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20화 (221/1,336)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20화>

검과 주먹이 닿는 순간.

깡-

쇳덩이를 때리는 듯한 반발력이 터지고 엄청난 힘과 무게 그리고 경력이 쏟아졌다!

쾌검을 펼치던 검사는 반사적으로 검을 회수하려 했으나.

핑-

거짓말처럼 날아가 버린 검!

검사는 그 즉시 땅을 박차고 몸을 뺐다.

그러나 시야가 깜빡 암전되고.

시야가 다시 돌아왔을 때, 세상은 어느새 가로로 누워 있었다.

“…….”

입을 열었으나 소리가 나오지 않고, 엄청난 힘의 여파가 전신을 달린다.

검사는 극심한 오한이 온 사람처럼 전신을 덜덜 떨며 이빨을 다다닥 부딪쳤다.

각성력으로 애써 키워 낸 내력이 모래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

이 순간 최평이 쓰러진 비서 앞으로 몸을 던졌다.

발로 비서를 밀어내고 기합을 터트리며 진각을 밟는다.

타앗-

쿵-

진각으로 터트린 힘에 내력을 담아 펼쳐 내는 권!

폭풍처럼 쏟아지는 산타(散打)!

평생을 갈고닦은 최평의 권이 악어 가면을 쓴 천문석의 전신을 두들겼다.

최평은 자신의 각성력과 내력이라면 상대를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권이 닿는 순간 흘러나온 밋밋한 타격음!

탁, 탁, 타탁, 탁-

권에 실린 내력과 각성력은 닿는 순간 흩어지고.

악어 가면을 쓴 적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움직인다!

거대한 빙하가 미끄러지듯 너무나 느린 보법을 밟으며 주먹을 뻗는 적!

으아아악!

최평은 괴성을 지르며 훌쩍 뒤로 물러나 각성력을 극한으로 끌어냈다.

내력과 각성력이 어우러지고!

전신을 폭풍 같은 힘이 감싸 돌았다.

순간 연속으로 펼쳐지는 진각!

쿵, 쿵, 쿵-

한 걸음 한 걸음.

진각을 밟아 나아가는 매 순간 폭발적인 경력을 끌어올린다!

전신의 솜털이 곤두서고, 폭풍처럼 몰아치는 경력에 대기마저 호응해 소용돌이친다!

‘평생 수련한 모든 것을 이 일권에 담는다!’

마지막 한 걸음!

쒜에에엑-

비스듬히 사선으로 튕겨 올라간 최평의 일권이 적의 얼굴로 쏘아졌다.

‘잡았다!’

그러나 얼굴에 가까워지는 순간, 주먹을 끌어당기는 와류!

최평의 권은 거짓말처럼 빙글 휘어져 정면으로 뻗어 나오는 천문석의 주먹과 닿았다.

탁-

최평은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붉게 변하는 시야.

후두두둑-

어느새 최평의 눈과 코, 입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먼지처럼 흩어지는 내력!

일권에 담아 쏘아낸 엄청난 경력이 되돌아와 심맥을 뒤흔들고 있다!

그으으으윽-

이 순간 거대한 빙하처럼 바닥을 긁으며 다가오는 적.

악어 가면을 쓴 적의 모습이 붉게 물든 시야를 가득 채웠다.

이 느리고 느린 움직임은 항거할 수 없는 폭거였다.

무너지는 산이고, 바다에 몰아치는 폭풍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내력과 각성력.

여기에 어떻게 만들어 냈는지 모를 거대한 무게가 실렸다.

최평은 마침내 깨달았다.

악어 가면을 쓴 이 자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진정한 무공의 고수였다!

*   *   *

‘천하에 어떻게 이런 자가 있단 말인가!?’

최평이 경악하는 순간 들려오는 기침 소리.

쿨럭-

순간 최평은 정신을 차렸다.

‘이대로라면 죽은 목숨!’

최평은 울컥 치솟는 피를 삼키고 비서에게 외쳤다!

“정신을 차렸나!?

“네, 네! 단주님…… 잠시만!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비서의 모습이 얼핏 보일 때.

최평은 명령했다.

“당장 도망쳐라!”

“……네?”

몸을 일으키다 말고 반문하는 비서.

삼합회 단주 최평은 몇 년만에 처음으로 비서의 이름을 불렀다.

“최설! 당장 도망쳐라! 오래 버티지 못한다!”

비서, 최설은 충격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삼합회에 들어오고 단 한 번도 불러 주지 않던 이름!

최설은 깨달았다.

여기서 죽을 생각이구나!

“단주님!”

최설이 울음기 어린 목소리로 외치는 순간.

최평은 다급히 말을 쏟아 냈다.

“바로 서울로 도망쳐라! 남중국으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 마라. 복수할 생각도 하지 말고 다른 사람도 믿지 마라. 전에 말한 그곳. 그 회사의 대표를 만나라! 그 사람만은 믿을 수 있다!”

“…….”

“최설! 당장 달려라! 당장!”

최설은 간신히 몸을 일으켜 작게 말했다.

“아버지…….”

“잘 가라…… 최설…….”

최평은 빙그레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최평과 최설 부녀가 절절한 작별을 하는 순간.

둔보를 펼치는 천문석은 무심하게도 계속 전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마음속에서는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어이없음의 폭풍이.

‘쟤네 뭐 하는 거야?’

갑자기 주먹질하다가 눈물을 질질 짜며 서로를 부르는 권법가와 검사.

정황상 삼합회 보스인 권법가와 비서인 검사 둘이 부녀 같은데…….

아니, 왜 갑자기 질질 짜고 있어!?

저렇게 질질 짜니까!

‘내가 여 주인공 아버지를 죽이는 악당 같잖아!’

천문석은 삼합회 보스를 죽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당연했다.

공고문 절도의 죄를 ‘자백‘시켜야 하니까!

그리고 삼합회 보스와 비서 둘에게 지금 상황이 꼭 불리한 것도 아니었다.

자신은 여전히 둔보를 밟고 있고, 비서는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했다.

자신이 저 비서였다면 당장 마탄총을 꺼내 연사로 갈겼을 거다.

물론 처음에야 전혀 안 먹히겠지만, 비가 계속 쏟아지면 우산을 써도 옷이 젖는 법.

계속 도망치며 먹힐 때까지 갈기면 결국 마탄총이 먹힌다.

물론 그다음은 헌터부 경찰과 국가 헌병대의 끈질긴 추적을 받고 노역장에 끌려가겠지만 말이다.

역시 무공 각성자들은 이래서 안 된다.

무공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커서 본신의 무공으로 정면 대결을 했다가 꺾이면 재빨리 노선을 변경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주먹으로 때려서 안 되면 무기를 꺼내고, 무기가 안 먹히면 현대 마도 기술의 정화, ‘마탄’을 잽싸게 사용해야지!

쯧쯧쯧-

내심 혀를 찬 천문석은 문득 시선을 내려 무장 벨트에 차고 있는 리볼버를 봤다.

단 한발도 사용하지 않은 리볼버!

그럼에도 이 리볼버는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유연한 사고와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을 항상 일깨워 주니까!

긴 생각을 끝마친 천문석은 다시 시선을 앞에 뒀다.

여전히 천천히 움직이는 몸.

그리고 여전히 질질 짜며 작별 중인 삼합회 부녀.

“…….”

둔보를 공격에 사용하면 이게 안 좋다.

내력이 일정 수준에 달하지 못한 무공 각성자를 상성으로 단숨에 찍어 누르는 건 좋은데…….

지금 자신의 수준에서는 둔보로 펼친 공격을 중간에 멈출 수가 없었다.

하아-

천문석은 내심 깊은 한숨을 내쉬며 둔보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어이없게도 둔보가 끝날 때까지 삼합회 보스와 최설 모두 도망가지 않았다.

최평은 다시 권을 쏟아 냈고, 최설은 아버지를 두고 차마 도망치지 못했다.

그래서 천문석의 움직임이 멈추는 순간.

그으으으윽-

천문석의 주먹이 최평의 몸에 닿았다.

툭-

아무 위력 없는 것처럼 작은 소리.

그러나 그 결과.

파아아앙-

끝까지 권을 쏟아 내던 최평이 허수아비처럼 벽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콰지직-

강화 콘크리트 벽에 거미줄처럼 퍼져 나가는 충격의 여파!

“아버지!”

이 순간 차마 도망치지 못하던 비서가 다급히 달려와 쓰러진 최평 앞을 막았다.

그러나 천문석은 공격을 이어 가지 않고, 자신의 손을 보고 있었다.

“……!?”

상상 이상의 위력!

아무리 상성 상 강하다고 해도.

삼성의 내력으로 펼쳤다고 보기 힘든 위력이 나왔다!

‘이거 뭐야!?’

마수와 몬스터와 싸울 때는 몰랐지만, 무공 각성자와 싸운 지금 이 순간 알 수 있었다!

어느새 일기일원공의 내력이 삼성을 훌쩍 넘어섰고, 육체가 일기일원공과 민감하게 호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이 위력이 설명되지 않는다.

문득 스스로를 관조하는 순간.

쿵, 쿵, 쿵-

존재조차 가끔 까먹는 천강흔이 맥동하고 있었다!

이 맥동이 천지사방으로 뻗어 나가 거대한 마력장 사이사이 고정된 기에 닿는다.

그리고 기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 어떤 방법을 써도 움직이지 않던 천지간의 진기가 어느새 움직이고 있다.

기의 흐름, 영맥.

영맥이 호응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뜬금없이 이게 뭐야!? 영맥이 왜 호응해!?”

자신도 모르게 외친 순간.

천문석은 인지를 넘어 깨달았다.

각성!

무림 던전에서 나왔을 때 장철 헌터가 말했던 대로 각성했다!

‘뭐야!? 언제 각성했던 거야?’

자신도 언제 한 지 모른 각성에 천문석이 어이없어할 때, 피 끓는 외침이 들려왔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홍콩, 대만, 북중국…… 쿨럭.”

최평이 간신히 몸을 일으켜 최설 앞을 가린 채 피를 토하고 있었다.

천문석은 정신을 차렸다.

지금 중요한 건 각성이 아니다.

분노한 호랑이, 헌터들이 오기 전에 먹잇감의 ‘자백‘을 받는 게 중요했다!

“야! 너 당장 자백해라!”

최평은 뜬금없는 외침에 어리둥절한 표정이 됐다.

“……네?”

최설이 다급히 물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자백이라니 뭘 원하시는 건가요.”

“…….”

순간 천문석은 말문이 턱 막혔다.

삼합회가 시청 공고문을 뗀다는 것은 누명이었다.

세상 모두가 몰라도 자신 만큼은 삼합회가 누명을 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당연했다.

누가 공고문을 쓱싹했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

어떻게 해야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는 ‘자백’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쿵, 쿵, 쿵-

이때 등 뒤의 철문에서 육중한 소리와 외침이 들려왔다.

“야, 안에 있냐!?”

“도와주러 왔다!”

“때려 부서라!”

……

천문석은 직감했다.

어느새 이심과 헌터들이 문 앞에 도착했다.

분노한 호랑이가 등 뒤로 다가오는 상황!

천문석은 눈을 딱 감고 그냥 억지를 썼다.

“너희가 시청 공고문 뗀 거 다 알고 있다! 자백해라!”

순간 최평과 최설의 눈이 마주쳤다.

눈빛으로 빠르게 정보를 주고받는 두 사람.

“……!”

“……!”

두 사람은 깨달았다.

눈앞의 악어 가면을 쓴 엄청난 고수는 본토에서 온 암살자가 아니었다.

어이없게도 시청 공고문이 사라져 빡친 헌터였다.

“혹시 1세대 헌터 십니까? 어느 길드 소속이신지?”

최평은 자신도 모르게 공손히 물었고, 천문석은 주머니에서 붉은 화살을 꺼내서 흔들었다.

“야, 나 그냥 헌터야. 빨리빨리 자백해! 증거도 있다! 붉은 화살 이거 너희 거 맞지?”

이런 엄청난 무공 각성자가 소속이 없다니!

최평은 새삼 대한민국의 헌터 풀에 감탄했다.

이때 툭 튀어나온 최설의 외침.

“시청 공고문 뗀 거 칠성 길드 짓입니다!”

“……칠성 길드?”

악어 가면 헌터가 깜짝 놀라는 순간.

최평은 다급히 최설의 입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최설은 빠르게 설명을 이어 갔다.

“칠성 길드는 광역 폭력조직 칠성파가 이름만 바꾼 조직입니다. 이 녀석들이 일본 규슈 야쿠자와 연합해서 시청 공고문을 뗐습니다!”

“최설, 그만!”

최평이 다급히 딸의 말을 끊었으나, 천문석은 이미 두 거물의 이름을 들었다.

칠성파, 규슈 야쿠자!

‘뭐야, 진짜로 공고문을 떼간 범인이 나온 거야!?’

천문석은 경악했으나, 곧 말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무슨 시청 공고문 하나 떼는데! 칠성파, 규슈 야쿠자가 모두 관련…… 어, 어? 어!”

어이없어하는 순간 벼락같이 스치는 깨달음!

그렇다!

시청 공고문 떼는 일을 하자고 삼합회, 칠성파, 야쿠자, 세 거물이 힘을 합쳤을 리는 없었다.

그 셋이 힘을 합쳤다면 보다 규모가 큰일을 했을 거다.

문득 검대에 걸린 주머니가 눈에 들어온다.

붉은 화살이 담겨 있는 주머니.

하-

자신도 모르게 터지는 탄성.

삼합회, 칠성파, 야쿠자.

이 세 거물이 힘을 합쳐야 할 정도로 규모가 큰 사건 하나가 머리에 떠오른다.

고블린 평야.

몬스터 스노우볼.

인위적인 몬스터 웨이브.

지금 이 순간 광활한 고블린 평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몬스터 웨이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