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 219화>
“나 먼저 간다!”
천문석은 재빨리 외치고 탱커를 지나쳐 창문 턱 위를 달렸다.
높은 곳에서 달리니 사무실의 개싸움이 제대로 보였다.
개인 실력에서는 삼합회 헌터들이 강했다.
곳곳에서 하나둘 기절하고 쓰러지는 헌터들이 보인다.
그러나 전황은 박빙!
서로 살수(殺手)를 쓸 수 없는 거점 도시 안에서의 패싸움이고 전장이 좁은 건물 안이다.
이런 경우 머릿수는 압도적인 힘을 발휘한다.
머릿수가 한정된 삼합회 헌터들과 달리, 아군 헌터들은 사무실로 계속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삼합회 헌터가 한 명을 쓰러트리면 둘이. 둘을 쓰러트리면 셋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결국, 중과부적!
헌터들에게 밀려 넘어지는 순간.
“밟아! 밟아라!”
“아작을 내버리자!”
“미친 새끼! 공고문을 왜 떼!”
“아니, 아니. 아니라니까!”
으악, 으악, 으아악!
삼합회 헌터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발길질에 아작이 났다.
역시 다굴에는 장사가 없었다.
아군은 압도적인 머릿수로 삼합회 헌터들을 하나둘 압도하고 있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나 승리는 기쁜 법!
하하하-
통쾌한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벼락 치듯 머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압도적인 머릿수?’
같이 들어온 중국계 헌터는 20여 명 밖에는 안 되는데?
사무실 안에 가득한 헌터들을 다시 본다.
“……뭐야? 왜 이렇게 많아?”
파르르르-
이 순간 창문 유리가 거세게 진동했다!
“어?”
문득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본 순간 천문석은 경악했다.
삼합회 건물 앞.
도로와 인도 할 것 없이 헌터들이 가득했다!
“저기가 공고문 훔친 놈들 건물이라고!?”
“맞아! 삼합회 새끼들이다! 중국계 헌터들이 확인했다!”
“삼합회가 범인이었다 이거지!”
“야, 앞에 빨리빨리! 들어가라!”
“야! 위에 적당히 쥐어패라!”
“우리 몫도 남겨놔!”
……
거리에 가득한 헌터들이 내지르는 살벌한 목소리에 유리창이 진동하고 있었다.
이 순간 천문석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헌터들이 분노한 이유는 공고문을 훔친 범인이 삼합회라고 생각해서다.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강화 워커를 봤다.
“…….”
잠시 후 일어날 모습이 그려진다.
살기 어린 헌터들이 마침내 삼합회 보스를 잡은 후 묻는다.
‘야, 이 미친놈아! 공고문 왜 훼손했어!’
누명을 쓴 삼합회 보스는 당연히 억울해하며 외칠 것이다.
‘우리가 안 뗐어! 이런 미친놈들아!’
‘어? 뭐지?’
그리고 이성을 찾은 헌터들이 다시 역추적을 시작하면,
[붉은 화살 -> 도를아십니까 길드 -> 이세기]
이세기…….
이세기라는 가명을 밝힌 자신이 튀어나온다.
아무리 가짜 이름을 썼어도 대질하는 순간 바로 걸린다.
“…….”
천문석은 깨달았다.
최대한 빨리 이곳의 보스를 잡아 삼합회가 진짜 범인이라는 ‘자백‘을 받아 내야 했다!
천문석은 재빨리 개싸움의 현장으로 뛰어들어 계단을 향해 달렸다.
“야, 비켜! 나 엄청 급해! 비키라니까!”
* * *
“2층이 뚫렸습니다!”
비서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올 때, 최평은 창밖을 보며 어이없어하고 있었다.
구름처럼 몰려들어 성난 고함을 쏟아 내는 헌터들!
“우리가 공고문을 떼어간 범인이라고……?”
최평은 창밖을 보며 생각에 빠져들었다.
“3층에서 막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지금 조직원들이 사방에서 오고 있지만. 신동대문 전체가 난리라 늦어지고 있습니다!”
비서가 외치는 순간, 최평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칠성 길드. 마혁진!”
“네?”
비서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반문할 때, 최평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동안 시청 공고문 뗀 거. 칠성 길드 맞지!?”
“네…… 칠성 길드의 초능력 계통 각성자들이 한 일입니다. 헌터들 간의 불신을 조장하고 불만을 키우기 위해서. 염동력, 순간이동, 발화 능력자들이…….”
최평은 비서의 설명을 끊고 명령했다.
“당장 마혁진에게 연락해라!”
“알겠습니다!”
비서가 다급히 전화기를 잡을 때.
최평은 규슈 야쿠자의 대리인 후세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리-
그러나 발신음만 이어지다가 끊기길 다섯 번!
“마혁진 길드장. 연락이 안 되고 있습니다!”
비서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최평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시청 공고문이 사라지고 성난 헌터들이 몰려들고 있다.
범인으로 붉은 화살을 사용하는 삼합회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합회는 붉은 화살을 신동대문, 아니 한국 내에서 사용한 적이 없었다!
남중국에서 선적된 붉은 화살을 규슈 야쿠자가 부산에서 인수했고.
규슈 야쿠자는 이걸 운송해 고블린 평야에서 칠성 길드에 전달했다.
문제가 생겨도 현장의 칠성 길드, 핸들링한 규슈 야쿠자에게 먼저 생겨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몇 단계를 뛰어넘어 삼합회가 범인으로 지목되고, 칠성 길드의 마혁진, 규슈 야쿠자 후세 변호사 양쪽 모두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
과연 이게 우연일까?
순간 벼락 치듯 떠오르는 한 가지 가능성!
‘마혁진, 후세 변호사 둘이 손을 잡고 자신을 물 먹인 거라면?’
그러나 둘이 자신을 물 먹여 얻을 이득이 없다.
“…….”
의심암귀(疑心暗鬼)에 사로잡히면 동료마저 배신자로 보이는 법!
최평이 의심을 떨쳐 버리려 할 때, 전화기를 붙들고 있던 비서가 다급히 외쳤다.
“단주님! 남문 쪽 조직원에게 연락을 해 봤는데……!”
“……?”
“후세 변호사가 어젯밤 신동대문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떠난 시간이 회합이 끝난 직후입니다!”
“……!”
‘당했구나!’
최평이 직감하는 순간, 계단에서 들려오는 비명.
으아악-
커어억-
“벌써 여기까지!?”
깜짝 놀란 비서가 문으로 달려가 보안 키패드를 다급히 눌렀다.
삑, 삑, 삑, 삑-
스르르륵, 쿵-
육중한 보안등급 강화 철판이 떨어져 철문을 가리고 비명이 뚝 그쳤다.
“우선 여기서 빠져나간다!”
최평은 비서에게 명령했고, 비서는 다급히 가방을 챙기고 비밀 문을 열기 위해 달려갔다.
“바로 열겠습니다!”
이 순간 터지는 진동!
쾅, 구으으응-
한 뼘이 넘는 강화 철판이 종처럼 울리고, 새겨진 마력회로가 충격량을 빛을 변환해 뿜어냈다!
최평도 무공 각성자.
한눈에 알아봤다.
엄청난 전사경(纏絲勁)!
한국에 무공 각성자는 많지만, 이들 대부분은 각성몽을 통해서 무공을 얻는다.
각성력을 이용한 기계적인 초식으로는 이런 능숙한 전사경은 펼칠 수 없었다.
설마 본토에서 온 암살자!?
순간 수많은 단서가 최평의 머릿속에서 폭발하듯 떠올랐다.
-능숙한 전사경을 쏟아 내는 ‘무공 각성자‘.
-남중국의 지단과 상해 본단을 위협하는 ‘철검장‘.
-너무나 쉽게 ‘천검‘에게 고개를 숙이는 헌터 군벌들.
-연락되지 않는 칠성 길드 ‘마혁진‘과 규슈 야쿠자 ‘후세‘.
단서들이 조합돼 하나의 그림을 그려낸다.
‘누군가‘배후에 있다면!?
철검장을 지원해 상해 본단을 치고 헌터 군벌들을 규합해 천검에게 선을 댄다.
칠성 길드와 규슈 야쿠자를 이용해 상해 본단과 자신을 함정에 빠트렸다.
최평은 여기에 딱 들어맞는 ‘누군가‘가 몇 명이나 생각났다.
남중국, 북중국, 홍콩, 대만…….
다른 삼합회의 단주들!
이 순간 최평은 도망칠 생각을 버렸다.
가장 두려운 적은 강한 적이 아닌, 어둠 속에 숨어 정체를 모르는 적이다!
이놈을 잡아 적의 정체를 파악해야 한다.
“밖의 상황 알 수 있지?”
최평의 말에 대기하던 비서는 바로 모니터를 조작해 화면을 띄웠다.
철문 밖.
머리에 무언가를 뒤집어쓴 한 헌터가 강화 철문 옆 벽에 귀를 붙이고 손으로 벽을 두들기고 있었다.
딱, 딱, 딱, 딱-
“……저놈 뭐 하는 거야?”
“…….”
비서가 영문을 몰라 대답하지 못할 때 최평은 명령했다.
“됐다! 우선 문을 열어 저놈을 안으로 들여라! 저놈을 잡아서 확인할 게 있다.”
“네?”
깜짝 놀라 반문했던 비서는 바로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바로 열겠습니다!”
비서는 검을 뽑은 후 보안 키패드를 조작했다.
그르르륵-
강화 철판이 천천히 위로 올라가고 중심이 움푹 파인 철문이 열렸다.
철컥-
* * *
천문석은 계단 난간 위를 달려 순식간에 삼합회 헌터들을 돌파하고 꼭대기 층에 도착했다.
꼭대기 층 계단 앞을 지키던 삼합회 헌터가 몇 있었으나 고만고만한 실력자들.
천문석은 삼합회 헌터를 단숨에 쓰러트리고.
다시 한 번 둔보를 펼쳐 힘과 무게, 내력이 실린 주먹을 철문에 때려 박았다.
쾅, 구으으응-
종처럼 거세게 진동하는 철문!
그러나 철문에 닿은 손을 통해 2층과는 다른 생경한 느낌이 전해졌다.
뻗어 나가던 힘의 파장이 무언가로 스며들듯 흩어진다!
천문석은 느낌의 정체를 바로 알아챘다.
은행, 성채 빌딩, 보안 시설에나 시공되는 마력회로가 깔린 강화 철판!
철판 속에 깔린 마력회로가 주먹에 담긴 힘을 흩어 버린다.
하-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리고 바로 벽으로 달라붙었다.
보통 사람은 문이 보이면 어떻게든 문을 열려고 한다.
이건 문을 설치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침입자를 막기 위해서 문을 더 단단하고 견고하게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벽에까지 돈을 바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당연히 견고한 문에 비해서 옆의 이 벽은 일반 시멘트벽일 터.
즉, 이 벽을 뚫으면 순식간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천문석은 주먹으로 가볍게 벽을 때렸다.
탁-
“어?”
주먹으로 벽을 때렸던 천문석은 순간 멈칫하다가.
탁, 딱, 탁, 탁, 딱-
벽 곳곳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잠시 후 천문석은 어느새 귀를 벽에 대고 미친 듯이 벽을 두들겼다.
그리고 깨달았다.
벽 두께만 1미터이상!
게다가 중간에 주먹이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강화 철근을 촘촘히 박아 넣었고.
마력회로가 깔린 강화 철판이 심지처럼 들어가 있다.
이 벽 안은 통째로 은행 금고나 마찬가지였다!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와! 이런 미친놈들! 누가 사무실 벽에다가 이렇게 돈을 처발라! 삼합회 미친 새끼들!”
그리고 천문석이 치솟는 울분에 철문에 발길질하는 순간.
후우웅-
찰칵-
문이 열리고 천문석은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너무나 완벽한 타이밍에 열린 문!
천문석은 뭘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문안으로 넘어지듯 굴러 들어갔다!
순간 머리 위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감각!
반사적으로 땅을 박차고 바닥을 구른다.
데굴데굴-
천문석이 바닥 위를 빠르게 구를 때.
쾅, 철컥-
열렸던 철문이 다시 닫히고 잠겼다.
그리고 뒤와 옆, 양쪽에서 쏟아지는 경력!
천문석은 구르던 자세 그대로 바닥을 밀었다.
주르르륵-
단숨에 뒤로 미끄러지는 동시에.
천문석이 있던 위치로 검과 장이 떨어졌다.
깡, 쿵-
천문석의 시선이 적들을 훑었다.
20대 비서로 보이는 검사.
40대 사장님 체형의 권법가.
핑-
날카로운 쇳소리가 터지고.
핫-
가벼운 기합과 함께 검을 들고 돌진하는 검사!
쾌검을 펼치는 20대의 여성 검사가 앞장서고.
그 뒤로 40대 권법가가 소리 없는 유령처럼 달라붙었다.
합격진!
검사와 권법가 모두 제대로 무공을 익혔다!
대인전에서 까다롭기로 유명한 무공 각성자, 특히 무공 각성자가 실제로 격투기를 배우면 시너지가 엄청나다.
천문석의 감에 따르면 삼합회 보스는 40대 권법가. 권법가의 수준이 상당하다.
최대한 빨리 자백을 받아야 하는데 적이 만만치 않다
‘어떻게 할까?’
생각과 동시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무공.
굉천수, 마종권, 구인창, 관음천수도…….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방법이 있었다.
지구의 무공 각성자들은 심법을 익히고 내력을 쌓아 무공을 익히지 않는다.
벼락 치듯 깨닫는 각성으로 무공을 깨닫는다.
그 결과 능숙하게 초식을 펼쳐도, 그 기반은 각성력.
무공의 또 다른 반쪽이자 기반, 심법을 제대로 익히지 않는다.
당연히 심법과 내력에는 젬병이다.
순간 이 둘을 어떻게 상대할지 감이 왔다.
탁-
이때 미끄러지던 몸이 벽에 닿고.
다음 순간 천문석은 거짓말처럼 벌떡 일어나 있었다.
그리고 펼쳐지는 둔보(鈍步).
느리게 더 느리게!
심상 공간에 거대한 산악을 그려내고.
이 산악을 머리에 짊어지는 상상을 한다!
무공의 기초, 기감을 느끼는 법이 상상하는 것이고.
심법이 자리하는 기경팔맥 또한 영육과 혼백의 사이 심상 공간에 자리한다.
그렇기에 경지에 달한 무인의 상상은 그 자체로 또 다른 현실이다.
온 마음을 다해 상상하는 순간.
머리, 어깨, 팔, 몸, 허벅지, 다리가 무거워진다!
무게는 곧 힘이다.
엄청난 무게에 육체에서 반발하듯 엄청난 힘이 솟아나고.
이 거력에 삼성의 일기일원공이 실렸다.
핑그르르-
회전하는 실패에 실이 감기듯.
심상 공간에서 일어난 삼성의 일기일원공이 거력을 타고 회전한다!
회전하는 경력과 거력이 거대한 산악의 무게를 떠받치고 한걸음 내딛는 순간.
천문석의 발걸음 소리가 변했다!
그으으으윽-
거대한 빙하가 산맥을 미끄러지는 굉음과 진동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이 소리를 듣는 순간 경악한 최평이 외쳤다.
“안 돼! 피해라! 정면에서 부딪치면 안 돼!”
그러나 검사의 쾌검은 이미 적의 목으로 뻗어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목으로 쏘아지던 강철 검은 부러질 듯 휘어졌다!
부우우웅-
검사의 얼굴에 경악이 어리고.
툭-
휘어진 강철 검과 천문석의 주먹이 닿았다.
순간 둑이 터진 듯 쏟아지는 엄청난 힘과 무게 그리고 경력!
파르르르-
검은 미친 듯 진동하다 검사의 손에서 벗어나 날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