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 성공 신화-286화 (286/328)

[286화] 뜻하지 않은 선물

다음 날 오전.

요치키 장관은 영빈관에 먼저 도착한 겨울 일행에게 어젯밤에 쑹쩐밍 장관과 통화한 내용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쑹 장관은 저희에게 3개월 유예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그의 얘기를 끝까지 들은 겨울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입을 열었다.

“요키치 장관님, 중국 측의 제안을 수용할 생각입니까?”

“그 문제는 제가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어젯밤에 자고에프 대통령님께 보고 드렸습니다.”

“자고에프 대통령님께서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세 시간 정도 지난 후에 전화 받았는데, 수용해 주라고 컨펌을 받은 상태입니다.”

겨울은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요키치 장관님, 자고에프 대통령님께 컨펌받은 내용을 중국 측에 통보해 주셨습니까?”

“어제 늦게 컨펌 받아서 아직입니다만, 왜 그러십니까?”

무언가 있다고 캐치한 요키치 장관이 조심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중국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협상 전략에는 만만디 전략과 콰이콰이(빨리빨리) 전략이 있습니다. 그들은 불리할 때는 만만디 전략을, 반대의 경우에는 콰이콰이 전략을 사용합니다. 석유와 천연가스의 수출 가격을 현실화시켜 달라는 러시아 측의 요구는 중국 측의 입장에서는 불리하기 때문에 100%의 확률로 만만디 전략을 사용할 겁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이제부터 만만디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겨울은 요키치 장관에게 만만디 협상의 진행 순서 및 대처 방안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최소 45억 달러를 러시아에 벌어준다 생각하시고,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해 보십시오.”

“네? 45억 달러라니요?”

“러시아가 중국에 수출하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물량이 매월 150억 달러가 넘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3개월의 유예 기간을 주지 말라는 의미였다.

“한 부사장님, 중국이 우리나라의 요구를 수용할까요?”

“지금 그들은 물에 빠져 죽기 일보직전이기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 점을 잘 이용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어 낼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중국 측과 통화…….”

겨울의 설명을 듣고 있던 세르게이 국방장관은 요키지 장관이 H&J 컨설팅에 깊은 호감을 가지고 있는 이유를 이제야 확실하게 깨달았다.

자국에게 엄청난 도움을 주고 있는데 그들을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세르게이 국방장관이 짧은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에도 겨울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쑹 장관은 요키치 장관님의 전화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만만디 전략의 기본은 느긋한 기다림입니다.”

“하하하, 쑹 장관의 똥줄을 바싹바싹 타들어 가도록 만들어 주겠습니다.”

똑똑.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샤르마 장관을 포함한 인도 측 사람들이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샤르마 장관은 지정된 자리에 착석하며 가볍게 농담을 건넸다.

“요키치 장관님의 웃음소리가 회의실 밖에까지 들리던데,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

“하하하, 좋다마다요.”

“좋은 일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그것이 뭐냐면…….”

링링링.

아주 공교로운 순간에 요키치 장관의 핸드폰이 벨소리를 토해 내는 바람에 더 이상 설명은 이어지지 못했다.

핸드폰을 들어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한테 양해를 구하고 소회의실로 이동해서 상대방과 통화를 시작했다.

“네, 쑹 장관님.”

[요키치 장관님께 아직까지 아무 연락이 없어서 전화 드려 봤습니다.]

예상한 대로 묻는 쑹쩐밍 장관의 목소리가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요키치 장관은 겨울에게 코치 받은 내용을 떠올린 후, 그와 통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쑹 장관님의 제안을 자고에프 대통령님께 보고 드렸다가 심하게 질책을 들었습니다.”

[질책이라뇨?]

“기자회견을 한 지 얼마나 지났냐고 하시면서 심하게 화를 내셨습니다. 예정대로 7월 1일부터 가격을 인상하라고 못을 박으셨습니다.”

[하아…….]

낙담한 듯한 쑹전민 장관의 한숨 소리가 수화기를 통해서 생생하게 들려왔다.

“쑹 장관님, 도움을 주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계약서를 다시 작성해야 하니까, TTM은 어디서 하는 게 좋겠습니까?”

[늘 그래 오던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했으면 좋겠습니다.]

겨울은 중국이 주로 사용하는 만만디 전략의 첫 번째 단계는 협상 파트너를 홈그라운드인 중국으로 불러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야 중국이 원하는 대로 협상 파트너를 요리할 수 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쑹전민 장관은 자신들을 중국으로 초대했다.

만약에 겨울의 조언을 듣지 않았더라면 당연히 오케이를 외쳤을 것이다.

그랬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뒷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 주면서 3개월 유예를 관철하려 들 것이다.

아무리 그래 봐야 45억 달러는 넘지 않을 것이지만.

“쑹 장관님의 제안은 정말 고맙지만, 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요키치 장관님을 성대하게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자고에프 대통령님께서 자국에서 TTM을 진행하라고 지시 내리셨습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요.]

낙담한 그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다음 주에 우리나라에서 뵙겠습니다.”

[네? 너무 서두르는 거 아닙니까?]

“7월 1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럽니다. 참고로 하나만 말씀드리면, 6월 말까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예정대로 석유와 천연가스의 수출을 중단할 예정입니다.”

[정말 시간이 없군요. 다음 주 화요일까지 러시아로 넘어가겠습니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그때 봅시다.”

딸깍.

전화를 끊은 요치키 장관은 회의실로 돌아가지 않고, 곧바로 자고에프 대통령에게 전화했다.

[요키치 장관, 아침부터 무슨 일입니까?]

“대통령님께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 드리려고 연락드렸습니다.”

[얼른 얘기해 보세요.]

“저희가 중국에 수출하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가격 현실화 시점을 예정대로 시행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사실은 H&J 컨설팅의…….”

요키치 장관은 겨울에게 코치 받은 내용과 쑹쩐밍 장관과의 통화 내용을 자세하게 보고했다.

“…저희가 중국 측에 3개월을 유예해 주지 않음으로 인해서 약 45억 달러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으하하하!]

예상대로 자고에프 대통령이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대통령님께서 좋아하시니까,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H&J 컨설팅 측에 내가 진심으로 고마워한다고 전해 주세요.]

“대통령님, H&J 컨설팅 측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게 어떻겠습니까?”

[어떤 방법이 있는지 얘기해 보세요.]

“H&J 컨설팅은 자국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인도에 수출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에 대한 보답 차원으로 H&J 컨설팅 측에 셀러 맨데이트 자격을 부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H&J 컨설팅 측에 돌아가는 혜택이 얼마 정도 됩니까?]

“저희가 인도에 수출하는 두 품목에 대해서 1.5%의 커미션을 지급하면, 약 7,000만 달러 정도의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 예상됩니다.”

[음…….]

자고에프 대통령이 생각할 것이 있는지 끝말을 흐렸다.

요키치 장관은 그가 어떤 생각하는지 대충 감이 잡혔으나, 자신의 예상이 틀릴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조용히 침묵을 유지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그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요키치 장관, 우리나라가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중개는 누가하고 있습니까?]

요키치 장관은 정말 의외라고 생각했다.

자고에프 대통령이 H&J 컨설팅 측에 인도에 수출하는 무기에 대한 맨데이트 자격을 줄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무기 수출 금액에 대한 커미션 금액도 적지 않으니까.

그런데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중국에 수출하는 두 품목에 대한 맨데이트 자격을 줄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연간 27억 달러에 가까운 커미션을 H&J 컨설팅에 지급해야 한다.

너무 많다고 생각했지만, 자고에프 대통령의 뜻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맨데이트 없이 직거래하고 있습니다.”

[H&J 컨설팅 측에 셀러 맨데이트를 권유해 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오늘은 정말 기분 좋은 하루가 될 것 같네요.]

“대통령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또 있습니까?]

“제가 H&J 컨설팅을 상대해 본 결과 협상력이 보통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그들에게 우리나라가 인도에 수출하는 무기에 대한 맨데이트 자격을 부여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 아이디어도 좋을 것 같네요. 그렇게 추진하도록 하세요.]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한편, 회의실에서는 샤르마 장관의 소개로 상견례를 마치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요키치 장관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 사장님, 요키치 장관님이 누구와 통화하고 있습니까?”

“중국의 쑹쩐밍 에너지 장관과 통화하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으로 통화하고 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죄송합니다만, 러시아와 중국의 문제이기 때문에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제가 대신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세르게이 장관이 입을 열었다.

“어제 자고에프 대통령님은 H&J 컨설팅 측의 조언을 받아서 중국에 선전포고를 날렸습니다. 선전포고 내용은…….”

세르게이 장관은 궁금증에 목말라하고 있는 샤르마 장관 등에게 기자회견 내용, 요키치 장관이 쑹쩐밍 장관과 통화 한 내용, 겨울에게 코치 받은 내용을 차례로 풀어놓았다.

“…지금 요키치 장관께서 쑹 장관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하하하, 모처럼만에 기분 좋은 소식이네요.”

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고 요키치 장관이 들어왔다.

그는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샤르마 장관에게 들었던 얘기와 비슷한 농담을 건넸다.

“샤르마 장관님의 웃음소리가 회의실 밖에까지 들리던데, 저도 같이 알면 안 되겠습니까?”

“세르게이 장관님께 지금까지의 일들에 대해서 들었습니다. 쑹 장관과 어떤 내용으로 통화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하하, 그럴까요?”

요키치 장관이 마침 잘됐다는 표정으로 화답했다.

“저는 한 부사장님께 코치 받은 내용을 토대로 쑹쩐밍 장관을 코너로 밀어붙였고, 우리나라가 원하는 대로 7월 1일부터 두 품목에 대한 가격을 현실화하는 데 합의한 상태입니다.”

“하하하, 정말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샤르마 장관님.”

그때, 메흐타 장관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요키치 장관님, 중국은 워낙 꼼수를 많이 부리기 때문에 계약서에 최종 사인할 때까지 절대로 안심하시면 안 됩니다.”

순간, 요키치 장관은 자고에프 장관이 H&J 컨설팅에 엄청난 혜택을 준 이유를 이제야 깨달았다.

중국 측이 이번에도 꼼수를 부릴 것임을 예상하고 원천봉쇄 역할을 H&J 컨설팅에 맡기려 한 것이다.

자고에프 대통령의 선견지명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메흐타 장관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해법을 마련해 놓았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제 말이 맞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자고에프 대통령님께서는 H&J 컨설팅에 셀러 맨데이트 역할을 맡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네?!”

정명훈 사장을 비롯한 H&J 컨설팅 측의 사람들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정 사장님, 자고에프 대통령님의 제안을 수용해 주실 수 있습니까?”

“저희한테 좋은 기회를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만, 생각할 시간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주부터 우리나라에서 중국과 TTM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많은 시간은 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여간 알겠습니다.”

“자고에프 대통령님께서는 자국이 인도에 수출하는 석유와 천연가스, 그리고 무기에 대한 셀러 맨데이트 역할을 H&J 컨설팅에 맡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요키치 장관에게 제안을 받은 정명훈 사장은 빠르게 이익을 따져 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그의 생각을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대답을 기다렸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정명훈 사장이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요키치 장관님, 저희는 인도 측의 바이어 맨데이트라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바라는 것은 우리나라와 인도가 윈윈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고에프 대통령님의 제안을 수용하겠습니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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