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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71화 (172/1,336)

#171

은자 100만냥!

무림 던전에 있는 은자 100만냥의 지급 문서를 생각하는 순간.

천문석은 복잡하던 머리가 맑게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

"...!"

과거의 진실, 타임 패러독스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삶에서 중요한 건 언제나 지금 이 순간, 현재의 사실이다!

남중국에 무림과 이어지는 입구가 있고,

무림의 장가장에 은자 100만냥짜리 지급 문서가 있다는 그런 사실 말이다.

장일 총관은 이 지급 문서를 100만냥의 은자로 바꿔 놓을 거다.

이것저것 떼어줘도 89만냥.

장가장에 통 크게 10만냥쯤 기부해도 엄청난 돈이 남는다.

화폐 또한 상품이기에 가치하락은 있겠지만,

1/3만 환전한다고 생각해도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

서너 달쯤 있다가 남중국의 던전 입구로 들어가서,

그 은자(아이템)를 찾아 나오면 한방에 건물주, 아니 빌딩주가 된다!

아니 은자를 찾아 나올 필요도 없었다.

무림 던전, 이세계에 거점과 세력을 만들기를 원하는 대기업, 대형 길드, 남중국의 헌터에게 넘겨도 된다.

게임 머니 거래와 똑같다.

무림 던전 안에서 은자를 넘겨주고,

지구에서 계좌 이체를 받으면 된다.

이럴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지급보증,

개인인 천문석을 우습게 보고 거래 상대가 뒤통수를 칠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문제없었다.

무림 던전 안에는 무림맹의 비호를 받는 장가장에,

지구에서는 헌터 업계의 거물 장강 유통의 장민 대표에게 거래를 위탁하면 되니까.

천문석은 깨달았다.

삑삑이 검강 롱소드를 잃고 은자 100만냥의 지급 문서가 있는 무림으로 들어가는 입구마저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초대박이 터졌다!!

로또 1등 당첨금을 수십 배나 웃도는 엄청난 금액,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금액이 몇 달 후면 들어온다!

하늘의 저울.

그 공명정대함을 의심했다니!

엄청난 행운에 천문석의 얼굴이 환해질 때 동굴 입구가 보였다.

환한 빛이 쏟아지고,

시원한 여름 바람이 불어오는 동굴 입구.

천문석이 희희낙락 동굴 입구를 통과하자.

탁 트인 넓은 공터 너머 끝없이 이어지는 거대한 산맥이 펼쳐졌다.

"어, 여기?"

천문석이 어디선가 본듯한 산맥에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장철 헌터가 깜빡했다는 듯이 말했다.

"무사히 각성해서 다행이다. 축하한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굳어지는 천문석.

"...네?"

장철은 다시 물었다.

“어떤 각성몽을 꿨냐? 소림, 무당? 소림 무공을 각성했으면 우리 집 꼬맹이가 엄청 좋아하겠는데. 하하하-”

장철은 생각만 해도 웃긴다는 듯 호탕하게 웃었다.

"..."

그러나 천문석은 말문이 턱 막혔다.

각성이라니 이게 무슨 말이야?

천문석은 어이없어하는 눈으로 장철을 봤다.

"제가 각성했다고요? 전혀 느낌이 없는데?"

천문석이 의아해하자 장철이 바로 설명했다.

"각성 스팟은 밖이랑 각성 메커니즘이 달라. 각성몽을 꾸고 나서 한참이 지나서 신체 변화가 시작된다. 그래도 특유의 기질 변화는 느낄수 있다. 감이 온다. 너 각성몽 꿨어. 조만간 각성할 거다."

장철의 확신 어린 어조.

그러나 천문석은 장철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각성몽을 꾸지도 기질 변화가 느껴지지도 않는다.

격전을 거치며 일기일원공이 경지를 넘어선 것 때문에 그런 건가?

천문석은 고개를 갸웃할 때,

장철이 다시 한번 물었다.

"그래서 무슨 무공의 각성몽을 꿨냐? 철패 가져갔으니 장일 총관이 무공서는 다 내줬을 텐데?"

'혹시 천마신공을!?'

문득 드는 생각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천문석.

천문석은 재빨리 기경팔맥을 관조하며 마공을 불러봤다.

그러나 전혀 변화가 없는 심상 공간.

천문석은 혼백을 훑으며 그동안 의도적으로 생각조차 하지 않은 천마 신공의 입문결을 떠올렸다.

그러나 천마 신공의 구결은 짙은 안개가 낀 듯 단 한 글자만 기억난다.

천(天)!

천문석은 재빨리 고개를 저어 이 한 글자마저 머리에서 지우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장철은 의아한 듯 물었다.

"혹시 각성몽을 꾸고도 잊은 것 아냐? 특이한 꿈 꾼 것 없냐? 현실처럼 생생한 꿈. 그게 각성몽이다."

천문석은 무림 던전 7일의 기억을 더듬었다.

'생생한 꿈? 바빠서 별다른 꿈을 꾼 적도···.'

순간 머릿속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

각성 던전의 첫날밤,

천문석은 현실처럼 생생한 꿈을 꿨다.

전생의 스승님을 따라 서쪽으로 여행하던 꿈!

그 꿈속에서 자신은 ‘사냥, 요리, 수인, 염불, 부적 그리기 등등’을 배우며 개고생을 했다.

"어, 어? 어! 설마 그게!?"

천문석이 자신도 모르게 외친 순간,

장철이 웃음을 터트리며 천문석의 등을 두들겼다.

"하하하- 각성몽이 기억났구나! 다행이다 각성해서."

"네. 다행이네요. 하, 하, 하-"

천문석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 던전 안에서는 무공과 관련된 각성몽만 꾼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이 꾼 각성몽은 사냥, 요리, 수인, 염불, 부적 그리기였다.

어느 하나 무공과 관련된 게 없었다.

게다가 다른 무인의 삶을 꿈꾼 것도 아니고 전생의 자신을 꿈꿨다.

예전에 꾸던 꿈과 별다를 것도 없는 각성몽이었다.

그래서 천문석은 각성몽을 꾸고도 그게 각성몽이라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말문이 막힐 정도로 어이없는 일.

그러나 천문석의 얼굴은 곧 환해졌다.

처음부터 각성으로 얻을 무공은 중요하지 않았다.

각성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더 중요했다.

영맥!

이제 지구에서도 영맥을 움직여 내공을 빠르게 쌓을 수 있었다!

내공!?

내공을 떠올리는 순간 천문석은 번개같이 품 안으로 손을 넣었다.

있었다!

손에 잡히는 작은 상자.

재빨리 손을 빼내자 그 위에 놓인 상자!

장철은 천문석의 손에 들린 상자를 보며 탄성을 질렀다.

"그 상자! 보스에게 아이템을 얻었구나!"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단혈철검 주호에게 받은 물건입니다.”

그렇다.

이 상자에는 던전 보스 주호에게 얻은 물건이 들어있었다!

천문석은 바로 상자를 열었다.

순간 햇살을 반사해 사방으로 뻗어 나오는 찬란한 금빛!

"대환단! 이거 대환단이잖아!? 적수비도(赤手飛盜)한테 소림사가 털리고 무림에서 대환단이 씨가 말랐는데! 이거 어떻게 구한 거냐?!"

장철은 깜짝 놀라 외쳤다.

천문석은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믿을 수가 없었다.

100만냥!

각성몽!

대환단!

하하하-

천문석은 웃음을 터트리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역시나 공명정대하고 훌륭하신 하늘님!

잠시나마 의심해서 죄송했습니다! 충성, 충성!

무림 던전 최고다!

---

천문석이 환한 얼굴로 웃음을 터트릴 때,

장철은 굴 앞 공터에 놓인 장갑 SUV를 가리켰다.

"우선 차에 타라. 쟤들 귀찮게 굴기 전에 얼른 출발하자. 광화문까지 데려다줄게."

"감사합니다."

천문석은 사양하지 않고 장철을 따라 장갑 SUV에 올랐다.

구으으응-

시동이 걸리고 육중한 마력 엔진음과 함께 장갑 SUV가 출발했다.

장갑 SUV가 공터와 이어진 절벽 도로로 들어갈 때 장철은 좌석 위로 손을 올렸다.

찰칵-

잠금장치 열리는 소리와 함께 무장 박스가 천장에서 뚝 떨어졌다.

장철은 무장 박스를 열어 천문석에게 건넸다.

"뒤에 옷 있으니 그걸로 갈아입고. 대환단이랑 던전에서 얻은 아이템 모두 이 안에다 넣어라. 게이트 검역 알지?"

천문석은 장철이 하려는 이야기를 바로 알아들었다.

악명높은 게이트 검역.

상점과 신용도가 높은 대형 길드, 기업이 아닌 개인은 게이트 검역에 상상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장철은 게이트 검역을 대신해주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천문석은 감사 인사를 하고 바로 뒷좌석으로 옮겨 옷을 갈아입고 무림 던전 안에서 가지고 나온 물건들을 추렸다.

털가죽 옷과 모자, 무복, 가죽신 검대 같은 자잘한 의복과 잡화.

이 모든 걸 하나로 모아 털가죽 옷을 뒤집어 하나로 묶었다.

별다른 가치가 없는 물건들을 빼니 남는 건 세 가지였다.

대환단.

나뭇가지 검.

은자 몇 개가 담긴 전낭.

천문석은 조수석으로 이동해서 장철에게 물었다.

"대환단은 무장 상자에 넣었는데, 이것도 검역이 필요할까요?

장철은 천문석이 내민 물건들을 슬쩍 살폈다.

짧은 나무막대기와 은자 몇 개.

"은자는 몇 개 안 돼서 그냥 가져가도 될 것 같은데. 그 나무막대기는 뭐야? 그것도 아이템이냐?"

"아뇨. 그냥 장난감입니다."

천문석은 나뭇가지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휘이이-

순간 차 안에 들려오는 휘파람 소리.

장철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손을 뻗어 나무막대기에 올렸다.

퉁-

순간 장철의 손에서 쏘아지는 맥동, 각성력.

잠시 후 장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템도 아니고 살아있는 나무도 아니니. 그건 그냥 가져가도 되겠다."

천문석은 대환단이 담긴 무장 박스를 닫고 은자가 담긴 전낭과 나뭇가지 검을 따로 챙겼다.

“이 옷은 그냥 버려도 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

장철은 천문석이 묶어놓은 옷가지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

“그냥 뒤에 놔둬. 이 차 회수하면서 장강 유통 지원팀에서 처리할 거야.”

“알겠습니다.”

천문석이 뒷좌석에 옷가지 뭉치를 놓을 때,

장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쟤들 벌써 오네. 연락을 안 했나. 헛수고하겠는데.”

문득 고개를 들자 절벽을 따라 이어진 도로를 올라오는 장갑 버스 한 대가 보였다.

사방의 창이 모두 가려진 장갑 버스는 자신이 타고 온 장갑 버스와 비슷한 형태였다.

그렇다면 누가 이 버스 안에 타고 있을지도 짐작이 됐다.

예비 각성자들.

장갑 버스 안의 예비 각성자들은 던전 입구가 사라졌다는 것도 모른 채 무림 던전으로 오고 있었다.

이들의 실망한 얼굴이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

천문석이 말없이 장갑 버스를 보자,

장철이 입을 열었다.

"걱정할 것 없다. 곧 남중국에 새로운 입구가 열릴 테니까. 쟤들도 그때 들어가면 된다."

"..."

그러나 천문석은 여전히 장갑 버스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산 아래에서 절벽을 타고 이어지는 비포장도로를 올라오는 장갑 버스.

이 장갑 버스는 무언가에 부딪힌 듯 곳곳이 움푹 파였고, 몬스터의 발톱에 긁힌 흔적, 미처 지우지 못한 핏자국이 남아있었다.

몬스터 무리를 뚫고 나온듯한 장갑 버스의 차체가 아주 낯익었다.

'낯익다고?'

천문석은 문득 드는 생각에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절벽 너머로 끝없이 이어지는 산맥.

동굴에서 나왔을 때도 느낀 거지만, 이 산맥도 장갑 버스처럼 낯이 익었다.

이세계의 산맥이 낯익다고?

내가 이세계 산맥을 본 적이 있었나···?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자신이 본 이세계 산맥이 하나 있었다.

신 태백산맥!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주위에 펼쳐진 낯익은 산맥은 이세계 배송경주의 목적지였던 신 태백산맥이다!

그럼 저 낯익은 장갑 버스는?!

이 순간 절벽을 달리는 장갑 버스와 기억 속 장갑 버스가 겹쳐졌다.

철수형과 이세계 배송경주, 쿠팡맨 일을 할 때 따라가던 그 장갑 버스!

하늘에서 하늘 고래가 날고,

땅에서 몬스터와 마수가 달리던 그 날.

쏟아지는 몬스터와 마수에도,

절대 멈추지 않고 달리던 장갑 버스.

천문석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그때의 장갑 버스는 무림 던전행 장갑 버스였다!

오랜 의문이 풀린 순간,

천문석의 시선이 주위를 훑었다.

여기에 신 태백산맥이라면 그곳이 보일 것이다.

이때 절벽 도로를 따라 크게 회전하는 장갑 SUV.

앞을 가리던 절벽이 사라지자 거대한 장벽을 두른 마을이 나타났다.

장철은 눈앞의 마을을 가리키며 웃었다.

"저기가 이곳 신 태백산맥의 거점 마을이다. 저 거점 마을이 없었다면 제시간에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하하-"

천문석은 이미 이 마을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상급 마수와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신 태백산맥으로 들어가는 입구.

고산 마을!

무림 던전은 이미 한번 갔었던 고산 마을 바로 옆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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