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장 침입자
에드코르 제국과 포스안 제국이 맞붙자 인두루인 제국에서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인두루인 제국의 황제인 마시리온 황제는 고민했다.
“흠…….”
어전에 모인 신하들이 마시리온 황제에게 말을 올렸다.
“황제폐하, 지금이 최적기라 판단되옵니다.”
“아니옵니다. 에드코르 제국이 포스안 제국과의 전쟁으로 힘을 다 소진했을 때가 가장 좋을 시기라 판단되옵니다.”
신하들은 각자 다른 전쟁 시기를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시리온 황제는 전쟁이 시작되는 시기도 전쟁이 끝나는 시기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모두 조용히 하도록.”
어수선한 어전이 마시리온 황제의 말에 모두 묻혔다.
“우선은 기다리도록 한다. 도대체 에드코르 제국이 무슨 이유로 포스안 제국을 공격하는 것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에드코르 제국에 전부 바보들만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우리가 자신들을 칠 것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어떠한 이유로 그러한 강수를 두는지 알아오도록 하라.”
“어명을 받들겠나이다.”
“어명을 받들겠나이다.”
이리하여 인두루인 제국의 수많은 첩자들이 에드코르 제국으로 스며들었다.
하지만 전쟁의 시기인지라 에드코르 제국은 타 나라의 첩자들이 수도로 스며들고 있음을 쉽게 간파하지 못했다.
그러나 마시리온 황제는 에드코르 제국의 수도에서 오리닌 황제가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음을 모르고 있었다.
“지금쯤 인두루인 제국에 당도했겠군. 크흐흐. 마시리온 황제, 아마도 자네가 살날은 오늘내일이 마지막이 아닌가 싶군. 크하하하”
역시나 오리닌 황제가 인두루인 제국에 대한 조취를 취해 놓은 듯했다.
인두루인의 황성.
하늘로부터 검은 물체가 황성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마치 악마의 모습을 한 듯했으나 그 모습은 곧바로 어둠에 묻혀 사라졌다.
화려한 황성 안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밝았다.
황성은 절대 어두워서는 안 되었다.
그래야만 첩자와 암살자의 침입을 막는데 용이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밝은 황성임에도 불구하고 기사들과 경비병들은 황성으로 스며드는 침입자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었다.
에드코르 제국과 포스안 제국의 전쟁으로 인해 인두루인 제국 역시도 비상에 걸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시리온 황제가 이 기회를 틈타 대륙통일을 꿈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이스 공작은 오늘도 늦게까지 업무를 보고 수도에 있는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가려고 황성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때.
“으음?”
갑자기 검은 물체가 황성으로 날아드는 것이 아닌가.
잠시 너무 피곤한 것이 아닌가 걱정한 노이스 공작은 눈을 비비고는 생각했다.
“잘못 본 것인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걸음을 옮긴 그는 순간 등 뒤가 오싹해짐을 느꼈지만 그냥 앞으로 걸어갔다.
노이스 공작이 사라지자 어둠 한쪽에서 나타나는 그림자가 있었으니 바로 발크르스 마왕의 휘하에 있는 다섯 마족 중 하나인 치카였다.
“인간치고 상당히 예민한 인간이로군. 후훗. 만약 뒤돌았다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너의 둔감함에 감사하도록.”
그리고 곧바로 그 자리에서 사라지는 치카였다.
치카는 어둠 속에 숨어서 마시리온 황제의 침실을 찾기 시작했다. 보통은 가장 높은 곳에 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치카는 마시리온 황제로 추정되는 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치카는 호화스러운 몇 개의 방을 거쳐서야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잠을 자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였다.
치카는 그를 마시리온 황제라고 생각하며 검은색의 휘어진 칼을 꺼내 찌르려 했다.
휘리리릭!
그러나 치카는 뒤에서 무엇인가가 날아오는 것을 알고는 몸을 피했다.
터더어엉.
치카가 사라진 쪽의 벽에는 하나의 검이 박혀 들었다.
그리고 나타나는 그림자가 있었으니 바로 노이스 공작이었다.
“모두 포위하라!”
방의 불이 켜지고 치카의 모습이 나타났다.
“너는 아까 그 녀석이군. 후후, 내가 위에서부터 찾을 시간동안 함정을 파 놓은 것인가?
침대에 누워 있던 노부부는 두려움에 떨며 한쪽으로 이동해 밖으로 나갔다.
치카는 아무도 그들을 호위하지 않은 것을 보며 그가 황제가 아님을 알았다.
“저자는 황제가 아니군.”
“네놈은 누구냐?”
노이스 공작이 냉랭한 어조로 물었고 치카는 담담하게 말했다.
“나? 난 황제를 죽이려고 온 사람이지.”
치카는 고개를 살짝 비틀면서 검날을 핥았다.
“무기를 버려라! 이미 넌 빠져나갈 수 없다!”
하지만 치카는 오히려 자신을 포위한 그들에게 경고를 했다.
“모두 도망쳐라. 그럼 살 수 있다.”
“뭣이!”
노이스 공작은 공격명령을 내리려 했다.
그러나 오히려 치카가 그들을 먼저 덮쳤다.
“끄악!”
“으악!”
“컥!”
창밖에서 보아도 창문에 얼마나 많은 양의 피가 뿌려지는지 알 수 있을 만큼 많은 피가 계속해서 날아들었다.
비명은 그칠 줄 몰랐다.
황성 안에 있는 모든 기사들이 우르르 몰려들었으며 그들도 저마다 비명을 질렀다.
“끄악!”
“커걱! 으… 악마.”
“크흐흐, 그렇다. 난 악마다.”
손으로 한 기사의 몸통을 뚫어버린 치카가 자신의 팔에서 기사를 뽑아 던지고는 자신의 몸에 묻은 피를 핥았다.
“따뜻하군. 크흐흐”
아직 온기가 가시지 않은 피가 맛있다는 듯 계속해서 핥던 치카가 본연의 임무를 생각하고는 다시 자리를 옮겼다.
“황제가 어디 갔을까~ 이리 온~”
인두루인 제국의 황성에서는 비명이 끊이지 않고 흘러나왔다.
아마도 이 비명은 마시리온 황제를 죽이기 전까지 계속 되리라.
“도대체 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마시리온 황제는 잠옷 차림으로 빠르게 도망치고 있었다. 비밀통로를 통해 황성의 지하로 이동한 마시리온 황제는 노이스 공작과 몇 명의 기사들에게 호위를 받으며 탈출하고 있었다.
“헉… 헉… 빨리 가셔야만 합니다.”
“이보게, 자네.”
노이스 공작의 옆구리에서는 피가 철철 넘치고 있었다.
치명상이었다.
노이스 공작은 치카에게 덤벼들며 자신이 상대할 존재가 아니라 생각하며 황제를 보호하고자 피하려 했다.
그러나 치카가 던진 검은 칼이 그의 옆구리를 뚫고 지나가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많은 계단을 내려오고 나서야 그곳에 있는 배 한척을 발견한 황제는 두려움을 느꼈다.
“이보게, 노이스 공작. 황성에 수많은 기사들이 있거늘. 어찌하여 내가 도주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
“헉… 헉… 황제폐하, 이미 황성의 기사들은 대부분 죽었을 것입니다. 어서 빨리 피하셔야 합니다.”
“도대체 어떤 자이기에…….”
노이스 공작은 마시리온 황제를 배에 태우고 배를 밀었다.
“끝까지 모시지 못해 죄송합니다. 부디 옥체를 보중하시옵소서.”
몇몇의 기사가 통로를 막고자 올라갔다.
“끄악!”
“크악!”
하지만 곧 그들의 비명소리가 메아리치듯 지하를 울렸다.
마시리온 황제는 그러한 소리를 듣더니 서둘러 노를 저었다.
노이스 공작은 그렇게 사라져가는 마시리온 황제를 뒤로 하고 검을 고쳐 잡았다.
그리고 계단에 비취는 악마와도 같은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바로 마족의 전투형으로 변신한 치카였다.
박쥐같은 날개를 가진 치카의 얼굴은 마치 사자의 뼈대만으로 이루어진 듯 괴기스러웠고, 발은 새의 발과도 같았으며 날카로운 발톱이 튀어나와 있었다.
노이스 공작은 그런 치카를 보며 말했다.
“네놈… 마족이었군.”
“크흐흐흐, 그런 상처를 입고도 지금껏 버티다니. 질기구나, 인간.”
치카의 목소리는 변신 전과는 달리 굵고 거칠었다.
“이곳은 절대로 못 지나간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지. 크흐흐흐, 지금 도망친다면 살려주마.”
“웃기지 말아라! 이얏!”
노이스 공작은 검을 수평으로 세우며 치카에게 달려들었다.
그게 그의 마지막 공격이었으며 마지막 생이었다.
마시리온 황제는 온몸에 땀이 흘렀지만 노 젖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도대체… 도대체 무엇이 날 죽이려 하는 것이란 말인가.”
휘이이익.
“헉!”
마시리온 황제는 뭔가가 스쳐가는 바람소리에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어두운 곳이라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시리온 황제는 더욱 빠르게 노를 저었다.
자신의 등 뒤에 무엇인가가 있는 듯한 섬뜩함에 뒤를 돌아보는 것도 무서웠다.
그리고 앞쪽에서 달빛이 물에 비취는 것이 보였다.
마시리온 황제는 그 달빛을 보며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다 왔다. 저기만… 저기만 가면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
그 순간!
터덩.
뭔가가 마시리온 황제의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히익!”
자신의 다리 사이로 떨어진 것은 뭔가 둥글면서 실타래 같은 것이 많은 것이었다.
달빛이 비추어짐에 따라 마시리온 황제는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헉! 으아! 으아아아!”
휘익!
풍덩!
그것은 바로 마지막까지 마시리온 황제를 지키고자 했던 노이스 공작의 머리였다.
계속해서 비명을 지르며 소리치던 마시리온 황제가 비명을 멈추었다.
쥐 죽은 듯 너무도 고요했다.
심지어 흘러가는 물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던 그때.
마시리온 황제의 귓가로 흘러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자신을 마지막까지 지켜준 사람에게 그러면 쓰나.”
그 소리를 들으며 마시리온 황제는 목이 따끔해짐을 느꼈다.
달빛에 비춰지는 그의 목은 서서히 붉은 선이 그어졌으며 그 선이 목 전체를 돈 그 순간 마시리온 황제의 목은 몸에서 떨어졌다.
뿌직!
마시리온 황제의 목이 몸에서 떨어지자 그의 몸으로부터 피가 솟구쳤다.
그 뒤 마시리온 황제의 시신은 수도 중심에 있는 호수에서 발견되었으며 호수 전체는 피로 물들었다.
그리고 황성 전체가 시체로 즐비하다는 소문이 퍼져나가며 인두루인 제국의 백성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치카가 인두루인 제국을 도륙하는 사이 포스안 제국의 한곳을 은밀하게 파고드는 네 명의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나머지 마족들이었다.
그들은 포스안 제국 안으로 들어오면서부터 숨쉬기가 불편하다고 느꼈다.
“역시, 공기가 안 좋아.”
“어쩔 수 없다, 펠랜. 아마 수도에 가까워질수록 움직이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다.”
혼돈의 칼자루를 탈취하기 위해 잠입하는 그들이었다.
각 마을마다 그리고 각 영지마다 신전이 세워져 있었고 그것은 점점 그들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
덩치가 큰 베이모스가 숨을 거칠게 내쉬며 말했다.
“저것들 다 부수면서 가면 좀 나으려나?”
베이모스의 말에 칸드가 그를 말렸다.
“자중해라. 우리는 놀러온 것이 아니라 잠입한 것이다. 최대한 수도 근처에 갈 때까지는 우리의 정체가 들켜서는 안 된다.”
“혼돈의 칼자루가 수도의 대신성전에 있다고 했던가?”
바테르의 물음에 칸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곳에 간다면 지금 우리가 쓸 수 있는 힘의 절반도 사용하기 힘들 것이다. 물론 가봐야 알겠지만.”
이들에게는 신전에 가는 것이 인간이 독 연기 가득한 곳으로 가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 * *
로커스 호텔에서 하루를 보내고 떠나는 그들은 몸과 마음이 무척이나 개운했다. 시설도 시설이지만 마음이 개운한 사람도 있었으며 뜻을 이룬 사람도 있었다.
답답한 사람이라고는 헤인드와 디로안밖에 없었다.
라드이라가 너무 빠른 발전을 이룩하자 힘이 빠져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헤인드가 일행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마차를 빠르게 몰면서 중간에 멈춰 수련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의견에는 디로안도 적극 동조했다.
다행히 이즈리스 남작도 좋다고 하여 이 의견은 가결되었다.
이동은 아침부터 점심때까지만 하기로 했고 점심부터 해가 질 때까지는 수련에 매진하기로 했다.
이즈리스 남작은 갈천혁으로부터 보법을 배웠지만 헤인드와 디로안은 라드이라에게 항마칠검을 가르침 받았다.
결국 심심한 사람은 혁마소와 루시 공주였다.
그들은 서로 팔로 턱을 괴고는 수련에 매진하고 있는 그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우리 뭐 따로 할 것 없을까요?”
“내가 검술 가르쳐주련?”
혁마소가 갑자기 어린아이와도 같은 둥그런 눈을 뜨고 루시 공주를 바라보았다.
“전, 운동하는 거 싫어해요.”
루시 공주의 한 마디에 곧바로 풀이 죽는 혁마소였다.
루시 공주는 라드이라를 보며 생각했다.
‘과연 내 신성력은 어떤 것일까.’
이제 그것도 얼마 안 있으면 알 수 있게 되기에 조금 설레는 마음도 있었다.
‘라이안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라이안이 보고 싶기도 한 루시 공주였다.
어쨌든 루시 공주는 포스안 제국에 도착하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두 가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그러한 마음도 제프리스의 마도서를 읽고 있는 에나를 보자 다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내가 라이안과 가까워질수록 에나는 더 슬퍼지겠지.’
에나에 대한 미안함은 이상한 상상으로 이어졌다.
‘라이안에게 에나도 받아주라고 말해볼까?’
왕실에는 보통 후궁을 여러 명 두기도 했다.
그래서 루시 공주로서도 그러한 상상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시원한 바람과도 같은 것이 에나에게 몰려들었다.
“어?”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하던 것을 멈추고 일제히 에나를 바라봤다.
“설마.”
디로안은 에나가 또 한 단계 올라서려고 하는 것을 느꼈다.
에나의 몸에서 밝은 섬광이 흘렀고 에나는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주위에 있던 마나들은 점점 에나에게 빨려들 듯 모여들었다.
루시 공주는 라이안이 혈기공을 운기할 때처럼 맑은 공기가 흘러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곧 에나의 심장에는 한 개의 고리가 흐릿하게 더 생겨났다.
그 흐릿한 고리는 점점 그 형태를 더해갔고 완전히 생성이 되었을 때 에나의 몸에서 서서히 빛이 사라져갔다.
에나가 눈을 뜨자 모두가 에나의 곁으로 다가와 한 마디씩 했다.
“에나, 축하해. 또 한 단계를 넘었구나.”
“축하한다. 에나야.”
루시 공주도 에나를 보며 물었다.
“에나, 그럼 지금 몇 서클인 거죠?”
루시 공주의 물음에 에나가 살며시 웃으며 답했다.
“이제 6서클 유저가 되었네요.”
“와! 지금 에나가 20살인가요? 정말 대단하네요. 에나는 천재인가 봐요. 보통 6서클이 되려면 할아버지가 다 되어야 하는데.”
“다 이 마도서 때문이에요.”
에나가 마도서를 들자 모두가 마도서로 시선을 옮겼다.
“이 마도서는 500년 전, 대륙을 풍미했던 제프리스의 마도서랍니다. 그는 9서클까지 이룩한 대 마도사였고, 마지막 생을 다 하기 전 8서클까지 속성으로 마법서클을 올리는 방법을 이 책에 저술해 놓았더라고요.”
이즈리스 남작은 에나의 말을 들으며 황당해 하였다.
“대단하군. 이제는 마법까지 속성으로 익힐 수 있다니.”
허탈한 이즈리스 남작이었다.
근래에 들어서 갈천혁의 가르침을 받으며 빠르게 강해지고 있는 이즈리스 남작이었다.
그러한 것을 스스로도 느끼며 뿌듯해 했으나 지금 생각하니 그것이 아니었다.
라이안의 친구들 모두가 자신의 몇 백배는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 * *
열흘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라이안은 명상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고 있었다. 이미 몸은 모두 치유된 상태였다.
마법서클 역시 7서클까지 올린 라이안이었다.
이제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그가 이정도의 빠른 쾌유와 습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마법의 종주인 타미르안이 곁에서 도와주었기 때문이었다.
라이안은 조용히 눈을 떴다.
하늘에서 비춰오는 햇빛은 라이안으로 하여금 따스함을 느끼게 만들어주었다.
라이안은 눈을 뜨자마자 한쪽에 타미르안이 서 있음을 알았다.
“언제 왔어?”
“조금 전에 왔다네.”
“어때? 시작할까?”
“이제 그만 하지. 나도 이제는 몸이 남아나지 않는다네.”
얼마 전 라이안에게 호되게 당한 타미르안이었다.
헬 파이어에 수식을 더한 폭을 자신도 똑같이 맞을 줄은 상상도 못했던 타미르안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폴리모프를 푼 상태로 대련에 임했던 타미르안이었으나 그것도 단 이틀만 괜찮을 수 있었다.
지금은 싸울 때마다 자신의 몸에 치유마법을 펼쳐야 하니 죽을 맛이었다.
그만큼 라이안의 전투력은 이미 타미르안을 상회하고 있었다.
타미르안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라이안을 보며 말했다.
“자네가 나보다 강해졌음은 알겠지만 아직 로드께 그것이 통할지는 모른다네. 자네가 더욱 힘을 기를 때까지 다른 드래곤들에게 자네의 정체를 들키지 말아야만 하네.”
“알았어. 명심할게. 타미르안.”
“허허허, 그럼 이제 식사하러 가세나. 자네, 어머님이 많이 기다리시겠군.”
레어 안으로 텔레포트한 그들은 구수한 음식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와! 엄마, 무척 맛있는 냄새가 나요.”
“호호호, 이곳에서 나는 재료로 칼국수를 끓여보았는데 맛있을지 모르겠구나.”
타미르안의 창고에는 영구 보존 마법이 걸려 있는 음식이나 재료들이 많았기에 신선하면서도 맛이 좋은 것들이 많았다.
“요즘, 자네 어머니의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네. 음식 하나하나가 지금껏 보지 못했던 것들이라 그 신선함도 그렇지만 맛 또한 일품이라네.”
“하하하, 맞아. 어머니는 음식 장사를 하셔도 됐을 거야.
“어머, 얘는.”
아들의 칭찬에 기분이 좋은 이미화였다.
라이안은 식사를 하며 타미르안에게 부탁을 했다.
“타미르안, 혹시 대륙의 텔레포트 좌표를 그려놓은 지도가 있다면 하나 주지 않을래?”
“지도는 무엇에 쓰려고 그러는가? 자네에게는 챠둠이 있지 않은가?”
“그냥, 너무 챠둠에게만 의지하는 것도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이전처럼 챠둠이 잘못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잖아. 예비 삼아 들고 다니려고.”
“알겠네. 자네 하는 말을 들어보니 오늘 떠날 작정인 듯 하군.”
“하여간 눈치는.”
“오늘 떠나는 거니?”
이미화는 라이안이 다시 떠난다고 하니 왠지 슬퍼졌다.
“엄마, 이번에 나가면 여자 친구를 데리고 올 지도 모르니 기대하고 있어요. 알았죠?”
“어머, 벌써 여자 친구도 생겼니?”
“네, 아마 엄마도 맘에 들어 하실 거예요.”
“호호호, 기대되는구나.”
식사를 마친 라이안과 타미르안은 챠둠의 전함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제 거의 제 모습을 다 찾은 챠둠의 모습이 라이안의 눈에 들어왔다.
“이제 거의 다 만들어졌네?”
라이안의 말과 함께 챠둠의 홀로그램이 라이안의 앞에 나타났다.
“아직, 전자계통을 손대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챠둠, 난 오늘 떠날 생각이야. 그러니 너도 얼른 힘을 되찾아. 혁 할아버지 만났을 때 쥐어 터지지 말고. 큭큭큭.”
“크윽. 알겠습니다.”
라이안은 한참을 웃다가 뭔가가 생각났는지 다시 챠둠에게 말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혹시 조작해서 내가 인공위성을 사용할 수 없을까? 텔레포트 포인트라든가 아니면 어떠한 위치에 무엇이 있는지 찾는다거나 그런 거?”
“주인님의 반지를 조금만 개조 업그레이드를 한다면 가능합니다.”
“오래 걸려?”
“30분 정도면 가능합니다.”
“그래? 그럼 해줘.”
“사용설명서는 지식주입기를 통해 주입받으시기 바랍니다.”
“흠. 그게 편하겠지? 헤헤”
30분 후, 챠둠으로부터 반지를 되돌려 받고 그것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식주입기를 통해 사용방법을 익힌 라이안이 이미화에게 인사했다.
“엄마, 다녀올게요.”
“조심히 다녀오거라. 식사는 꼭 챙겨먹고.”
“네, 걱정하지 마세요.”
라이안은 타미르안을 보며 말했다.
“타미르안, 엄마를 잘 부탁해.”
“나의 레어에 있는 동안이라면 절대 안전하다네. 그리고 자네 어머니께서도 이미 7서클에 오르셨네. 더 이상 보호가 필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네.”
타미르안의 말을 들은 라이안이 놀라워했다.
“와! 엄마, 그게 사실이에요?”
“집에 있다 보니 할 일도 없고, 어쩌다보니 마법만 익히게 되었구나.”
“하하하, 정말 대단해요.”
라이안은 여행을 하며 천천히 마법서클을 올렸지만 이미화는 처음 이곳 세계로 오면서부터 마법만 익혔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그럼, 다녀올게요.”
“잠시만 기다리게.”
텔레포트를 이용해 이동하려는 라이안을 타미르안이 잠시 말렸다.
“이것을 가지고 가게나.”
“어? 이거 혹시 전에 주었던 텔레포트 스크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3개 정도 만들었다네. 가지고 가게나.”
“후. 고마워, 타미르안.”
이전 캐드단장과 전투를 벌일 때 그 스크롤이 없었다면 라이안은 살아 있지 못했다.
그것을 다시 만지니 감회가 새로운 라이안이었다.
“그럼, 나 정말 간다! 텔레포트!”
그렇게 밝은 빛과 함께 사라지는 라이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