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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276화 (276/328)

[276화] 너의 활약을 기대하마 (3)

저녁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겨울이 작전을 개시하라는 의미로 가을에게 은밀히 신호를 보냈다.

신호를 받은 가을은 알았다는 의미로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오빠, 몰디브 출장에서 거둔 성과가 프랑스 출장 당시보다 엄∼청 크다며?”

가을의 말을 겨울이 자연스럽게 받았다.

“당연하지. 그런데 갑자기 왜 묻는 거야?”

“성과급이 얼마인지 알고 싶어서. 그렇다면 지난 4월보다 많겠네?”

“6개월 단위로 지급받는 성과급 1,800만 원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 그렇지는 않을 거야.”

“6개월 단위로 받는 성과급은 또 뭐야?”

“길게는 설명해 줄 수 없고, 나이지리아를 포함한 7개국이 인도에 석유를 포함한 자원들을 매월 250억 달러어치 수출하는데, 우리 회사가 나서서 연결해 줬지. 우리 회사는 매월 3%에 해당하는 커미션을 받을 예정이야.”

“그, 그럼 7억 5,000만 달러를 커미션으로 받는다는 거야?”

가을이 크게 놀라는 척하며 과장되게 물었다.

그녀의 놀라는 모습을 본 겨울이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심하게 대답했다.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오빠하고 장 부사장님이 매월 받는 커미션은 얼마야?”

“글쎄다? 계산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가을 씨, 내가 대신 얘기해 줄게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장대산 부사장이 입을 열었다.

“한 부사장님은 4,600억 정도, 나는 2,600억 정도 받을 거예요.”

“우와! 어마어마하네요.”

모두들 부럽다는 눈으로 감탄사를 연발하는 사이, 호영도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대화에 끼어들었다.

“한 부사장과 장 부사장의 부인이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평생 동안 돈 속에 파묻혀 살 수 있겠네요.”

“그렇게 되나?”

시나리오대로 그럭저럭 잘 흘러가고 있는 그때,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지금까지 조용히 저녁 식사에 열중하고 있던 강희가 불쑥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겨울 오빠, 내가 옛날부터 오빠 좋아한 거 알고 있지?”

겨울은 강희가 갑자기 도발한 이유를 단숨에 알아채고, 찰나의 순간을 이용해서 호영의 표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폈다.

예상과는 달리 전혀 표정 변화가 없었다.

‘뭐야? 진짜로 강희를 여사친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는 거야? 그렇다면 큰일인데…….’

재빨리 자문자답을 끝낸 겨울은 강희의 질문에 대답했다.

“알고 있었지.”

“앞으로 6개월 줄게. 그 안에 결판내지 못하면, 오빠 옆자리는 내 거야.”

조강희의 도발적 발언에 잠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반면, 이수진은 호기심이 무럭무럭 생겨났다.

겨울 일행이 들어오기 전 까지 강희는 호영에게 마음이 있는 듯한 뉘앙스를 보이고 있었는데, 어째서 이런 말을 꺼내는지.

문득 강희가 겨울을 이용해서 호영의 질투심을 자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혹시 또 모르는 일이었다.

끓어오르는 호기심을 도저히 참지 못한 그녀는 겨울에게 질문을 던졌다.

“한 부사장님, 조 대리님을 차지하기 위해서 정 이사님과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인가요?”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정 이사는 절대로 제 경쟁자가 될 수 없습니다.”

“그게 무슨 개떡 같은 소리야?”

역시나 호영이 발끈하며 대화에 참전했다.

겨울은 지금이 호영과 강희를 엮어 주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네가 나보다 나은 점이 뭐가 있는데?”

호영의 유치한 도발에 겨울은 씨익 웃고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셀 수없이 많지만, 팩트 하나만 얘기해 주자면… 일단 외모? 내가 너보다 잘생겼잖아.”

“얘가 스테이크를 잘못 먹었나?”

“못 믿겠으면 가을아, 네가 대신 얘기해 줘라.”

“미안한데, 오빠… 내가 볼 때는 호영 오빠가 훨씬 잘생겼어.”

호영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겨울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한 부사장, 가을이 얘기 들었지?”

“…….”

“하하하! 너는 나한테 안 돼, 인마. 어딜…….”

“그래… 네 말이 맞다.”

“…어?”

“하는 수 없지. 네 말대로 나보다는 네가 더 강희한테 어울리는 거 같다.”

“…엥?”

“정 이사님,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호영 오빠, 나도.”

마치 그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장대산 부사장을 비롯해서 이재성 대리까지 호영에게 축하 인사를 보냈다.

반면, 호영은 정말 황당했다.

일행들이 해 주는 축하를 거절해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강희가 서운해할 테고.

강희를 위해서라도 지금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설 때라고 여겼다.

“가, 강희야, 그런 거 아니다. 나중에 얘기하자”

“후우, 이 남자나 저 남자나… 호영 오빠한테는 3개월의 시간을 주도록 할게.”

“야, 겨울이는 왜 6개월을 주고, 나는 3개월이야?”

“오빠는 내 심기를 건드렸잖아.”

“내가 언제… 후우, 알았다.”

서슬 퍼런 강희의 기세에 눌려 호영은 아예 입을 닫았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이수진이 또다시 질문을 던졌다.

“조 대리님, 방금 전에 언급한 3개월은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요?”

“겨울 오빠와 호영 오빠는 제가 아닌 다른 여자를 쟁취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거든요.”

“그 여자가 누구인데요?”

“여기까지 왔는데 말해도 되겠죠? 대한 그룹의 송훈석 회장님의 외동딸인 송지유 씨요.”

이수진은 이제야 모든 의문이 완벽하게 해소되었다.

겨울과 호영, 둘 모두에게 어느 정도 마음을 가지고 있던 강희는 송지유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자, 도저히 이길 수 없다 판단하고 겨울을 먼저 포기한 것이리라.

그런 강희의 마음도 모르고 호영은 송지유를 차지하기 위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중이고.

자기가 송지유의 입장에 처했더라면, 무조건 겨울을 선택할 것이다.

객관적으로 봐도 모든 면에서 겨울이 앞서 있으니까.

돌아가는 판도 모르고 돈키호테처럼 앞만 보고 밀어붙이는 호영의 정신을 바싹 차리도록 만들어 줄 필요가 있었다.

“조 대리님, 저는 싸움에서 진 사람을 현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괜찮은 남자 소개시켜 줄까요?”

이 말과 동시에 이수진이 강희에게 은밀하게 신호를 보냈다.

강희는 그녀의 의도를 단숨에 파악하고, 적극 호응했다.

“좋죠. 언제요?”

“다음 주쯤 어때요?”

“호호, 좋아요.”

두 사람의 대화를 유심히 듣고 있던 호영이 겨울에게 불쑥 말을 걸었다.

“한 부사장, 이 소개팅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볼 수 있잖아.”

“갑자기 뭔 소리야?”

“그 개가 너일 거라고는 생각 안 해?”

“잘 생각해 봐. 그 개가 나인지 너인지.”

“나는 절대로 그런 일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강희한테 잘해.”

“누가 할 소리를.”

반면, 이재성 대리는 큰일 났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들어찼다.

오늘 모인 이유는 장대산 부사장과 이수진을 연결시켜 주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주객이 전도되어 겨울과 호영이 자리에도 없는 송지유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으니.

그는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장 부사장님,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어떻게 예상하고 있습니까?”

장대산 부사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재성 대리와 사전에 합을 맞출 때 이와 같은 예상 질문은 없었기 때문이다.

무언가 이유가 있을 거라 판단하고, 그의 질문에 적당히 답했다.

“1년 반이나 남은 대선의 판도를 지금 예측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지만, 야당이 정권을 되찾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렇다면 해리슨 상원의원님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겠네요?”

“오늘 당장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면 당선 가능성이 높겠지만, 내년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수진은 또다시 궁금증이 몰려왔다.

하필이면 이재성 대리가 1년 반이나 남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왜 이 시점에 언급하는지.

또한 해리슨 상원의원의 이름에 ‘님’자를 붙인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확실치는 않지만, 장대산 부사장, 또는 이재성 대리와 해리슨 상원의원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미국 유학 시절에 들은 루머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 이재성 대리에게 말을 걸었다.

“이 대리님, 정말 민감한 질문일지도 모르는데, 물어봐도 될까요?”

“들어 보고 대답 여부를 결정할 테니까, 얘기해 보세요.”

“부모님들 모두 안녕하시죠?”

이재성 대리는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

자기가 던진 초강수에 이수진이 반응을 보였으니까.

“물론이죠. 두 분 모두 건강히 잘 계십니다.”

“장 부사장님은요?”

“음, 먼저 이수진 씨가 뭘 알고 싶은지 묻지 않을 수 없군요.”

“대학 시절에 해리슨 상원의원에 대한 루머를 룸메이트한테 들었거든요. 해리슨 상원의원에게 우리나라 출신의 아들이 있다고요.”

장대산 부사장은 지금이야 말로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고 판단했다.

자기가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서 이수진과의 관계가 설정될 수 있기 때문에.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자신의 존재가 알려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이참에 모든 것을 밝히기로 결정했다.

“그 루머는 사실입니다. 제가 그분의 아들이니까요.”

“네?!”

정말 깜짝 놀랐는지 이수진이 경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이수진 씨, 아직은 밝힐 시기가 아니니까 소문은 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물, 물론입니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대답하는 이수진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저를 낳아 준 어머니는 10년 전에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저런… 어린 나이에 견디기 힘들었겠어요.”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최근까지 어머니가 생존해 계신지도 몰랐으니까요. 저는 어렸을 때 입양되었거든요.”

“어머!”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일 뿐이에요.”

장대산 부사장의 표정에 살짝 그늘이 맺혔다.

분위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다고 판단한 겨울은 재빨리 분위기를 돌렸다

“장 부사장의 과거지사는 이쯤에서 마무리 짓는 게 어떨까요?”

“네, 좋습니다.”

모두들 겨울의 말을 격하게 반겼다.

“이수진 씨, 제가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될까요?”

“네. 얼마든지요.”

“이수진 씨는 남자친구가 있습니까?”

“남자친구라기 보다는… 썸타고 있는 사람은 있어요. 물론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요.”

겨울은 이수진이 언급한 사람이 장대산 부사장, 또는 조규원 대리 중에 한 사람이라 판단했다.

장대산 부사장일 것 같은 예감이 진하게 들었지만, 아닐 가능성도 있었다.

겨울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빙빙 돌리지 않고 돌직구를 던졌다.

“그 사람이 같은 팀에 근무하고 있는 조규원 대리입니까?”

“부사장님이 조 대리를 어떻게 알고 계세요?”

이수진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수진 언니, 제가 어젯밤에 오빠한테 얘기해 줬어요.”

겨울이 곤란을 겪을 거라 예상한 가을이 재빨리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 그렇구나…….”

“그런데 수진 언니, 저도 진짜 궁금하거든요. 조 대리님과 어떤 사이에요?”

“조 대리님과는 같은 대학 동문이고… 그냥 대학 시절에 오며가며 한두 번 인사를 나눴을 뿐이야.”

“조 대리님하고 별 사이가 아니라는 뜻인가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것 같더라.”

“언니가 뜨뜻미지근하게 대해 줘서 그런 건 아니고요?”

사실 이수진이 조규원 대리를 그냥 내버려 둔 이유는 장대산 부사장 때문이었다.

그는 H&J Investment에 입사할 당시부터 꾸준히 호감을 보내오고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게 전부였다.

그렇다고 자존심 상해 가며 먼저 고백할 수도 없고.

그의 질투심을 유발할 목적으로 조규원 대리가 질척대는 것을 내버려 뒀더니, 지금과 같은 사단이 난 것이다.

“안 그래도 조만간에 조 대리한테 똑 부러지게 얘기할 생각이었어.”

“에이, 괜히 헛짓거리 했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호영의 뚱한 한마디에 겨울이 곧바로 반응했다.

“쯧쯧쯧, 이렇게 눈치 제로인 인간이 과거에는 연애박사였다니… 세상 참 아이러니하다니까.”

“그렇게 빙빙 돌리지 말고, 빨리 얘기해 봐.”

“이수진 씨가 장 부사장의 소극적인 성격을 자극해서 질투심 유발 작전을 전개한 거잖아.”

“아하! 그런 뜻이었어?”

겨울에게 한 차례 눈을 흘기고는 호영은 장대산 부사장에게 말을 건넸다.

“장 부사장님, 보셨죠? 이수진 씨와 커플이 된 기념으로 오늘 밤에 거하게 쏘셔야 하겠는데요?”

“하하! 그야 물론입니다.”

“한 커플은 이어졌고, 이제 우리 둘만 남았나?”

아직도 돌아가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호영이었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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