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화
플레비크 행성은 과거에 다섯 명의 지도자가 함께 지배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들의 터전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외계의 행성들을 정복하기 시작하자 상급 전사의 일부가 플레비크를 떠나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뒤로 수백 년이 지나면서 본성인 플레비크에는 세 명의 상급 전사가 상주하며 고향별을 지배하는 게 하나의 암묵적인 전통으로 굳어졌다.
플레비크에 머물고 있는 세 명의 상급 전사들 사이에는 공식적으로 특별한 위계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전사들은 그들 가운데 닐로를 제1 지도자로, 미슬란트를 제2 지도자로 여겼다.
“제3 지도자이신 에드막님을 뵙습니다.”
에드막은 자신이 제3 지도자로 불리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자기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노르호지가 노골적으로 자신을 다른 두 명의 본성 지도자들보다 낮추는 호칭을 사용하자 인상을 찌푸렸다. 건방진 자식. 그는 평소에도 니코레임을 지배하는 노르호지와 벨푸를 마땅치 않아 했다.
“니코레임은 어쩌고 여기에 왔는가?”
에드막의 어투에 담긴 불쾌한 기색을 느끼지 못할 노르호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태연하게 미소를 지으며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지구인 상급 전사인 진우가 피엔다 행성으로 간 것 같습니다. 프레일에 이어 투르가 역시 그 자에게 당했다는 뜻이지요.”
프레일이 야스간 행성으로 진우라는 지구인을 노예로 삼겠다며 떠난 지가 벌써 일 년이 훨씬 지났다. 소식이 끊긴 지 일 년이 지나자 그가 다스리던 행성의 노예들에게서 종속의 낙인이 모두 사라졌다.
프레일이 죽었다는 뜻이었다. 물론 그 범인은 그가 노예로 삼겠다고 찾아갔던 지구인 상급 전사가 분명했다.
놈을 쓰러트리려고 갔던 녀석이 거꾸로 상대에게 당하고 만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매덤 행성을 향했던 투르가 역시 감감무소식이었다. 그게 벌써 플레비크 시간으로 석 달 전이었다.
지구 시간으로는 반 년 전 일이었다. 만약 투르가 역시 지구인에게 당한 것이 확실하다면 앞으로 그 정도의 기간이 더 지나면 투르가의 노예들 역시 종속의 낙인에서 풀려날 것이다.
전투 종족이라고 할 정도로 전사들이 많은 플레비크 인들이었지만 그들에게도 상급 전사는 모두 합해 10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그 가운데 두 명이나 죽거나 소식이 끊겼다. 아직 확인된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드러내 놓고 말하지는 않고 있었지만, 상급 전사들은 모두 투르가 역시 이미 죽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플레비크가 외계 행성 정복에 나선 이래로 한 명의 상대에게 상급 전사 둘이 차례로 목숨을 잃은 것은 과거 니코레임 행성을 정복할 때 말고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알고 있다. 그 일이 네가 본성까지 온 것과 무슨 상관이 있지?”
에드막의 목소리에는 짜증과 불쾌감이 섞여 있었다. 그것을 알아차렸음이 분명한데도 노르호지의 얼굴에는 여전히 여유가 넘치는 웃음이 걸려 있었다.
“그 진우라는 지구인을 그대로 두실 건가 해서요. 이제는 더 이상 녀석을 잡아서 노예로 삼겠다고 나서는 전사도 없지 않습니까?”
“그대로 두지 않으면? 복수라도 하자는 뜻인가?”
에드막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노르호지는 고개를 저었다.
“자기 밑의 노예 전사가 당했다면 모를까, 당당한 상급 전사들끼리의 싸움에서 패배해서 죽은 일인데, 복수를 할 명분이 있겠습니까? 칠백 년 전처럼 싸움에서 이긴 승자가 아무런 짓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떠나버렸다면 모를까요.”
노르호지의 말은 플레비크 전사들이 애써 잊고 싶어 하는 아픈 기억을 들추어내는 것이었다. 플레비크 인들 사이에서, 특히 이곳 본성에서는 거의 입에 올리는 것이 금지되다시피 한 이야기였다. 그런데도 노르호지는 굳이 마스바로크가 과거에 플레비크에서 했던 짓을 끄집어내었다.
그의 말을 들은 에드막이 인상을 굳히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노르호지를 노려보는 그의 눈빛에 흉흉한 살기가 흘렀다.
“노르호지! 본성에서 멀리 떨어져 지내더니 그동안 겁이 없어졌구나. 숙원이라고 할 수 있는 니코레임 행성 정복을 완료한 공을 높이 사서 오냐오냐 해 줬더니 본성의 지도자들이 이제는 우습게 보이더냐? 벨푸와 함께 둘이 함께 덤비지 않았다면 네놈들이 레비스를 꺾을 수나 있었을 것 같아? 어디서 건방진 소리야? 상급 전사인 점을 감안해서 이번에는 참아주겠지만 더 이상 함부로 입을 놀리면 단순히 경고만으로는 끝나지 않을 거다. 이곳은 플레비크 본성이야. 너희들 식민지 행성이 아니란 말이다.
네 위치를 함부로 벗어나지 마라.”
에드막의 어투가 사나워졌다. 그러자 노르호지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살짝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심기를 상하게 한 것 같군요.”
그렇게 일단 한 발 물러서는 것처럼 보이던 그는 곧이어 또 다시 에드막의 눈살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부탁이 있어서 왔습니다.”
에드막은 노르호지의 부탁이 무엇인지 알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한참을 노려보던 그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어쨌든 상대는 플레비크의 상급 전사였다.
“부탁이 뭐냐?”
“투르가가 다스리던 블리젠 행성을 저희에게 주십시오.”
“저희?”
“저와 벨푸 말입니다. 투르가가 죽었으니 그곳은 이제 지배자가 없는 행성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금 니코레임에는 식민지 행성 하나에 지배하는 상급 전사가 두 명이나 있습니다.
점령을 위해 싸울 때라면 몰라도 지금으로서는 불필요한 인원 배치 아닙니까? 허락하신다면 저와 벨푸가 의논해서 블리젠과 니코레임을 하나씩 맡아서 다스리겠습니다.”
나름 일리 있는 말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에드막은 코웃음을 쳤다.
“자격지심 때문이냐? 둘이서 한 행성에 웅크리고 있으니 부끄러운 게야?”
여유만만한 웃음을 짓고 있던 노르호지의 표정이 순식간에 딱딱해졌다.
플레비크 인들이 외계의 행성을 침략하기 시작한 이후로 하나의 행성을 두 명의 상급전사가 동시에 공격한 것은 니코레임이 처음이었다. 니코레임 최후의 영웅이라고 불리는 레비스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들이 협공하기 이전에 두 명의 상급 전사가 이미 레비스에 의해 차례로 목숨을 잃은 상태였다. 그래서 플레비크 본성을 다스리는 세 명의 지도자들은 지금까지의 관례를 깨고 노르호지와 벨푸라는 두 명의 상급 전사로 하여금 니코레임을 공략하도록 지시했다. 그곳은 플레비크 인들에게 반드시 정복해야 하는 한 맺힌 행성이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두 명의 상급 전사가 합공을 해서야 간신히 레비스를 쓰러트릴 수 있었다. 소식을 들은 플레비크 인들은 수백 년 묵은 한이 풀렸다며 환호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정작 니코레임을 정복하는데 큰 공을 세웠던 노르호지와 벨푸에게는 영광과 굴욕이 함께 찾아왔다. 두 명의 상급 전사가 힘을 합해서야 상대를 쓰러뜨렸다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전사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들은 노골적으로 노르호지와 벨푸의 위상을 다른 상급 전사들보다 낮추어 보았다. 에드막 역시 그런 전사 가운데 하나였다.
그가 자격지심 운운한 것에는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다.
“레비스는 두 명의 상급 전사가 도전해야 할 만큼 충분히 강했습니다. 저희가 약해서 그랬던 것이 아니지요. 세 분 역시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저희에게 협공을 지시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자격지심이라니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에드막님은 혼자서 레비스를 꺾을 자신이 있으셨나 봅니다?”
“뭐야?”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다시금 터질 듯이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실내의 분위기가 불안하게 돌아가자 위험스러운 마나의 기운을 느낀 에드막의 노예 전사들이 다급하게 방안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두 명의 상급 전사가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것을 보고는 어찌할 줄 모르고 안절부절 하기만 했다.
자신들이 함부로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에드막은 눈앞의 이 건방진 녀석을 당장이라도 때려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동족이나 플레비크 본성을 배반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지 않는 한 상급 전사들 사이의 사사로운 결투는 불가능했다. 그것은 플레비크를 유지시켜주는 가장 중요한 근간이 되는 금기 가운데 하나였다.
물론 노르호지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자신에게 이렇듯 도발에 가까운 말을 서슴없이 던지는 게 분명했다. 참아야 했다. 하지만 불같이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너희들은 블리젠 행성을 접수할 자격이 없다.”
에드막은 간신히 화를 가라앉히고는 싸늘한 어투로 그렇게 딱 잘라 말했다.
“자격이 없다고요? 상급 전사의 목숨을 둘이나 앗아간 자를 쓰러트리고 플레비크의 숙원이던 니코레임 점령을 달성한 저희입니다. 그런 저희에게 자격이 없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자격이 있다는 겁니까? 이미 프레일의 행성은 다른 자에게 넘기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그보다도 공이 적다는 말씀입니까?”
노르호지 역시 질 수 없다는 듯 목소리를 매섭게 높였다. 그러나 에드막은 코웃음을 쳤다.
“연락이 두절되기는 했지만 아직 투르가가 사망했다는 증거는 없다. 그리고 너희들은 니코레임을 점령한 대가를 이미 받았어. 그 보상으로 지금 그곳을 지배하고 있는 게 아니냐? 플레비크의 전사들은 공이 없이 대가를 받지 못한다. 설사 투르가가 사망했다는 것이 밝혀지더라도 너희들에게는 그곳을 넘겨받을 자격이 없어. 그에 걸맞은 새로운 공이 없지 않느냔 말이다.
”
노르호지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럼 블리젠을 얻으려면 어떤 공을 세워야 합니까?”
에드막이 노르호지의 눈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지구인 진우를 쓰러트려라. 그러면 블리젠 행성을 너희에게 주겠다.”
“저희 둘 중 하나가 놈을 죽이거나 노예로 삼으라는 뜻입니까?”
에드막은 노르호지의 반문을 듣고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헛웃음을 웃었다.
“두 놈이 달려들어 레비스 하나를 쓰러트린 주제에 분수를 모르는구나. 프레일과 투르가가 너희보다 못해서 지구인에게 당했다고 생각하는 거냐? 안타깝지만 두 명의 상급 전사가 연거푸 그 지구인 놈에게 당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녀석의 실력은 예전의 레비스보다 못하지 않다고 보아야 해. 그런데 너희들 가운데 하나가 단독으로 녀석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그의 말은 거의 모욕에 가까운 것이었다. 노르호지의 얼굴이 검게 변했다. 화가 났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지금 저희들에게 이번에도 둘이 함께 녀석을 협공하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노르호지의 목소리는 마치 맹수가 으르렁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사나운 기세에도 불구하고 에드막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래. 너와 벨푸 두 녀석이 함께 놈을 상대해라. 예전에도 했던 일이니 새삼스럽다고 할 것도 아니지. 그렇게 하면 블리젠을 너희에게 주마. 니코레임과 블리젠을 어떻게 나눠 가질 것인지는 녀석을 쓰러트린 다음에 너희 두 놈이 알아서 결정해도 좋다.”
노르호지는 아무 말이 없이 한 동안 에드막을 노려보았다. 그의 눈에서 불길이 이글거렸다. 하지만 에드막은 그런 그의 눈을 차갑게 응시할 뿐이었다.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그런 묘한 대치가 한참 동안 계속되더니 노르호지가 짧은 한숨과 함께 침묵을 깼다.
“한 번 진흙 구덩이에 몸을 담갔던 적이 있으니 두 번 세 번 담근다고 한들 뭐가 대수냐는 말씀이시군요. 꼭 그렇게까지 하셔야 되겠습니까?”
하지만 에드막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노르호지는 열리지 않는 그의 입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더니, 결국 사납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단, 저희도 조건이 있습니다. 앞으로 한 달 가량 기다려도 투르가에게서 소식이 없다면 저희가 먼저 블리젠으로 가 있겠습니다. 그곳에서 진우라는 녀석을 불러들이겠습니다.”
“누구 마음대로?”
자신의 요구에 대해 에드막이 같잖다는 반응을 보이자 노르호지의 표정이 더욱 싸늘해졌다.
“물론 에드막님 마음대로지요. 하지만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저희도 이번 일을 포기하겠습니다. 지구인을 쓰러트리기 전에 시간이 지나버릴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종속의 낙인이 풀리면 노예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그 상태를 방치하면 안 된다는 건 잘 아실 텐데요? 그 때에는 블리젠에 있는 노예들에게 일단 저희들이 먼저 종속의 낙인을 찍어 두겠습니다.
그건 허락해 주셔야 합니다.”
“거래에 응할 테니 선금을 달라는 얘긴가?”
“지구인이 그 전에 블리젠으로 올지도 모르니 반드시 선금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다가 네 녀석들이 지구인에게 당하기라도 하면 어떡할 테냐?”
노르호지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하지만 그는 아슬아슬하게 발작을 멈출 수 있었다. 그의 얼굴에 검다 못해 푸른빛마저 감도는 모습을 본 에드막은 자신이 조금 많이 나갔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상급 전사 둘이 전력을 다해 덤비고도 이기지 못한다면 다음에는 세 명, 네 명이 나서야 할 것이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설사 상대를 제거한다고 하더라도 플레비크는 난리가 날 게 분명했다.
그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건 허락하도록 하지. 다른 두 지도자에게도 내가 그렇게 허락했다고 통보하겠다.”
에드막은 그렇게 말하더니 주먹을 펴는 노르호지에게 마지막 질문을 했다.
“그런데 진우라는 지구인은 어떻게 블리젠으로 부를 셈이냐? 너희가 부른다고 녀석이 두 손을 비비며 달려올 리가 없지 않느냐?”
그러자 노르호지의 얼굴에 싸늘한 미소가 서렸다.
“놈이 오지 않으면, 저희가 지구로 직접 쳐들어가겠다고 할 겁니다. 저희가 블리젠으로 옮긴 뒤에 콴톤 의장에게 그렇게 통보할 생각입니다.”
그의 말을 들은 에드막의 얼굴도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지구는 마나가 없는 곳이었다.
그곳에 쳐들어가면 지구인들을 죽이거나 노예로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뒤늦게라도 진우라는 지구인이 그들을 공격한다면 마나를 회복할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여야 했다. 그건 노르호지와 벨푸로서도 자신들을 벼랑 끝까지 몰고 갈 각오가 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알았다. 너희가 원하는 대로 해라.”
“감사합니다.”
노르호지는 에드막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그의 거처를 물러나왔다.
* * * * *
벨푸는 자신의 거처에서 플레비크 본성을 다녀온 노르호지의 방문을 받았다. 노르호지는 블리젠 행성을 미리 접수하는 일에 대해 허락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그에게 전했다.
“우리가 왜 블리젠 행성을 미리 점령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에드막이 눈치 채지는 못했겠지?”
그의 물음에 노르호지가 씩 웃었다.
“전혀 눈치 채지 못했을 거야. 에드막은 머리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니까 말이야.”
그러자 벨푸의 얼굴에도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동료에게 마나를 전하는 것을 포함해서 블리젠 인들의 기술 몇 가지는 꼭 배워야 해. 그걸 배워야만 진우라는 녀석을 상대할 수 있을 거야. 프레일과 투르가의 경우를 보면 녀석은 엄청난 마나를 몸에 지니고 있음이 틀림없어. 일단 그곳의 노예들에게 우리가 종속의 낙인을 찍어서 기술을 알아내야지. 지구인을 상대하는 것은 그 뒤의 일이야.”
노르호지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니코레임의 도망자 녀석들이 놈을 기른 이유가 어차피 이곳을 되찾는 데에 있으니, 진우라는 녀석도 언젠가는 우리를 상대하러 오겠지. 어차피 녀석을 상대할 수밖에 없다면, 블리젠에서 놈을 상대하는 게 더 나을 거야.”
플레비크의 두 상급 전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진우라는 지구인의 도전은 필연적으로 닥쳐 올 일이었다. 그렇다면 자신들로서도 최대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만약 싸움에 이겨 그를 노예로 만들 수 있다면, 자신들은 이제까지 어떤 플레비크 인들도 오르지 못한 곳에 올라설 꿈을 꿀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