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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3화 (3/200)

3화. 무너지는 콜로니(2)

콜로니는 인공 행성이었다.

그렇기에,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인간의 손으로 조작된다.

가령 날씨가 바뀌거나 날이 밝고 저무는 것마저도 말이다.

유성은 저물어 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집으로 향했다.

그는 오늘도 평소와 같을 거라 생각했다.

평범한 일상과 평범한 하굣길.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변이 발생했다.

오싹!

순간 대기를 타고 무언가가 살갗에 전해지는 감각이 들었다.

서늘한 감각이었다.

우뚝.

‘음?’

유성은 거의 동시에 멈춰 섰다.

이상함을 느낀 그가 미약하게 미간을 찌푸릴 때에.

다른 사람들마저도 이변을 느낀 듯, 거리에 멈춰 섰다.

“어, 어라?”

“모, 몸이 왜 이러지?”

다들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다.

사람들은 추위를 느끼기라도 하는 듯 몸을 떨었다.

마치 한겨울 바람이라도 부는 듯한, 싸늘한 감각이 느껴졌다.

유성은 천천히 자신의 몸을 내려 보았다.

“……설마 이건.”

살이 떨리는 이 느낌.

마치 아득히 공포스러운 무언가를 마주한 듯한 감각이었다.

육체는 바뀌었지만, 유성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익숙한 감각. 익숙한 떨림.

이것은 살기였다.

인간을 짓누르는 싸늘한 공포심.

이 세상에 이런 존재감을 내뿜는 존재는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멀리서 어마어마한 폭발이 터졌다.

쿠우웅!

거대한 불기둥이 하늘 높이 터져 올랐다.

“뭐, 뭐야!”

사람들은 당황해 소리쳤다.

멀리서도 보일 만큼 확연한 폭발이었다.

“폭발?”

유성 또한 그 광경을 보았다.

적색의 불 연기가 도심 저편에서 치솟았다.

주위에 길을 걷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다들 할 말을 잃은 듯했다.

그들의 몸을 짓누르는 살기와 함께 일어난 비현실적인 거대한 폭발.

폭발음에 놀라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뭐, 뭐야? 저거 뭐야?”

사람들은 크게 놀랐다.

그들은 어찌할 줄을 몰랐다.

차를 운전하던 사람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하지만.

폭발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쿠구궁. 쿠궁.

연달은 미세한 진동이 땅을 타고 느껴졌다.

폭발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불기둥이 하나둘 도심 저편에서 치솟았다.

매캐한 연기의 수가 순식간에 늘었다.

사람들이 얼이 빠진 듯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테, 테러라도 일어난 건가?”

“겨, 경찰! 경찰에 전화해! 빨리!”

“전화가 안 돼? 왜 이러지?”

통화는 불통이었다.

거기에 근방의 폭발은 귀가 먹먹할 정도로 크게 울렸다.

주위 인파는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그 순간.

모든 사람들이 거짓말처럼 굳었다.

마치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어…….”

“저, 저거…….”

사람들은 입을 벌린 채 하늘을 가리켰다.

하늘에. 무언가가 보였다.

[■■■■!]

그것은.

인류의 재앙, 드라칸이었다.

“…….”

모두가 그대로 굳어 버렸을 때.

유성의 눈은 침착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변은 갑작스럽게 일어난다는 것을.

* * *

쾅!

유성은 도심을 내달렸다.

콜로니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건물이 무너졌다.

주위는 온통 혼란의 도가니였다.

무너진 건물에 사람들이 깔리고, 하늘에서는 드라칸들이 돌아다녔다.

[■■■■!]

“꺄아악!”

놈들은 비명을 내지르는 사람들을 낚아챘다.

그러곤, 그대로 입을 쩍 벌려 잡아먹었다.

사람들은 겁에 질려 필사적으로 도망쳤고, 그중에는 유성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젠장! 전화 좀 받아, 라피스!’

유성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정신없이 뛰었다.

뚜-. 뚜-.

손에 쥔 핸드폰이 아까부터 연락이 되질 않는다.

라피스가 어째서인지 통화를 받지 않고 있었다.

‘설마 무슨 일이라도 당한 건 아니겠…… 큭?!’

그 순간.

쾅!

그의 앞으로, 무언가가 혜성처럼 떨어져 내렸다.

거센 강풍에 유성이 팔로 얼굴을 가렸다.

“크윽?”

나타난 것은 드라칸이었다.

[■■■■.]

갑각질로 뒤덮인 외계의 존재.

놈의 시선이 주위를 훑는 게 보였다.

“괴, 괴물이다!”

“으아악!”

사방에서 드라칸을 보고 도망쳤다.

놈은 도망치는 사람들을 뒤쫓았다.

콰득!

살점이 뜯어 먹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성은 무너진 건물 폐허에 숨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구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당장 그 자신의 몸을 챙기는 것조차 급급한 판국이다.

마나 사용자였다면 녀석과 맨몸으로 싸우는 것조차 가능하겠지만, 지금의 그는 아니었다.

유성은 현재의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었다.

평범한 일반인에 불과한 그는 죽었다 깨어나도 결코 드라칸을 이길 수 없었다.

유성은 놈의 시선이 자신을 떠나자마자 황급히 움직였다.

‘일단은 아카데미 쪽으로.’

당장 라피스부터 확인하는 게 우선이었다.

* * *

쿠오오-.

아카데미는 불에 타오르고 있었다.

생도들은 화재를 가라앉힐 생각조차 없이, 도망치기가 바빴다.

유성은 난장판이 된 아카데미를 살필 겨를조차 없었다.

그저 무작정 열기가 솟구치는 아카데미 뒤편의 창고로 내달렸다.

“하아, 하아.”

도착한 유성은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그는 거친 숨을 내쉬며 창고를 둘러보았다.

천장이 반쯤 무너져 내려앉아 창고는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유성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라피스! 어디야!”

어째서인지 라피스는 보이지 않았다.

분명, 그녀는 방금 전까지 이곳에 있었을 터였다.

평소 라피스가 즐겨 사용하던 태블릿의 화면이 채 꺼지지 않은 채로 있었다.

혹시 몰라 다시금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나 받질 않는다.

한동안 창고 인근을 뒤지던 그는 곧 거대한 소음을 들었다.

[■■■■-!!]

드라칸의 포효 소리.

그에 유성은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저 멀리, 아카데미 쪽에 드라칸이 있는 건가.’

여기에 라피스가 없었다면, 어쩌면 그녀는 지금 드라칸이 있는 방향에 있을지도 몰랐다.

왜냐하면 저 방향은 분명.

대피소가 있는 방향이었으니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유성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유성은 무작정 달려가려다 순간 멈춰 섰다.

‘잠깐.’

그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지금의 유성은 맨몸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그가, 가서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겠는가.

드라칸은 터무니없이 강한 생명체였다.

총알조차 제대로 박히지 않을 만큼 단단한 갑각질로 이뤄진 놈들을, 유성 혼자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마주치면 오히려 도망칠 수나 있으면 다행이다.

‘게다가 나한테는 무기조차도 없…….’

그러고는 곧 천천히 창고 쪽을 돌아보았다.

유성은 뒤늦게 깨달았다.

아니. 그렇지 않았다.

‘무기’라면, 이곳에 있었다.

그것도, 드라칸 놈들에게도 통할 만큼 아주 커다란 무기가.

그저 그는 그것을 조금 늦게 인지했을 뿐이었다.

너무도 오랫동안 타지 않아 잊어버렸던 바로 그것.

유성은 기가스 스크래퍼를 올려다보며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이걸 탈 일이 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두 번 다시 이것에 탈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타야 했다.

살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유성은 긴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는 익숙하게 기가스에게 이어진 밧줄을 타고 올라섰다.

그리고 조종석에 탑승한 그가, 전원을 켰다.

곧, 기가스에 불이 들어오며 각종 계기판과 모니터 화면이 켜지기 시작했다.

유성은 기동을 시작하는 기가스의 안에서 생각했다.

‘비록 진짜 기가스는 아니지만.’

스크래퍼는 진짜 기가스가 아니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산업용을 생각하고 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진짜 기가스는 바로 드라칸의 ‘핵’을 사용해 만든 전투용을 뜻한다.

꽈악.

유성은 조종석의 손잡이를 세게 부여잡았다.

땀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지금 난, 이거라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당장 곳곳에서 드라칸들이 난리를 치는 판국이었다.

이 혼란의 도가니에서, 맨몸으로 나간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게다가-. 그는 라피스를 구해야 했다.

‘아마 지금 내 모습을 라피스가 보았다면, 꽤나 놀랐겠지.’

어째서 마나 사용자도 아닌데 기가스에 탑승할 수가 있냐고 말이다.

유성은 마나 사용자가 아니었다.

그의 실력이라면, 언제고 군사 학교에서의 편입 제의가 왔겠지만 그에게는 가장 중요한 마나라는 게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가 마나 능력을 개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껏 단 한 번도.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유성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대기를 떠돌고, 자신의 몸에 미세하게 머물고 있는 감각이 느껴진다.

오랜 시간 느껴왔지만, 이번 생 이후로 단 한 번도 일깨우지 않았던 바로 그 감각.

그 에너지를.

‘힘이 느껴진다.’

설마하니 이 기운을 다시금 필요로 하게 될 줄이야.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여겼는데.

무려 17년이라는 시간 동안 언제나 느껴왔지만, 결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능력.

하지만 그럼에도 유성의 재능은.

그 오랜 시간을 잠들어 있었음에도 단숨에 활화산처럼 일깨워졌다.

번-쩍!

눈을 뜬 유성의 동공은, 파란빛으로 번뜩였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마력과 연결된 기가스 스크래퍼 또한 파란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과거의 전승이.

시간을 이어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되살아났다.

* * *

콰앙!

대피소가 크게 진동했다.

“으으으!”

대피소의 분위기는 위태로웠다.

천장에서 흙먼지가 후두둑 떨어졌다.

“여, 여긴 안전한 거 아니었어?”

사람들의 얼굴에 불안감이 감돌았다.

그들 사이에 섞여 있던 이들 중 하나인 라피스 또한 몸을 떨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아까 전부터 시작된 진동이, 잦아지는 게 아니라 갈수록 커지고 있다.

[■■■■-!!]

거기에 드라칸의 포효 소리까지.

사람들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귀를 막았다.

일부 사람들의 귀에서 감당 못 할 크기의 소음에 피가 주륵 흘러내렸다.

그때, 쿵! 하는 커다란 굉음이 대피소를 강타했다.

대피소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뒤흔들리며, 사람들은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꺄아아악!”

“뭐, 뭐야!”

하지만 아무래도, 좀 전의 충격은 보통의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대피소의 천장이 쩍, 하고 갈라지더니 그 틈을 통해.

[■■■!]

생명체, 드라칸이 나타났다.

놈이 대피소의 천장을 비집고 고개를 내민 순간.

쩍, 하고 벌어진 놈의 입에 가공할 마력이 한데 모이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

사람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들은 놀라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피할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피소는 밀폐된 공간이었다. 입구는 단단하게 닫혀 있었으니까.

‘움직여야 해.’

그리고 굳어 있는 사람들 중에는, 라피스 그녀 또한 있었다.

라피스의 온몸이 덜덜 떨렸다.

‘싸우지 않으면 꼼짝없이 죽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훨씬 압도적인 공포가 짓누른 상황이었다.

싸울 투지보다 그것을 짓누르는 공포심이 컸다.

번쩍!

곧, 마력을 한데 모은 드라칸의 입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푸른 마력이 한데 뭉친, 불꽃이었다.

“웃!”

라피스는 두 눈을 질끈 감고는 마력을 끌어 올렸다.

새파란 빛이 흘러나오며 그녀의 온몸을 감쌌다.

본능적인 방어 행동이었다.

화륵!

놈의 입가에 머금어진 푸른 불꽃이 쏘아지기 직전의 순간.

뒤편에서 놈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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