의 장민 대표.

천호 그룹은 한국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재벌그룹이다.

그에 반해 장강 유통은 한국 100대 기업은커녕 아예 한국 기업 명단에도 올라 있지 않았다.

김철수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장강 유통의 등기부상 본사는 재금 그룹 본사가 있는 곳 천공섬에 있었으니까!

장강 유통은 천호 그룹과 비교하는 게 어이없을 정도의 기업이었다!

천호 그룹이 한국에서 재벌 순위 말석에 이름을 올린 그룹이라면.

장강 유통은 말이 유통이지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

그리고 재금 그룹과 W.S. 인더스트리 두 초거대기업과도 깊은 거래 관계에 있는 회사였다.

게다가 장민 대표는 재금 문화 재단의 이사장이기까지 했다.

재력, 인맥, 영향력!

장강 유통과 천호 그룹은 그 무엇 하나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차이가 났다.

장민 대표가 기침을 하면 천호 그룹은 당장이라도 앓아누울 것이다!

하하하-

김철수는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통쾌하게 웃었다.

천호 그룹은 좆된 것이다!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인맥의 고리.

맞선 상대 강화영의 사촌 동생, 세입자 집에 매일 놀러 오는 꼬맹이 엄마 때문에!

‘와! 이게 이렇게 얽히다니!’

이건 대기업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천벌이나 마찬가지였다!

하하하하하-

김철수는 미친 듯 웃음을 터트렸다.

성수기 제주도의 미친 물가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통쾌했다!

이때 대지를 울리는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부우우우우웅-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부가티 시론.

천문석과 류세연, 강화영, 셋을 태운 부가티 시론이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김철수는 멀어지는 부가티 시론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조심해라. 문석아, 세연아. 잘 가요. 화영씨. 화영 씨 복수는 꼬맹이가 해 줄 겁니다.”

그리고 김철수는 곤돌라를 멈춰 세웠다.

위이이잉, 쿵-

김철수는 소방 도끼를 어깨에 걸치며 웃었다.

주인공, 천문석이 위험한 해양 마수와 몬스터 사이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동안.

엑스트라, 김철수는 호텔 방에 갇힌 사람들을 구한다.

힘들고 어렵고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엑스트라라는 사실이 전혀 유감스럽지 않았다.

엑스트라는 엑스트라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거니까.

게이트 전쟁고아로 보육원에서 자라고, 입양됐다가 파양되고, 남들보다 빨리 사회에 나온 김철수는 알고 있었다.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는 없고, 카메라가 비추지 않는 엑스트라의 힘들고 지루한 일상 또한 삶이었다.

화려하지 않고 주목받지 않는다 하여도 삶은 언제나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김철수는 씨익 웃으며 소방 도끼의 뾰족한 부위로 강화 유리창에 금을 넣었다.

끄르르르르륵-

쿵, 쿵, 쿵-

“뒤로 물러서세요!”

김철수는 창을 두들기며 크게 외치고 소방 도끼를 내려쳤다!

콰아앙-

단숨에 뚫리는 강화 유리창!

“유리 파편 조심하세요! 신발 신고! 천천히 걸어오세요!”

김철수는 호텔에 고립된 사람들을 구하기 시작했다.

*   *   *

“함대 위치는!?”

064 헌터 부대장의 다급한 외침에 사방에서 보고가 이어졌다.

“1, 3, 7번함! 긴급 이탈 후 돌아오고 있습니다!”

“2, 4, 6번함! 해양 마수의 추격을 막으며 이동 중입니다!”

“시간은! 언제 돌아올 수 있나!?”

“2시간……! 최대속도로 돌아와도 1시간 20분은 걸립니다!”

부대장은 눈을 질끈 감았다.

항구에 나타난 거대 괴수는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함대가 돌아올 때까지 거대 괴수가 제자리에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만약 그전에 육지로 올라온다면!?

그렇게 되면 함대가 돌아와도 거대 괴수를 공격할 방법이 없다.

아니, 그전에 제주 함대가 바다에서 저 거대 괴수와 싸워 이긴다는 보장이 없었다.

최초 등장한 거대한 촉수 덩어리 같은 거대 괴수.

이 거대 괴수는 엄청난 염동력과 마력장으로 원거리 폭격을 퍼부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공격을 멈추고 해양 마수와 몬스터를 쏟아 내고 있다.

이 녀석은 기존의 거대 괴수들과는 공격 방법, 움직임이 달랐다.

‘이놈을 어떻게 잡아야지?’

생각과 동시에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제주도의 수호신, 거대 거북이.

부대장은 다급히 외쳤다.

“거대 거북이는!? 위치 확인했나!?”

사관 한 명이 번쩍 손을 들고 외쳤다.

“……3번 헬기에서 확인했습니다! 화면 띄우겠습니다!”

곧 상황실의 대형 스크린에 헬기에서 촬영한 거대 거북이가 나타났다.

거대 거북이는 힘없이 축 늘어진 채 해류에 떠내려가고 있었다.

곧 보고가 이어졌다.

“반발장 정상!”

“생명 반응 정상!”

“좋아하는 먹이를 투하하겠습니다!”

퉁, 퉁, 퉁-

헬기에서 말린 생선 큐브가 떨어져 내렸다.

첨벙, 첨벙, 첨벙-

축 늘어진 거대 거북이 머리 앞에 둥둥 뜬 커다란 말린 생선 큐브.

그러나 거대 거북이는 좋아하는 먹이가 눈앞에 있는데도 멍하니 해류에 밀려 가기만 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생명 반응은 정상인데!?”

“혹시 마비된 거 아냐?”

한 번도 보지 못한 반응에 당황한 사관들의 외침이 들려올 때, 부대장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지금 나타난 적은 최초로 등장한 말미잘 형태의 해양 거대 괴수.

그리고 이놈이 끌어올린 해양 마수, 몬스터 무리다.

함대가 돌아오려면 한 시간은 걸리고, 거대 거북이는 어째선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함대가 돌아오고 거대 거북이가 움직일 때까지 거대 괴수가 움직이지 않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내륙의 헌터 부대와 치안 병력이 출동해 항구에 저지선을 펼쳤지만, 해양 마수와 몬스터를 막는 게 전부.

제주도의 헌터 부대에는 내륙에서 거대 괴수를 막을 수 있는 각성자도 장비도 없었다.

게다가 철저한 대 몬스터 설계가 건설의 필수조건인 내륙과 달리, 안전지대인 제주도에는 대 몬스터 설계가 된 건물들이 거의 없다.

만약에 거대 괴수가 제주도 안 인구 밀집지대로 들어오면 서울 사태 때와는 달리 엄청난 인명 피해가 일어난다!

어떻게든 거대 괴수를 해안가에서 저지해야 했다!

‘지금 뭘 해야 하지?’

부대장은 머리에 떠오른 대응방법을 빠르게 외쳤다.

“헌터와 일반인의 무장을 허용한다!”

“경찰서와 파출소, 총포상과 길드에 영치된 무기 바로 나눠 준다!”

“042 헌터 부대에 연락해라! 기갑사단 출동을 요청한다!”

“제주도에 휴양 중인 헌터들 전부 호출해라! 긴급 대응팀을 만든다!”

……

명령을 받은 사관들이 다급히 움직일 때, 주임원사가 부대장에게 다가와 슬쩍 말을 건넸다.

“042기갑사단은 아무리 빨라도 내일 새벽에나 도착할 겁니다.”

부대장은 문득 고개를 돌렸다.

너무나 당연한 소리다.

하지만, 이런 당연한 소리를 군에서 잔뼈가 굵은 주임원사가 괜히 할 리 없었다.

“원사님?”

부대장이 바라보자, 주임원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7함대에 연락하는 게 어떨까요?”

“미군 7함대 말씀인가요?”

부대장의 반문에 주임원사는 조심스럽게 말을 골랐다.

“지금 제주도에 미국 상원의원이 와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7함대에는 그 강습 부대가 있고요.”

이 순간 부대장은 주임원사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7함대에 있는 강습 부대, 나이트 아머 공중 강습 부대!

7함대는 동북아시아 어디에 있든, 초음속 폭격기로 나이트 아머 소대를 1시간 안에 전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미국이 우방국이라도 타국의 초음속 폭격기를 영공에 불러들이는 건 일개 부대장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초음속 폭격기에서 떨어지는 게 ‘나이트 아머’라는 것도 문제였다.

어지간한 마도구와는 격을 달리하는, 마도 기술의 총화 나이트 아머.

나이트 아머는 게이트 기술을 독점한 초거대기업 재금 그룹이 있는데도 여전히 미국이 세계 패권을 잡을 수 있는 이유였다.

시가전 상황에서는 전차, 장갑차, 드론 그 어떤 현대무기로도 나이트 아머를 막을 수 없다.

나이트 아머는 가장 완벽한 참수 공격용 전술 무기였다!

북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가장 경계하는 게 수도에 떨어져 내리는 나이트 아머 강습공격이다.

제주도에 초음속 폭격기가 뜨고 거기서 나이트 아머 소대가 강습하면 주변국 모두가 난리가 난다.

미 7함대의 나이트 아머 강습 부대를 부르는 건 정치적 고려 가 필요한 사항이고.

이건 자신 같은 일개 부대장이 아닌 국민이 선출한 대표, 정치인이 움직일 일이었다.

그러나 부대장은 고심했다.

“…….”

제주도 안으로 거대 괴수가 올라오면 얼마나 큰 인명 피해가 일어날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부대장은 주임원사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외쳤다.

“미 7함대 위치 확인되나!? 상급 부대에 위치 문의하고 바로 직통라인 연결한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자신이 나이트 아머 공중 강습을 윗선에 요청할 순 없다.

그러나 064 헌터 부대 부대장은 이 사항을 직통으로 올릴 수 있는 사람을 알고 있었다.

서울 사태 발생 초기 과감한 부대 전개로 인명 피해를 최소화했고, 그 공로로 특진이 예정된 대 몬스터 전술의 전문가.

박찬석 준장.

게이트 전쟁 때부터 군에 있던 박찬석 준장의 영향력이라면 정치인을 움직일 수 있다!

부대장은 바로 명령했다.

“박찬석 준장님에게 연결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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