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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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설민주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김덕명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화해 볼까 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할 수 없었다.

두 모녀는 오랜만에 한방에 누워 있었다. 주명희는 딸이 걱정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뒤척이고 있는 딸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아버지에게 전화해 볼까?”

“너무 늦은 시간이에요. 별일 없겠죠.”

“목장 대표란 남자 참 대단하더라.”

주명희는 화제를 돌렸다.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젊은 사람이 추진력이 좋다는 뜻이야. 일하는 것도 거침이 없고.”

“엄마 또 이상한 소리 하려는 거지?”

“이상한 소리가 아니라, 아버지랑 이야기가 잘 됐을지도 모른다는 말이야.”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세요? 아버지는 처음부터 하기 싫다고 하셨잖아요?”

“연락이 없는 게, 오히려 좋은 소식이 있을 조짐 같아서.”

주명희는 웃으며 말했다.

“연락이 없는 게 좋은 조짐 같다고요?”

“아버지는 싫은 사람하고는 말도 안 하니까.”

“네, 아주 잘 알고 있죠. 아버지는 좋아하는 사람하고만 이야기하니까요. 조금만 싫어도 얼굴빛부터 달라지니...”

“그래서 그래.”

“그래서 그렇다니요?”

“연락이 없는 건, 이야기가 길어졌다는 뜻이니까. 어쩌면 우리처럼 한 방에 있을지도 모르지.”

“설마, 말도 안 돼.”

설민주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명희는 딸의 얼굴을 보고 귀엽다는 듯이 웃었다.

“그런데, 엄마.”

설민주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

“막걸리 요거트는 진짜 내 변비 때문에 만든 거야?”

설민주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맞아, 고생하는 우리 딸에게 도움이 되라고 만들었지.”

주명희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눈빛을 보니까, 아닌 거 같은데.”

설민주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이제 와서 말하지만, 실은 네 변비 때문만은 아니었어.”

“역시,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진실을 말해주세요.”

“엄마도 변비 때문에 고생깨나 했으니까.”

“뭐야? 엄마도 변비였다니. 그럼, 유전이었네.”

두 모녀는 웃음을 터트렸다.

“모녀를 위한 특단의 조치였지. 아버지도 한 몫 거들었고.”

“아버지가 거들어요?”

“술 때문에 막걸리를 담근 게 아니니까. 요거트 때문에 담그신 거야.”

“정말이요? 나는 그런 소리를 들어본 적 없는데?”

“아버지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요거트와 어울릴 막걸리를 만든다고 무척 애썼지.”

설민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아버지가 막걸리를 담그는 게 싫었다.

아버지가 술독에 빠져 산다고 생각했다.

“난 그런 것도 모르고.”

“그 덕에 변비는 다 나았으니 다행이지.”

모녀는 이야기꽃을 피우다 잠이 들었다.

다음날, 모녀는 새벽부터 일어나 하루를 맞았다. 몸에 밴 습관이었다.

아무리 늦게 잠이 들어도 새벽이면 눈이 떠졌다.

설민주가 축사로 향했다.

그때였다. 자동차 한 대가 목장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김덕명의 차였다.

달려가 그를 맞았다. 아버지와 일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는 놀라운 장면에 잠시 말을 잊었다.

“아버지...”

김덕명의 자동차에서 아버지가 나오고 있었다.

“아버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난 설민주에게 말했다. 그녀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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