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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303화 (303/328)

[303화] 메인게임 (4)

정명훈 사장의 숙소.

제일 늦게 도착한 자오린 부총리가 비어 있는 소파에 앉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블로딘 총리가 입을 열었다.

“자 부총리님, 쑹 장관이 무역 보복 카드가 아닌 교역 중단 카드를 꺼내든 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자오린 부총리는 쑹쩐밍 장관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무역 보복 카드를 꺼내 들면 러시아 측도 맞대응 할 것이 빤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강력하게 교역 중단 카드를 꺼내 든 것이리라.

그러나 아무리 자기가 러시아 측과 내통하고 있더라도 이런 사실까지 밝힐 수는 없었다.

“저도 전혀 감을 잡지 못하겠습니다.”

“그 문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니까, 이쯤에서 마무리 지읍시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이제 최종 변경된 작전 계획을 한 부사장이 설명드릴 예정입니다.”

블로딘 총리가 겨울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고 2선으로 물러났다.

“사실 저희가 기존에 수립해 놓은 TTM 일정은 이번 주말까지였습니다만, 하지만 조금 전에 쑹 장관이 생각지도 않은 대형 폭탄을 터트리는 바람에 최대한 빨리 종결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찬성합니다.”

“제일 중요한 커미션은 3.5%로 결정됐습니다.”

“한 부사장님, 우리나라가 부담해야 할 커미션 금액이 7%라는 뜻인데, 너무 많지 않습니까?”

아니나 다를까, 자오린 부총리가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저희도 많다고 생각하고, 중국 측을 위해서 반대급부를 마련해 놓은 상태입니다. 이를 활용해서 시쥔량 주석을 설득해 보십시오.”

“반대급부가 무엇인지 빨리 말씀해 보십시오.”

“저희는 중국 측이 요구하는 내용의 일부를 수용해서…….”

겨울은 호영에게 들은 아이디어와 자신의 생각을 보태서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시 주석님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일단 시도해 보겠습니다.”

자오린 부총리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호영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자 부총리님, 자고에프 대통령님을 활용하시는 방안도 검토해 보십시오.”

“정 이사님, 좋은 방안이라도 있습니까?”

“자 부총리님이 문제해결을 위해서 자고에프 대통령님을 예방하시는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시 주석께 전화해서 설득을 시도하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하하, 무슨 말인지 알았어요.”

침울하던 자오린 부총리의 목소리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요키지 장관은 자고에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서 호영의 아이디어를 보고했고, 어렵지 않게 예방 허락을 받았다.

“자 부총리님, 대통령님께서 점심 식사를 같이하자고 하십니다.”

“네, 알겠습니다.”

“시간이 빠듯하니까, 이제 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 * *

대통령 집무실.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자오린 부총리에게 자고에프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담아서 한마디 했다.

“나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양국의 관계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 역시 자고에프 대통령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자 부총리님, 쑹쩐밍 장관이 독불장군처럼 행동하는 이유가 뭡니까?”

자오린 부총리는 모든 책임이 시쥔량 주석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무역 보복 카드를 언급하지 않았다면, 쑹전밍 장관도 그렇게 무리수를 두지 않았을 것이니까.

문제는 이런 사실을 자고에프 대통령에게 언급할 수 없다는 점에 있었다.

“그가 에너지 장관직을 열정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봅시다. 중국 측은 우리나라와 모든 교역을 중단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단언컨대 없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보는 앞에서 증명해 보십시오.”

“잠깐만 기다려보십시오.”

이 말과 함께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핸드폰을 손에 쥐고 시쥔량 주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울리자마자 전화를 받는 것을 보니, TTM 진행 상황에 대해서 그도 어지간히 궁금한 모양이었다.

[자 부총리, TTM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주석님, 상황이 복잡하게 꼬여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말을 내버려 두고 영어를 사용하는 이유가 뭡니까?]

“제가 지금 주석님과 통화하는 내용을 자고에프 대통령님께서 듣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왜요?]

시쥔량 주석의 궁금해하는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고스란히 들려왔다.

“사실은 쑹 장관이 TTM 도중에 러시아 측과의 모든 교역을 중단…….”

자오린 부총리는 지금까지의 일을 사실에 입각해서 자세하게 보고했다.

[우리나라와 교역을 중단하면, 러시아도 많은 피해를 입잖아요.]

“물론 그렇기는 합니다만, 생활용품은 대체재가 있기 때문에 피해가 그다지 크지 않은 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러시아에서 석유를 포함한 자원들을 수입하지 않으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빠질 것이 확실합니다.”

[…….]

상황의 심각성으로 깨달았는지 시쥔량 주석이 말문을 닫았다.

하지만 자오린 부총리는 그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 줄 생각이 없었다.

“주석님, 러시아와의 관계정상화를 위해서는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7월 1일부터 석유와 천연가스의 가격을 현실화시켜 준다고 하세요.]

“쑹 장관이 워낙 크게 사고를 쳐 놓은 상황이라서 그 제안 가지고는 약발이 먹힐 것 같지 않습니다.”

[자 부총리는 어떻게 대처했으면 좋겠습니까?]

자오린 부총리는 겨울에게 코치 받은 내용을 다시 한번 생각한 후, 시쥔량 주석의 질문에 대답했다.

“우리나라가 러시아에서 자원들을 수입하면서 얻은 혜택의 일부를 되돌려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가격을 인상시켜 주자는 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얼마나요?]

“주석님,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자오린 부총리는 자고에프 대통령에게 양해를 구하고, 별도 공간으로 이동해서 통화를 이어 나갔다.

“주석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괜찮으니까, 빨리 얘기해 보세요.]

“제가 어제 오후에 블로딘 총리와 대화를 나눠 봤는데, 자고에프 대통령이 다음 대통령 선거를 위해서 은밀하게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가격을 인상해 주는 비율만큼 커미션으로 지급하면서 생색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이디어가 좋기는 한데, 몇 %나 인상시켜 줄 생각입니까?]

“최대 5%를 넘기지 않을 생각입니다.”

[네?! 너무 많지 않습니까?]

깜짝 놀라는 시쥔량 주석의 목소리가 귓속 깊이 들려왔다.

“주석님, 바이어 맨데이트한테 배정된 커미션을 우리나라가 지급하기로 했다는 제 보고를 기억하고 계십니까?”

[혹시… 그 커미션에 내 몫도 포함시키겠다는 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주석님 몫으로 1%를 산정해 놓고 있습니다.”

[1%는 너무 적습니다. 1.5%로 인상시켜 주세요.]

사실 자오린 부총리는 시쥔량 주석의 몫을 최대 2%까지 생각해 놓고 있었다.

그가 딜을 걸어올 것을 예상하고 일부러 1%를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1.5%를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그의 몫이 줄어들면 자신의 몫이 늘어나는 셈이니까,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제안을 덥석 물게 되면 색안경을 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정도는 튕겨 줄 필요가 있었다.

“주석님이 1.5%를 요구하시면, 제 몫과 쑹 장관의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사고 친 놈한테 커미션을 왜 줍니까?]

쑹전밍 장관에게 배정된 커미션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알겠습니다. 주석님의 지시를 받들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우리나라가 일방적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여 주면 곤란하니까, 러시아 측의 양보를 얻어 내 보세요.]

“그렇지 않아도 제가 자고에프 대통령께 강력하게 양보를 요구한 상황이고, 조금이나마 얻어 낸 상태입니다.”

[양보 받은 내용이 무엇인지 얘기해 보세요.]

“7월 1일부터 가격을 8%를 인상해 주고, 내년과 후년에 각각 1%씩 인상시켜 주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문제없겠네요.]

이제 마지막으로 시쥔량 주석의 의심을 풀어 주는 단계가 남아 있었다.

“주석님, 자고에프 대통령과 통화해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자 부총리한테 부탁할 생각이었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자오린 부총리는 자고에프 대통령에게 시쥔량 주석의 요청을 전달했다.

“알았습니다. 핸드폰을 저한테 건네주세요.”

자고에프 대통령은 시쥔량 주석과 의례적인 대화를 몇 마디 주고받은 후, 통화를 종료했다.

그와 동시에 자오린 부총리가 입을 열었다.

“자고에프 대통령님, 제가 시쥔량 주석께 컨펌받은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말씀해 보세요.”

“저희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자원들에 대해서 가격을 추가로 5% 인상해 주기로 했고 커미션 형태로 지급할 예정입니다.”

“뭐라고요?!”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듯 자고에프 대통령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쑹 장관이 러시아 정부에 저지른 실수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하, 하하하, 고맙습니다. 내가 오늘 자 부총리께 근사한 점심을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자고에프 대통령님, 제가 마음이 급해서 그러는데, 계약서 체결을 끝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술자리를 갖는 게 어떻겠습니까?”

“원하는 대로 해 드리겠습니다.”

핸드폰을 되돌려 받은 자오린 부총리가 도바초프 사장과 함께 집무실을 떠나갔다.

자고에프 대통령은 무언가 결심한 듯 엄숙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에 반대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커미션 5% 중에서 나하고 H&J 컨설팅이 각각 2%, 블로딘 총리와 요키지 장관은 각각 0.3%, 정 이사와 세르게이 장관한테는 0.2%씩을 배정하도록 하세요.”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어느 누구보다 먼저 호영이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하하하, 이제 식사하러 가 볼까요?”

* * *

한편, 영빈관으로 이동하는 자동차 안에서도 커미션 배분에 대한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도바초프 사장님, 커미션 수혜자 명단에 시쥔량 주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 그래서 커미션이 5%로 늘어난 거였군요?”

“네, 그렇습니다. 이제부터 커미션이 어떻게 조정됐지 설명해 주겠습니다. 먼저 주석님이 1.5%…….”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영빈관에서도 쑹쩐밍 장관과 판젠둥 국장의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장관님, 도바초프 사장한테 전화해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쑹쩐밍 장관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차마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도바초프 사장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빤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전화해서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기에 그가 전화를 걸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아.”

“그건 그렇고, 부총리님이 오시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

“도바초프 사장하고 같이 있겠지 뭐.”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내가 신이야!”

소리를 버럭 지른 순간, 자오린 부총리와 도바초프 사장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화들짝 놀란 쑹쩡밍 장관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부동자세를 취했고, 판젠둥 국장도 슬그머니 소파에서 일어났다.

상석에 앉은 자오린 부총리는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쑹 장관, 뭘 잘했다고 소리를 내지르는 거야!”

“…죄송합니다.”

“에이, 못난 친구. 판 국장은 밖에 나가 있어.”

“네, 부총리님.”

짧게 대답한 판젠둥 국장이 허겁지겁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의 뒷모습을 힐끗 쳐다본 자오린 부총리가 말을 이어 나갔다.

“지금부터 자고에프 대통령과 만나서 담판 지은 내용을 설명해 줄 테니까, 귀담아듣도록 해. 참고적으로 주석님께서도 동의한 상황이야.”

“네, 알겠습니다.”

“우리나라는 러시아 측에…….”

자오린 부총리는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주석님은 당신에게 커미션을 주지 말라고 지시했는데, 내 몫에서 0.3%를 떼어 줄 예정이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쑹쩐밍 장관은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부총리님.”

“제발 부탁인데, 앞으로 사고 좀 치지 마. 뒷수습하느라 힘들어 죽겠어.”

“절대로 그런 일이 없을 겁니다.”

“오늘 중으로 TTM을 마무리 짓기로 했으니까, 조금 있다가 출발하자고.”

“네, 알겠습니다.”

어찌됐든 TTM의 최대 수혜자는 자오린 부총리였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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