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117화 (117/175)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117화

117. 전쟁 준비(1)

녀석들의 몸이 붕 떠올랐다.

“으악!!”

“뭐, 뭐야!!”

거꾸로 매달린 녀석들은 비명을 질러 댔다. 공중에 떠오른 신체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당황한 것이 분명했다.

천가의 피를 이용해 염동력을 발생한 나는 녀석들의 신체를 들어 탈탈 털기 시작했다.

“놔 줘! 놔 달라고!”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는 녀석들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내가 분명 말했지. 다 놓고 꺼지라고.”

“그, 그건!”

녀석들의 눈은 여전히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어떻게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머리를 굴리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네놈들의 생명의 은인이다. 그런데 감히 은혜도 모르고 내 물건을 훔쳐 가?”

차갑게 내려앉은 내 눈빛을 마주한 갈색 머리의 일반인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니야…… 아니야…… 이건!”

“아니긴 뭐가 아니야!”

짝!

녀석의 뺨이 돌아갔다. 상대방이 일반인이었기 때문에 모든 힘을 빼고 때렸지만, 힘 조절이 완벽할 수는 없었다. 녀석의 뺨이 점점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으으…….”

당장이라도 혼절할 것 같은 모습. 그러나 나는 멈추지 않았다. 몇 번이고 녀석의 뺨을 내리쳤다. 네 번째 녀석의 뺨을 내리쳤을 때, 녀석의 미약했던 반응이 멈춰 섰다.

나는 녀석의 목에 손을 올려놓았다. 미약하게 뛰고 있는 맥박. 다행히 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일반인들은 딱 네 번 정도가 적당하겠군.”

좀 전에 때린 강도를 몸에 기억해 둔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히익-!”

공중에 거꾸로 매달린 덩치 큰 사내는 공포에 잠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발…… 제발 살려 주십시오. 잘못했습니다. 제가 잘못했으니 제발 목숨만은…….”

“누가 죽인데?”

짝-!

덩치 큰 사내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 역시 뺨이 부어올랐다.

반쯤 정신이 나간 녀석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

짝-!

녀석의 얼굴에 공포가 드리웠다.

그러나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녀석을 바라봤다.

얼굴을 보면 볼수록 한숨이 새어 나왔다.

“하…… 내가 너희들을 왜 구했을까? 그냥 노예로 팔려 가게 내버려 둘걸.”

“히익-!”

덩치 큰 사내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퉁퉁 부어오르기 시작한 뺨이 발음을 뭉개고 있었지만, 녀석은 계속해서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하,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제가 뭐든 하겠습니다.”

짝-!

“뭐든?”

“으으…… 네! 그, 그렇습니다. 뭐든!”

녀석은 황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아줄을 붙잡기라도 한 듯 안색이 밝아지는 녀석의 얼굴을 보자 재밌는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음…… 그렇단 말이지?”

나는 생각을 정리한 뒤 입을 열기 시작했다.

“말은 잘하는 편인가?”

“자, 잘합니다. 제가 하는 일이 중고차 판매원이라…… 입 터는 거 하나는 자신 있습니다.”

“중고차 판매원…… 딱 좋군. 그럼…….”

나는 공포에 질려 있는 녀석에게 몇 가지를 부탁했다. 녀석은 다행히도 흔쾌히 내 ‘부탁’을 들어 주겠다며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하겠습니다. 무조건 하겠습니다.”

“그래, 고맙다.”

나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하하, 제가 감사하죠. 아, 악수……! 제가 몸이 거꾸로 들려 있어서 헷갈리네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덩치가 큰 사내는 부은 뺨을 가지고도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뭔 소리야. 악수는 개뿔.”

“네? 그게 무슨…….”

“아직 한 대 남았잖아. 친구랑 똑같이 맞아야지. 너 이기주의야?”

“……네?”

짜악-!

녀석의 뺨이 완전히 돌아갔다.

* * *

한 지역을 지배하는 군주가 사는 오래된 성.

그곳에서 검은 피를 잔뜩 흘리고 있는 존재는 다름 아닌 성의 주인이었다.

“네가 감히……!”

울컥 올라오는 피를 토한 악마가 고개를 들어 누군가를 노려봤다. 시선을 받은 존재는 평온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악마를 내려다봤다. 점점 올라가는 입꼬리와 차갑게 내리깔리는 냉소. 하찮은 미물을 보듯 악마를 바라보던 존재의 입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큭. 너…… 이렇게 약한 녀석이었어? 네놈이 나에게 힘을 줄 때만 하더라도 신처럼 느껴졌는데 말이야.”

“네, 네놈이 감히! 지금까지 키워 준 은혜도 모르는 것이냐……!”

“은혜? 네가 말하지 않았나? 악마의 힘을 받았으면 악마처럼 생각하고 악마처럼 행동하라고. 난 네놈의 가르침을 따랐을 뿐인데…….”

악마를 내려 보며 비릿한 웃음을 짓는 존재는 다름 아닌 천지훈이었다.

마계를 관장하는 72 악마 중 하나인 푸르푸르는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천지훈을 노려봤다.

“내가 네놈을 찢어 죽일 것이다! 지옥 불에 달구고 사지를 찢어…….”

“아, 거참 말 많네.”

콰르릉-!

귀를 후비며 가리킨 손가락을 따라 검은 번개가 내리쳤다.

“끄아아악!!”

한참을 고통에 몸부림치던 푸르푸르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중얼거렸다.

“어, 어떻게 내가…….”

“번개를 다루는 네가 어떻게 이렇게 작은 번개를 맞고 고통스러울 수 있냐고?”

“대체 무슨 짓을!”

이를 바득 간 푸르푸르가 천지훈을 죽일 듯 노려봤다. 재밌다는 듯 킬킬거리며 즐긴 천지훈은 인심이라도 쓴다는 듯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크흐흐흐. 뭘 놀래고 그래. 타고난 격의 차이지.”

“네, 네놈!”

“이제 흑뇌(黑雷)의 주인은 나야!”

선언하듯 말하는 천지훈을 바라본 푸르푸르는 일그러진 얼굴을 피기 시작했다.

“크흐흐. 네놈이 이런 짓을 벌이고도 마계에서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으냐! 분명 다른 악마들이 네놈을 찾아내 사지를 찢어 놓을 것이다!”

“크큭. 대체 누가?”

“72 악마들이 이 하극상을 좌시할 줄 아느냐!”

“크흑! 크하하하하!”

“뭐가 그렇게 웃기더냐!”

“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마계를 지배하는 72 악마들을 언급함에도 평온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천지훈. 그를 바라본 푸르푸르의 눈에 당혹이 깃들었다.

“머리가 돌더니, 내 말뜻을 못 알아먹는 건가?”

살기가 가득 찬 푸르푸르의 음성이 대기를 진동시켰다. 그러나 천지훈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짙은 미소를 보일 뿐이었다.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건 네놈이고. 내가 네놈을 처리한다니까, 다들 두 손 들고 환영하던데?”

“뭐?”

푸르푸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천지훈을 바라봤다.

“자신들은 맹약 때문에 다른 악마들을 공격할 수 없으니 나보고 대신해 달라던데? 심지어 기술을 가르쳐 주는 녀석들도 있더라니까?”

“……그게 무슨.”

푸르푸르는 이제야 천지훈이 어떻게 이렇게 급속도로 강해졌으며, 자신의 감시를 벗어날 수 있었는지 깨달았다.

“그중에서 이 기술이 제일 유용한 것 같더라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내보인 천지훈이 작은 번개를 일으켰다.

척 보기에도 볼품없어 보이는 나약한 전류.

그러나 미약한 전류에 닿은 푸르푸르의 반응은 예상과는 정반대의 것이었다.

“끄아아아악!!”

자지러지듯 바닥을 구르는 푸르푸르.

그는 마계 군주의 체통도 잊은 채,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고통이 잦아들었는지, 푸르푸르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천지훈을 노려봤다.

“설마…… 그 녀석까지!”

“크큭. 눈치챘어? 어때? 내 새로운 기술이.”

나이에 맞지 않게 해맑은 미소를 보이는 천지훈을 바라보던 푸르푸르의 눈에 공포가 드리웠다.

그러나 그것은 어느새 자신의 무력을 아득히 뛰어넘은 천지훈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병신들이……! 맹약이 깨지면 어떤 일이 벌어날지도 모르고.”

푸르푸르는 당장 눈앞에 놓인 위기보다, 맹약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아주 재밌는 일이 벌어진다고 들었어.”

“너…… 설마 그걸 알면서……! 그렇다면 설마! 군주들도?”

“크큭. 그래. 네놈처럼 반대하는 녀석들도 있지만, 찬성하는 쪽이 더 많은 것 같더라고…….”

“이런 미친 자식들이!”

푸르푸르의 입술에서 검은 피가 주륵 흘러나왔다. 형형하게 빛나는 눈에서는 분노가 잔뜩 실려 있었다.

“명색의 악마가 전쟁을 두려워해서야 쓰나. 역시 넌 군주의 자격이 없어.”

“맹약을 깨고 ‘그 일’이 벌어지는 것과 지구를 침략하는 것과는 의미가 전혀 다르단 말이다!”

“그게 그거지. 어차피 나약한 존재들은 죽고 강한 자들만 살아남는 세상이 되는 건 똑같잖아?”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논리를……!”

“…….”

“당장 취소해라. 취소해야만…….”

“아, 씨발!”

“…….”

“언제부터 악마들이 논리를 따졌다고 그래! 언제는 그냥 다 죽이라매, 나보고!”

천지훈의 짜증 섞인 분노가 대기를 흔들었다. 일전에 푸르푸르가 내비친 기운을 압도하고도 남을 정도의 기세였다.

“그리고 넌 어차피 곧 뒈질 건데 뭔 상관이야!”

차갑게 내려앉은 천지훈의 손에 검은 전류가 일렁거렸다. 지금껏 봐 왔던 그 어떤 전류보다 불길하고 거친 전류. 전격을 조종하는 능력을 지닌 푸르푸르조차 처음 보는 종류의 것이었다.

파직 거리며 날뛰는 천지훈의 전격을 바라본 푸르푸르의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저건……!’

자신이 평생 갈구하고 탐닉하던 경지. 진정한 흑뇌라고 불릴 만한 것이 눈앞에 일렁였다. 단순히 이름만 붙여 놓은 흑뇌가 아니라, 푸르푸르가 원하던 수준의 진정한 흑뇌. 평생을 연구하던 기술의 완성본이 눈앞에 있었다.

일순 푸르푸르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하지만 곧 복잡한 얼굴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평생을 바라마지않던 기술의 정점을 보는 것이 오늘이 마지막이 될 테니까.

당장이라도 쏘아져 나갈 듯 널뛰는 흑뇌를 바라본 푸르푸르는 직감했다.

‘여기서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하겠군!’

당하는 와중에도 조금씩 도망갈 힘을 모으고 있던 푸르푸르는 체념한 듯 힘을 풀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천지훈은 입매를 비틀었다.

“아쉽네…… 도망치는 사냥감을 잡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는데 말이야.”

이미 자신이 힘을 모으고 있었던 것조차 눈치챈 천지훈의 말이 푸르푸르의 의욕을 완전히 꺾었다.

푸르푸르는 천지훈을 한참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그렇군. 네 말이 맞아.”

“뭐가 그렇게 재밌지?”

싸늘한 천지훈의 대답이 들려왔다.

그러나 푸르푸르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소리를 높여 웃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네 말대로 나는 맹약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지.”

“…….”

“응원하마! 나를 죽이고 72 악마 중 다섯을 더 죽여 맹약을 깨거라!”

“네놈이 말하지 않아도 그리할 것이다.”

천지훈은 푸르푸르의 반응에 찝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쩐지 후련해 보이는 푸르푸르의 표정. 갇혀 있던 감옥에서 해방이라도 된 듯 개운해 보이는 그의 얼굴이 영 찝찝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군.”

괜히 찝찝해지는 기분. 그 더러운 감정을 한시라도 빨리 없애기 위해 천지훈은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천지훈의 머리 위로 검은 먹구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천지를 덮을 듯 새까만 먹구름은 어느새 시야를 새까맣게 물들였다.

콰르릉-!

일반적인 번개라면 빛이 번쩍하고 시야를 잠시나마 비추었겠지만, 천지훈이 불러들인 번개는 정반대의 성질을 띠고 있었다.

콰르릉, 전격이 날뛸 때마다, 시야가 더욱 어두워졌다. 흑뇌가 가진 특성. 눈에 잘 띄지 않아, 막기도 피하기도 힘든 것이 특징이었다.

비릿한 웃음을 지어 보인 천지훈이 푸르푸르를 보며 말했다.

“다 지껄였나?”

푸르푸르 역시 웃으며 대답했다.

“빨리 맹약의 금제를 풀고 따라오너라. 지옥에서 기다리마!”

“지옥은 무슨……!”

푸르푸르의 머리 위로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리쳤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