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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277화 (277/328)

[277화] 예상하지 못한 초대

“오빠, 요즘 걱정거리라도 있는 거야?”

회사로 출근하던 차 안에서 가을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그런데 표정이 왜 이렇게 어두워? 걱정거리가 무엇인지 나한테 얘기해 봐.”

사실 겨울은 걱정거리보다는 신경 쓰이는 것이 하나 있었다.

몰디브에서 인도의 싱 총리는 K―9 자주포 200문, K2 흑표 전차 100대, 1,400톤급 잠수함 세 척과 3,000톤급 잠수함 네 척을 본국으로 돌아가자마자 발주해 준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5월 말이 되도록 감감무소식.

데사이 국장에게 발주가 늦어지는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닦달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그저 인도 정부 측으로부터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속사정을 가을에 털어놓을 필요는 없어서 다른 이유를 댔다.

“호영이를 떼어 놓은 게 생각보다 힘들어서 그래.”

“역시 호영 오빠 때문이었군. 걱정 마. 내가 강희 언니를 압박해 볼게.”

“강희가 호영이에게 마음이 있기는 한 거야?”

“NCND.”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는 뜻.

강희가 NCND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은 호영에게 어느 정도 마음이 있다고 해석하면 된다.

“그렇다고 강희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정도로 압박하지는 마라.”

“당연하지. 내가 애야?”

까칠하게 반응하는 가을과 말싸움을 해 봐야 이익이 없다고 판단한 겨울은 화제 전환을 시도했다.

“요즘 장 부사장과 이수진 씨 사이는 어때?”

“그게… 조금 복잡해.”

“왜?”

“수진 언니가 장 부사장님께 비밀연애를 하자고 제안했대.”

겨울은 이수진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두 사람이 연애한다는 소문이 회사에 퍼지는 순간, 온갖 구설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을 테니까.

자칫 회사 일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그녀의 반응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두 사람의 비밀연애가 복잡하게 꼬일 가능성도 있었다.

“조규원 대리는 그 사실도 모르고 이수진 씨한테 여전히 들이대고 있겠네?”

“그렇지 뭐.”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조규원 씨만 불쌍하게 생겼네.”

“오빠,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 오빠 일이나 신경 쓰는 게 어때?”

조금 전의 앙금이 남아 있었는지 가을에게서 날선 반응이 돌아왔다.

사실 겨울은 이미 성공한 두 사람의 관계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 쓰고 있는 척 하는 것은 가을의 호기심을 잠재우기 위함이었다.

“알았다.”

“설마… 삐진 건 아니지?”

“…….”

“표정을 보니까 삐졌네.”

“어휴, 내가 너하고 무슨 말을 하겠냐.”

겨울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드르륵―

사무실로 출근한 겨울이 컴퓨터를 키려는 순간에 핸드폰이 진동했다.

해리슨 상원의원이었다.

한동안 연락이 없던 그가 전화를 걸어왔다는 의미는 무언가 다급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뜻.

“네, 해리슨 상원의원님.”

[한 부사장, 통화 괜찮습니까?]

예상과는 달리 느긋한 목소리.

즉, 다급한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겨울은 마음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해리슨 상원의원과 통화를 시작했다.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요즘 내 아들놈의 목소리가 예전보다 훨씬 밝아졌는데, 한 부사장은 이유를 알고 있습니까?]

겨울은 지금 어떤 상황인지 대충 감이 잡혔다.

장대산 부사장이 이수진과의 연애 사실을 해리슨 상원의원에게 밝히지 않은 것이리라.

무언가 눈치챈 그는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서 자기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이고.

이렇게 민감한 얘기는 본인에게 직접 듣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예의였다.

“요즘 회사 일이 잘 풀려서 그런 것 같습니다.”

[오호! 그래요? 이상하네요… 요즘 H&J 컨설팅의 일이 잘 풀릴 리가 없는데?]

그의 말은 즉, 해리슨 상원의원도 인도와 관련하여 H&J 컨설팅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후후후, 공짜로 알려 줄 수는 없지요. 우리 거래하는 게 어때요?]

해리슨 상원의원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보나마나 빤했다.

그러나 인도 정부가 처해 있는 사정이 아무리 궁금해도 장대산 부사장과의 의리를 저버릴 수는 없었다.

“상원의원님, 장 부사장한테 좋은 일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만, 상세한 내용까지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럼 나도 일부만 알려 주죠. 인도 군이 사용하고 있는 무기의 대부분은 러시아에서 수입한 겁니다.]

“인도가 우리나라에서 도입하려는 무기류는 러시아제 무기와 연관이 없는 것이라 알고 있습니다.”

[내 아들놈한테 어떤 일이 있는지 알려 주면, 나도 마저 얘기해 주죠.]

역시 산전수전 모두 겪은 역전의 노장답게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았다.

“상원의원님, 저는 배신자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하하, 알았어요. 그럼 나중에 통화합시다.]

딸깍.

해리슨 상원의원과 통화를 끝낸 겨울은 의자를 뒤로 돌려 창밖을 쳐다보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인도 정부와 러시아 정부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한데… 그게 도대체 뭘까?”

잠시 뒤, 결심을 굳힌 겨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장실.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정명훈 사장은 잔을 내려놓으며 겨울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제 얘기해 봐.”

“제가 조금 전에…….”

겨울은 해리슨 상원의원과 통화한 내용을 보고하고 자신의 생각까지 밝혔다.

“…러시아산 무기와의 호환성을 이유로 인도 국방부가 반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도 정부가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려는 무기는 K―9 자주포와 K2 흑표 전차, 그리고 잠수함이야. 이 중에서 K―9 자주포는 우리나라에서 100문을 도입했고, 포탄도 충분하게 보유하고 있는 중이고. 따라서 인도 국방부는 K―9 자주포 200문까지 수입하는 것을 반대할 명분은 없어. 틀림없이 우리가 모르고 있는 이유가 있을 거야.”

“듣고 보니 사장님 말씀이 맞는 것 같네요.”

“며칠 안으로 연락이 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보자고.”

윙윙―

그때, 겨울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발신자를 확인하니 호영이 걸어온 전화였다.

그가 전화 걸어온 이유를 빤히 알고 있기에 정명훈 사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통화를 시작했다.

“정 이사, 아직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으니까,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마냥 시간을 보내지 말고, 우리가 직접 인도로 쳐들어가는 건 어때?]

“좋은 아이디어이기는 한데, 인도 정부가 우리를 반겨 줄까?”

[연락하지 말고 그냥 쳐들어가 보자.]

“어차피 며칠 남지 않았으니까 그때까지 기다려 보자고.”

[알았어. 그건 그렇고, 오늘 저녁 약속 있어?]

“아직 없는데, 왜?”

[우리 사장님의 고향 친구가 며칠 전에 신사동 먹자골목에 영월 한우 전문점을 오픈했대. 오늘 거기 가서 매상이나 올려 주자고.]

“네가 산다면 맛있게 먹어 줄 수도 있고.”

[우리 사장님이 사 줄 거야.]

순간,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오른 겨울이었다.

“정 이사, 오늘 그 식당을 아예 거덜내 버리는 건 어때?”

[판을 키우자는 얘기야?]

“내가 우리 회사 경영진을 모시고 갈게.”

[송 회장님은?]

“흐흐, 송 회장님만 모시고 갈까?”

[친구야, 알면서 왜 그래?]

“알았어. 내가 얘기해 볼게.”

[식당 위치는 톡으로 보내 줄게.]

겨울이 전화를 끊자, 정명훈 사장이 호기심을 가지고 물어왔다.

“지금 어떤 상황이야?”

“SH무역의 정상호 사장님이 오늘 저녁때 영월 한우를 쏘신답니다.”

“그렇다면 점심을 간단하게 먹어야겠군.”

* * *

같은 시각.

송훈석 회장은 집무실로 서동호 실장, 정재엽 사장, 이진호 사장을 불러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정 사장, 아프리카 법인에 보낼 인력들은 선발했나요?”

“네. 다음 달 초에 1차로 30명을 보낼 예정이고, 7월까지 2차로 30명을 보낼 예정입니다.”

“현지 직원들의 TO는 확대했습니까?”

“100명을 추가로 채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줬는데, 이 사장은 더 많은 인원을 요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 사장, 이유가 있습니까?”

이진호 사장은 어젯밤에 추성민 법인장과 통화한 내용을 떠올리며 송훈석 회장의 질문에 대답했다.

“현재 대한 그룹의 해외법인들 중에서 실적이 제일 많이 신장하고 있는 법인은 아프리카 법인입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아프리카 법인은 현재 2팀, 5지점, 태스크포스로 운영되고 있는데, 실적에 비해서 조직규모가 너무 작습니다. 그래서 연말을 기해서 2팀을 3팀으로, 지점은 10개 지점으로, 태스크포스는 두 개를 운영할 확대 개편할 예정입니다. 그러다 보니 현지 직원들의 TO를 100명 늘리는 것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 사장은 현지 직원들 TO를 몇 명으로 늘렸으면 좋겠습니까?”

“저희 인사팀에서는 200명 정도면 적당하다 판단하고 있는데, 추 법인장은 400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유가 뭐랍니까?”

“지금 추 법인장을 전화 대기 시켜 놓은 상황입니다.”

“빨리 전화해 보세요.”

이진호 사장은 추성민 법인장에게 전화 걸어서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은 후, 핸드폰을 송훈석 회장에게 건네주었다.

“추 법인장, 아프리카 법인에 필요한 현지 직원은 몇 명인가?”

[200명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이 사장한테 400명을 요구한 이유가 뭔가?”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그럽니다.]

“정치적인 문제라니?”

호기심을 느낀 송훈석 회장이 핸드폰을 더욱 가까이 귀에 가져다 댔다.

[각 나라의 대통령님들이 저희 법인이 조직을 확대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그 나라의 우수한 인재들을 채용해 달라고 엄청나게 압박을 가해 오고 있는 중입니다.]

그들이 압박을 가하는 이유는 최악의 상태에 빠져 있는 실업률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함일 것이다.

400명을 채용한다고 해서 실업률이 개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추 법인장, 우리 회사가 그 정도로 근무 환경이 좋다는 말인가?”

[물론 근무 환경도 좋지만, H&J 컨설팅에 운영하고 있는 성과급제도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성과급은 태스크포스인 FTA 팀원들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만 지급하는 것이 아니었나?”

[올 하반기부터 현지 직원들한테도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으로 제도가 변경됐습니다.]

“H&J 컨설팅이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를 알고 있나?”

[정명훈 사장은 이익을 분배하기 위함이라고 했지만, 각 나라로부터 로비를 받은 것 같습니다.]

“현지 직원들 200명을 추가로 채용했을 경우에 지출되는 비용이 얼마 정도로 추산하고 있나?”

[월급을 포함해서 매월 1인당 1,500달러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송훈석 회장은 연간 투입되는 비용을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연간 360만 달러.

그다지 많은 비용은 아니었지만, 효율성을 따지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쓸데없는 비용인 셈이다.

“추 법인장, 우리 회사가 200명을 추가로 채용하면 얻는 것이 있나?”

[저희가 일감을 수주할 때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저희가 채용하려는 현지 직원 400명 중에 각 나라의 유력자들의 자제들, 또는 인척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은 편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네. 400명을 채용하도록 해.”

[회장님, 감사합니다.]

“감사는 뭘. 피곤할 텐데, 고생했어.”

송훈석 회장은 핸드폰을 주인에게 돌려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이 사장, 내 얘기 들었죠?”

“네, 회장님.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윙윙―

그 순간, 서동호 실장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그는 상대방과 제법 긴 시간 동안 통화한 후 전화를 끊었다.

“서 실장, 누구 전화야?”

“한 부사장인데, 오늘 저녁때 SH무역의 정 사장이 H&J 컨설팅 경영진한테 영월 한우를 사겠다고 했답니다.”

“우리도 초대했다는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그러면서 송 과장도 데리고 오라고 했습니다.”

“우리 지유를 왜?”

“빤하잖아요.”

“하하하, 무슨 말인지 알았어.”

송훈석 회장은 기분 좋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서동호 실장은 시선을 옮기며 이진호 사장에게 말을 건넸다.

“오늘 저녁 식사에 이 사장님도 초대받았습니다.”

“네? 저도요?”

전혀 예상외라는 듯 이진호 사장이 손가락으로 본인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마 오늘 사윗감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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