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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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희에게 전화가 온 건, 요거트를 보낸 지 일주일 만이었다.

“요거트에 대체 뭘 넣은 거야?”

난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다. 목소리만 들어도 알 것 같았다.

“효과는 어땠어?”

“무슨 마법의 가루를 넣은 거냐고?”

동문서답을 하는 걸 보니, 효과가 확실한 것 같았다.

“마법의 가루는 쓰지 않았어. 대신, 막걸리와 꿀이 들어갔지.”

“막걸리!”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왜 안 믿겨져?”

“취하는 맛은 없었는데.”

“요거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알코올은 전부 사라지니까.”

“그렇구나. 꿀은 우리 꿀을 넣은 거야?”

“당연히 우리 꿀을 넣었지.”

“효과가 정말 좋았어. 약으로도 해결이 안 됐는데, 이건 정말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게...”

그녀는 거기서 말을 멈췄다. 더 말을 했다간 민망해질 것을 감지한 것 같았다.

요거트를 더 보내달라는 말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고생하는 그녀를 위해 요거트를 지원해야 했다.

정가희가 요거트를 복용하는 동안, 양초 공장 사람들도 요거트를 먹었다.

할머니들 중에도 변비로 고생하는 분이 많았다. 정가희 못지않게 좋은 효과를 보고 있었다.

속이 편안해졌다며, 감사 인사가 이어졌다.

설가네 요거트는 변비에 효과가 탁월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확인은 이 정도로 충분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소비자와 만나야 할 때였다.

* * *

쇼핑몰 운영팀과 회의를 가졌다.

팀장 백민석과 천희석이 함께 했다.

막걸리 요거트의 핵심 고객을 모으기 위한 전략 회의였다.

“변비를 앓는 사람들에게 요거트를 무료로 나눠줄 생각입니다.”

“무료로요?”

천희석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2007년만 해도 무료 체험단 마케팅이 흔하지 않았다.

일정한 조건의 체험단을 모집하고 입소문을 내게 할 전략이다.

“유통 기한 문제도 있고 해서, 일주일 정도 먹을 요거트를 나눠줄 생각입니다.”

“몇 명 정도를 생각하고 있죠?”

백민석은 볼펜을 돌리며 물었다.

“100명 정도면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은 숫자였다.

“전국적으로 알릴 계획인가요?”

백민석이 볼펜을 놓고 물었다.

“지역을 한정할 생각입니다.”

“지역을 한정한다면 특정 지역 사람을 모은다는 뜻이네요?”

“맞아요. 시작을 부산으로 하고 싶습니다.”

“부산이요?”

천희석이었다. 서울을 예측한 모양이었다.

“부산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가까운 대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판매하는 식품은 천연 요거트입니다. 어떤 방부제도 들어있지 않죠. 그만큼 변질도 잘 된다는 뜻이죠. 부산 정도 거리면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백민석과 천희석은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수도권을 노리는 건 무리수가 따랐다.

제2의 도시 부산부터 차근차근 위로 올라갈 생각이었다.

“그럼, 부산 지역으로 특정해서 사람을 모으면 되는 거네요.”

백민석이 메모를 하며 말했다.

“네, 부산에 사는 사람 중에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을 모으면 되는 거죠.”

천희석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웃었다.

“뭐, 좋은 아이디어라도 있나요?”

“제가 활동하는 커뮤니티가 생각나서요.”

“어떤 커뮤니티죠?”

“<아프니까 사람이다>라고, 온갖 환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에요.”

“그곳도 좋네요. 지역 커뮤니티도 빠뜨리지 말고요.”

“직장인부터 대학생까지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전부 찾아보겠습니다. 당장은 부산에 있는 사람으로만.”

백민석이 회의를 정리하듯 말했다.

둘이 호흡을 맞춰 모집한다면, 어렵지 않게 체험단을 모집할 거라 여겼다.

체험단 모집을 맡긴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백민석이 날 따로 불렀다.

“문제가 생겼어.”

“문제?”

문제가 생길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자세히 말해 봐. 무슨 문제인지?”

“체험단이 모집이 폭주하고 있어. 더 받아 달라고 난리가 아니야. 100명만 더 받아주면 안 될까?”

그가 난감한 얼굴로 물었다.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어.”

공짜의 힘은 대단했다.

요거트를 원하는 사람들이 폭주하고 있었다.

체험단 이벤트

설강인이 합류하고 난 뒤, 목장은 활기가 넘쳤다. 가장 좋아한 것은 설민주였다. 설가네 목장 식구들이 한곳에 모인 까닭이었다.

설강인은 젖소를 돌보며 막걸리를 만들었다.

그가 막걸리를 만드는 장면을 유심히 보았다.

찹쌀로 고두밥을 짓고, 누룩과 섞어 막걸리를 만들었다.

누룩은 그의 집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누룩도 직접 만드시나요?”

잘게 부순 누룩을 가리키며 물었다.

“직접 만든다네. 막걸리의 맛은 누룩에 따라 달라지니까.”

“어떤 재료를 사용하시나요?”

“콩, 귀리, 호밀을 사용한다네. 이 누룩이 내가 만든 막걸리의 비결이지도 하지.”

설강인의 말처럼 누룩은 막걸리의 핵심 재료였다. 누룩의 재료와 만드는 방식은 노하우에 따라 달라진다.

그는 요거트와 어울릴만한 막걸리를 연구 개발했다. 합성 감미료를 넣지 않았음에도 청량한 느낌이 있었다.

절묘하게도 요거트와 어울렸다.

문득, 그의 막걸리만으로도 상품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걸리 열풍이 불 때 판매해도 좋을 것 같았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요거트에 집중할 때였다.

설강인은 쉬는 시간을 틈 타 나에게 물었다.

“누룩방을 만들고 싶은데, 공간을 사용해도 되겠나?”

“얼마든지 사용해도 좋습니다. 그리고 어르신께서 직접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아닐세. 내가 하고 싶어서 그런다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설강인은 최근까지 목수 일을 했다. 그는 부지런하고, 손재주가 좋았다. 누룩방도 손수 만들기를 희망했다.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설강인이 막걸리를 만드는 동안, 그의 아내 주명희는 요거트를 만들었다.

목장에서 나온 신선한 우유와 막걸리를 이용한 요거트였다.

우유에 막걸리를 넣어 만드는 독특한 요거트였다.

요거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열을 했다. 그 과정에서 막걸리의 알코올 성분이 날아갔다.

마지막에 꿀을 첨가했다.

적당한 농도로 맞추는 것이 관건이었다.

매일 꿀의 농도를 달리해서 요거트를 만들었다.

우리는 매일 그녀가 만든 요거트를 먹었다.

지리산 농부들의 모든 식구가 평가단이 된 것이다.

효과도 효과지만, 맛도 중요했다.

최근 들어 맛이 한층 더 좋아졌다. 체험단에게 배포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설민주도 어머니가 하는 걸 옆에서 보고 배웠다.

설가네 식구들에겐, 목장 일은 접어 두고 요거트를 만드는 데만 집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가족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지만, 새벽같이 일어나 목장 일을 했다.

말려도 소용없었다. 몸에 밴 습관이라며 웃을 뿐이었다.

내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주거 공간을 마련해 주는 일이었다.

목장에서 가까운 집을 찾았다. 깨끗하게 관리한 농가 주택이었다.

법인 이름으로 집을 임대했다. 수리를 마치면 설가네 가족이 입주할 수 있었다.

설민주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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