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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5화 (16/1,336)

# 16

비정규직 천마 - #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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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

드르륵-

1미터가량 셔터가 올라간 순간.

한 남자가 그 사이로 데굴데굴 굴러 나왔다.

남자가 나오자 바로 떨어지는 셔터.

드르르륵, 쿵-

끼이익-

셔터가 거칠게 닫힌 후 기어가 잠기고.

뒤이어 무거운 물체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끼이익, 쿵, 쿵-

무언가에 부딪힌 듯 진동하는 셔터.

보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강화 셔터 뒤에 바리케이드를 쌓고 있었다.

이제 이 셔터는 다시 열리지 않는다.

가게에서 홀로 나온 남자,

천문석은 몸을 반쯤 일으켜 주위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눈에 익은 막다른 골목.

텅 빈 거리는 평소와 비슷했다.

평소와 다른 건 하나,

골목 입구에 뒤집혀 불타는 자동차.

감이 왔다.

저 불타는 자동차에서 솟구치는 불꽃과 연기가 이 막다른 골목을 가려 주고 있다.

몬스터는 화염의 열기와 연기에 이 골목 안으로 들어올 생각을 하지 못했으리라.

그렇다면 바로 움직인다.

몸을 완전히 일으킨 천문석은 머릿속에 그려둔 경로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달렸다.

목표는 골목 안쪽 막다른 벽.

벽에 가까워지는 순간, 뛰어오른다.

장갑 낀 손이 담장을 잡고 단숨에 몸을 끌어 올려 넘는다.

툭-

담을 넘어 내려선 곳은 마당.

마당에 내려선 천문석은 강화 셔터가 내려진 집을 지나쳐 후원으로 뛰었다.

건물 뒤 후원에는 큰 나무와 담처럼 솟은 빌라가 있었다.

천문석은 나무를 타고 올라가 빌라로 뛰었다.

탁-

장갑 낀 손에 빌라 외벽의 가스관이 잡혔다.

천문석은 가스관을 잡고 순식간에 5층 빌라 옥상까지 올라갔다.

빌라 옥상에 오르자 거리의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곳곳에서 솟구치는 연기와 폭음.

멀리서 몬스터의 괴성과 총소리가 뒤섞여 들려온다.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고,

눈에 들어오는 건물 대부분은 몬스터 방재 장비, 강화 철문과 덧창으로 봉쇄됐다.

영상으로 몇 번 봤던 몬스터 시가지 전투와 비슷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군대와 헌터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천문석은 총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잠시 보다가 동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시가지 동쪽의 산.

이 방향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저 산 반대쪽에 류세연이 다니는 고등학교가 있다.

학교는 최우선 확보 거점,

이미 요새화된 채, 가장 먼저 투입될 구조 병력을 기다릴 것이다.

세연은 걱정할 게 없었다.

천문석은 바로 키즈 카페 방향으로 달렸다.

맞닿듯이 지어진 건물 옥상을 몇 번 건너뛰고.

거리가 먼 곳은 옥상에 미리 준비된 대피용 안전 발판을 건물 사이에 놓고 넘어갔다.

천문석은 달리며 거리를 살폈다.

쓰러진 전신주와 도로 표지판.

도로 곳곳에 버려진 자동차들이 있고,

1층 상가 몇 곳이 미처 셔터를 내리지 못해 파괴됐다.

그러나 생각보다 몬스터가 많지 않았다.

'던전, 균열 생성지점에서 빗겨난 건가?'

미리 던전, 균열, 몬스터 정보를 확인했으면 좋았겠지만, 무선 통신은 게이트 침묵 상태.

고깃집 안의 유선 인터넷망도 끊겨있었다.

천문석이 생각을 이어가며 10분쯤 달렸을 때,

키즈 카페 앞 공터와 이어진 건물에 도착했다.

강화문이 내려지고, 창마다 강철 덧창이 내려와 봉쇄된 키즈 카페 건물,

건물 앞 공터에 몬스터가 한 마리가 있었다.

날카로운 갈고리발톱과 세모꼴 머리.

이족 보행 공룡형 몬스터.

랩터!

랩터는 고개를 들어 위를 보고 있다.

랩터가 보는 곳은 2층 간판.

2층 간판에는 어떻게 거기 올라갔는지 모를 노란 옷을 입은 아이 두 명이 있었다.

천문석은 직감했다.

보육교사가 말한 아이들이다!

이때 랩터가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 간판을 향해 발톱을 휘둘렀다.

솟아나듯 뛰어오르는 랩터!

랩터는 순식간에 간판에 가까워졌다.

천문석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순간,

악쓰는 소리와 함께 랩터 위로 포대가 떨어졌다.

으아악-

랩터의 갈고리발톱에 걸린 포대는 단숨에 찢어졌다.

순간 찢어진 포대 안의 모래가 사방으로 쏟아졌다.

쏴아악-

모래를 뒤집어쓴 랩터가 깜짝 놀라 바닥으로 떨어지고.

끼이익-

구르르릉-

랩터는 땅 위에 쏟아진 미끄러운 모래에 한 바퀴 데굴 굴렀다.

별다른 타격을 주지는 못했지만,

이 모래 포대 덕분에 간판에 매달린 아이 두 명이 무사했다.

이때 모래 포대가 떨어진 창문에서 몸을 내미는 사람이 보였다.

천문석은 바로 알아봤다.

철수형!

간판에 매달린 아이들을 구하러 철수형이 강철 덧창을 열고 안에서 나오고 있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 당장 움직여야 했다.

천문석은 옥상 난간으로 달려가며 주위를 살폈다.

역시 있었다.

탈출용 안전장치.

천문석은 안전 장비함을 열어 하네스를 착용하고, 밧줄을 공터로 던졌다.

늘어진 밧줄에 안전고리를 걸고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뛰었다.

쓰아아악-

마찰열에 장갑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땅이 순식간에 가까워진다.

쿵-

땅에 닿는 순간.

천문석은 안전고리를 풀고 키즈 카페를 향해 달렸다.

어느새 모래를 뒤집어쓰고 바닥을 굴렀던 랩터는 몸을 일으키고 있다.

푸르르-

랩터가 몸을 흔들어 모래를 털어내고 머리를 들어 위를 봤다.

간판 위에서 덜덜 떠는 아이들.

창에서 나와 간판을 밟고 다급히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철수형.

그러나 늦다!

랩터가 몸을 숙이고,

다시 한번 펄쩍 뛰어오르려 할 때.

으아악-

천문석은 기합을 지르며, 망치를 던졌다.

쾅-

천문석이 던진 망치가 랩터의 몸을 때렸다.

하지만, 랩터의 몸을 때린 망치는 그대로 툭 땅으로 떨어지고,

랩터의 머리가 천문석에게 행했다.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은 랩터.

당연했다.

제대로 힘을 실지 못하고 다급하게 던진 망치.

처음부터 시선을 돌리는 게 목적이다.

이때 달려오는 천문석을 확인한 철수가 외쳤다.

"문석아! 야! 랩터! 도망쳐!"

철수형의 다급한 외침에 바로 대답한다.

"애들부터!"

천문석은 시선을 랩터에 고정한 채.

왼손에 들린 무쇠웍을 앞세워 단숨에 뛰어들었다.

순간 꺼지듯 훅 낮아지는 랩터.

천문석은 바로 옆으로 몸을 움직였다.

콰아앙-

쇠를 때리는 굉음이 터지는 순간 팔에 걸리는 엄청난 힘!

돌진하는 랩터의 갈고리발톱에 무쇠웍이 걸렸다!

무쇠웍을 든 손이 돌이라도 때린 듯 진동하는 순간.

천문석은 무쇠웍을 갈고리발톱을 향해 뻗은 채,

기합을 지르고 성큼성큼 좌우로 움직여 공격을 흘렸다.

으아악-

크르륵,

크륵, 크륵-

랩터 팔 바로 앞에 뻗은 무쇠웍이 미친 듯 흔들리고,

갈고리발톱에 긁힌 무쇠웍에서 쇠 갈리는 소리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왼팔이 충격에 덜덜 떨리고,

당장이라도 무쇠웍이 갈기갈기 찢겨나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천문석은 오른손의 무쇠 칼을 움켜잡고 기다렸다.

문득! 쇠 갈리는 소리가 뚝 끊기고,

랩터의 체고가 확 낮아졌다.

기다리던 돌진공격!

좌우로 피하던 천문석은 단숨에 안으로 파고들었다.

돌진하려 웅크리던 랩터는 맞돌진하는 천문석에게 흠칫 놀랐다.

이 짧은 순간,

천문석은 직감했다.

타이밍을 잡았다!

오른손의 무쇠 칼을 랩터의 웅크린 무릎관절에 온 힘을 다해 때려 박는다!

파아악-

힘과 체중이 실린 묵직한 무쇠 칼은 단숨에 랩터의 비늘을 자르고 관절에 박혔다!

끼이이익-

랩터의 소름 돋는 괴성이 터지는 순간,

천문석은 무쇠 칼을 놓고 바닥에 깔린 모래 위를 굴렀다.

콰앙-

구르는 동시에 폭음이 터지고, 섬뜩한 전율이 몸을 타고 흘렀다.

한 바퀴 굴러 땅에서 몸을 일으키자 보였다.

기계로 갈아낸 듯 움푹 패인 땅!

랩터는 아스팔트에 갈고리발톱을 박고 있었다.

구르는 게 조금만 늦었어도 저 발톱에 허리가 두 동강 났을 거다!

이때 천문석과 랩터의 시선이 마주쳤다.

랩터의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노란 눈.

이 노란 눈이 피가 차오르듯 붉게 변하고 있었다.

직감했다.

몬스터의 광기가 터진다!

랩터의 노란 눈이 완전히 붉게 변하는 순간.

괴성이 터졌다!

끼이이이익-

괴성에 담긴 흉포한 광기와 살기가 형체를 지닌 것처럼 몸을 두들긴다.

머리카락이 단숨에 곤두서고,

광포한 살기에 자신도 모르게 몸이 위축될 때.

불에 기름이라도 부은 듯 가슴이 끓어올랐다.

온몸을 태워버릴 듯한 분노!

으아아악-

분노를 함성으로 쏟아낸 천문석은 떨어진 망치를 주워들었다.

그리고 광기가 폭발한 랩터를 향해 마주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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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머리에 박힌 고기 망치.

뼈가 끊긴 팔은 어디론가 날아갔고,

무쇠 칼이 박혔던 관절은 으깨져 흔적도 없다.

랩터는 온전한 부위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박살 났다.

그리고 이 박살 난 랩터 앞에는 우그러진 무쇠웍과 이가 모조리 나간 무쇠 칼을 든.

천문석이 있었다.

허억, 허억-

가쁜 숨을 몰아쉬는 천문석.

랩터는 다리 한쪽이 작살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지만,

완전히 숨통을 끊어놓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광기가 폭발한 몬스터의 끔찍할 정도의 야성과 생명력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한쪽 다리가 아작나 기동력이 죽은 이상 잡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천문석은 별다른 상처 하나 없이 랩터를 잡을 수 있었다.

이때 머리 위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문석아! 빨리 위로 올라와! 급해! 거기! 밧줄!"

아이들을 구한 김철수가 창문에서 몸을 내밀고 급하게 외치고 있었다.

철수가 몸을 내민 창문 아래로 어느새 밧줄이 내려져 있었다.

"야! 빨리! 빨리 올라와! 그 밧줄 잡아!"

"알았어요!"

천문석은 바로 밧줄을 잡고 벽을 탔다.

이때 들려오는 이질적인 소리.

쿠우우웅-

엔진 소리가 빠르게 가까워졌다.

"어?"

익숙한 엔진음에 고개를 돌리자 보였다.

어린이 자동차!

엉망으로 찌그러지고 곳곳이 부서진 어린이 자동차가 건물 앞 공터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 어린이 자동차 뒤로 두 마리 랩터가 따라오고 있었다.

"이건 또 뭐야···?"

---

"..."

천문석은 문득 든 생각에 재빨리 밧줄을 잡고 위로 올라갔다.

2층 높이까지 올라가자 보였다.

어린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건 역시 돌머리 꼬맹이였다.

"저 녀석···. 뭐 하는 거야? 철수형!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3층의 철수에게 묻자,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저 자동차! 쟤가. 부가티 헌터 미니로 랩터들을 유인했어! 쟤 덕분에 애들이 살았다!"

"아니···. 무슨."

이게 10살도 안 돼 보이는 꼬맹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천문석이 어이없어할 때.

엔진음과 몬스터의 괴성을 뚫고 돌머리 꼬맹이의 씩씩한 외침이 들려왔다.

"특급 헌터가 왔다!"

돌머리 꼬맹이의 외침을 듣는 순간,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하-

말버릇처럼 특급 헌터를 외치는 꼬맹이.

이 순간 저 돌머리 꼬맹이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설령 헌터 허무인이라 하여도 저 꼬맹이보다 잘 해내지는 못했을 거다.

"문석아! 빨리 올라와!

이때 다시 들려오는 철수형의 목소리.

천문석은 이 순간 결정했다.

"철수형! 내가 신호하면! 이 밧줄 단숨에 잡아당겨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천문석은 빠르게 가까워지는 어린이 자동차를 가리켰다.

"꼬맹이. 밧줄로 묶을 테니까 창문으로 끌어올리고, 밧줄만 다시 던져줘요."

"뭐!? 야! 문석아!"

깜짝 놀란 철수의 외침을 뒤로하고.

천문석은 밧줄을 잡고 내려가며 소리쳤다.

"야! 돌머리 꼬맹이! 이쪽이다."

"알바!"

쿠우우웅-

바로 천문석을 향해 방향을 돌리는 어린이 자동차.

자동차는 순식간에 가까워지더니 빙글빙글 회전해 밧줄 앞에서 멈췄다.

끼이이익-

자동차가 멈추는 순간.

작은 폭음과 함께 보넷에서 뜨거운 연기가 확 올라왔다.

그리고 들려오는 반가움 가득한 외침.

"알바!"

천문석은 바로 안전띠를 풀고, 뒷덜미를 잡아 꼬맹이를 단숨에 차에서 끄집어냈다.

꼬맹이를 잡은 손에 느껴지는 떨림.

대담한 행동, 씩씩한 외침과 달리 꼬맹이는 덜덜 떨고 있었다.

무서움에 떨고 있는 이 꼬맹이가 저 무시무시한 랩터를 유인해 어린이 자동차가 퍼질 때까지 달렸다.

하! 이런 바보같은 꼬맹이라니!

참을 수 없는 통쾌함에 웃음이 터진다.

하-

“잘했다.”

천문석은 꼬맹이 어깨를 툭 치고, 재빨리 하네스를 벗어 꼬맹이에게 입혔다.

쭈우욱-

하네스 끈을 당겨 단숨에 꼬맹이의 몸을 고정하고,

밧줄을 하네스의 안전고리에 묶는다.

"알바! 얼른 가자! 도마뱀! 도마뱀 엄청 많아!"

꼬맹이는 천문석의 옷깃을 꼬옥 잡은 채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때 매듭을 다 묶은 천문석이 위를 향해 외쳤다.

"철수형! 당겨요!"

"알았어!"

밧줄이 팽팽해지고 꼬맹이가 단숨에 위로 끌려 올라갈 때,

천문석은 몸을 돌려 앞으로 뛰었다.

"어!? 알바! 어디가!"

"잘했다! 꼬맹이!"

천문석은 뒤돌아보지 않고 외쳤다.

정면, 빠르게 가까워지는 랩터가 보였다.

랩터의 엄청난 점프력.

줄에 매달린 채 같이 공중에 있다간, 한 방에 둘 다 훅 간다.

누군가는 남아서 막아야 했다.

그리고 누가 남아야 할지는 분명했다.

바보 꼬맹이를 남겨둘 수는 없으니까.

하-

천문석은 통쾌하게 웃으며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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