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빨로 축구천재-136화 (136/224)

136

* * *

신재욱에겐 습관이 있다.

경기를 앞둔 전날이면 상대 팀을 분석하는 것.

환생 전부터 이어진, 오래된 습관이었다.

지금 펼쳐지고 있는 슈투트가르트전을 앞뒀을 때도 다를 건 없었다.

슈투트가르트의 전술과 전력, 선수들의 스타일을 최선을 다해서 파악했다.

더 나아가 슈투트가르트의 홈구장의 잔디 퀄리티, 관중들의 응원방식까지 전부 파악했고, 경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심판들의 정보도 머릿속에 넣어뒀다.

때문에, 신재욱은 오늘의 주심인 ‘맷 호먼’이 안토니오 뤼디거에게 레드카드를 주지 않고 옐로카드를 줬을 때도 놀라지 않을 수 있었다.

‘맷 호먼 심판은 몸싸움에 관대한 편이지. 레드카드도 잘 주지 않고.’

게다가 신재욱은 좋아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거친 반칙을 하고, 도발까지 한 안토니오 뤼디거에게 복수할 수 있게 됐으니까.

“나한테 다이버라고 했지? 그 말 후회하게 해줄게.”

신재욱은 몸을 일으키며 몸에 묻은 잔디와 흙을 털어냈다.

비록 반칙에 당하며 일대일 기회를 놓치게 됐지만, 기회를 완전히 날려버린 건 아니었다.

제법 가까운 거리에서 프리킥이 주어졌으니까.

“제가 찰게요.”

신재욱은 프리킥에 욕심을 내며 다가오는 토니 크로스와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에게 프리킥을 직접 차겠노라 말했고.

다가오던 두 명의 동료는 고개를 끄덕이며 비켜줬다.

“그래. 재욱, 네가 차.”

“에이, 나도 잘 차는 자리인데……재욱, 너니까 양보한다?”

신재욱은 멀어지는 2명의 동료에게 고맙다는 신호를 보냈다.

둘 다 프리킥 능력이 매우 뛰어난 선수들이었음에도 양보를 해준 것이니까.

‘토니, 바스티안. 모두 고마워요.’

신재욱은 손으로 공을 돌려가며 원하는 부분이 정면에 오게 했다.

다음으로 슈투트가르트의 페널티박스 안으로 시선을 옮겼다.

조금 전부터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안토니오 뤼디거?’

시선을 보내던 선수는 안토니오 뤼디거였다.

그는 신재욱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진한 비웃음을 보내왔다.

보는 것만으로도 화가 날 정도로 얄미운 표정이었다.

그러나 신재욱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조금 뒤에도 웃을 수 있나 보자.”

프리킥 준비에 모든 집중을 쏟아낼 뿐이었다.

― 신재욱 선수가 프리킥을 찰 것 같네요? 이건 의미하는 게 크지 않습니까?

― 맞습니다. 바이에른 뮌헨엔 방금처럼 토니 크로스나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처럼 프리킥을 욕심내는 선수들이 있거든요? 이 선수들은 실제로 프리킥을 굉장히 잘 차는 선수들이고요. 그런데도 신재욱 선수에게 양보한다는 건 그만큼 훈련 때도 신재욱 선수가 프리킥을 잘 찬다는 겁니다.

― 기대됩니다! 신재욱 선수가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프리킥을 거의 찬 적이 없지만, 유소년 리그에서는 프리킥을 담당했을 정도로 프리킥 능력이 좋은 선수거든요? 게다가 프리킥 성공률도 굉장히 높은 편이었고요!

신재욱이 준비를 마쳤다.

거리는 가까운 편이었고, 상대인 선수들로 이뤄진 수비벽은 충분히 넘길 만했다.

하지만 신재욱은 선수들의 키를 넘긴 프리킥을 찰 생각이 없었다.

미리 분석한 결과, 슈투트가르트의 선수들이 프리킥을 막을 때 밑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으니까.

‘프리킥은 위로만 차는 게 아니거든.’

신재욱이 움직였다.

영락없이 오른발로 감아 찰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물론 상대 선수들을 속이기 위한 동작이었다.

퍼어엉!

환생 전, 수많은 선수를 속였던 신재욱의 속임 동작.

이에 슈투트가르트의 선수들 모두가 속았다. 이들 모두 높이 점프하며 슈팅을 머리나 몸으로 막아내려고 했다.

그러나 공은 이들 밑으로 깔려 들어갔다.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촤자자잣!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슈팅이었다.

슈투트가르트의 골키퍼도 마찬가지였다.

“엇?”

깜짝 놀라며 밑으로 깔려 들어오는 공을 향해 몸을 날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생각했을 땐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공은 골대 안으로 들어와 버렸으니까.

― 고오오오오오오올! 신재욱! 신재욱의 골입니다! 모두를 속인 프리킥으로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 하하하! 정말 모두를 완벽하게 속였네요! 이야~! 이 타이밍에 밑으로 찰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 했었는데 말이죠?

― 신재욱 선수는 항상 예상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네요! 신재욱 선수의 추가 골로 스코어는 이제 4 대 0이 됩니다! 슈투트가르트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골을 넣은 신재욱은 세레머니를 생략했다.

대신 근처에 있던 안토니오 뤼디거를 보며 미소를 지어준 뒤, 공을 들고 경기장 중앙으로 뛰었다.

“너 지금 나 보고 웃었냐?!”

안토니오 뤼디거가 말과 함께 강렬한 눈빛을 보내왔고.

신재욱은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로 대답했다.

“어 웃었어. 그리고 조금 뒤엔 더 크게 웃게 될 것 같아.”

* * *

골을 넣자마자 공을 들고 뛴 신재욱의 노력으로 경기는 빠르게 재개됐다.

― 경기 재개됩니다!

― 슈투트가르트 선수들의 움직임이 급해졌네요. 빨리 1골이라도 따라붙고 싶은 마음이겠죠.

해설들의 말처럼 슈투트가르트의 선수들은 급하게 움직였다.

반면에 바이에른 뮌헨은 그런 슈투트가르트를 여전히 강하게 압박했다.

― 안토니오 뤼디거 선수가 전방으로 길게 패스를 뿌려봤지만, 너무 길었습니다. 슈투트가르트의 스트라이커 베다드 이비셰비치 선수가 라인브레이킹을 잘했지만, 길게 날아온 공을 받아내진 못했습니다.

― 슈투트가르트의 공격이 바이에른 뮌헨에게 통하려면 조금 더 정교한 패스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슈투트가르트의 공격전개는 쉽게 이뤄지지 못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압박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었는데, 결국 슈투트가르트가 할 수 있는 건 롱패스 한 방으로 기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때문에, 슈투트가르트는 최후방에서 최전방에 선 장신 스트라이커를 향해 긴 패스를 뿌려대고, 측면을 돌파하지 않고 얼리크로스를 뿌리는 패턴을 반복했다.

흔히 뻥축구라고 말하는 공격전개였다.

― 아~! 슈투트가르트의 선수들이 너무 무리한 패스를 남발하는데요? 이렇게 정교하지 못한 패스로는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진을 뚫어내기 어렵죠!

이처럼 슈투트가르트의 뻔한 패턴 공격은 바이에른 뮌헨에게 통하지 않았다.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이 컨디션이라도 좋지 않았다면 모를까, 오늘의 바이에른 뮌헨은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슈투트가르트는 바이에른 뮌헨에게 역습까지 허용했다.

― 슈바인슈타이거 선수의 좋은 수비였습니다! 오! 바로 측면으로 벌려주네요! 아주 좋은 패스입니다! 토마스 뮐러가 받습니다! 토마스 뮐러! 아주 좋은 터치입니다!

측면에서 공을 잡은 토마스 뮐러는 그대로 크로스를 올렸다.

슈투트가르트의 선수들이 뿌려대던 부정확한 크로스와는 달리, 매우 정확하고 위협적인 크로스였다.

그리고 그 패스를 슈팅으로 연결하기 위해 신재욱이 몸을 띄웠다. 이대로 날아오는 공을 머리로 때려내기만 하면 골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 바이에른 뮌헨의 좋은 기회입니다!

그러나 신재욱의 근처엔 슈투트가르트의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가 있었다.

신재욱보다 키가 더 크고, 점프력도 더 좋은 그는 토마스 뮐러의 크로스를 머리로 걷어냈다.

터어엉!

안토니오 뤼디거는 공을 걷어내는 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그는 심판의 눈을 피해 손을 움직였다. 아무도 보지 못하게끔 신재욱의 등을 꼬집었다.

“흐흐흐! 이거나 먹어라!”

이처럼 수비수가 공격수를 꼬집거나 할퀴며 화를 돋우는 건 프로 무대에서 꽤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신재욱에게도 익숙한 일이었다.

환생 전에도 아주 많이 당했던 거니까.

다만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푸욱!

신재욱을 꼬집던 안토니오 뤼디거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명치에서 느껴지는 고통 때문이었다.

“크헉?”

잔디 위에 쓰러진 안토니오 뤼디거는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커억! 컥!”

신재욱 역시 바닥에 쓰러졌다.

등을 꼬집힌 게 아파서가 아니었다. 심판들을 헷갈리게 하기 위해서였다.

‘안토니오 뤼디거 혼자 쓰러져있으면 내가 때린 게 티 나잖아.’

안토니오 뤼디거는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것을 판단한 슈투트가르트 측에선 다급히 의료진을 투입했다.

‘많이 다치진 않겠지만, 바로 일어나긴 힘들 거야. 엄청 아플 거거든.’

신재욱은 옅게 웃으며, 방금 효과가 발동된 특성을 바라봤다.

[그라운드의 프로파이터]

[등급] C

[효과] 상대 선수를 가격했을 때, 끔찍한 고통을 주게 됩니다.

상대에게 끔찍한 고통을 줄 수 있는 ‘그라운드의 프로파이터(C)’특성.

이 특성의 효과를 받은 팔꿈치 공격으로 명치를 강하게 맞았으니, 안토니오 뤼디거는 숨도 쉬기 힘들 게 분명했다.

‘슬슬 일어나도 되겠어.’

심판은 단순한 경합에 의한 충돌이라고 판단했다.

당연하게도 카드는 물론이고 가벼운 경고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같은 시각.

실시간으로 경기를 보던 팬들은 안토니오 뤼디거와 신재욱 사이에 있었던 일을 느린 영상으로 볼 수 있게 됐다.

해설들도 마찬가지였다.

화면에 느리게 나오는 장면을 보며, 상황을 설명했다.

― 아……! 안토니오 뤼디거 선수가 신재욱 선수의 등을…꼬집었네요!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행동이죠? 안토니오 뤼디거, 너무 더티한데요? 이때 신재욱 선수가 안토니오 뤼디거 선수의 팔을 뿌리치면서……아! 신재욱 선수가 휘두른 팔꿈치에 안토니오 뤼디거 선수가 맞았네요!

― 이건 안토니오 뤼디거 선수가 잘못한 거죠. 신재욱 선수의 움직임을 보면 등을 꼬집는 손을 뿌리치려다가 실수로 안토니오 뤼디거 선수의 복부를 가격한 것으로 보이거든요?

안토니오 뤼디거가 등을 꼬집어서, 신재욱은 그저 뿌리치려다가 실수로 가격을 하게 됐다는 것.

그게 해설들의 판단이었다.

실시간으로 영상을 본 전 세계축구팬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 안토니오 뤼디거가 더러운 놈이네.

└ 신재욱은 잘못이 없어. 안토니오 뤼디거가 역겨운 짓거리를 하다가 처맞았을 뿐이지. 심지어 신재욱의 움직임엔 고의성도 보이지 않잖아?

└ 슈투트가르트의 수비수들은 왜 저렇게 더럽게 수비하는 거야? 미친 거 아니야? 심판은 당장 안토니오 뤼디거를 퇴장시켜야 해.

└ 안토니오 뤼디거 저 무식한 놈! 신재욱의 등을 꼬집어버리네. 저럴 거면 그냥 격투기를 하지 왜 축구선수를 하는 거야?

└ 느린 화면으로 보니까 확실하게 알겠네. 안토니오 뤼디거는 쓰레기 같은 놈이야.

└ 그 와중에 팔꿈치에 명치 제대로 맞았네. 큭큭! 속이 시원하구만!

└ 신재욱이 잘한 거야. 근데 복부가 아니라 안토니오 뤼디거의 면상을 후려쳤어야지.

이처럼 전 세계축구팬들은 안토니오 뤼디거를 비난했다.

팔꿈치를 휘두른 신재욱을 비난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만큼 안토니오 뤼디거의 행동이 더러웠고, 팔을 휘두른 신재욱의 행동이 고의로 느껴지지 않게 보일 정도로 교묘했다.

이때,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경기를 보던 모든 사람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어? 안토니오 뤼디거 선수! 뭐 하는 거죠?

의료진에게 검사를 받고 몸을 일으킨 안토니오 뤼디거가 갑자기 신재욱을 향해 달려들었으니까.

“너 이 새끼! 죽여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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