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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287화 (287/328)

[287화] 패키지 협상 전략 (1)

러시아와 인도의 석유 및 천연가스 수출입 계약서와 합의서는 어제 오후에 이미 완성된 상태였다.

다만, 러시아 측이 꼼수를 벌임으로 인해서 하루를 연기해 지금 계약식을 진행하는 것이다.

샤르마 장관, 요키치 장관, 정명훈 사장은 실무자들이 작성한 계약서와 합의서를 꼼꼼히 검토하고, 문제가 없다고 결론짓고 곧바로 계약서 사인 절차에 돌입했다.

샤르마 장관과 요키치 장관이 계약서와 합의서에 교차 사인했고, 뒤이어 정명훈 사장이 증인 란에 서명했다.

모든 절차가 끝나자, 사회를 보고 있던 김윤중 전무가 말을 이어 나갔다.

“이제 계약을 기념하는 의미로 사진 촬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찰칵!

사진 촬영을 끝으로 석유와 천연가스의 수출입 계약 절차가 마무리 되었다.

“30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인도와 러시아의 무기 수출입 건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샤르마 장관과 요키치 장관은 싱 총리와 자고에프 대통령에게 계약 내용에 대해 보고하기 위해서 자리를 빠져 나갔다.

그 사이, H&J 컨설팅 사람들과 메흐타 장관은 소회의실로 이동해서 러시아산 무기 수입과 관련한 대화를 시작했다.

“메흐타 장관님, 저희가 부탁한 자료는 가지고 오셨습니까?”

“밤새도록 자료를 준비해서 가지고 왔습니다만, 요청한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저희가 다른 나라들이 수입하는 무기들의 가격을 알고자 한 이유는 인도가 얼마나 바가지를 쓰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메흐타 장관에게 두툼한 서류를 넘겨받은 정명훈 사장은 꼼꼼하게 살펴본 후, 겨울을 포함한 일행들에게 읽어 보라고 건네주었다.

그러고는 메흐타 장관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장관님, 인도 측의 입장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그동안 우리나라에 바가지를 씌워온 러시아와 거래를 중단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수입한 무기들과의 호환성 때문에 그들의 무기를 계속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저희가 러시아산 무기류의 수입 가격을 어느 정도까지 인하하면 될까요?”

“다른 나라들이 수입하는 가격 수준까지 인하해 주십시오.”

“최선을 다해서 가격을 인하해 보겠습니다.”

잠시 두 사람의 대화가 중단된 틈을 타서 겨울이 발언권을 요구했다.

“메흐타 장관님, 성능이 뛰어난 러시아산 무기들 중에서 인도 측이 수입하고 싶어 하는 것이 있습니까?”

“S―400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과 SU―35 전투기를 수입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해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만…….”

무언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메흐타 장관이 의도적으로 말끝을 흐렸다.

왜 묻는지 대답하라는 의미였다.

“사실은 기존에 수입하던 러시아산 무기류의 가격을 조금이나마 인하해 보려고 장관님께 여쭤본 겁니다.”

“아, 무슨 말씀인지 감 잡았습니다.”

“인도 측은 러시아로부터 S―400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과 SU―35 전투기를 얼마나 수입하기를 원하고 있습니까?”

“S―400은 5개 포대와 S―35 전투기를 30대 도입할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습니다.”

“두 무기류의 가격대가 어느 정도 됩니까?”

“저희가 파악한 정보로는 S―400은 한 개 포대에 20억 달러 정도입니다. 그리고 SU―35 전투기에 대해서 러시아 공군은 제조 회사인 로스텍으로부터 약 1,600만 달러에 도입했고, 중국의 경우에는 약 8,300만 달러가 넘는 가격으로 수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에 수출하는 SU―35 전투기의 가격이 다섯 배 이상 차이 나는 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로스텍이 국영 기업이라는 점과 중국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중국이 SU―35를 수입해서 복제할 것을 염려해서 비싸게 가격을 책정했다는 뜻이었다.

“인도 측은 러시아로부터 S―400과 SU―35 전투기를 어느 정도의 가격으로 도입하고 싶습니까?”

“무기류는 정해진 가격이 없기 때문에 원하는 수입 가격을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바가지만 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여쭙겠습니다. S―400과 SU―35 전투기 도입 계획을 러시아 측이 알고 있습니까?”

“워낙 극비로 프로젝트를 추진했기 때문에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인도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메흐타 장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H&J 컨설팅은 인도와 러시아가 동시에 지정한 맨데이트.

따라서 이들은 인도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이익을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런데 겨울은 러시아는 안중에 없다는 듯 인도의 이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점을 거론하며 의문을 드러냈다.

“물론 장관님의 말씀이 맞습니다만, 저희는 한국산 무기류를 인도에 수출해야 하는 셀러이기도 합니다.”

“하하하,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러시아 측에 패키지 협상 전략을 사용했으면 좋겠는데, 장관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패키지 협상 전략이라뇨?”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기존에 인도가 수입하고 있던 무기류와 S―400과 SU―35 전투기 도입 협상을 묶어서 협상하는 겁니다.”

“S―400과 SU―35 전투기 도입 협상에 집중하고, 기존에 수입하고 있던 무기류에 대한 협상은 스킵하는 전략입니다.”

겨울의 뒤를 이어서 정명훈 사장이 한마디 거들었다.

“좋습니다. 우리나라가 무기류를 저렴하게 도입할 수만 있다면 H&J 컨설팅 측의 의견에 무조건 동의합니다.”

* * *

회의실.

모두들 정해진 자리에 착석하자, 사회자석에 서 있던 신지훈 실장이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인도와 러시아의 무기 수출입 건에 대해서 협상을 시작하겠습니다. 저희 H&J 컨설팅은 싱 총리로부터 러시아산 무기 수입 건에 대한 모든 권한을 위임받은 상태입니다. 따라서 저희는 러시아를 위한 셀러 맨데이트 역할을 수행할 수 없음을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신지훈 실장의 뒤를 이어서 정명훈 사장이 발언권을 요청했다.

“세르게이 장관님, 인도 측이 평상시에 도입하던 무기류에 대한 협상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짓고 다른 무기류의 도입 협상을 진행했으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명훈 사장의 기습적인 제안을 들은 세르게이 장관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사실 자신들은 무기류들을 인도에 중단 없이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이곳에 왔다.

그런데 인도 측은 기존에 수입하던 무기류에 추가해서 다른 무기들을 수입할 생각을 가지고 있단다.

“저는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인도는 나이지리아를 포함해서 아프리카 7개국으로부터 자원을 저렴하게 수입함으로 인해서 상당히 많은 예산을 절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절감한 예산의 일부를 러시아산 무기를 도입하는 데 사용하려는 겁니다.”

“아, 무슨 말씀인지 감 잡았습니다. 인도 측이 자국에서 추가로 수입하려는 무기들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S―400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과 SU―35 전투기입니다.”

“네?! 그게 정말입니까?”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세르게이 장관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정명훈 사장은 그럴 줄 알았다면서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세르게이 장관님, 러시아 측이 두 가지 무기를 인도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두 개가 있습니다. 먼저 인도가 어느 나라에서 무기를 도입하든지 러시아 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말아 달라는 것과 기존에 수출하고 있는 무기류의 가격을 현실화해 달라는 것입니다.”

세르게이 장관은 속으로 뜨끔했다.

그동안 자국이 인도에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출한다는 점을 이용해서 각종 갑질을 행사하고 있었으니까.

“인도 측이 요구한 첫 번째 전제 조건은 즉시 수용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전제 조건에 대해서는 저 혼자 결정할 수 없습니다. 자고에프 대통령님께 보고한 후,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인도 측은 러시아가 가격을 현실화해 주면, 남는 예산은 러시아산 무기를 도입하는 데 사용할 예정입니다.”

그의 말은 즉, 기존의 약속대로 매년 85억 달러 정도의 무기를 도입하겠다는 의미였다.

만약에 그렇다면 자고에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터였다.

“정 사장님,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소회의실로 이동한 세르게이 장관은 일행들과 함께 대책 회의를 시작했다.

“여러분은 인도 측의 제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S―400과 SU―35 전투기 수출을 위해서라도 가격을 인하해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자코프 대사, 인도가 수입하려는 S―400과 SU―35 전투기의 숫자를 알고 있습니까?”

“오늘 처음 듣는 얘기라서 알고 있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어느 나라든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무기 도입에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당연히 인도 국방부도 S―400과 SU―35 전투기를 도입하기 위해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했을 것이다.

그런데 최소 2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를 자코프 대사가 모르고 있다니.

이는 즉흥적으로 결정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도 국방부 측에 H&J 컨설팅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보는 게 맞겠지?’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리고 자코프 대사와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동안 아무런 낌새도 눈치채지 못했습니까?”

“대사관 소속의 정보국 요원들한테 보고받은 게 전혀 없습니다.”

“일단 알겠습니다.”

자고프 대사와 짧은 대화를 끝낸 세르게이 장관은 자고에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정명훈 사장에게 제안 받은 내용을 상세하게 보고했다.

[세르게이 장관, 우리나라가 인도에 바가지를 많이 씌웠습니까?]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무기류보다 비싸게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가격을 할인해 준 만큼 우리나라 무기를 추가로 수입하겠다는 약속을 믿을 수 있습니까?]

“페널티 조건이 삽입된 합의서를 요구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시고, 인도 측이 우리나라로부터 수입하기 희망하는 S―400과 SU―35 전투기 숫자를 알고 있습니까?]

“자코프 대사한테 물어봤는데…….”

세르게이 장관은 자코프 대사에게 들은 얘기와 추측한 내용을 상세하게 보고했다.

[H&J 컨설팅이 우리나라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군요.]

“저도 대통령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세르게이 장관, 이제부터 내가하는 얘기를 잘 들으세요.]

“네, 말씀하십시오.”

[인도가 도입하려는 S―400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과 SU―35 전투기 숫자와 연동해서 기존에 수출하던 무기류의 가격을 조정해 주세요.]

“대통령님, 가격을 추가로 인하해 줘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전화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협상 진행 경과를 수시로 보고하세요.]

“네, 대통령님.”

한편, 회의실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한 부사장님,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겨울의 의견에 대해서 메흐타 장관이 즉각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장관님, 저희의 목적은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러시아산 무기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조금 치사하더라도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동원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여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우리나라의 무기제조 회사들도 협상을 위해서 대기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러시아와의 협상은 오늘 중으로 끝냈으면 좋겠습니다.”

“기존에 수입하던 무기류에 대한 가격 협상은 마무리할 수 있지만, S―400과 SU―35 전투기의 도입 협상은 오늘 불가능할 겁니다.”

“S―400과 SU―35 전투기는 가격만 결정하고, 세부적인 계약 조건은 실무자들의 협상을 통해서 결정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하십시다.”

“그럼 저희는 작전 수행을 위해서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제법 시간이 지난 후, 세르게이 장관을 포함한 러시아 측 사람들이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들이 비어 있는 자리에 착석하기를 기다렸다가 정명훈 사장이 말문을 열었다.

“세르게이 장관님, 자고에프 대통령님께 컨펌 받았습니까?”

“컨펌을 받기는 했습니다만, 애매한 상태로 받았습니다.”

“어떻게 받았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S―400과 SU―35 전투기와 연동해서…….”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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