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94화 (94/225)
  • 94화. 새먼트와 용병단 (2)

    “자, 다들 이제 슬슬 출발하자고!”

    용병 단원들은 아직 해도 다 뜨지 않은 새벽임에도 분주히 움직였다.

    “끄아아아… 삭신이야…….”

    전날 전투에 온몸이 비명을 지르는지 단원들은 저마다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몸을 움직이는 것을 게을리하지는 않았다.

    “여! 거기 마법사 꼬… 꼬마는 좀 그렇고 뭐라고 불러야 하나 그래.”

    “넬라예요.”

    “그래, 넬라 양. 먼저 마차에 타 있어. 괜히 이 근처 왔다 갔다 하다가 다치지 말고.”

    넬라를 걱정하는 피르칸의 투박한 말투에 다정함이 뚝뚝 묻어나왔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는 넬라에게 씨익 웃어준 피르칸은 제 머리를 멋지게 쓸어 넘겼지만, 그곳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은 없었다.

    “크흠… 야! 발테리!! 너 이 자식 어디 갔다가 이제 와!?”

    “아, 저 화장실을 좀…….”

    “하여튼 이 자식은 아침만 되면 화장실 핑계로 꼭 사라진다니까?”

    “진짭니다! 눈뜨면 배가 아픈 걸 어찌합니까!?”

    “시끄러워, 이 자식아!”

    루카스와 일행들 역시 아침부터 활기찬 용병 단원들을 도와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참, 저 친구들 아주 괜찮은 친구들인 것 같아.”

    그런 그들을 바라보던 단장이 새먼트에게 넌지시 칭찬했다.

    “그렇죠? 내가 아카데미에 있을 때부터 아주 귀여워했다니까! 하하하!”

    “실력도 엄청나고 말이야. 저 친구들은 방학 때 뭐 아르바이트 안 하나 그래?”

    “하이고, 형님. 쟤네가 지금 꼬질꼬질해서 그렇지 다들 알만한 집 자식들인데, 그 푼돈 벌겠다고 방학 때 용병 단을 따라다니겠어요?”

    “그래…? 그럼 뭐 어쩔 수 없고…….”

    그 말에 용병 단장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입맛을 다셨다.

    “자! 그럼 출발하자고!”

    “예!”

    ***

    그저 모래뿐인 황량한 사막 위에서 길을 어떻게 찾는 건지, 용병 단원들이 탄 마차는 거침없이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두 대의 마차에 나눠서 탄 단원들과는 달리, 루카스와 일행들은 한 마차에 모두 타 있었다.

    그들의 실력을 아는 단원들은 선두에 선 마차에 일행들을 모두 태우고, 단장을 비롯한 새먼트와 피르칸까지 같이 탑승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선두에 선 마차는 만석이었다.

    “아오, 목이 칼칼해 죽겠네.”

    계속되는 모래 먼지에 단원들은 목이 칼칼한지 연신 캑캑거리고 있었다.

    “아, 시타타에 빨리 도착하면 좋겠네.”

    “크으… 시타타는 언제 가도 좋단 말이지. 맛있는 음식들 하며…….”

    “단장! 우리 이번에도 그 여관에서 자는 거요?”

    “그래! 거기! 진짜 좋았는데…….”

    마차에 탄 새먼트와 피르칸은 시타타에 대해 들뜬 목소리로 떠들고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시타타는 지난 3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골드나인 상단주가 멱살 잡고 끌어올린 시타타의 환경과 경제기반 덕분에, 새로운 공국이라도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래. 시타타 좋지. 이번에 가면 한 삼사일 푹 쉬다가 넘어가자고!”

    “오예! 단장 최고!”

    루카스는 미리 새먼트에게 언질을 주어, 자신이 로드리고가의 장남인 것을 말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해 두었다.

    그 때문에 단원들은 모두 잠잠했지만, 시타타에 들어서면 그도 모두 끝이 날 것이다.

    “아, 그보다 저번에 들어왔던 그 의뢰, 할 거요?”

    “어떤 거?”

    “아, 그 있잖아. 무슨 종교에서 말했던 거 있잖아요.”

    “아아, 그 부활교에서 들어온 거 말이지?”

    이제야 생각이 난 듯, 단장은 제 허벅지를 찰싹 내리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안 할거여.”

    “엥? 왜요? 그거 보수가 꽤 괜찮지 않았나?”

    새먼트의 말에도 단장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느낌이 안 좋아.”

    “하, 참! 가끔 보면 단장은 이상한 걸 잘 믿는 구석이 있더라?”

    “그래, 맞아. 저번에도 꿈자리 사납다고 의뢰 취소했잖아?”

    하지만 단장은 단원들의 타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젓기만 할 뿐이었다.

    “너희가 뭘 몰라서 그래. 그때 꿈자리가 어찌나 흉흉하던가! 어휴!”

    “아니, 그래 놓고 왜 그 꿈 얘기는 아직도 안 해주는 거요?”

    “들으면 너네도 깜짝 놀라서 아주 바지춤이 축축해지는 기분이 들 거다!”

    “아니, 얘기를 해보라니까 그러네!”

    “이게 어디서 소리를 질러싸! 콱!”

    그들의 시답잖은 투덕거림을 보고 있던 루카스가 입을 열었다.

    “근데 부활교가 뭡니까?”

    “엥? 부활교를 몰라?”

    루카스의 물음에 놀라 되묻는 단장.

    “아, 얘네는 모를 수도 있어. 아카데미가 학생들 보호 차원에서 정보를 조금 절제하거든.”

    단장의 물음에 새먼트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덧붙였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광장만 나가더라도 정보가 수두룩한데?”

    “뭐, 놀러 안 나갔나 보지.”

    정확했다. 아카데미 생활이 길어질수록 바깥에 나가는 횟수는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밖에 나갈 때마다 생겨나는 귀찮은 일들이 외출을 안 하는 데 한몫했다.

    상급반 이상부터는 재학생들의 얼굴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다.

    그 이유는 용병단이나 다른 나라에서 실력 있는 학생들을 영입하기 위함도 있었고, 생활에서 크고 작은 일들을 황실 마법사에게 부탁을 하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게 처리할 수 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아이들은 상급반에 진학한 이후부터, 밖에 나가면 열 걸음마다 한 번씩 귀찮은 부탁들에 맞닥뜨려야 했다.

    그중 가장 곤욕인 것은 폴라였다. 다른 아이들은 귀족가 자제라는 이유로 시답잖은 부탁을 하는 것을 어려워했지만, 평민인 폴라에게는 사람들이 막무가내로 달려들기 일쑤였다.

    “부활교는 엄청난 종교지.”

    “신전이 아닌 종교요?”

    “그래, 그런데 여태까지 나타났던 그런 시답잖은 종교들이랑은 달라.”

    “……?”

    “엄청나다고! 생겨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지간한 신전보다 신도 수가 훨씬 많을걸?”

    부활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단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격앙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갔다.

    “그래, 그 어디야? 헤르도네! 헤르도네 신전보다 신도 수를 앞섰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헤르도네’라는 이름을 들은 루카스의 미간이 순식간에 좁아졌다.

    기쁨의 여신인 헤르도네는 태초부터 존재했던 신으로 그 뿌리 자체가 남달랐다.

    그런 헤르도네의 신도 수를 앞섰다니.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헤르도네를 말입니까?”

    “그래! 엄청난 종교야.”

    “맞아, 맞아. 이번에 들어온 의뢰도 무슨 자금 전달이던데.”

    “뭐 보육원이나 양로원 건설 자금이겠지. 참, 좋은 일도 많이 하고 그치?”

    단원들은 그 누구 하나 부활교에 대해 나쁘게 얘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왜 안 하는 겁니까? 그 의뢰.”

    그 부분에 의문이 든 루카스가 다시 한번 물었다.

    “말했잖냐. 느낌이 안 좋다고.”

    어깨를 으쓱하며 땅콩을 까서 입에 넣는 단장을 바라보는 단원들의 표정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참나, 어이가 없어서…….”

    -끼오오오! 끼에에에!

    그때였다. 창공을 가르는 소름 끼치는 소리에 단원들은 순식간에 검집을 그러쥐며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창문을 열어 바깥을 확인하자 한 무리의 와이번 떼가 눈에 들어왔다.

    “와, 와이번이다!!!”

    그 소리를 들은 루카스의 표정이 순식간에 심각해졌다.

    ‘젠장! 내가 뭣 하러 그런 소릴 해가지고!’

    스콜피온을 처리했을 때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저, 전원 전투태세!!!”

    -끼오오오오!

    “너희도 도와줘!”

    새먼트의 다급한 외침에 루카스와 일행들 역시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백작님? 내가 오랜만에 제안 하나 드려도 될까요?”

    시비에 백작의 집무실에 앉은 금발의 여인은 골드나인의 상단주인 앨리 오리네우스였다.

    “……또 말입니까?”

    그런 그녀의 말을 들은 백작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앨리가 저런 말을 할 때면 항상 무언가 큰일이 벌어지고는 했었다.

    마지막으로 했던 일은 드워프들과 협업하여 아티팩트를 만들어 수출하는 큰 사업이었다.

    물론 앨리가 손대는 일은 언제나 엄청난 성과를 가져다주었다.

    척박한 땅 시타타를 작은 국가에 버금가는 땅으로 만든 장본인이 앨리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네, 뭐. 예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시타타는 다 좋은데…….”

    “……좋은데?”

    “접근성이 좀 안 좋은 것 같아서요. 들어오는 상단들마다 불평을 자꾸 하더라고?”

    눈앞에 놓인 쿠키를 시큰둥하게 집어 한입 베어 문 앨리가 말을 이어갔다.

    “그게 또 무슨…….”

    “우리 근처에 땅을 좀 사볼까요?”

    “…….”

    “많이는 말고… 그냥 뭐 적당히…….”

    무서웠다. 앨리가 저렇게 말하는 일치고 작은 일이 없었다.

    어지간한 일들은 먼저 조치를 취한 뒤, 백작에게 보고하는 앨리가 먼저 허락을 구하는 일이라면 스케일이 작은 일은 아닐 것이다.

    “…….”

    “싫으신가? 아니, 나는 뭐 주변에 도로만 정비해도 되긴 하는데… 그럼 거기 있는 상권은 또 다른 애들이 다 먹을 거 아니에요? 그럼 우리가 버는 돈은 또 적어지고…….”

    “그건…….”

    “아니, 내 말은 뭐 우리가 전부 다 해 먹어버리자! 그런 게 아니라. 그렇게 힘을 키우는 사람들이 생겨나면 질서가 없을 거란 말이죠?”

    “…….”

    “내 말이 틀린가?”

    앨리의 말이 틀린 적은 없었다. 그 사실을 백작이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앨리의 말대로 백작저에서 떨어진 땅에 도로를 개간한다면 그 주변으로 작은 상점가나, 마을들이 형성되기 쉬웠다.

    하지만 백작가에서 하나하나 전부 관리를 하지 못한다면 통행료를 받는다거나, 서민들의 생활을 위협하는 치들이 생겨나기 쉬웠다.

    그런데 그 땅들을 모두 사들여 백작가에서 관리한다면, 그런 일이 생겨날 확률은 훨씬 줄어들 것이었다.

    “……맞습니다.”

    “그럼 우리가 그 땅들을 좀 사서 도로도 새로 깔고, 새로운 상권도 형성하고 하면 좋지 않겠어요?”

    “저… 앨리님. 앨리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맞는데… 저희가 무슨 나라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아니, 우리가 뭐 나라를 만들자~ 그런 건 아니죠. 그런데 시타타를 좀 보세요. 우리가 뭐 영지민들을 착취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적이 있나?”

    사뭇 격앙된 말투로 백작을 채근하는 앨리.

    “없죠…….”

    “시타타로 이주한 사람들의 만족도가 얼마나 높은지는 아시잖아요? 또 백작님께서 얼마나 투명하게 영지를 운영하고 계시는데!”

    “…….”

    “그러니까 우리가 그런 악의 씨앗이 자라날 우려를 굳이 남겨둘 필요가 있겠냐는 거예요. 우리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냥 확 다 사가지고……!”

    그랬다. 앨리는 지금 백작령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있는 땅을 전부 사자는 얘기였다.

    “전부 다……?”

    “……아, 뭐. 전부 다는 아니더라도.”

    “…….”

    “이미 그 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팔지 않겠다고 하면 뭐, 도로를 개간하는 데에 돈을 보태라고 하든지…….”

    “그건 안 됩니다.”

    “그게 아니라면 백작령으로 완전히 들어올 기회를 줘도 되고요.”

    “…….”

    더 이상 좋은 대답은 없었다. 앨리가 가진 대화 기술 중 하나에 언제나 휘말리고 마는 시비에였다.

    좋지 않은 선택지 뒤에 남겨두는 최상의 선택지.

    그걸 내밂으로써 거절을 막는 앨리의 기술.

    괜히 세계 최고의 상단주가 아니었다.

    “그럼 우선 진행을 조금 해볼까요?”

    편히 있던 몸을 앞으로 일으킨 앨리가 씨익 웃어 보였다.

    “……그러세요.”

    언제나와 같이 말뿐인 제안이었다. 실상은 그저 제안을 가장한 통보나 다름없었다.

    ‘하아… 이번엔 또 얼마나 일을 크게 키우시려고…….’

    백작의 얼굴에는 근심이, 앨리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그럼, 이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백작은 활짝 웃으며 내민 앨리의 손을 어색하게 붙잡았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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