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4화 (15/1,336)

# 15

비정규직 천마 - #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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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

[긴급속보입니다!]

이때 벽에 걸린 텔레비전에서 나오던 소리가 변했다.

웅성거리던 사람들의 시선이 텔레비전으로 모였다.

스포츠 중계가 나오던 채널에서는 어느새 긴급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서울지역 던전 발생!]

[1급 몬스터 위기 경보!]

화면 반을 가리는 붉은 자막.

아나운서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지금 현재. 서울 일부 지역에 던전과 균열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건 실제 상황입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외출을 삼가시기 바랍니다.]

[현재 서울 전 지역의 무선 통신망이 산발적인 게이트 침묵 상태입니다.]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통해 상황을 주시해 주십시오.]

[현재 확인된 던전과 균열, 몬스터는 홈페이지 ‘www.hunter_kr.go.kr’에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현재 외출 중인 시민 여러분께서는 바로 대피 장소로······.]

콰아앙-

크와아아아-

이때 엄청난 폭음과 공기를 찢는듯한 괴성이 들려왔다.

흐어억-

꺄아악-

비명이 사방에서 터져 나오고,

식탁과 불판, 잡다한 물건들이 뒤섞여 와르르 땅으로 쏟아졌다.

고깃집 안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폭음과 괴성이 들려온 입구 반대쪽으로 도망쳤다.

이 순간 천문석은 벌벌 떨면서도 오히려 입구로 달렸다.

오랜 시간 생사를 넘나들던 무인의 습관이 천문석을 움직이고 있었다.

상황을 먼저 파악하고,

한발 먼저 움직인다!

천문석은 떨리는 몸을 벽 뒤에 숨기고 폭음이 들려온 곳을 확인했다.

고깃집이 위치한 골목길과 큰길이 만나는 곳.

검은 연기를 뿜으며 활활 불타는 자동차 한 대가 뒤집혀 있었다.

폭음의 정체는 저 자동차.

이때 검은 연기 사이로 얼핏 보이는 무언가.

순간 소름이 돋았다.

도심에서 볼 수 없는 두 발로 선 무언가!

어깨쯤 오는 체고.

전신에서 반짝이는 비늘.

위로 솟은 머리와 땅에 끌리는 꼬리.

앞으로 내민 손끝에는 날카로운 갈고리발톱이 반짝인다.

공룡형 몬스터!

랩터다!

천문석은 바로 몸을 뒤로 빼며 외쳤다.

"사장님! 셔터 키!"

"네···? 네?"

폭음에 넋이 나간 듯 고깃집 사장은 제대로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천문석은 바로 카운터로 달려갔다.

"사장님! 여기 서터키 어떤 거예요!"

"네? 셔터? 앗! 셔터 열쇠!"

이제야 정신을 차린 사장.

사장은 다급히 서랍을 열고 열쇠를 꺼내 내밀었다.

천문석은 사장이 내민 열쇠를 낚아챘다.

그리고 바로 입구로 달려가 강화 셔터를 풀고 내렸다.

드르륵-

셔터 소리에 정신을 차린 몇몇 사람들이 뛰어왔다.

참전 경험이 있는 40, 50대. 남녀.

드르르륵-

순식간에 4개로 나눠진 셔터가 일제히 내려진다.

천문석과 같이 셔터를 내리는 사람들이 안쪽의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조명! 불 다 꺼요!"

"텔레비전! 소리 낮추세요!"

“의자! 테이블 가져와요!”

“입구 막아야 합니다!”

"뒷문! 사장님! 뒷문 확인하세요!"

...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다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로 조명이 꺼지고, 텔레비전 소리가 확 낮아졌다.

사람들이 테이블에 달라붙어 입구 쪽으로 나르기 시작했다.

몸을 낮춰 골목길을 주시하며 셔터를 내리는 천문석.

천문석은 무거운 셔터를 내리며 내심 안심했다.

묵직한 강화 셔터는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는 밀폐형이었다.

안전 규격에 맞춘 셔터라면 어지간한 몬스터의 공격은 막아줄 것이다.

그러나 반쯤 셔터를 내렸을 때, 골목길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잠시만! 잠시만요!"

연기를 뿜어내는 자동차 뒤에서 나타난 사람들.

이 사람들은 셔터가 내려가는 모습을 보더니 더 크게 소리쳤다.

"멈춰요! 여기 사람 있어요!"

천문석 옆에서 셔터를 내리던 사람들은 이미 셔터를 모두 내리고 잠근 상태.

달려오는 사람들의 시선이 천문석에게 향했다.

"멈추라니까! 야! 이 새끼야!"

"빨리! 빨리 내려요!"

"멈춰요! 멈춰!"

“저기! 사람 있어요!”

"야! 뭐 하는 거야!"

"당장 잠가요!"

...

안과 밖.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쏟아지는 악다구니.

천문석은 여전히 천천히 셔터를 내리다가 무릎쯤에서 멈췄다.

순간 가게 안의 모든 시선이 천문석에게 모였다.

"뭐 하는 거야! 빨리 내려!"

"당장 잠가!"

"...온다고!"

가게 안쪽에서 고함이 계속 쏟아질 때.

셔터 아래에서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시발! 허억- 기다리라..."

천문석은 상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튀어나온 손을 잡고 단숨에 끌어당겼다.

그리고 셔터 아래로 손을 내밀어 잡히는 것은 모두 안으로 끌어당겼다.

으억-

꺄아악-

...

쾅, 쾅, 쾅-

순식간에 미끄러져 가게 안으로 끌려들어 오는 사람들.

천문석은 일곱 명을 끌어당긴 후, 잡히는 것이 없자 땅에 엎드려 밖을 확인했다.

골목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사람에게 다시 한번 확인한다.

"밖에 사람들 더 있습니까?"

"어, 어···. 안에 내가···."

눈앞에서 내려가던 셔터에 분노해 미친 듯 달리다가 갑자기 안으로 끌어당겨 진 상황.

젊은 남자는 급변하는 상황에 정신이 반쯤 나간 듯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천문석은 남자의 멱살을 틀어쥐고 눈을 똑바로 보고 물었다.

"대답해요. 뒤에 사람 있습니까?"

"없어요! 어서 닫아요!"

이때 같이 끌려들어 온 여자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빨리 닫아!"

"뒤에 사람 없다잖아!"

...

가게 안쪽에서도 다급한 외침이 잇달아 들려왔다.

천문석은 다시 한번 밖을 확인하고,

셔터를 완전히 내리고 고정 기어 손잡이를 잠갔다.

끼이익, 턱-

하아-

으으으-

입구가 완전히 막히고 가게 안이 어두워지자,

사방에서 안도의 한숨이 쏟아졌다.

소리 없는 텔레비전의 불빛만 밝혀진 가게 안.

사람들의 한껏 낮춘 목소리가 들렸다.

"...밖은 어때요?"

"몬스터···. 정말 몬스터가 나온 건가요?"

...

마지막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몸을 벌벌 떨면서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의 엉망으로 구른 모습과 공포에 질린 표정만으로도 충분했다.

"거기 그 사람들 물 좀 줘봐요."

몇몇이 건네주는 물을 마시자, 차츰 진정이 됐는지 떨리는 몸을 멈추고 대답을 한다.

"밖에 어떻게 된 거예요?"

"몬스터 나온 거 맞습니까?"

"...몬스터가 쏟아져 나왔어요. 나는, 나는···. 간신히 도망쳤는데···. 어떡해···. 미선 선생님을···. 내가···."

사람들의 질문에 한 여자가 정신이 나간 듯 횡설수설 대답했다.

무릎 아래가 찢어져 반만 남은 바지와 피가 맺힌 피부.

얼마나 다급했는지 신발 한 짝은 어디론가 사라진 채 맨발이다.

몬스터라는 이야기에 사람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이때 누군가 일어나서 물었다.

"혹시. 여기 각성자 있습니까?"

"헌터, 헌터 없어요?"

"무기 가진 사람도 없나요?"

...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가게 안에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건 비무장인 일반인들에게는 항거불능의 재앙이었다.

2차 세계대전의 야간 공습 때처럼 등화관제를 하고 제발 여기에는 폭탄이 떨어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수밖에 없다.

긴급속보를 전하는 텔레비전 불빛만이 밝혀진 어두운 가게 안.

사람들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고,

몇몇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산발적인 게이트 침묵과 통화량 폭주로 무선 통신은 먹통,

하나 있는 가게 전화도 전화선이 끊겼는지 반응이 없었다.

"젠장···."

누군가 울분을 담아 낮게 중얼거린 순간.

쿵, 쿵, 쿵-

가게 바닥이 진동하는 북처럼 요동쳤다.

멀리서 파도처럼 땅을 타고 오는 진동에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이 정도 진동이면 보통의 몬스터가 아니다.

천문석은 셔터를 닫기 전 봤던 공룡형 몬스터, 랩터를 생각했다.

어깨 정도 체고에 길게 뻗은 꼬리까지 전신은 2미터 정도.

캥거루처럼 두 발로 걷던 그놈은 60-80kg 정도 나갈 것이다.

공룡형 몬스터, 타글란.

영화 쥬라기 공원에 나온 공룡 랩터를 닮아, 랩터라 불리는 그놈은 아니다.

이 정도 진동이면 훨씬 크고 강한 놈이다.

이때 누군가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거대 괴수···?"

"..."

몇 배는 무거운 침묵이 가게 안에 내려앉았다.

천문석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영상으로 봤던 거대 괴수.

누군가의 말대로 거대 괴수일 가능성이 컸다.

랩터와 거대 괴수···.

밖에 얼마나 많은 몬스터가 있을지 감이 안 왔다.

그리고 문득 드는 생각.

'이렇게 웅크려 숨어있다니···.'

천문석은 숨어있는 자신의 무력함에 가슴이 무거웠다.

아니 사실 이건 분노에 가까웠다.

현생의 비정규직 알바,

전생의 마도 지존 천마.

현생의 알바에겐 재앙을 피해 숨는 건 당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전생의 천마에게 적 앞에서 숨는다는 건 수치였다.

현실과 전생의 괴리가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힘없는 자의 분노는 스스로를 태우는 법.

천문석은 깊게 숨을 고르며 되뇌었다.

‘나는 천마가 아니다.’

‘나는 알바 천문석이다.’

...

같은 말을 열 번쯤 되뇌고,

들끓던 가슴이 가라앉기 시작할 때.

누군가 셔터를 두들겼다.

툭, 툭, 툭-

"안에 사람 있죠? 제발···. 제발······. 이 문 좀···. 열어주세요···."

소리를 내는 게 두렵다는 듯 조심스럽게 셔터를 두들기는 손.

한껏 낮춘 공포에 질린 목소리.

가게 안 모두의 시선이 셔터 앞, 천문석에게 모일 때.

천문석은 바로 움직였다.

안과 밖 서로의 이익이 상반되는 상황.

그러나 소음과 사람은 몬스터를 모은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을 끄는 건 최악의 수.

빠르게 선택하고 행동해 상황을 주도해야 한다.

천문석은 망설임 없이 잠금 기어를 풀고 셔터를 무릎까지 올렸다.

드르륵-

열린 셔터 사이로 빛줄기가 들어왔다.

"어, 어!"

"거기! 뭐해요!"

"너 뭐 하는 거야! 야!!"

...

갑자기 쏟아진 빛과 열린 셔터에 사방에서 경악한 목소리가 들려올 때,

천문석은 몸을 숙이고 셔터 밑으로 손을 내밀었다.

손에 팔이 잡히는 순간,

바로 잡아당긴다!

생각보다 더 가벼운 무게에 천문석은 깜짝 놀랐다.

셔터 아래로 단숨에 끌려오는 작은 몸.

눈물, 콧물로 엉망이 된 얼굴.

눈에 익은 노란 옷.

파르르 떠는 몸.

가게 안으로 끌려들어 온 건,

초등학교도 안 갔을 어린아이였다.

...

"..."

천문석을 제지하러 달려오던 사람들이 안으로 끌려 들어온 아이를 보고 우뚝 멈춰섰다.

하아-

허어-

사방에서 탄식이 터지고 사람들이 다급하게 움직였다.

"거기! 애들 받아요! 어서!"

"물이랑, 덮을 옷 좀 챙겨요!"

...

미끄러지듯 들어오는 아이들을 챙기는 사람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젊은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으아, 으아-

제대로 울지도 못한 채 엎드려 부들부들 떨고 있는 아이들.

보육교사로 보이는 여자는 엉망이 된 얼굴로, 떨고 있는 아이들을 끌어안고 흐느꼈다.

"애들아 울지마. 괜찮아···. 이제···. 괜찮아···."

"밖에 애들 더 있습니까?"

천문석이 물었지만, 보육교사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고 아이들을 껴안은 채 떨고만 있었다.

가게안사람들이 떨고 있는 아이들에게 옷을 덮어주고 물을 먹이는 사이,

천문석은 밖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우선 셔터를 잠갔다.

이때 아이들을 껴안은 채 떨고 있던 여자가 천문석을 봤다.

"...부점장님?"

"...어?"

천문석은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온 여자가 누군지 이제야 알아봤다.

건물 앞에 철수형과 같이 앉아 있을 때,

아이들을 데리고 건물로 들어가던 어린이집 보육교사다.

정기적으로 어린이집 아이들을 인솔해와 안면이 있던 사이다.

천문석은 이름표를 힐끗 보고 물었다.

"이미선 씨?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어린이집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고···. 아이들이. 아이들이···."

이미선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 채 눈물을 뚝뚝 흘렸다.

천문석은 바로 아이들의 수를 셌지만, 곧 깨달았다.

이런 젠장!

총 몇 명인지 모르니 헛짓이다.

"미선 씨. 밖에 애들이 남았나요?"

"어떡해요···. 어떡해···."

“이미선씨! 미선씨!”

몇 번이나 물었지만, 이미선은 바들바들 떨면서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딱, 딱-

천문석은 이미선의 눈앞에서 손가락을 튕겼다.

눈동자의 초점이 맞지 않고,

소리와 움직임에 반응하지 않는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바들바들 떨면서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가벼운 쇼크 상태.

가만히 놔두기만 해도 좋아질 것이다.

평소라면 쇼크에서 벗어나길 기다렸겠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짜악-

돌연 울리는 날카로운 소리.

바들바들 떨던 이미선이 옆으로 쓰러졌다.

천문석이 쇼크에 빠진 이미선의 뺨에 따귀를 날린 것이다.

이미선이 충격에 픽 쓰러지자,

두 사람을 보고 있던 사람들의 놀란 목소리가 사방에서 쏟아졌다.

꺄아아악-

"당신! 뭐 하는 거야!"

"저 사람 뭐야!"

"저놈 잡아!"

날카로운 비명과 외침.

그러나 자기 목소리에 오히려 깜짝 놀란 사람들이 스스로 입을 막았다.

천문석은 주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따귀를 맞고 쓰러진 이미선의 턱을 움켜잡고 거칠게 들어 올렸다.

허억-

반사적으로 움츠러드는 몸,

그러나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왔다.

천문석은 불안하게 떨리는 눈동자를 노려보며,

위협하듯 낮고 강한 어조로 질문했다.

"이미선 씨. 생각하세요. 지금 밖에 애들이 있습니까?"

"네, 네!"

"몇 명입니까?"

"... 두 명. 두 명이요! 나중에 온···. 혜미 선생님이 애들 손을 잡고 있었는데···. 혜미 선생님이···. 내가, 내가 애들을 잡아야 했는데···."

이미선이 다시 몸을 떨며 쇼크에 빠지려 하자 천문석은 다시 손을 들어 올렸다.

각인된 폭력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

이미선이 깜짝 놀라 몸을 움츠릴 때.

천문석은 재빨리 다시 물었다.

"아이들. 어디서 잃어버렸습니까?"

"공터. 키즈카페 건물 공터. 거기에 장난감 자동차를 탄 아이가 있었는데···. 거기서···."

그리고 터져 나오는 울음.

으아, 으아앙-

천문석은 아이처럼 펑펑 울기 시작한 이미선을 잡은 손을 놓았다.

털썩 쓰러진 이미선을 아이들이 달려와 껴안고,

주위 사람들의 비난하는 시선이 천문석에게 쏟아졌다.

"야! 너 뭐 하는 새끼야!"

"당신!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다뤄요!

...

사방에서 비난이 쏟아졌지만, 천문석은 듣지 못했다.

천문석은 지금 있는 고깃집과 키즈카페의 위치를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었다.

수십 년 동안 살아온 동네다.

주변 지형이 순식간에 머릿속에 그려진다.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놓친 장소는 키즈카페 건물 앞 공터.

그 공터는 셔터를 내리기 전 공룡형 몬스터 랩터를 본 큰길과 이어진다.

공룡형 몬스터, 랩터.

홀로 남겨진 두 아이.

아동용 자동차를 탄, 돌머리 꼬맹이.

묵직해지는 가슴.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는 상황이다.

"어떻게 할까?"

문득 말하는 순간.

천문석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깊게 다섯 번 호흡 했다.

억눌러놨던 분노가 다시 끓어 오르고.

끓어오르는 분노는 전생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현생 알바 천문석의 최선은 여기서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나 들끓어 오르는 분노가 말한다.

'나는 천마다. 타인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마인.'

순간 입가에 오연한 미소가 그려지고,

당연히 이어질 뒷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그렇다면 당연히. 자신의 목숨도 하찮게 여겨야 한다."

마도 18문의 지존,

천마 천문석이 가졌던 단 하나의 신념.

무공을 잃어도,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천문석은 몸을 일으켰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결정한 순간 바로 움직인다.

주방으로 들어가 묵직한 무쇠웍과 고기 망치, 두툼한 무쇠 칼을 챙긴다.

"지금 무슨···!?"

"당신 뭐 하려고···?"

"거기 학생. 진정해요···."

...

자신들이 비난하던 사람이 갑자기 주방에 들어가 칼을 들고나오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러나 천문석은 주위로 시선을 돌리지 않고 직선으로 셔터로 걸어갔다.

이 강화 셔터 뒤, 몬스터들이 있다.

이 순간.

온몸을 저릿저릿하게 울리는 살기,

코가 떨어져 나갈듯한 피비린내가 훅 올라왔다.

느껴질 리 없는 살기와 피비린내를 느끼며.

천문석,

전생 천마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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