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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309화 (309/328)

[309화] 원대한 꿈 (1)

러시아 출장을 마무리한 겨울 등은 한국으로 복귀하자마자 6월 말에 예정된 아프리카의 우간다 등에 출장 가기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그 첫 번째 작업이 황열, 장티푸스, 콜레라 등과 같은 전염병 예방주사부터 맞는 일이었다.

물론 서너 달 전까지 아프리카 대륙에 근무하던 사람들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일이었지만.

오후 늦게 예방주사를 맞은 호영은 겨울의 사무실을 찾았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 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뒤, 거만하게 한쪽 팔을 등받이에 걸치며 겨울에게 말을 건넸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예방주사를 맞을 필요가 있나 모르겠다.”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야?”

“나도 이제 거부의 반열에 올랐다는 뜻이라고.”

호영은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자원들에 대해서 0.3%의 커미션을 받을 예정이었다.

중국이 매년 수입하는 자원들의 금액이 대략 3,000억 달러 정도니까, 약 9억 달러라는 엄청난 커미션이 그에게 배정될 것이고.

그렇기에 호영이 이렇게 거만을 떨고 있는 중이었고.

“아프리카에 출장 가기 싫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으이고, 하여간 앞뒤 꽉 막힌 놈. 농담을 진담으로 받으면 어떻게 하냐?”

“나도 농담이거든? 그나저나 너네 회사로 가지 않고,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뭐야?”

사실 호영은 오늘 아침에 커미션과 관련해서 직원들에게 상당히 기분 나쁜 얘기를 전해 들었다.

만약에 직원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의 원대한 꿈을 실현하는 데 커다란 차질을 빚는다.

겨우 기회를 잡아서 기반을 닦으려고 하는데, 차질이 발생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네가 아니라 김윤중 전무님을 뵈러 온 거야,”

“왜?”

“김 전무님께 여쭤볼 게 있어서.”

“알았다. 잠깐만 기다려.”

겨울의 호출을 받은 김윤중 전무는 비어 있는 소파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부사장님, 찾으셨습니까?”

“제가 아니라 정 이사가 전무님을 뵙기를 원했습니다.”

겨울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호영이 김윤중 전무에게 말을 걸었다.

“제가 전무님께 궁금한 게 있습니다. 커미션과 관련한 내용입니다.”

“어떤 내용인지 말씀해 보세요.”

“셀러와 바이어가 맨데이트들한테 지급하는 게 아까워서 양측이 별도로 만나 계약서를 다시 체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들었습니다.”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만, 저희한테는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커미션을 수령하는 사람들 중에 자고에프 대통령과 시쥔량 주석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시쥔량 주석이 권력을 잃으면 계약을 변경하자고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신임 주석으로 커미션 수령자가 바뀌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때에도 저희는 무풍 지대에 놓여 있으니까, 안심하셔도 됩니다.”

겨울은 김윤증 전무가 어떤 의도로 이 말을 꺼냈는지 단숨에 이해했다.

자신들은 바이어가 아닌 셀러 측의 맨데이트였기 때문에 커미션을 수령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이었다.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그에게 물었다.

“부사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정 이사, 들었지? 바쁘신 전무님은 이제 보내 드리고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

“아직 궁금한 게 남아 있으니까, 조용히 좀 있어 봐.”

호영의 완강한 태도에 겨울은 한발 뒤로 물러났다.

“전무님, 중국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커미션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저희도 그 점을 우려해서 셀러 측에 지급하는 커미션을 자원거래 금액에 포함시켰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러시아 측이 커미션을 지급하지 않는 것을 걱정해야 합니다.”

“설마… 러시아가 저희한테 커미션을 주지 못하겠다고 나오지는 않겠죠?”

“그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뭐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대답하는 호영의 목소리에 살짝 힘이 빠졌다.

겨울은 그를 안심시킬 수 있는 방법을 짧게 생각한 후, 대화에 끼어들었다.

“정 이사, 러시아도 어쩔 수없이 커미션을 지급해야 할 거니까, 걱정 붙들어 매라.”

“좋은 아이디어라도 있는 거야?”

“만약에 러시아가 삐딱하게 나오면, 인도를 움직이면 돼.”

“인도의 싱 총리를 동원해서 러시아의 목을 조르자는 말이겠지?”

“잘 알고 있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당장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태에서 최소 몇 달 후에 일어날 일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저도 한 부사장님의 의견에 적극 동의합니다.”

두 사람의 말에 이제야 안심이 되는지 호영의 표정은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용무를 마친 김윤중 전무가 사무실에서 퇴장하자, 호영이 대화의 방향을 슬그머니 틀었다.

“장 부사장은 귀국했니?”

“다음 주 화요일쯤에 돌아온다고 하더라.”

“미국에 너무 오래 체류하고 있는 거 아니야?”

“음, 그게… 이수진 씨의 부모님이 그저께 미국으로 급히 떠났다고 하더라.”

“양가 상견례 하러?”

“그것밖에 더 있겠냐?”

“아차, 내가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지.”

겨울과의 대화를 중단한 호영은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해외 출장은 잘 다녀왔어?]

“덕분에. 네 남친이 식사나 같이하자고 하는데, 어떻게 할래?”

[내 남친? 누구?]

“겨울이가 쑥스러운지 나보고 전화하라고 하더라.”

그때, 겨울이 날쌘 표범보다 빠른 동작으로 호영의 손에 들려 있던 핸드폰을 낚아챘다.

“강희야, 호영이 쑥스러워서 내 이름을 판 거야. 오해하지 말고.”

[호호호, 뭐야∼ 그런 거였어?]

“좋다고? 그럼 로비에서 30분 후에 보자.”

[으응? 오빠,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알아들었으면, 끊자.”

딸깍.

겨울이 전화를 끊자, 호영이 눈에 쌍심지를 키며 덤벼들었다.

“이 개떡 같은 인간이… 내가 언제…….”

“허위사실을 먼저 퍼트린 것은 너였거든.”

겨울이 호영의 말을 중간에 자르며 시큰둥한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끄응… 뭐, 그렇게 나오니까 할 말이 없네.”

“그런데 너 이제 포기할 때도 되지 않았냐?”

“이제 너하고 조건이 똑같아졌는데, 포기하라니. 삶은 호박에 이도 들어가지 않는 소리 하지 마라.”

“나하고 끝을 보자는 거지?”

“당연한 것을 왜 물어?”

“어휴, 하여간 징그러운 인간이라니까.”

* * *

“언니, 누구랑 통화한 거야?”

강희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자, 옆자리에 앉아 있던 가을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어 왔다.

“호영 오빠하고 겨울 오빠.”

“왜? 오빠들이 뭐라고 했어?”

“저녁에 식사 같이하자고.”

“잘됐네. 나도 따라가도 돼?”

“넌 재성 오빠와 데이트 안 해?”

“지난달에 채용한 신입사원들 연수 때문에 정신없대. 그래서 당분간 못 만나.”

“창립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신입사원을 300명이나… 우리 회사 정말 대단하지 않니?”

“정말로. 나도 깜짝 놀랐다니까.”

“그건 그렇고, 너 우리가 성과급으로 얼마 받는지 알고 있는 정보 없어?”

강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직원들이 우르르 그녀들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들도 성과급으로 얼마를 받는지 어지간히 궁금한 모양이었다.

“잘은 모르고, 그 문제 때문에 사장님을 비롯해서 경영진들의 고민이 많다는 얘기밖에 들은 것이 없어.”

“어떤 고민인지는 모르고?”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성과급이 엄청나게 많아서 그러는 것 같았어.”

“와아!”

그 순간, 주위에 몰려 있던 직원들이 크게 환호성을 질렀다.

성과급이 많아서 경영진이 고민하고 있다는데, 싫어할 직원들이 어디 있겠는가.

환호성이 잦아들 무렵, 홍영식 파트장이 주섬주섬 퇴근을 준비하며 그들에게 말했다.

“다음 주부터 바빠질 예정이니까, 주말에 휴식을 충분하게 취하도록 하세요.”

“네, 파트장님.”

“월요일에 봅시다.”

직속 상사가 먼저 퇴근하면, 부하 직원들의 퇴근도 자연스럽게 빨라질 수밖에 없다.

강희와 가을도 서둘러 퇴근 준비를 끝마치고, 겨울과 호영을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인 로비로 내려갔다.

로비에 도착해서 잠시 기다리니,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손을 흔들어 위치를 알려 주자, 둘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며 말을 걸어왔다.

“뭐야? 한가을, 주말인데 이 대리랑 데이트 안 해?”

“가을이 남친은 신입사원 연수 때문에 바쁘대.”

가을보다 겨울의 입이 먼저 열렸다.

순간 호영은 의미심장하게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너희 회사는 신입사원 연수를 어디서 받고 있니?”

“저녁 먹으면서 얘기해 줄 테니까, 일단 여기서 빨리 나가자.”

호영은 겨울이 서두르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같은 빌딩에 근무하고 있는 부하 직원들이 퇴근하면서 자신들을 힐끗힐끗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시선 받는 게 부담스러워서 그러는 거야?”

“음, 그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나하고 강희랑 가을이 사이를 의심할까 봐.”

“에휴, 쓸데없이 걱정은 많아요. 그런 걱정은 붙들어 매라.”

“왜?”

“이미 직원들은 얘들이 네 여친이랑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그러다 진짜 죽는다, 너.”

그렇게 티격태격거리며 네 사람은 회사 근처에 위치한 한우 전문점에 자리를 잡았다.

호영은 즉시 조금 전에 거둬들인 질문을 겨울에게 다시금 던졌다.

“그래서? 너희 회사 신입사원들이 어디서 연수를 받는지 얘기 좀 해 봐.”

“용인에 위치한 대한 그룹 연수원.”

“공짜로 사용하는 건 아니겠지?”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그게 왜 갑자기 궁금한 거야?”

“우리 회사도 이번에 신입사원들을 200명 정도 채용할 예정인데, 연수시킬 공간이 없어서 그래.”

“지금까지 채용한 신입사원들은 어디서 연수 받았는데?”

“소규모로 수시 채용해서 회사 안에서 했지.”

“흐음, 내가 어떻게 도와주길 원하는데?”

“아니야. 그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

“그렇게 하든지.”

호영과 대화를 끝낸 겨울은 강희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을 걸었다.

“강석이는 시즌이 끝났는데, 우리나라에 귀국하지 않는 거야?”

“나도 그게 궁금해서 울 오빠한테 전화해서 물어봤는데, 이적 문제가 불거져서 당분간 독일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더라고.”

“어느 팀으로 이적할 예정인데?”

“오빠는 잉글랜드나 스페인 리그로 이적하고 싶어 하는데, 오퍼가 온 곳이 프랑스와 독일 팀들이래.”

“이적 마감 기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분명히 두 나라의 축구 클럽에서도 오퍼가 올 거야.”

그때, 호영이 할 말이 있다는 듯 대화에 끼어들었다.

“겨울이 너는 그렇게 겁나게 많이 번 돈을 어디에 쓸 생각이냐?”

“아직 겁나게 많은 돈을 벌지 않아서 딱히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럼 다른 질문. 네가 지금부터 1년 안에 벌어들일 돈이 얼마 정도 돼?”

“…꼭 대답해야 하는 거야?”

겨울이 대답하기 싫다는 뉘앙스를 팍팍 풍기며 대꾸했다.

하지만 호영은 그의 의도를 모른다는 듯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설마 강희나 가을이가 여기저기에 떠벌일 것 같아서 그러는 거야?”

“그런 게 아니라 아직 자세하게 계산해 보지 않아서 그래.”

“대충 얘기해 봐.”

“말해 주기 전에 하나만 물어보자. 그게 왜 궁금한데?”

“이제는 틀려 버렸지만, 나는 겁나게 많은 돈을 벌어서 잉글랜드의 프리미어 리그 축구 클럽을 인수하는 게 꿈이었거든. 그 팀에서 너하고 강석이가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로 멋지게 플레이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서.”

겨울은 호영의 의도를 이제야 완벽하게 캐치했다.

어릴 적 꾸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자기를 끌어들일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리라.

“네가 받는 커미션으로 축구 클럽을 인수하면 되잖아.”

“나도 그럴 생각으로 이것저것 알아봤는데, 상위권에 있는 축구 클럽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최소 10억 달러는 있어야 할 것 같더라.”

“네가 1년 6개월 동안 받은 커미션으로 인수하면 되겠네.”

“우리가 받는 커미션에 대한 세금이 엄청 많아서 최소 2년은 걸려야 인수를 추진할 수 있거든? 그리고 축구 클럽 운영 자금까지 준비하려면… 으으, 20억 달러는 가지고 있어야 하네.”

“뭐야? 너 진심으로 인수하고 싶은가 보네?”

“그렇다니까.”

“네가 점찍어 둔 클럽이 어디인데?”

“아스날.”

겨울은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아스날은 잉글랜드 1부 리그 통산 13회 우승에 빛나는, 명문 축구 클럽 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명도가 높은 축구 클럽을 호영이 인수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니.

“아스날을 인수하는 데 나를 끼워 준다는 뜻이야?”

“당연한 얘기를.”

“좋아. 그 원대한 꿈에 나도 동참해 줄게.”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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