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돈의 라이안-36화 (35/57)

제36장 조그마한 대결

네 사람은 건물의 지하까지 내려가서야 연무장이라는 글씨를 보게 되었다.

“이곳인가보군.”

열려져 있는 문 안으로 들어서자 그곳에서는 몇몇의 사람들이 검을 휘두르며 연습을 하고 있었고 날이 없는 철검으로 대련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연무장은 상당히 넓었다.

각각 사각으로 자리가 정해져 있어 서로에게 침범하지 않고 자신들의 수련을 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디로안이 둘러보다가 끝부분이 비어 있는 것을 보았다.

“저기 자리가 있네요. 저희는 저곳으로 가죠.”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는 끝으로 이동했다.

헤인드가 자신들의 자리 중앙에 가서 섰다.

“이야. 이거 이정도면 우리 네 명이 동시에 수련해도 충분한 넓이인데?”

끝에서 끝의 거리를 본다면 끝에 있는 사람이 잘 안 보일 정도였다.

그 정도로 상당히 넓은 연무장이었다.

“호텔 아래 전체를 연무장으로 만들었으니 그럴 만도 할 것이네.”

이즈리스 남작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즈리스 남작이 검을 꺼내 손질하려고 할 때였다.

약 5명의 남자들이 그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이봐, 이봐! 거긴 우리 자리라고! 어서 비켜!”

비릿한 미소를 짓고 오는 덩치 큰 남자의 말에 일행들은 모두 그들을 보았다.

이즈리스 남작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그들에게 말했다.

“연무장 밖의 설명서에 의하면 자리는 오는 순서에 따라 자리가 있을 때 사용이 가능하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리라니 무슨 말입니까?”

이즈리스 남작이 나이가 훨씬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존대로 말했다.

“이거, 이거. 오늘 처음 온 풋내기들이 또 기어오르네. 이곳은 우리가 보름 전부터 맡아두었던 자리라고. 알아들었어? 알아들었으면 어서 비켜!”

헤인드가 이즈리스 남작에게 다가오며 조용히 말했다.

“저건 좀 억지 아닌가요?”

헤인드는 그들 5명을 한 명씩 둘러보았다.

이즈리스 남작 역시도 억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비켜줄 생각이 없으니 우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던지 알아서 하시오.”

“뭐라! 네 지위가 어느 나라의 무엇이냐!”

그들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듯한 남자가 인상을 쓰며 이즈리스 남작에게 물었고 이즈리스 남작은 뒤돌다 말고 말했다.

“나는 바로이탄 왕국의 이즈리스 남작이라고 하오. 그리고 지금 이 호텔 안에서는 각국의 지위는 상관없는 것으로 알고 있소. 그것은 왜 묻는 것이오? 설마 지위가 높다고 해서 어린아이 자리 빼앗듯 비키라고 하려는 것이오?”

“이잇!”

어린아이라는 말을 들으니 차마 뭐라 할 수 없는 그들이었다.

크게 소리치던 자의 옆에 있던 사람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이분은 파란디르 왕국의 파고트 왕자전하이시다. 어디 일개 남작주제에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느냐!”

“흠…….”

이즈리스 남작은 난처했다.

다른 나라의 일반 귀족이었다면 굳이 비킬 이유가 없었으나 한 나라의 왕자라면 상황이 어려웠다.

게다가 이즈리스 남작도 알고 있었다.

파란디르 왕국의 제 일 후계자가 바로 파고트 왕자라는 것을.

‘얼굴을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설마 이자가 파고트 왕자일 줄이야.’

이즈리스 남작은 하는 수 없이 자리를 양보하고자 했다. 여행 도중 거쳐야 할 곳이 파란디르 왕국이기 때문이었다. 겨우 연무장 자리로 마찰을 일으켜봐야 좋은 것이 없었다.

일행들을 돌아본 이즈리스 남작이 아쉬운 듯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자리를 양보해 주어야 할 것 같네.”

그들도 이유를 알고 있기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한 나라의 남작이라는 지위는 그리 높은 것이 아니었다. 이웃나라의 왕자라면 언제 왕의 자리에 오를지 몰랐으며, 왕자의 자리에 있어도 약간의 입김만 작용하면 모함으로 남작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만들 수도 있었다.

그때 라드이라가 파고트 왕자 쪽으로 걸어가 그들에게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파고트 왕자전하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라드이라가 고개를 숙이며 자신을 낮추어 인사를 하자 어느 정도 화가 누그러지는 파고트 왕자였다.

“저는 라피네 신님을 모시는 신관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 검술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혹, 실례가 안 되시면 저희와 대련을 해보심이 어떠하신지요?”

“호오? 성기사도 아니고 신관이 검술을 익혔다?”

파고트 왕자는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았다.

“왕자전하의 옆에 계신 분들도 전부 검술을 익히신 듯하고 하니 이분들과 저희가 대련을 하고 왕자전하께서 그것을 지켜보심이 어떠하신지요?”

“그거 좋은 방법이구나. 좋다. 그런데… 이들은 겨우 얼마 전 검술을 익혀서 이길 수 없는 상대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들은 파란디르 왕국의 공작가와 백작가의 자녀들이다. 그리고 전부 익스퍼트의 경지에 들어서 있다. 그런 이들과 대련이 과연 가능할지…….”

재미없는 승부는 보아봐야 소용없다는 말이었다.

“저쪽에 계신 분들도 모두 익스퍼트에 들어선 사람들입니다. 전혀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어떠한 기연으로 인해 익스퍼트급의 검사와 견줄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파고트 왕자는 왠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지켜보면 되겠지. 빨리 끝난다면 그대들도 연무장의 자리를 내어줄 것이고.”

“그렇습니다.”

“좋다. 한번 해 보지.”

그들은 각기 양쪽으로 물러서며 한 사람씩 나와 대련을 하기로 했다.

그들이 그러한 승강이를 벌일 때 주위에서도 그들을 지켜보았고, 각기 한 사람씩 대련을 하려고 하자 다른 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헤인드가 왠지 불안해했다.

“이거, 완전 구경거리 났는데? 라드이라, 일을 너무 크게 벌인 거 아냐?”

“왜? 재미있을 것 같잖아? 그리고 우리도 이제는 예전의 우리가 아니라고. 다른 익스퍼트급의 검사와 대련해 보는 것도 좋은 수련이라고 생각하는데?”

디로안이 라드이라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틀린 말은 아니군. 우리는 거의 우리끼리 대련을 하니 우리의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르니까.”

헤인드도 듣고 보니 디로안의 말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익스퍼트에 올라서고 나서는 우리끼리 대련해 본 것이 다였으니.”

마나를 다룰 줄 알고부터 다른 사람과의 대련은 이번이 처음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이 그러한 대화를 하고 있을 때 상대편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처음 상대는 내가 하겠다. 누가 나올 것인가?”

그는 처음 파고트 왕자의 신분을 밝힌 자였다.

이즈리스 남작이 일행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우선은 내가 나가지. 아무래도 자네들에 비해서 내가 가장 약할 것 같으니 말일세.”

말과 동시에 앞으로 나서는 이즈리스 남작이었다.

이즈리스 남작이 나서자 먼저 나와 있던 자가 자신을 소개했다.

“난 배드르스 공작가의 홀리먼이라고 한다.”

“난 자텐 남작가의 이즈리스라고 하오.”

“좋다, 시작하지.”

창.

창.

서로 연무장에 준비되어 있는 철검을 뽑았다.

파고트 왕자는 홀리먼을 보며 살며시 웃었다.

“처음부터 최강수를 두었군. 홀리먼은 힘도 힘이지만 검을 튕겨내기에 일가견이 있지.”

싸움이 어떻게 진행될지 미리 예측해보는 파고트 왕자였다.

파고트 왕자 또한 얼마 전 익스퍼트의 경지에 들어서서 조금 우쭐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홀리먼의 처음 공격은 힘 있는 수직베기였다.

“하앗!”

창!

이즈리스 남작은 빠르게 베어오는 검을 수평으로 간신히 막고는 뒤로 물러섰다.

‘굉장한 힘이군. 팔이 다 찌릿찌릿하니.’

하지만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홀리먼이 맹공격을 퍼붓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창! 창!

차장!

이즈리스 남작도 상당히 잘 막고 있었다.

하지만 손바닥이 찢어질 듯한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힘으로 대항한다면 부러지는 것은 나다!’

이대로 대련을 계속한다면 분명 자신이 지쳐서 쓰러지거나 손이 찢어질 것 같았다.

홀리먼은 강하게 검을 내려치고 재빨리 검을 쳐내는 것이 아주 능숙했다.

그때마다 이즈리스 남작은 뒤로 넘어질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균형을 잃은 적도 여러 번이었다.

검술이란 자세가 흐트러지면 그만큼 방어와 공격이 허술해지기 마련이었다.

홀리먼은 그렇게 상대의 약점을 만들어 집요하게 파고드는 공격법을 가지고 있었다.

‘힘은 부드러움을 막을 수 없다!’

갈천혁이 말해준 것이었다.

이즈리스 남작은 자신이 깨달은 것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홀리먼의 공격이 점점 더 매서워졌다.

홀리먼은 위에서부터 사선베기로 휘두른 다음 이즈리스 남작의 검을 튕김으로써 그를 넘어뜨리려 했다.

그런데 상황은 홀리먼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홀리먼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그리며 검을 내리쳤다.

창!

그런데 이번에는 이즈리스 남작도 검을 뻗어왔다.

홀리먼은 그렇게 강하게 마주쳐오는 이즈리스 남작의 검을 적절한 타이밍에서 튕겨내려고 했다.

“억!”

하지만 검이 튕겨지지 않고 그대로 이즈리스 남작에게로 흘러드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즈리스 남작은 자신의 검으로 들어오는 힘의 반동을 이용하여 몸을 회전시켰고, 발을 놀려 그의 등 뒤로 이동하며 공격했다.

“이런!”

홀리먼은 간신히 검을 거두어 뒤로 찌르듯 이즈리스 남작의 검을 막아낸 뒤 앞으로 재빨리 피할 수 있었다.

흘려내기의 수법이었다.

만약 이러한 기술을 이즈리스 남작이 계속해서 연마한다면 착의 수법을 배우리라.

착의 수법이란 상대와 나 자신의 검이 붙어 있을 때, 상대가 스스로의 의도대로 검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수법으로서 공격과 방어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착을 교묘히 이용한다면 상대의 흐름을 역으로 이용해 상대의 검을 놓치게 할 수도 있었다.

홀리먼은 이즈리스 남작의 검술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다.

‘뭔가 달라졌다. 뭐지? 갑자기 싸우는 방법이 바뀌다니.’

파고트 왕자 또한 이즈리스 남작의 움직임을 보고는 놀라워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런 기술이라니!”

파고트 왕자가 보기에 조금 전 이즈리스 남작의 흘려내기 수법은 상당히 매끄러웠다.

그리고 그 이후의 공격 또한 정말 절묘하다고 생각했다.

‘이들… 우습게 볼만한 자들이 아니구나. 그리고 배울 점이 많겠어.’

파고트 왕자는 자신이 검술을 배우기에 아주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점점 이즈리스 남작을 높이 평가하기 시작했다.

홀리먼과 이즈리스 남작의 대련은 상당히 오래갔다.

주위에서 홀리먼과 이즈리스 남작의 대련을 구경하던 자들 중에 옆에서 똑같이 따라해 보는 자들도 있었다.

그들도 이즈리스 남작의 흘려내기 수법이 신기하면서도 정말 괜찮은 기술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매끄러운 흘려내기는 처음 몇 번이 다였다.

처음 시도한 이즈리스 남작으로서는 그 기술이 익숙할 리 없었다.

결국 이즈리스 남작이 먼저 지쳤고 검이 강하게 맞부딪치고 난 후 뒤로 물러난 이즈리스 남작이 패배를 인정했다.

“헉… 헉… 내가 졌소. 그대는 나보다 강하오.”

하지만 지친 것은 이즈리스 남작만이 아니었다.

홀리먼 역시도 지치기는 마찬가지였다.

“헉… 헉… 그대도 절대 약하지는 않소. 당신의 그 검술은 당신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소. 헉… 헉… 그대가 그 검술을 완전히 익힌다면 내가 그대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오.”

“감사하오.”

이즈리스 남작이 검을 허리에 꽂고 고개를 숙였고, 홀리먼도 서서히 호흡을 찾으며 이즈리스 남작에게 고개를 숙였다.

삐이이이익!

“멋있다!”

“이봐, 자네들 굉장한데?”

“정말 대단해! 이런 구경거리를 볼 줄이야!”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휘파람을 불며 그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이제 대련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이전 서로에 대한 불쾌함은 씻은 듯 사라진 것 같았다.

파고트 왕자 또한 이번 대련에서 정말 배울 점이 많았다고 생각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두 번째 대결.

상대는 두 개의 얇은 검을 가지고 나왔다.

처음 나온 홀리먼은 바스타드소드였다.

그리고 이즈리스 남작은 그보다 조금 작으면서도 브로드소드 보다는 조금 큰 검이었다. 따로 주문 제작된 검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자는 가장 작은 사이즈의 검을 두 자루 들고 나왔다.

디로안이 그를 보며 말했다.

“저자는 이도류를 쓰는 자로군. 어설프게 사용한다면 이도 저도 아니지만 잘만 사용한다면 정말 상대하기 까다로운 상대가 이도류를 쓰는 검사지.”

그런 디로안의 말에 라드이라가 입을 열었다.

“제가 나가보지요.”

“라드이라, 우린 그래도 다른 사람들과의 전투 경험이 있지만 넌 우리와 한 것이 다잖아? 아직 무리라고.”

헤인드의 말에 라드이라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셋 중에 항마칠검을 가장 잘 깨우친 사람은 바로 나라고. 그리고 잊지 말아줘. 이제 나도 그리 약하지 않잖아?”

말과 함께 앞으로 나서는 라드이라였다.

“흠… 조금 불안한데…….”

헤인드가 불안한 듯 말했지만 디로안은 라드이라의 생각을 알겠다는 듯 웃었다.

“하긴… 아마도 이제는 라드이라가 우리보다 강하지 않을까 생각되어지는군.”

디로안의 말에 헤인드가 놀랐다.

“뭐? 에이, 설마…….”

헤인드가 그럴 리가 있겠냐는 표정으로 앞으로 나서는 라드이라의 등을 바라보았다.

라드이라가 나서자 파고트 왕자는 신기한 듯 웃었다.

“후훗, 검술을 배운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했는데 과연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리고 이도류를 사용하는 멀케이는 일반 검사들이 상대하기에 벅찬 상대인데.”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라드이라가 나서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라드이라의 복장은 아무리 봐도 신관의 복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신관의 복장과 성기사의 복장은 판이하게 달랐다.

성기사의 복장은 분명 흰색 옷에 은색 갑옷을 입는다. 신관도 흰색 옷을 입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성기사는 전투에 편한 복장이고 신관은 걸치는 식의 넓은 옷을 입는다.

신성력을 사용하는 것은 같았지만 그 사용하는 신성력의 힘이 달랐고 본질도 조금씩 달랐다.

신관은 신을 모시며 기도하고, 인간을 보살피며 치유하는 힘을 가졌지만, 성기사는 신을 위해 싸우고 자신을 가다듬으며 신의 백성을 보호한다는 목적을 갖는다.

일종에 적성이라고 보는 것이 좋았다.

신관을 문이라 보고 성기사를 무라고 보는 것과 같았다.

그런데 신관이 검을 들고 나오니 이들이 이상하게 보는 것은 당연했다.

라드이라가 나오자 이도류를 사용하는 멀케이가 말했다.

“검을 사용할 줄은 아는가?”

“상대함에 있어서 부족함은 없을 것이오.”

“흠… 난 러셀가문의 멀케이라고 한다.”

“난… 신관이오. 그리고 이름은 라드이라라고 하오.”

자신의 입으로 신관이라고 말하며 검을 들고 있으니 조금 어색하기도 한 라드이라였다.

“그럼 시작해 볼까?”

“좋소.”

말과 함께 멀케이가 자세를 잡았다.

자세를 낮춘 멀케이는 한 칼은 위에서 수평으로 그리고 나머지 한 칼은 아래에서 수직으로 향했다.

그런 멀케이를 보며 라드이라가 말했다.

“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반 신관이었소. 그래서 싸우기 위해서는 신성력이 필요하오. 그대도 익스퍼트의 검사라고 들었소. 그러니 그대도 마나를 사용하시오.”

멀케이는 그런 라드이라의 말을 듣고는 파고트 왕자를 보았다. 파고트 왕자는 라드이라를 흥미롭게 쳐다본 후 멀케이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멀케이가 검을 모았다가 다시 자세를 잡으니 멀케이의 양쪽 검으로부터 예리한 무엇인가가 흐르는 듯했다.

주위는 둘의 대련으로 인해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아무리 철검이라 해도 마나가 깃들면 날카로워지기 마련이었다. 즉 피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였다.

라드이라가 검을 들며 신성력을 일으켰고 항마칠검의 기수식을 취했다.

“오!”

“아!”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라드이라의 몸에서 밝은 신성력이 흘러나오자 탄성을 자아냈다.

항마칠검의 기수식을 잡는 라드이라의 모습은 굉장히 멋있었다.

헤인드가 그런 라드이라의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순진하기만 했던 우리 라드이라가 저렇게 멋있었나……?”

멀케이는 라드이라가 준비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빠르게 달려들었다.

위에 있던 검이 아래로 베어지며 아래에 있던 검이 라드이라의 허리를 가를 듯 수평으로 베어졌다.

차장!

하지만 라드이라의 검은 단 한 번의 획으로 그것을 모두 막았다. 멀케이는 라드이라가 쉬운 상대가 아님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을 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이도류의 장점은 빠른 연속 공격이었다.

그러나 라드이라의 검은 현란했다.

이도류보다 더 빠른 듯했고 순간순간 빛이 번뜩이며 멀케이의 공격을 모두 막아내고 있었다.

너무도 매끄러웠다.

평생 검을 잡고 산 사람과도 같이 춤을 추는 라드이라의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싸우는 상대자임에도 불구하고 라드이라의 검무에 매료된 멀케이는 어떻게 공격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시작되었다.

항마칠검의 현란한 초식이.

라드이라의 음성이 연무장을 울렸다.

“항마일검! 마천참광유!”

라드이라가 몸을 낮추었다가 아래에서 하늘을 가르듯 베어갔다.

멀케이는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섬광을 가까스로 막으며 뒤로 튕겨져 나갔다.

위로 올라간 라드이라는 허공을 베어낸 듯했고 정말로 허공은 베어진 듯 밝은 빛이 머물렀다. 그리고 그 순간 허공을 베어낸 검은 밝은 빛과 함께 땅에 떨어졌다.

멀케이는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허공으로부터 자신을 덮쳐오는 빛을 피해야만 했다.

“크윽, 뭐 이런 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피하지 않으면 몸이 산산조각날 것만 같았다.

콰과광!

멀케이는 있는 힘을 다해 피했고 그가 있던 자리는 돌먼지와 함께 터져나갔다.

“헉… 헉… 헉.”

멀케이는 숨이 가빴다.

‘강하다. 이자가 정말로 신관이란 말인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 파고트 왕자의 입이 쩍 벌어졌다.

“대단하다.”

멀케이는 식은땀을 흘렸다.

하지만 쉴 시간은 없었다.

순식간에 날아오듯 빠르게 다가온 라드이라의 검에서 하나의 꽃봉오리가 환상과도 같이 생겨났으며, 화려한 검로를 따라 꽃봉오리는 활짝 펴져 나갔다.

“항마이검! 마화일섬!”

“크으윽!”

멀케이의 잘려진 옷 조각들이 날아올랐다.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런 라드이라가 펼치는 검술에 침음성을 삼켰다.

“대단해.”

“멋있다.”

“저런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그러나 그들의 그런 침음성도 활짝 펼쳐진 꽃을 라드이라가 밝은 신성력으로 단칼에 잘라버림으로써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너무도 밝은 신성력이 꽃을 베어서 그런지 그 꽃은 처음부터 검은색 꽃이었던 듯 검은 꽃잎을 뿌려댔다.

라드이라는 이전 라이안이 라드이라에게 보여주었던 항마칠검을 그대로 재현해내고 있었으니 그것을 지켜보는 헤인드와 디로안조차 놀라워했다.

“저 사람이 라드이라가 맞는가?”

이즈리스 남작도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만큼 너무도 달라보였기 때문이었다.

말투는 변했지만 이즈리스 남작에게는 항상 깍듯한 존대를 하며 평소 조용한 사람이 바로 라드이라였다.

그런 라드이라가 앞에서 엄청난 신위를 펼치고 있으니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멀케이는 최대한 그곳을 벗어나야 했다.

마지막 꽃을 베려고 했을 때 왜 자신을 베지 않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우선은 최대한 라드이라에게서 벗어나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을 두고 볼 라드이라가 아니었다.

“항마삼검! 마유장거!”

라드이라가 용호풍운보를 시전하며 멀케이의 주위를 돌았고, 멀케이는 여기저기에서 환영처럼 나타나는 라드이라로 인해 도망칠 수 있는 모든 방위가 막혀버렸다.

그렇게 갇혀버린 멀케이의 머리로 라드이라의 검이 떨어져 내렸다.

“항마사검! 항마영멸!”

“크윽!”

멀케이는 있는 힘을 다해 두 개의 검으로 머리 위를 막았다.

그러나 막히는 소리와는 다르게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서걱. 서걱.

무엇인가 잘려나가는 두 개의 소리.

바로 멀케이가 가지고 있던 두 개의 검이 잘려나가는 소리였다.

파고트 왕자는 순간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

“멈춰!”

헤인드와 디로안 역시 동시에 소리쳤다.

“라드이라!”

“안 돼!”

약간의 돌먼지가 걷히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볼 수 있었다.

쓰러져 멍하니 라드이라를 보고 있는 멀케이와 그의 주위에 잘려져 있는 두 개의 검을.

하지만 그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것은 다른 데에 있었다.

바로 라드이라의 손에 잡혀 있는 검에서 흐르는 빛줄기.

바로 사천사장이 올라 있는 갓블레이드의 경지였다.

“가, 갓블레이드…….”

“이럴 수가… 갓블레이드를 보게 될 줄이야.”

“소, 소드마스터…….”

사람들은 라드이라의 갓블레이드를 보며 희열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갓블레이드를 형성시킨 본인이 더했다.

“내가…….”

라드이라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자신도 모르게 무공 삼매경에 빠져든 라드이라였다.

그러다가 친구들의 목소리를 듣고 깨어나 보니 자신이 갓블레이드를 형성하고 있는 모습이 아닌가.

만약 헤인드와 디로안이 라드이라를 부르지 않았다면 멀케이를 죽이게 되었을지도 몰랐다.

“내가, 갓블레이드를…….”

그게 마지막이었다.

털썩.

갓블레이드는 서서히 소멸되어갔고 너무 많은 신성력을 낭비한 라드이라는 그만 쓰러져버렸다.

“라드이라!”

헤인드와 디로안은 서둘러 라드이라에게 달려갔다.

“이봐! 정신 차려!”

헤인드가 라드이라를 흔들며 깨웠다.

그런 헤인드를 디로안이 말렸다.

“깨우지 말게. 잠시 기절한 것뿐이야.”

“흠.”

“라드이라가 벌써 갓블레이드를 시전할 줄이야.”

“그러게… 어째 우리들 곁에는 다 괴물들만 있는 것인지.”

그들은 서둘러 라드이라를 방으로 옮기기로 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호텔의 경비와 여러 사람들이 달려와 경위를 물었고 그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자신들이 본 사실을 그들에게 말했다.

그들은 마치 자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흥분해서 설명했다.

이야기를 어느 정도 들은 경비 책임자가 다가오더니 라드이라를 안아든 헤인드와 디로안에게 다가와 물었다.

“마스터급의 검사 분은 어디 다치신 곳이 없으신지요? 저희는 최상급의 의무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그분을 맡기시는 것이 어떠하신지요?”

“괜찮습니다. 단지 힘을 너무 많이 소비했을 뿐입니다.”

경비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은 디로안의 말을 듣고 다시 되돌아갔다.

신관의 갓블레이드를 봐서인지 파고트 왕자는 곧 결투를 끝내자고 말한 뒤 서둘러 방으로 이동했다.

한편 호텔 내에는 마스터급의 검사가 나타났다는 얘기로 시끌벅적했다.

그리고 모두가 라드이라를 한 번 만나보기를 원했고 그로 인해 호텔의 지배인만 죽을 맛이었다.

한참이 지나서도 라드이라는 깨어날 생각을 안 했다.

“아무래도 내일 아침은 되어야 깨어날 듯하군.”

이즈리스 남작은 아직도 자신이 무엇을 보았는지 멍할 뿐이었다.

“그나저나 자네들도 라드이라와 같은 검술을 사용하지 않는가?”

“맞습니다.”

“그럼, 혹시 자네들도…….”

헤인드와 디로안도 마스터급의 검사가 아니냐고 묻는 것이었다.

디로안은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저희는 아직… 저희는 아직 익스퍼트 상급의 문턱을 겨우 밟았다고 생각합니다.”

“라드이라가 검술을 배운 지는 얼마나 되었는가?”

“흠… 한 달이 안 지났을 것이라 봅니다.”

디로안의 말에 이즈리스 남작이 어이없어했다.

“헐… 한 달도 안 돼서 마스터급의 검사가 되다니…….”

이즈리스 남작의 말에 디로안이 뭔가 생각이 난 듯 말했다.

“라이안의 말에 따르면 항마칠검이라는 검술은 라드이라에게 아주 적합한 무공이라고 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와는 다르게 라드이라에게는 처음부터 많은 신성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항마칠검의 이해도 역시 라드이라가 가장 빨랐지요.”

“그러니까 그 말은 즉, 라드이라를 위해 맞춰진 듯한 검술이 바로 자네들의 항마칠검이라는 것이군.”

“그렇지요.”

“흠… 최적의 검술이라…….”

그들이 그러한 대화를 하고 있을 때 방 밖으로부터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누구십니까?”

이즈리스 남작이 묻자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만났던 파고트 왕자라네. 잠시 만날 수 있겠는가?”

그의 말을 들은 이즈리스 남작은 문을 열어주었다.

“들어오시지요.”

“실례하겠네.”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이즈리스 남작이 소파에 앉을 것을 권했고 파고트 왕자는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어쩐 일이신지요?”

소파의 한쪽에는 이즈리스 남작과 헤인드 그리고 디로안이 앉았고 반대편에는 파고트 왕자가 앉았다.

“궁금한 것이 있어서 왔다네. 자네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어떤 사람들이라니요? 전, 바로이탄 왕국의 남작위에 있는 사람일 뿐입니다.”

“휴우.”

파고트 왕자는 한쪽에 누워 있는 라드이라를 보며 다시 물었다.

“혹시 저 사람… 신성국가 사람인가?”

“아, 라드이라가 사천사장이 아닌가 그것이 궁금하신 듯하군요?”

“갓블레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그들 네 명밖에 없지 않은가?”

파고트 왕자의 말에 디로안이 답해주었다.

“그렇다면 오늘로서 다섯 번째 갓블레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겠군요.”

파고트 왕자에게는 중요한 정보가 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

그리고 그가 온 목적은 다른 데에 있었다.

“이즈리스 남작은 그렇다 치고, 자네들은 어딘가 소속된 곳이 있는가?”

“아닙니다. 저희는 그냥 일반 용병일 뿐입니다. 물론 라드이라 역시 그렇지요.”

“용병이라…….”

파고트 왕자는 뭔가 생각하더니 디로안에게 제안을 했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네. 난 자네들에게 욕심이 나서 찾아온 것이라네. 혹, 우리 파란디르 왕국으로 오지 않겠나? 자네들과 같은 인재들이라면 내 왕의 자리에 올랐을 때 백작위 이상의 작위를 주겠네. 어떻겠나?”

백작위 이상.

이것은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순간 헤인드와 디로안은 자신들이 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에 크게 놀라워하며 당장이라도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러나 디로안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쉬며 말했다.

“후우… 정말 솔깃한 제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왕자전하. 하지만 저희는 만나야 할 친구가 있으며, 그 친구에게 은혜를 갚기 전까지는 어떤 곳에도 소속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친구이기에 귀족의 자리도 마다한단 말인가.’

파고트 왕자는 이정도면 정말 괜찮은 제안이라고 생각했었다.

“친구라…….”

“그렇습니다. 저희의 목숨을 몇 번이나 구해준 친구이지요. 그리고 저희에게 검술을 가르쳐 준 스승이기도 합니다. 물론 라드이라에게 검술을 가르친 사람도 그 친구입니다.”

디로안의 말을 들은 파고트 왕자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지금 소드마스터의 스승이 친구라고 했는가?”

“그렇습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그의 친구로 남아 있을 것이며 지금보다 더욱 강해지길 원합니다. 아마도 파고트 왕자전하께서도 들어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검은 사신을 말입니다.”

파고트 왕자는 다시 한 번 놀랐다.

“검은 사신! 에드코르 제국을 단신으로 물리쳤다는 그 검은 사신 말인가! 지금 그 검은 사신이 자네들의 친구이며 스승이라고 말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지금 옆방에는 그 검은 사신인 라이안의 할아버지들이 계십니다. 그보다 더 강한…….”

“헉!”

파고트 왕자는 디로안의 말을 듣자 갑자기 옆방의 벽으로부터 뭔가 위압감이 밀려오는 듯했다.

‘검은 사신의 할아버지라고 한다면 당연 검은 사신을 가르쳤을 것이니.’

검은 사신도 그랜드마스터라고 했다.

몇 기의 타이탄으로도 상대할 수 없는 존재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의 머리로는 도대체 그랜드마스터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믿기지 않는군.”

하지만 곧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노인이 있었으니 바로 혁마소였다.

“여기 다 모여 있었구나? 이거, 원. 다 늙어서 무슨 명상을 한다고 있는지. 내 심심해서 왔다. 여기는 무슨 장기 같은 거 없느냐?”

갈천혁이 명상에 빠져들자 적적했던 혁마소가 이곳으로 와본 모양이었다.

가까이 다가온 혁마소가 고개를 내리며 파고트 왕자를 봤다.

“넌, 누구냐?”

“저, 전… 전, 파고트라고 합니다!”

바짝 긴장한 파고트 왕자를 보며 헤인드와 디로안이 그만 웃고 말았다.

“풋.”

“크흡.”

파고트 왕자는 그들이 웃자 얼굴이 붉어졌다.

“난, 이만 가보겠네. 다음에 다시 보지.”

그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문으로 다가가 문을 여는 파고트였다.

그런데 그 순간!

문을 여는 것보다 빠르게 문이 다시 닫히는 것이 아닌가.

쾅!

“헉!”

파고트 왕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아주 느리게 뒤를 돌아보았고 혁마소의 손이 자신 쪽으로 내밀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목에는 소름이 돋았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왠지 혁마소가 손가락만 까딱하면 자신은 그 자리에서 죽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잔뜩 긴장하고 있는 파고트 왕자의 귀로 혁마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야, 저기서 물 한 잔만 가져다주고 가지 그러느냐?”

바로 옆에 주전자와 컵이 있었다.

파고트 왕자는 서둘러 컵에 물을 채우고는 혁마소에게 가져다주었다.

왕자인 자신이 그 누구에게 친히 물을 따라서 가져다주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그럼, 전 이만.”

문을 열고 나가려는 파고트 왕자의 귀로 혁마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야.”

“네, 넵!”

“허튼 수작을 한다면 내 친히 너희 나라에 찾아갈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아, 알겠습니다!”

재빨리 문을 닫고 나온 파고트 왕자는 복도를 걸으면서도 온몸에 돋은 소름이 가시지 않았다.

파고트 왕자가 나가고 나자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크게 웃었다.

“큭큭큭.”

“하하하”

“크그그극”

한참을 웃던 그들이 웃음을 멈출 때쯤 헤인드가 혁마소에게 물었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는 그에게 왜 그렇게 하신 건가요?”

다른 사람들도 혁마소의 의도가 궁금했다. 아니, 그냥 장난을 쳐 본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혁마소가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람이란 무릇 자신이 갖지 못하는 것은 다른 사람도 갖지 못하게 하는 습성이 있단다. 자신이 가지면 힘이 되겠지만 자신이 못 갖고 남이 갖게 된다면 그것은 해가 될 것이며, 언제 너희들이 자신에게 적으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법이 아니겠느냐?”

그제야 혁마소의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 헤인드와 디로안이었다. 그나마 이즈리스 남작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던 듯했다.

“꼭, 저희의 대화를 모두 듣고 계셨던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허허허, 너희도 나이를 먹다보면 귀가 밝아지는 것을 알 것이다.”

혁마소의 말에 헤인드가 반박했다.

“반대 아닌가요?”

퍽!

“크헉!”

“어른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지. 따지기는…괘씸한 놈 같으니.”

괜히 한 마디 했다가 머리에 주먹만 한 혹을 단 헤인드였다.

* * *

라이안은 명상수련을 하며 자신의 마법 수준을 높이고자 했다. 타미르안과 마법전투를 마치고 나면 운기조식 후 명상수련에 들어가는 것이 바뀐 하루 일과였다.

타미르안은 라이안이 왜 갑자기 마법에 전념하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명상수련을 통해 타미르안이 전해준 마법수식들을 해석하여 이해하였고, 그렇게 모두 이해한 마법들은 타미르안과의 마법전투에서 사용해 보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더욱 좋은 것은 심장에 있는 마나를 사용하면서 혈기공을 운기해도 자신의 전신에 있는 마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일석이조였다.

명상을 마치고 눈을 뜬 라이안이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파황혈천무를 시전할 수 있겠구나. 후훗”

이제 원래의 건강을 되찾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라이안은 빨리 건강을 되찾고 파황혈천무 5성에 도전해 보고 싶어졌다.

“앞으로 10일. 그 시간이면 충분하다.”

사실 지금도 파황혈천무 2성까지는 가능했다.

엄청난 발전이었다.

하지만 라이안은 왠지 모든 힘을 되찾고 나서 파황혈천무를 펼쳐보고 싶었다. 무리를 한다면 오히려 몸이 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라이안이 명상에서 깨어난 것을 안 타미르안이 라이안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어떤가? 대련을 시작하겠는가?”

“좋지. 시작하자고.”

타미르안의 레어 밖에서는 여기저기에서 수많은 마법들이 난무했고 터져나갔다.

그리고 타미르안의 레어 안에서는 어느 정도 전함의 모양이 갖추어진 챠둠이 있었다. 이미 자신의 작은 우주선을 전함 중앙에 부착했으며, 주위의 로봇들은 챠둠이 보내는 전파대로 일을 수행했다. 전함을 만드는 공장 안에는 챠둠이 설치해 둔 수많은 카메라가 있었으며 각각의 로봇들에게도 챠둠이 언제 어디서든 일의 진행을 알 수 있도록 나타내어지고 있었다.

“이제 센서기능만 만들어진다면 카메라 같은 것은 필요 없겠군.”

얼마 안 있으면 이제 컴퓨터의 그래픽과도 같이 일의 과정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일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어가고 있을 때, 에드코르 제국과 포스안 제국의 경계점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에드코르 제국 진영.

에드코르 제국의 사령관을 맡은 사람은 에드코르에 남아 있는 마지막 소드마스터인 로빈스 공작이었다.

그는 밖을 둘러보다가 작전을 회의하는 움막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타이탄은 준비되었는가?”

“문제없이 준비되었습니다. 이미 기사들과의 계약도 끝마쳤으며 타이탄전을 위한 훈련도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흠. 좋군.”

움막 안에는 여러 명의 귀족들과 작전 군사들이 있었다.

전략 담당을 하고 있는 아즈파 백작이 로빈스 공작에게 물어왔다.

“사령관님, 그런데 수도에서 알버트 백작이 전쟁에 사용될 무기라고 하면서 관과도 같은 이상한 것을 가지고 왔습니다.”

“알버트 백작이? 흠… 그래, 무슨 무기라고 하던가?”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의 사용 권한은 알버트 백작 자신에게 있으며,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에 사용되게 될 것이라고만 말했습니다.”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이라.”

얼마 전 수도의 마법사들이 황성으로부터 짙은 마기를 느꼈다는 소리를 들었던 로빈스 공작이었다.

‘도대체 어떠한 무기이기에 총사령관인 나에게도 말하지 않는단 말인가.’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것이 오리닌 황제의 뜻이라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진형은 어떻게 짰는가?”

“우선 타이탄을 선두에 세우고 그 뒤로 기마병들이 타이탄들을 따를 것입니다. 기마병의 가장 뒷부분에는 마법사단들이 같이 타 기마부대를 엄호할 것이며, 타이탄이 적들과 마주쳤을 때 기사들이 양옆을 공략할 것입니다.”

로빈스 공작은 마음에 든다는 듯 지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병사의 병력은 얼마나 되는가?”

로빈스 공작의 물음에 다른 쪽에 부대배치 담당을 맡고 있는 자가 답했다.

“병사의 수는 총 120만입니다. 앞으로 20만 정도 더 충원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120만이라… 포스안 제국을 무너트리더라도 인두루인 제국이 넘볼 터인데…….”

이 정도의 병력이라면 에드코르 제국의 군사를 90%에 가깝게 모으는 것이었다.

얼마 전 히매인 왕국을 침략했을 때 너무도 많은 손실을 입은 에드코르 제국이었다.

사실 이렇게 곧바로 다른 나라를 침략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

하지만 오리닌 황제는 최적기라고 말하며 전쟁을 강행하였다.

로빈스 공작이 잠시 그러한 상념에 빠져 있을 때 밖으로부터 한 기사가 들어와 알렸다.

“사령관님, 적군으로부터 사신이 보내져왔습니다.”

“사신이라… 좋다. 만나 보겠다.”

기사가 나갔다가 한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다.

사신으로 온 사람은 성기사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저는 사천사장 중 제 일천사장님이신 윌리엄 님의 서신을 전하러 왔습니다.”

성기사는 말과 함께 돌돌 말아진 한 장의 종이를 로빈스 공작에게 전했다.

로빈스 공작은 천천히 서신을 풀고는 쓰여 있는 글을 읽기 시작했다.

“사령관님, 어떠한 서신인지요?”

아즈파 백작의 물음에 로빈스 공작이 서신의 내용을 가르쳐 주었다.

“일천사장인 윌리엄이 단독으로 만나기를 청하는군.”

“함정이 아닐까요?”

아즈파 백작의 염려되는 말에 로빈스 공작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명예를 아는 자다. 치졸하게 함정이나 팔 인물이 아니다.”

로빈스 공작은 곧바로 성기사를 보며 말했다.

“서신에 응한다고 전하라.”

“알겠습니다.”

성기사는 고개를 한 번 숙이고는 자신의 진영인 도크만 성으로 떠났다.

도크만 성에 있는 제 일천사장 윌리엄은 적인 에드코르 제국의 진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천사장인 메튜가 그의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

“이보게, 윌리엄. 그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인가?”

“후후후, 대화를 통해 어떤 자인지 알고 싶을 뿐이라네. 그리고 대화를 통해 싸우지 않는 방법이 있다면 그리하는 것도 좋은 것 아닌가?”

“싸우지 않을 자였다면 저곳에 와 있지도 않겠지.”

메튜의 말에 윌리엄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메튜가 멀리서 말을 타고 오는 성기사를 보며 말했다.

“사신이 돌아오는군. 그가 자네를 만나리라 생각하는가?”

“못 만날 것은 또 무엇이 있겠는가?”

메튜는 사신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성벽에서 내려가는 윌리엄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자네 속은 정말 알 수 없군.’

하지만 메튜는 자신이 죽는 한이 있어도 윌리엄을 따를 것임을 맹세했다.

‘후후후, 그래도 자네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가겠네.’

포스안 제국의 도크만 성의 성문이 열리고 있었다.

도크만 성은 성벽 앞에 강으로 둘러싸여져 있어 철혈의 요새라고 불렸다.

그리고 성벽에 기계적인 장치가 되어 있어 적들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포스안 제국에서 가장 크게 발달한 무기는 바로 공성무기였다.

부수는 것에도 좋지만 방어에도 좋은 것이 공성무기였다.

다른 나라들은 공성무기를 옮기기 힘들고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마법으로 공성전을 펼치는 것을 중점으로 두었다.

마법과 타이탄이라면 공성전은 충분히 이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공성무기와 함정에 대해서 연구하고 발전시킨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포스안 제국이었다.

에드코르 제국이 포스안 제국을 쉽사리 공격하지 못하는 이유가 그러한 데에 있었다.

에드코르 제국은 공격에 강한 타이탄을 많이 소지하고 있었으나 타이탄의 수는 한정적이었다. 마도시대의 유물이기에 발굴이 쉽지 않았고 또 만들어낼 수도 없었다.

반면에 포스안 제국의 공성무기는 무제한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으니 방어에 강했다.

그중 에드코르 제국과 가장 가까이 있는 도크만 성이 그 방어력에 있어서는 가장 뛰어났다.

그런 도크만 성의 문이 서서히 내려오고 있었다.

끄득끄득끄득.

도르래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성문이 내려왔고 곧 성문은 땅에 닿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백마를 탄 기사가 나오고 있었으니 바로 일천사장 윌리엄이었다.

그의 갑옷은 은빛 바탕에 붉은 실선이 가득했다.

그의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굉장히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가 말을 타고 걸어 나가자 에드코르 제국 진영에서도 깃발을 단 한 사람이 말을 타고 도크만 성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로빈스 공작이었다.

둘은 한참을 와서야 서로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처음 뵙겠소. 난 포스안 제국의 일천사장 윌리엄이라고 하오.”

“반갑소, 난 에드코르 제국의 공작위에 있는 로빈스라고 하오.”

그들은 잠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윌리엄이 먼저 입을 열어 물었다.

“전쟁에 대한 목적이 무엇이오? 혹 통일 전쟁을 원하는 것이오?”

“흠… 전쟁의 목적은 없소. 아니, 솔직히 나도 모르오.”

“통일을 위한 전쟁이 아니라는 말이오?”

“그렇소.”

“흠.”

윌리엄은 로빈스 공작이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았다.

“그럼 당신은 전쟁의 목적을 모르고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군.”

“난 에드코르 제국의 신하요. 황제께서 바라신다면 목숨을 내놓고 싸울 것이오. 당신 또한 라피네 신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 아니오?”

“후후후, 그렇군요.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지요.”

“나를 보자고 한 이유가 전쟁에 대한 이유를 묻기 위함이었소?”

로빈스 공작의 물음에 윌리엄이 살며시 미소 지으며 답했다.

“그런 것도 있었소. 하지만 그냥 당신이 어떤 자인지 알고 싶었을 뿐이오.”

그런 윌리엄의 대답에 로빈스 공작도 같이 미소 지었다.

그들은 서로 아무런 말없이 말머리를 돌리고는 서로의 진영으로 돌아갔다.

‘이제 시작 되겠군.’

윌리엄은 이러한 생각을 하며 자신의 진영에 돌아가는 한편 로빈스 공작은 씁쓸했다.

‘나도 내가 왜 이 전쟁을 하는 것인지 알았으면 좋겠소. 차라리 황제께서 통일 전쟁이라고 말해 주었으면 좋겠단 말이오.’

로빈스 공작은 진영에 도착하자마자 하나의 전갈을 받을 수 있었다.

“전쟁을 시작하라시는 황제폐하의 어명이 있었습니다.”

“그렇군. 알겠네. 군사들에게 전쟁의 시작을 알리고 철저히 준비하라 일러라.”

“알겠습니다.”

윌리엄은 도크만 성에 도착하자 에드코르 제국의 진영이 시끄러워짐을 알고는 곧 적들이 쳐들어올 것임을 느꼈다.

메튜가 윌리엄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적들이 움직이고 있네.”

“알고 있네. 군사들과 기사들을 준비시켜 주게나.”

그런 윌리엄에게 마법사로 보이는 한 노인이 몇 명의 마법사들을 거느리고 걸어오고 있었다.

윌리엄은 그가 누군지 알고 있었기에 크게 반가워하며 인사했다.

“가시네이스 님, 어서 오시지요.”

“허허허, 제 일천사장이신 윌리엄 님께서 이 보잘 것 없는 노인을 너무 반기시는구려.”

“보잘 것 없는 노인이라니요? 이 대륙 그 어떤 자가 대륙최고의 마법사이신 가시네이스 님을 그렇게 말한단 말입니까?”

“윌리엄 님이 제 얼굴에 금칠을 하시는 게지요. 허허허.”

“이렇게 도와주시러 오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요. 제가 편히 이곳에 있으려면 이 전쟁을 끝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이런 때에는 눈치가 보여서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도 없답니다. 허허허.”

전쟁이 싫어서 평화의 나라 포스안 제국으로 온 가시네이스였다. 그리고 그가 포스안 제국에 있는 동안 포스안 제국은 단 한 차례도 전쟁을 치르지 않았었다. 사실 가시네이스는 전쟁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포스안 같은 울타리가 사라진다면 자신은 어떤 곳에 있든 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한 번만 전쟁에 참여한다면 아마도 앞으로는 자신이 눈을 감기 전까지 전쟁을 안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된 것이었다.

“적들의 마법사단은 저에게 맡기시지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잘 부탁드립니다.”

가시네이스를 보자 힘이 솟는 윌리엄이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윌리엄은 전략을 세우며 발리스타를 쏘는 병사들에게 말했다.

“발리스타병의 대장들은 잘 들어라! 내가 말한 지점이 아니고서는 절대로 미리 쏘아서는 아니 된다. 반드시 지도상의 거리에 적들의 타이탄들이 들어왔을 때 쏘도록.”

“알겠습니다!”

윌리엄이 작전지시를 내리고 있을 때 포스안 제국에 있는 몇 대의 타이탄이 서서히 움직이며 성문 앞에 배치되었다.

에드코르 제국에는 현재 20여 기 이상의 타이탄이 있었다.

하지만 포스안 제국은 겨우 8기였다.

최대한 공성무기의 엄호를 받으며 싸워야 승산이 있었다.

“드디어 시작되는가.”

제 일천사장 윌리엄은 멀리서 들리는 나팔소리에 전쟁이 시작됨을 느꼈다.

윌리엄은 성벽 계단 한쪽 위로 올라갔다.

윌리엄의 아래에는 제 이천사장 메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윌리엄이 뒤를 돌아보자 그의 뒤로는 은빛의 갑옷을 입은 성기사들이 질서정연하게 서 있었다.

윌리엄은 그들을 보며 소리쳤다.

“우리는 누구인가!”

아무 생각 없이 묻는 말 같았다.

하지만 윌리엄의 말을 들은 성기사들은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듯 동시에 소리쳤다.

“우리는 신의 기사들입니다!”

윌리엄은 그들의 우렁찬 목소리에 만족스러웠다.

“그렇다! 우리는 신의 기사들이다. 우리에게는 라피네 신님의 가호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주신이신 라피네 신님을 모시고 있으며 라피네 신님은 항상 우리를 지켜주신다. 저들은 한낱 욕심을 채우려 우리를 침략하려 한다! 저들은 주신님을 모욕하는 자들이며 선량한 라피네 신님의 종들을 농락하려 한다. 그것을 용납하겠는가! 아니면 맞서 싸우겠는가!”

“맞서 싸우겠습니다!”

“맞서 싸우겠습니다!”

윌리엄이 검을 하늘 높이 치켜들어 소리쳤다.

“너희의 함성이 라피네 신님에게 들릴 수 있도록 외쳐라!”

“와아아아아!”

“우린 승리한다!”

“와아아아아!”

윌리엄이 제 이천사장 메튜의 어깨를 강하게 잡았다.

메튜는 아무 말 없이 윌리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윌리엄이 소리쳤다.

“성문을 열어라!”

“성문을 열어라!”

윌리엄의 말을 성문을 열고 닫는 병사들이 듣고는 똑같이 따라 말하며 성문을 제어하는 도르래를 돌렸다.

끄득끄득끄득.

도르래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며 성문이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고, 멀리서 거대한 먼지바람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에드코르 제국의 군사들이 몰려오는 것이리라.

윌리엄은 눈을 감았다.

성문이 다 열리자 성문 끝이 반대편 바닥에 닿는 소리가 들렸다.

쿠궁!

성문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들리기 직전까지 잠시 눈을 감았던 윌리엄의 눈이 빠르게 떠졌다.

그 순간 윌리엄은 신성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소리쳤다.

“돌격하라!”

“우아아아아아!”

“우아아아아아!”

이것이 대륙을 휘몰아칠 대륙전쟁의 시작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