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4화] 너의 활약을 기대하마 (1)
나이지리아를 포함한 아프리카 대륙의 7개국이 인도에 수출 예정인 자원 금액은 매월 250억 달러 정도.
셀러와 바이어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 H&J 컨설팅은 거래금액의 3%인 7억 5,000만 달러를 커미션으로 지급받을 예정이다.
이 중에 0.1%를 모든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면 일인당 매월 300만 원씩 돌아간다.
문제는 성과급을 매월 지급해야 한다는 점과 성과급 액수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거라는 데에 있었다.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H&J 컨설팅의 경영진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고.
“성과급은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 노력한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보너스 개념입니다. 그런데 성과급을 매월 지급하면, 본래의 목적이 퇴색해 버립니다.”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게다가 매월 지급하는 성과급 금액 또한 너무 많습니다.”
“네? 300만 원이 많다고요?”
“그렇습니다. 300만 원은 저희 회사가 7개 나라의 자원들을 인도에 중개해 줌으로써 지급하는 금액입니다. 앞으로 저희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한 나라들의 자원들을 계속 중개해 줄 텐데, 그렇게 되면 모든 직원들은 월급보다 많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지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으면 사장님이 거짓말쟁이로 몰릴 수 있습니다.”
“저도 그 점이 우려스럽기는 하지만, 직원들한테 회사가 처해 있는 상황을 진솔하게 설명하면 이해할 것이라 봅니다.”
반면, 겨울은 경영진들이 별로 영양가 없는 일로 힘을 빼고 있다고 생각했다.
두 문제에 대해 간단한 해결 방법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이 스스로 결론 내기를 기다리며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사는 마음먹은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듯 정명훈 사장이 느닷없이 말을 걸어왔다.
“한 부사장,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네? 저는 사장님께서 무슨 말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토론해야 할 내용이 많이 남아 있으니까, 이쯤에서 한 부사장의 생각을 밝히라고.”
“알고 계셨습니까?”
“내가 한 부사장과 같이 생활한 기간이 얼마인데, 그 정도도 모를까 봐.”
“하하, 알겠습니다. 먼저 성과급 지급 시기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매월 주는 성과급을 6개월, 또는 1년에 몰아서 지급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성과급을 아껴봐야 세금밖에 더 내겠습니까? 직원들한테 성과급을 팍팍 나눠 주고, 사기를 높이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한 부사장 얘기 들었죠? 이 문제는 이쯤에서 마무리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신 실장, 직원들한테 지급해야 할 성과급은 모두 얼마입니까?”
“세금을 포함하면 1인당 8,500만 원 가까이 됩니다.”
신지훈 실장의 보고를 받은 겨울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자기가 알고 있는 성과급은 최소 1억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니까.
금액이 줄어든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아프리카 7개국에 공급해야 할 에어컨 금액이 모두 30억 달러인데, 내년으로 납기를 이월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인도에 수출하기로 예정된 K―9 자주포, K2 흑표전차, 잠수함에 대한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에어컨 30억 달러는 아프리카 7개국과 인도의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에 히든카드로 사용할 예정이었다.
다행히도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돼서 대한전자 인도 공장이 아닌 한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공급하기로 결정된 상태였다.
“신 실장님, 무기류 수출 절차에 대해서 파악해 보셨습니까?”
“무기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수출 및 중개업 신고를 득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기류는 대외무역법에 따라 품목별로 관계 기관의 허가를 받아서 수출해야 하며, 인도에 수출하려는 무기류는 군용 전략물자에 속하기 때문에 방위 사업청에서 허가를 득해야 합니다.”
“준비는 갖추고 있습니까?”
“아무리 늦어도 다음 주를 넘기지 않을 생각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인도 측에서는 아직 연락이 없습니까?”
“빠른 시일 내로 연락해 준다고 했으니까, 다음 주초에 연락이 올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궁금증을 해소한 겨울이 2선으로 물러나자, 그 자리를 정명훈 사장이 차지했다.
“신 실장, 우리가 시급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가 무엇이 있습니까?”
“태스크 포스에 참여할 직원들을 선발해서 프랑스의 VINCH로 보내야 합니다.”
지금 신지훈 실장은 탄자니아, 케냐, 우간다를 연결하는 철도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 중이었다.
“태스크 포스는 언제부터 가동할 예정입니까?”
“VINCH 측은 아무리 늦어도 다음 달 1일부터 시작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인사팀장하고 상의해서 다음 주 중으로 인원 선발을 끝내도록 하세요. 그리고 우리 회사의 리더는 대한 그룹 콩고 지점에 근무하고 있는 김종학 지점장이니까, 참고하도록 하고요.”
“사장님, 그 문제 때문에 추성민 법인장과 잠깐 상의해 봤는데, 조금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유가 뭐랍니까?”
“다음 달 말에 예정되어 있는 송유관 건설 공사, 잉가 3댐 건설공사, 도로 확포장 공사의 착공식을 김 지점장이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그 문제는 내가 추 법인장과 상의해 볼 테니까, 신 실장은 신경 쓰지 마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직원들이 계속 늘어남으로 인해서 사무 공간이 점차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정명훈 사장도 그 문제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었고 대책을 궁리하고 있던 참이었다.
“이번 기회에 사옥을 장만했으면 좋겠는데, 이 점에 대해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장님의 의견에 적극 찬성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이구동성으로 정명훈 사장의 의견에 동의했다.
“좋습니다. 사옥 장만과 이전 문제는 신 실장이 책임지도록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우리 회사의 살림을 책임질 총무팀과 재무팀을 신설했으면 합니다. 능력 있는 팀장급들이 있으면 적극 추천해 주십시오.”
정명훈 사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윤중 전무가 발언권을 요청했다.
“사장님, 제가 알고 있는 후배가 헤드헌터(Head Hunter)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 후배한테 부탁해 보면 어떻겠습니까?”
“남우영 인사팀장과 함께 그 후배 분을 만나 보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회의에 참석하느라 수고 많이 했습니다. 모두 일터로 돌아가서 업무에 열중해 주십시오.”
“네, 사장님.”
축객령을 받은 경영진들이 떠나가자, 정명훈 사장은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배님, 잠 좀 잡시다.]
“추 법인장, 내가 기쁜 소식을 전해 주려고 했는데, 다음에 전화해야겠네?”
[에이, 선배님. 우리 사이에 농담도 못합니까?]
추성민 법인장의 목소리에서 짜증이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진작 그렇게 나올 것이지.”
[기쁜 소식이 무엇인지 빨리 말씀해 주세요.]
“몰디브에서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도중에 송 회장님과 잠깐 대화를 나눴는데, 추 법인장을 상무로 승진시켜 줄 생각을 가지고 계셨어.”
[그, 그게 정말입니까!]
진심으로 놀랐는지 추성민 법인장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아프리카 법인보다 뛰어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법인이 있으면 얘기해 봐?”
[이 모든 것이 선배님과 한 부사장의 덕분입니다.]
“추 법인장, 그런데 김종학 지점장은 언제 보내 줄 거야?”
[선배님, 정말 죄송한데, 김 지점장을 태스크포스에 한 달만 늦게 합류시키면 안 되겠습니까?]
“착공식 준비 때문에 그러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
“김 지점장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없나?”
[우리 법인의 사정을 선배님이 더 잘 알고 계시잖아요.]
“알았어. 내가 김 지점장하고 통화해 볼게.”
[도움을 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알았으면 됐어. 다음 달에 보자고.”
추성민 법인장과 통화를 끝낸 정명훈 사장은 곧바로 김종학 지점장한테 전화를 걸었다.
[선배님께서 이렇게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십니까?]
의외로 쌩쌩한 목소리.
“김 지점장, 아직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고 뭐했어?”
[바통고 대통령님의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아서 대통령 관저에 갔다가 30분 전에 돌아왔습니다.]
“오늘이 특별한 날이었나?”
[특별한 날이라기보다는… 기분 좋아서 저를 불렀답니다.]
정명훈 사장은 바통고 대통령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동안 콩고민주공화국은 매월 35억 달러 가까이 중국에 자원을 수출하고 있었는데, 이번 인도와의 정당한 계약을 통해서 60억 달러 가까이 늘어났다.
매년 300억 달러 가까이 국고가 늘어나는데, 기분이 좋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을 많이 얻어먹었나?”
[그럼요. 고맙다고 금일봉까지 받았습니다.]
“하여간 축하하고. 내가 전화한 이유를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습니다.]
“김 지점장의 생각은 어때?”
[유종의 미를 거두고 H&J 컨설팅에 합류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김 지점장의 결정을 존중할게.”
[고맙습니다, 선배님.]
“그나저나 최준하는 어떻게 지내나?”
[하아…….]
김종학 지점장이 내뱉는 한숨소리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왜? 그놈이 또 사고 쳤나?”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휴가를 내고 빅토리아 폭포를 구경한다면서 잠비아로 넘어갔습니다.]
“하여간 대책 없는 인간이구먼.”
[저도 선배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그놈이 그렇게 근무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퇴사하지 않고 버티는 이유가 뭘까?”
[1년 동안 이곳에서 근무하지 않으면, 유산 상속을 받지 못한답니다.]
* * *
그 시각.
겨울은 사무실에서 하도진 실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부사장님, 회의 시간 내내 장 부사장님의 표정이 밝지 않던데, 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때로 모르는 것이 약일 때가 있습니다.”
“제 입이 무거운 것은 부사장님도 잘 알고 계시잖아요.”
하도진 실장도 장대산 부사장과 이수진의 관계를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숨길 필요는 없었다.
“사실은 장 부사장한테 연적이 생겼습니다.”
“네? 정말입니까?”
“제 동생한테 들었는데, 투자분석 검증팀에 근무하고 있는 조규원 대리가 이수진 씨를 좋아하고 있답니다.”
“이수진 씨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답니까?”
“조 대리 혼자 직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천만다행이네요.”
“장 부사장과 이수진 씨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하도진 실장은 장대산 부사장이 직접 이수진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장대산 부사장의 소극적인 성격을 감안해 보면 쉽게 행동으로 옮길 리 만무했다.
다른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머리를 극한으로 혹사시킨 끝에 기발한 아이디어를 하나 생각해 냈다.
“장 부사장님과 이수진 씨를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면 어떨까요?”
겨울은 하도진 실장의 의도가 무엇인지 단숨에 눈치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간의 사전 준비가 필요하지만,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 실장님, 아이디어 정말 고맙습니다.”
“하하, 별말씀을요. 이번 기회에 정호영 이사도 송지유 씨한테 떨어드려 놓는 건 어떻습니까?”
“그 문제에 대해서는 장 부사장과 이미 작전을 수립해 놓은 상태입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저는 이제 나가서 일 보겠습니다.”
하도진 실장이 밖으로 나가자, 겨울은 수립해 놓은 작전을 실행하기 위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웬일이냐?]
“정 이사, 네가 긴급하게 도와줘야 할 일이 하나 있어.”
[다짜고짜 무슨 말이야?]
“너하고 내가 장 부사장의 연적을 떨어뜨려 놓아야 할 것 같다.”
[뭐야! 장 부사장도 삼각관계라는 거야?]
“내가 가을에게 들었는데, 그렇다고 하더라고.”
[어떤 상황인지 얘기해 봐.]
드디어 호영이 미끼를 덥석 물었다.
이제는 그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낚싯줄을 살살 끌어당기는 일만 남았다.
“이수진 씨가 근무하고 있는 팀에 엄친아가 있는데, 그 사람이 적극적으로 대시하고 있나봐.”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데?]
“오늘 저녁때 장 부사장이…….”
겨울은 장대산 부사장과 수립한 계획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알았어. 시간 늦지 않게 너희 회사로 갈게.]
“오늘 너의 활약을 기대하마.”
[크하하하, 걱정하지 말라고.]
뚝.
호영의 괴상망측한 웃음소리가 듣기 싫다는 듯 겨울은 얼굴을 찌푸리며 먼저 전화를 끊어 버렸다.
흙수저 성공 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