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 성공 신화-246화 (246/328)

[246화] 불나방 퇴치 작전

“외교부장님, 저희가 내기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천유런 외교부장에게 장쉬엔량 국장이 조심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없어.”

“그럼… 내기에는 왜 응하셨습니까?”

“이 친구야, 내가 그 자리에서 꼬리를 말았으면 좋겠어!”

“죄,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천유런 외교부장이 소리를 버럭 내지르자, 장쉬엔량 국장이 고개를 조아리며 사죄했다.

“장 국장, 우리가 내기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해 봐.”

“…….”

“방법도 없으면서, 내 생각을 방해한 이유가 뭐야! 혹시 미국 놈들의 스파이 아니야?”

“아,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화들짝 놀란 장쉬엔량 국장이 양손을 휘저으며 극구 부인했다.

“그럼 뭐야!”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겨 있던 왕지쉰 국장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외교부장님, 내기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방법인지 빨리 얘기해 봐.”

“루퍼트 장관을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못하게 만들면 됩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루퍼트 장관을 납치하는 겁니다.”

“뭐라고?!”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천유런 외교부장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 방법을 제외하고 저희가 내기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말씀해 보십시오.”

“으음…….”

끝말을 흐린 천유런 외교부장은 팔짱을 끼고 장고에 들어갔다.

반면에 장쉬엔량 국장은 왕지쉰 국장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권력 승계 순위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위상이 어마어마한 사람이 바로 루퍼트 국무장관이다.

만약에 그가 납치된 사실이 미국 정부에 알려진다면, 불어오는 후폭풍 또한 어마어마할 것임은 자명한 사실.

그런데 왕지쉰 국장은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당당하게 생각을 밝히고 있는 중이었다.

그보다 더욱 불안한 것은 천유런 외교부장이 그 아이디어를 수용하려는 듯 경우의 수를 따져 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되도록 절대로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외교부장님, 저는 왕 국장의 의견을 무조건 반대합니다.”

“반대하는 이유가 뭐야?”

“루퍼트 장관을 저희가 납치한 사실을 미국 정부가 알게 되면, 우리나라는 엄청나게 큰 곤욕을 치를 것이 확실합니다.”

“장 국장, 우리들이 오늘밤에 루퍼트 장관을 납치했다고 가정하자고. 미국 정부가 그 사실을 언제쯤 알게 될 것 같은가?”

“아무리 늦어도 내일 아침에는 알게 될 겁니다.”

“그때부터 미국 정부는 루퍼트 장관을 찾기 위한 대책 회의를 준비하느라 부산을 떨게 되겠지. 내 말이 틀려?”

“외교부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대책 회의를 끝내고, 그를 구출하기 위한 특공대가 이곳까지 도착하는 데 몇 시간 정도 소요될까?”

“아무리 빨라도 오후 1∼2시는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루퍼트 장관과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이 몇 시인가?”

“오후 1시입니다.”

“그때까지 루퍼트 장관을 데리고 있다가 슬그머니 풀어 주면 되잖아.”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왕지쉰 국장이 할 말이 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외교부장님, 저희가 그 시간까지 루퍼트 장관을 데리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

“리퍼트 장관을 납치해서 인근 무인도에다 버려 놓고 오면 되지 않을까요?”

“장 국장 생각은 어때?”

장쉬엔량 국장은 왕지쉰 국장의 입에 주먹맛을 선사하고 싶었다.

자기는 지금 루퍼트 장관을 어떤 방법으로 납치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데, 얄미운 왕지쉰 국장은 납치한 이후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치솟는 화를 겨우 갈무리하고 입을 뗐다.

“루퍼트 장관을 납치하기 위해서는 숙소가 어디인지, 경호원이 몇 명인지, 그를 어떤 방법으로 납치해야 할지에 대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제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면 되잖아.”

“저는 솔직히 자신 없습니다.”

“이 친구야, 만약에 내가 루퍼트 장관과의 내기에 져서 케냐와 모잠비크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 같은가?”

‘그 사실을 알면서 내기에 왜 응했습니까?’

이 말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와 입안에 머물렀지만, 천유런 외교부장의 개차반 같은 성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정치적 입지에 타격을 입은 주석님이 저희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의 입에서 자신 없다는 말이 나와!”

“…죄송합니다.”

“내가 무엇을 알아봐 주면 되나?”

이제는 죽으나 사나 직진밖에 방법이 없었다.

“루퍼트 장관이 어느 호텔에 묵고 있는지만 알아봐 주십시오.”

“잠깐만 기다려.”

천유런 외교부장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을 집어 들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천 외교부장님.]

“하마드 부통령님, 루퍼트 장관이 묵고 있는 숙소를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습니다만…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내일 아침에 식사나 같이 하려고 그럽니다.”

[천 외교부장님이 직접 전화해서 물어보시면 되잖아요.]

“저하고 안 좋게 헤어졌기 때문에 물어보기가 조금 어색해서 그럽니다.”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루퍼트 장관이 묵고 있는 호텔은…….]

* * *

같은 시각.

또 다른 안가에서는 겨울과 장대산 부사장이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장 부사장님, 천 외교부장이 무슨 흉계를 꾸미는 것 같은데, 대화 내용을 알 수 있을까요?”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잠시 후, 장대산 부사장의 호출을 받은 누군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찾으셨습니까?”

“프리스 요원, 내가 동영상을 재생시켜 줄 테니까, 동영상 속의 인물들이 어떤 내용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통역해 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장대산 부사장은 동영상을 처음부터 재생시켰다.

통역하는 프리스 요원의 입에서는 예상치도 못한 엄청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외교부장님, 저희가 내기에서 이길…….]

프리스 요원의 통역을 끝까지 들은 겨울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장 부사장, 불나방 같은 놈들을 가만히 내버려 둘 생각은 아니시겠죠?”

“그야 물론입니다.”

“제가 루퍼트 장관님께 전화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장대산 부사장과 대화를 중단한 겨울은 루퍼트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서 천유런 외교부장의 계획을 자세하게 전했다.

“…장 부사장이 정보국 요원들과 함께 놈들을 일망타진할 예정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았어요.]

“원활한 작전 수행을 위해서 숙소보다는 바에 올라가 계시는 게 어떨까요?”

[그렇게 할게요.]

“놈들의 몸값을 왕창 뜯어내서 저희한테 맛있는 음식을 사 주십시오.”

[하하하, 알았어요.]

딸깍.

루퍼트 장관과 통화를 끝낸 겨울은 장대산 부사장한테 말을 걸었다.

“장 부사장님, 중국 놈들 체포 작전에 몰디브 정부를 참여시키는 것은 어떨까요?”

장대산 부사장은 겨울의 의도를 단숨에 이해했다.

장쉬엔량 국장을 비롯한 중국 정보국 요원들의 몸값을 몰디브 정부에도 나눠 주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이는 선심을 쓰려다가 자칫 자충수가 될 수도 있었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싸움에 휘말려봐야 고래 등밖에 더 터지겠는가.

“한 부사장님, 몰디브 정부는 모르고 있는 편이 여러모로 나을 것 같습니다.”

“아, 제 생각이 짧았네요. 없던 것으로 해 주세요.”

“저는 불나방 퇴치 작전을 수립하기 위해서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 중국어 능력자인 프리스 요원은 저희와 같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 * *

루퍼트 장관이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는 사실도 모르고, 천유런 외교부장은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장쉬엔량 국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마드 부통령이 무기류를 지급해 준다고 했으니까, 말레 경찰서에서 무기를 불출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그리고 작전이 끝나면 나한테 전화해.”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제 나가 봐.”

축객령을 받은 장쉬엔량 국장이 떠나가자, 천유런 외교부장이 혀를 끌끌 차며 한마디 내뱉었다.

“쯧쯧쯧, 저렇게 겁 많은 인간이 어떻게 국장까지 승진했는지 모르겠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긴장도 풀 겸 간단하게 술이나 한잔하자고.”

“외교부장님, 제가 이곳을 샅샅이 뒤져 봤는데, 술이 없습니다.”

“수행원을 시켜서 사 오라고 해.”

“이 나라는 술을 금지하는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마트에서 술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말이야!”

천유런 외교부장이 짜증을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특급 호텔이 있습니다. 그 호텔의 바에서 술을 마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안가 밖에서 우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테러범 놈들은 어떻게 할 거야?”

“테러범 놈들은 저희가 몰디브에 입국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 겁니다.”

“자세히 설명해 봐.”

“저희는 몰디브에 정식으로 입국한 것이 아니잖습니까. 테러범 놈들은 아직도 공항 주변을 배회하고 있을 겁니다.”

“음, 그럴 수도 있겠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관광객처럼 차려입고 나가야 할 겁니다.”

“그렇게 하자고.”

텅 비어 있는 바의 내부를 둘러본 천유런 외교부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왜 이렇게 손님이 없지?”

“월요일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일단 자리에 앉으시죠?”

적당한 테이블에 골라 앉은 두 사람은 웨이터를 불러서 위스키와 간단한 안주를 주문했고, 천유런 외교부장은 화장실에 다녀온다면서 자리를 떴다.

심심해진 왕지쉰 국장은 바의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깜짝 놀라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마어마한 미모를 자랑하고 있는 바텐더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는 칙칙한 얼굴의 천유런 외교부장과 술 마시는 것보다 미인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술을 마시는 것이 낫다고 판단 내렸다.

즉시 바텐더 앞으로 자리를 이동한 왕지쉰 국장은 점잖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이곳에서 술을 마셔도 될까요?”

“그럼요. 손님께서 원하는 대로 하세요.”

“주문한 술과 안주를 이리로 가져다주세요.”

“네, 손님.”

바텐더가 자리를 비우는 것과 동시에 화장실에 다녀온 천유런 외교부장이 비어 있는 옆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자리를 이곳으로 옮긴 이유가 뭐야?”

“바텐더가 끝내주는 미인이라서 급히 옮겼습니다.”

짜증 섞인 얼굴이 펴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정말이야? 어디?”

“외교부장님, 저기 보이시죠?”

천유런 외교부장은 손가락을 가리키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

어마어마한 미모를 소유한 여자가 주방을 향해 무언가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외국출장 갈 때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바를 다녀 봤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미모를 소유한 여자는 처음 본 것 같았다.

갑자기 몸 아래 저 밑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용솟음쳤다.

“왕 국장, 이곳까지 왔는데 바텐더를 오늘밤에 데리고 잘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돈이면 되지 않을까요?”

왕지쉰 국장과 짧은 대화를 마무리한 천유런 외교부장은 자리로 돌아온 바텐더에게 즉시 말을 걸었다.

“실례합니다만,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리야라고 합니다.”

“리야 씨, 손님들도 없는데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네. 원하신다면요.”

리야가 고혹적인 웃음을 흘리며 그들 앞으로 다가왔다.

천유런 외교부장은 머리가 어질어질했지만, 프로답게 재빨리 정신을 수습하고 말을 이었다.

“술 한 잔 따라 주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저는 술을 마실 수 없으니까, 대신 제가 따라 드릴게요.”

리야는 적당한 위스키를 가지고 와서 손수 따라 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한참 대화가 무르익어갈 무렵, 천유런 외교부장은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리야 씨는 한 달에 수입이 얼마나 돼요?”

“손님들께 받는 팁을 제외하면 500달러 정도 됩니다.”

“이런, 수입이 너무 적네요?”

“손님들께서 팁을 많이 주시기 때문에 적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 그렇군요. 그런데 리야 씨는 일 끝나면 뭐합니까?”

“손님, 어떤 의도로 묻는 것인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오늘밤 리야 씨와 밤을 보내고 싶은데, 가능한지 묻는 겁니다.”

“어머… 이렇게 적극적인 손님 분은 오랜만이네요. 흐음, 그래요. 두 가지 조건을 들어주신다면, 손님의 제안을 한 번 고려해 보죠.”

“조건이 무엇인지 얘기해 보세요.”

“저한테 팁으로 1,000달러를 주시고 위스키를 최소 두 병 이상 마셔 주세요. 그러면 생각해 볼게요.”

“하하하! 어렵지 않은 조건이네요. 그렇게 합시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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