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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예술의 의미 (9/100)

제8장 예술의 의미

"좀 살려 주세요!!"

"......."

"제발 마스터가 일 좀 하게 해 줘요....... 흐흑."

"......."

난 서류에 파묻혀서 눈물을 흘리는 베스틴 정보 부길마 헤이런을 처량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어떻게 된 게 올 때마다 저 모습이다.

예외란 없었다.

은근히 내가 이 정보길드에 자주 왔다 갔다 하는데, 항상 보는 장면은 저 서류에 파묻혀서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저 모습.......

무슨 비디오 재탕하는 느낌이다.

난 금방이라도 밀려서 끝도 안 보이는 서류의 양을 슬쩍 본 뒤 물었다.

"그 인간, 또 그 짓 하고 있는 건가요?"

"흐흑. 네."

"......."

"진짜 무슨 예술 같은 예술을 해야 이해를 해 주지! 그게 무슨!!"

"......."

그때 헤이런은 자신의 길마가 하는 짓거리가 염장이 터지는지 발끈했다.

솔직히 말해 저분 성격이 좋아서 그렇지, 웬만해서는 그놈 밑에서 이렇게 일 못한다.

그만큼 그 자식이 남 속 터지게 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거든.

덜컥!

난 거의 내 집 드나들 듯 그놈의 사무실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거기에는.......

"호오, 안녕."

"......."

바닥에서 기어 다니고 있는 한 생물, 아니 인간이 계신다.

물론 그 모습을 본 연희와 이리엘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에 비해 나와 케찹은 꽤나 멀쩡하다.

한두 번 본 게 아니어서 말이다.

한편 난 그렇게 열심히 기어 다니는 그분에게 말했다.

"오늘은 뭘 표현한 거냐?"

"꿈틀거리는 지렁이."

"......."

"꿈틀거리는 지렁이의 삶을 예술학적으로 표현한 거지."

예술이 미쳤다.

그래, 사실 난 예술을 모른다.

거의 문외한이라는 수준?

그리고 예술 중에는 참으로 독특한 예술이 많다고 대충 들어서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아무리 예술을 모르는 나라고 하더라도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예술이다.

만약에 꿈틀거리는 지렁이의 삶을 예술학이 저런 식으로 표현된다면 난 평생 예술은 이해 못할 것 같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거든.

"오! 무척이나 아름다운 분들이군요."

"감사합니다."

"......."

그때 열심히 꿈틀대던 피렌이 연희와 이리엘을 보고 인사를 하자, 연희는 조금 당황스러워하면서도 감사의 인사를, 이리엘은 거의 울먹거리고 있다.

그래도 이리엘 상태는 참으로 많이 좋아졌어.

그 순간 피렌은 갑작스럽게 무언가가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오늘 이렇게 아름다운 분들을 보았으니 그 기쁨을 예술로 표현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말과 함께 누가 시키지도 않았건만 그 느낌을 예술로 표현한다.

참고로 그 예술이란.......

"......."

"......."

"......."

말이 안 나오는 예술이다.

갑자기 책상 위에 올라가더니 온몸을 둘둘 말고는 얼굴까지 감춘다.

그러고는 외쳤다.

"일명 번데기의 사랑!"

"......."

"......."

"......."

정말 나 이해할 수가 없다.

아니, 이해하면 나 미친 거겠지?

되도록 빨리 용무를 마치고 떠나야겠다.

더 이상은 못 봐 주겠다.

난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열심히 번데기의 사랑을 하고 계신 피렌에게 다가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고스트 헌터 클란."

"......."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피렌은 순식간에 번데기의 사랑 포즈를 풀었다.

그러더니 어느새 서류가 가득한 곳으로 가더니 뭔가 삭삭 훑어본다.

사실 약간 이상한 예술세계를 가진 놈이기는 하지만, 그의 능력은 확실하게 보증된다.

3대 정보길드 안에 들 정도로 정보력이 무척이나 강한 베스틴 길드다.

그 길드에 길마라고 하면 당연하게도 저 정도 실력은 기본이라는 거지.

그렇게 피렌은 처음 모습과는 다르게 꽤나 멋진 포스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약 5분이 지난 후 나를 보더니 물었다.

"신입 고스트 헌터?"

"아니, 꽤 된 것 같은데."

"꽤 됐으면 최소 못해도 이름이 있다는 건데....... 고스트 헌터에 클란이라는 이름은 없는데?"

역시인가?

난 혹시나 해서 찾아와 봤지만 역시 아닌가 보다.

아무래도 유령 고스트 헌터이신데, 고스터 헌터 명단에서 그를 찾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긴 한다.

"어라?"

그때 갑작스럽게 당황하는 피렌은 잠시 후 몇 번이나 서류를 검토하더니 물었다.

"너 죽은 사람은 왜 찾아?"

"......!"

그 말에 난 당장 피렌이 들고 있는 서류를 확인했다.

―인물 정보<고스트 헌터 클란>―

지상 최강의 고스트 헌터라고 불리는 클란.

그의 손에 의해 잡힌 고스트만 해도 만 명이 넘어간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다.

그뿐 아니라 그는 '소울 브레이진'이라는 독특한 영혼 타격 기술의 창시자.

지금까지 그의 업적이나 강함을 뛰어넘은 고스트 헌터는 없다고 기재되어 있다.

특징 : 전설이라 불린 영웅왕 길가메쉬와 친구 사이였던 것으로 추정.

사망 년도 : 서기 2031년.

사망 원인 : 전설의 악령 케리먼과 싸우다가 사망.

이거다!!

난 클란이라는 존재의 정보를 확인하자 바로 이분이라는 걸 느꼈다.

그리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전설이라고 불린 영웅왕 길가메쉬와 친구라는 설명.

이걸로 뭐 볼 것도 없다.

이분이다. 으악!

"근데 도대체 뭔 일인 거냐?"

그때 피렌이 너무 좋아서 히죽거리는 나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난 피렌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어조로 말했다.

"지금 클란이라는 사람, 아니 유령 고스트 헌터 찾거든."

"......."

하지만 이런 내 말에 피렌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미쳤구나. 너도 어서 예술을 연마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즐."

난 안 미쳤다.

아니, 네가 권유하는 그 예술이라는 걸 하는 순간 난 미친 걸로 취급될 것이다.

그나저나 분명 유령이 돼서도 유령 잡고 다니는 걸 봐서는 분명 귀신들이 우글거리는 장소에 있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

그렇다면 그곳으로 간다면?

난 당장 피렌에게 물었다.

"고스트 헌터들과 유령들이 제일 자주 만나는 장소 그런 데 있음?"

"있기야 하지."

"어디?"

난 당장 그 장소를 물었고 그 물음에 피렌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죽음의 성이라고 불리는 페리이진."

"......."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난 굳어 버렸다.

왜냐고?

"거기 정말 즐인데."

개인적으로 내가 정말 싫어하는 장소 중 한 곳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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