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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304화 (304/328)

[304화] 이제 요리해 볼까?

한창 TTM이 진행되던 도중에 쑹쩐밍 장관이 당혹스런 표정으로 자오린 부총리에게 말을 걸었다.

“부총리님, 석유와 천연가스를 제외한 다른 자원들도 가격을 현실화시켜 주기로 했습니까?”

“언젠가는 현실화시켜 줘야 하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주석님께 보고 드려야 하지 않아도 될까요?”

“내가 주석님께 사전보고 없이 가격 현실화에 동의해 준 것 같은가?”

“그렇다면 전혀 문제없습니다.”

쑹전밍 장관과 짧은 대화를 끝낸 자오린 부총리는 옆자리에 앉아 있는 판젠둥 국장에게 말을 걸었다.

“판 국장, 우리나라가 러시아로부터 연간 수입하는 기타 자원의 물량이 얼마 정도 되는지 알고 있나?”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판젠둥 국장은 노트북을 작동시켜 자료를 검색한 후, 자오린 부총리의 질문에 대답했다.

“평균적으로 600억 달러 정도 됩니다.”

자오린 총리는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다.

바이어 몫으로 배정된 5%의 커미션 중에서 절반은 자기가 받도록 예정되어 있다.

기타 자원들의 가격을 현실화시켜 줌으로 인해서 추가로 받는 금액은 15억 달러.

여기에 석유와 천연가스의 가격 인상분까지 더하면, 연간 6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이 자신의 뒷주머니로 들어오는 셈이다.

‘흐흐흐, 먹지 않아도 배부를 때가 있다던데, 바로 지금인 것 같군.’

속으로 음흉한 웃음을 흘린 자오린 부총리는 판젠둥 국장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오늘 중으로 모든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을까?”

“석유와 천연가스는 가능하겠지만, 알루미늄을 포함한 다른 자원들의 계약서 작성은 내일 밤이나 되어야 완료될 것 같습니다.”

“오늘밤을 꼬박 새도 그렇다는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흠…….”

말끝을 흐린 자오린 부총리는 특유의 버릇대로 소파의 팔걸이를 손끝으로 톡톡 건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드디어 결심을 굳혔는지 블로딘 총리에게 말을 걸었다.

“블로딘 총리님, 모든 조건이 합의된 상황에서 더 이상 TTM을 진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을 절약하는 의미에서 지금 즉시 계약서 작성에 돌입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좋습니다. 자 부총리님의 의견을 수용하겠습니다.”

“계약서 작성은 실무자들한테 맡겨 놓고, 저희는 저녁 식사나 하러 가십시다.”

“반주로 보드카 어떻습니까?”

“하하하, 좋습니다.”

* * *

냉장고에 들어 있던 생수병을 깔끔하게 비워 버린 호영이 비틀거리며 소파에 큰대자로 뻗었다.

“아이고, 죽겠다.”

그의 모습을 측은하게 지켜보고 있던 겨울이 물었다.

“어젯밤에는 왜 그렇게 달린 거야?”

“…기분 좋아서.”

겨울은 호영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다.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로 매년 7억 2,000만 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을 커미션으로 받게 되었는데, 기분 좋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하게 느껴질 것이다.

“네가 받는 커미션 중에 내 지분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는 거 알고 있지?”

“네 지분이라니?”

“네가 나의 권유를 뿌리치고 인도에 남아 있었으면, 커미션을 받을 수 있었을 것 같아?”

“그 점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제 됐냐?”

“말로만?”

“말로만이라니? 설마……?”

무언가 생각난 것이 있다는 듯 누워 있던 호영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나는 네가 받는 커미션에 관심 없으니까, 안심해라.”

“휴우, 그럼 나한테 원하는 게 뭔데?”

“며칠 동안 기름진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속이 더부룩해 죽겠다. 이곳에도 우리나라 음식점이 있다고 하니까, 거기서 네가 한턱 쏴라.”

“오, 그 정도야 뭐. 말 나온 김에 오늘 점심으로 어때?”

“오늘 점심은 곤란하고. 저녁에 쏴.”

호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중국이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자원들은 석유, 천연가스 등을 포함해서 십여 가지가 넘어간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검토해야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이유로 TTM은 오후 네 시로 연기된 상태.

따라서 점심 식사가 적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겨울은 저녁 식사를 고집하고 있었다.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네가 어제 블로딘 총리께 뭐라고 약속했는지 생각해 봐.”

“내가 커미션을 받으면 화끈하게 쏘기로 했잖아.”

“네가 최초로 커미션을 받는 시점은 8월일 텐데, 우리들이 또다시 모일 수 있을 것 같아?”

“하긴… 생각해 보니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오늘밤에 우리나라 음식을 곁들여 소주로 샤워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마.”

“보드카에 길들여져 있는 러시아 사람들인데, 우리나라 소주는 물 같다고 하지 않을까?”

“그럼 보드카를 마시든가.”

“우리나라 소주에도 제법 알코올 도수가 높은 게 있다는데, 알고 있니?”

당연히 알고 있었다.

자신의 회사에서 소주를 비롯해서 한국의 전통술을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지 말고, 진짜로 원하는 걸 말해 봐.”

“러시아 사람들한테 45도짜리 안동소주를 마시게 하면 어떨까?”

“아이디어가 근사하기는 하지만, 모스크바에서 안동소주를 구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흐흐, 내가 그럴 줄 알고 어젯밤에 대책을 마련해 놨지.”

“어떻게?”

호영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오늘 점심 무렵 모스크바에 도착하는 여객기에 안동소주 200병이 실려 있어.”

“네가 조치를 취한 거야?”

“너희 회사 사장님께 상황을 말씀드렸더니만, 알아서 조치를 취해 주셨어.”

“안동소주를 수입하는 사람은 누구인데?”

“우리가 자고에프 대통령님께 선물하는 것으로 처리했어.”

즉, 안동소주를 무관세 처리해서 통관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놓았다는 뜻.

“내가 보드카에 취해서 뻗어 있는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알고 있으니 다행이네. 이제부터 네가 할 일을 얘기해 줄게. 공항에 나가서 안동소주를 인수해야 하고, 예약한 우리나라 음식점에 전달해 줘야 해.”

“그렇게 하겠는데, 우리나라 음식점에서 싫어하지 않을까?”

“그래서 최소 하루 매출액의 두 배를 올려 주기로 약속했고, 마시다 남는 안동소주는 음식점에 무상으로 넘겨줄 생각이니까 괜찮아.”

“아, 그래서 안동소주의 양이 많구나?”

그제야 모든 것을 이해했다는 듯 호영이 고개를 아래위로 끄덕였다.

“이제 아침 먹으러가자.”

“귀찮은데… 룸서비스나 시켜 먹자.”

“이미 아침 식사가 약속되어 있기 때문에 안 돼.”

* * *

“어서 오세요.”

데사이 국장이 문을 열며 밝은 표정으로 겨울과 호영을 맞이했다.

“국장님, 사장님은 도착하셨습니까?”

“네. 두 분이 제일 늦게 도착했습니다.”

겨울은 호영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데사이 국장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저희가 늦은 이유는 대충 이해하셨겠죠?”

“하하, 물론입니다.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으며 아침 식사를 즐기던 도중에 메흐타 장관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정명훈 사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정 사장님, 중국 놈들이 부담하기로 한 커미션이 얼마입니까?”

“최종적으로 합의한 비율은 10%입니다.”

“네?! 정말입니까?”

메흐타 장관이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저희도 자 부총리가 그런 제안을 해 올 때 깜짝 놀랐습니다.”

“자 부총리가 그렇게 제안한 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바이어 측에 배정된 5% 안에는 시쥔량 주석의 몫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군요.”

잠시 대화가 중단된 틈을 이용해서 데사이 국장이 입을 열었다.

“정 사장님, 중국 놈들이 러시아로부터 자원들을 수입하면서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이 얼마 정도 됩니까?”

“중국 측이 러시아에서 수입해 가는 자원들의 금액이 2,400억 달러 정도 되니까, 매년 240억 달러 정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합니다.”

“이야! 엄청나네요.”

거금이 언급되자, 데사이 국장이 입을 쩍 벌렸다.

그때,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던 겨울이 입을 열었다.

“지금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나라들이 하나둘씩 탈퇴함으로 인해서 자원들을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중국이 처해 있는 절박한 상황을 역이용했으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떤 방법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방법은 간단합니다. 중국이 필요로 하는 자원들을 다른 나라가 아닌 러시아에서 수입하도록 만들어 버리는 겁니다.”

정명훈 사장은 겨울의 의도가 무엇인지 단숨에 캐치했다.

중국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자원들을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할 수밖에 없다.

단, 국제가격으로.

하지만 부족한 자원들을 러시아에서 수입하도록 만들어 버리면, 국제가격보다 10% 가까이 비싸게 수입하게 되는 셈.

그렇게 되면 중국은 지출하지 않아도 될 비용을 지출해야 하고, 이는 국가재정에 부담으로 작용될 것이다.

반면에 자신들과 러시아 그리고 자오린 부총리 등은 주머니를 더욱더 불릴 수 있고.

하지만 이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경제규모를 축소시키기를 원하고 있는 미국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걸림돌이 있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겨울에게 물었다.

“중국은 경제쇠퇴를 막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원들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만약에 미국이 중국에 계속 압박을 가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거에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경우처럼 인근의 자원부국들을 침략한다는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중국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퇴로를 열어 주면서, 재정을 점차 고갈시키는 방법이 훨씬 효과적일 듯싶습니다.”

정명훈 사장은 메흐타 장관에게 의견을 물었다.

“저는 한 부사장님의 의견에 적극 동의합니다.”

“그렇다면 싱 총리님께 동의를 구해 주실 수 있습니까?”

“네? 총리님한테요?”

전혀 예상외라는 듯 메흐타 장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인도는 중국을 고사시키기 위한 중요한 동맹국 중에 하나잖아요.”

“하하하, 제가 그 점을 깜빡하고 있었네요.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큰 목소리로 웃음을 터트리고는 메흐타 장관이 싱 총리와 통화를 위해서 핸드폰을 들고 응접실로 이동했다.

그 사이에 정명훈 사장은 루퍼트 장관에게 전화 걸었다.

현재 미국은 한밤중이기 때문에 전화를 늦게 받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신호가 가자마자 익숙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정 사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루퍼트 장관님, 지금 미국은 새벽 2시 아닙니까?”

[하하, 저는 지금 프랑스에 와 있으니까, 아침 8시입니다.]

“아, 그렇군요.”

[중국 놈들을 거하게 물 먹였다는 소식은 러시아 측으로부터 들었습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루퍼트 장관님께 감사 인사를 들으니, 더욱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어젯밤에 전화드릴 걸 그랬네요. TTM 협상 결과를 알려 주려고 전화하신 것 같지는 않고, 저한테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루퍼트 장관의 감각은 일반인들보다 훨씬 뛰어났다.

“사실은 한 부사장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안해서…….”

정명훈 사장은 겨울에게 들은 얘기와 자신의 생각을 루퍼트 장관에게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사실은 저희도 그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우리 미국은 한 부사장님의 아이디어를 적극 지지합니다.]

“동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하,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월말에 아프리카에서 뵙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정명훈 사장이 전화를 끊는 것과 동시에 싱 총리와 통화를 끝낸 메흐타 장관이 돌아왔다.

“정 사장님, 총리님이 흔쾌히 동의해 주셨습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방금 전에 루퍼트 국무장관도 동의했습니다.”

“이제 자오린 부총리를 요리하는 일만 남아 있는 겁니까?”

“아닙니다. 제일 중요한 러시아 측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아,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메흐타 장관과 짧은 대화를 끝낸 정명훈 사장은 즉시 요키치 장관에게 전화해서 겨울의 아이디어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러시아 측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희는 무조건 오케이입니다.]

“중국에 추가로 수출할 수 있는 자원들의 현황을 긴급히 파악해 주십시오.”

[아이고, 시간이 없네요. 나중에 통화하십시다.]

뚝.

마음 급한 요키치 장관이 먼저 전화를 끊었다.

“후후, 이제 자 부총리를 요리해 볼까?”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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